어두운 그림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15
노마 히로시 지음, 신은주 옮김 / 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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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두 권 남았다. 쉽지 않았고 아직도 이틀 간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대단한 목표도 아니고 읽은 책도 특별히 어려운 것들은 아니지만 일단 매일 이렇게 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책만 읽는다고 해도 365일을 매일 한 권씩 읽는다는 건 정말 어떤 마음이고 어떤 의미이여 어떤 수준의 각오가 필요한 것일까.


여전히 정신이 하나도 없이 이리 저리 다니면서 일을 하고 다른 신변의 것들을 처리하면서 하루를 보냈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지난 화요일부터 지내왔다. 


어렵지 않은 책이지만 상징성과 의미를 잡을 듯 말 듯 하다. 뭐라 말할 수 없을만큼. 지친 건지도 모르겠다. 


돈을 모으는 건 오래 걸려도 쓰는 건 금방이고, 살을 빼는 건 어려워도 다시 찌는 건 쉬운 것처럼 나라도 일으켜 세우는 건 지난하지만 망가뜨리는 건 아주 쉽다. 이다지도 성실하게 무능할 수 있다니 놀랍다. 천박한 것과 등신 같은 것을 업은 권력의 실세는 누군인가.


천공이란 작자가 전과가 상당하다고 하던데 어떤 수작질을 부려서 미국행 비자가 나오게 했을까. ESTA는 절대 나올 수 없고, 방문비자도 안 주는 정도의 사이비 교주가 된 전과자에게 휘둘리는 등신과 그 등신을 꼭둑각시처럼 조종하는 천박한 것들, 그들을 업고 권력을 휘두르는 정상모리배들 한 줌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 


작금의 세상은 너무 혼란스럽다. 


브뤼겔의 그림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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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3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제 이틀 남았군요. 무엇이든 계획을 그대로 실천한다는건 진짜 어려워요. 저는 진짜 잘 못해서 이제는 아예 계획을 안세운다죠.
대신 이렇게 다른 사람의 계획이 실행되는걸 보고 같이 즐거움을..... ㅎㅎ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

transient-guest 2022-09-24 01:37   좋아요 0 | URL
네 오늘과 내일이면 모두 끝납니다. 문제는 책읽을 시간은 매일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이죠. ㅎㅎ 감사합니다.

2022-09-23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4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5
다야마 가타이 지음, 한영옥 옮김 / 소화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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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빡센 하루, 운동을 할 수 있었고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며 밥벌이까지 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금년은 뭔가 건강과 사건사고의 한 해인 듯. 4월 생애 첫 기초검진 후 저녁을 먹지 않는 것으로 시작하여 매일 걷기를 하고 주말의 등산으로 건강관리를 시작하고 (물론 술 마실 땐 예외) 다음 주에는 역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위와 장 내시경, 그리고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된다. 근데 이건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나라를 빼앗겼던 탓에 우리에겐 고대에서 조선까지 이어온 왕정이 있고, 이후 해방에 따른 현대가 시작되지만 그 중간의 어느 지점은 우리의 나라가 없을 때 지나가버렀다. 덕분에 나는 한국의 초기현대 혹은 근대 말기의 모습을 찾아 메이지와 다이쇼 일본문학과 역사를 돌아다니게 된다. 그런 이유로 이 시절의 일본문학, 그리고 해방 전의 조선문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책을 모아 읽는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마이너한 이런 저런 근대의 일본소설과 조선소설, 아쿠타가와, 다자이 오사무를 비롯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사들여 파들어가는 것이다.


워낙 읽을 책도 많고 관심은 다방면으로 뻗어있고 게다가 바쁘고. 구하고 나서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이번의 프로젝트에서 우연히 골라 읽었다.


일본소설에 대한 박경리선생의 혹평의 이유는 알겠다만 그리고 한국의 피를 이은 사람이라서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속단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일본의 근대소설이고 신변잡기적인 nature가 아닌가 종종 생각한다.


'삶'이란 제목에 맞게 다이쇼 시대 그저 그런 한 집안의 삶에 대한 이야기. 행간을 짚거나 뭔가 큰 뜻을 따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직업은 자영업자이되 머리와 가슴과 영혼은 역사학도인 사람은 일단 당시의 시대상을 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원래는 지난 주에 시작했어야 하지만 암튼 오늘 이후 검진까지 금주, 음식조절이다. 아마 당분간 두부와 달걀만 먹을 듯.


3일, 세 권 남았다. 그러나 여전히 내일과 모레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Tolstoy and the Purple Chair에서 365일 하루 한 권을 읽은 저자. 지금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 이걸 해냈던가...사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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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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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 권을 읽었으니 점점 더 마지막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전히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면서도 어디서 시간을 끌어내서 운동을 했고 이렇게 일곱 시 무렵부다 세 시간 책을 읽었다. 정확하고 좋은 운동을 부담을 갖고 하는 것보다는 안하느니 하자는 마음으로 쉽게 기계로 거의 모든 운동을 끝냈으니 free weight 이라고는 바벨로 이두를 조금 한 것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진짜 간만에 오로지 기계로만 운동을 했는데 뭐든지 하면 나은 것이란 평소의 믿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도우 작가의 책은 지난 번에 이어 이번으로 세 번째. 추운 겨울과 시골, 동창들, 작은 가게와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한 연애담과,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또 하나의 연애담, 도시가 배경이었고 누구나 선망하는 (실제로는 엄청 빡센) 직업과 그들의 무대에서 약간 식상해하면서 세 번째 책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우연히 오늘의 책을 집어들다가 손이 가는대로 밝아보이지만 처연한 색 (책을 다 읽은 탓에 그리 느끼는 것이다)의 표지에 마음이 끌려 읽게 되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외지에서 돈을 버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시골의 이모댁으로 살러 온 여자아이의 이야기에는 내가 짐작하기로 대충 80년대 어느 즈음에서 그 아이가 나이를 먹은 2010년대 중반 정도까지 한국이 지나온 이야기가 함께 묻어있다. 시골에서 작은 분교를 다니고,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고 친구보다 가장 친한 동갑내기 사촌과의 우정 이상의 사이를 얻고, 잃고, 다시 완전히 잃어버리고. 


지금으로 돌아와서 작은 가게를 하면서 지내는 곳에도 재개발 붐이 불고 가게를 넘기고 떠나면서 그간 몽유와 꿈과 가위눌림과도 같은 것들에 숨어 있는 과거 곳곳을 사람들과도 안녕하고. 시골의 소읍의 모습을 벗어나 천편일률적으로 재편된 옛 마을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을 끝으로 ending이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 될 것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아이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정이 잠시 멈춘다. 


작가가 그려내는 사랑이야기는 어쩔 땐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 지천명을 몇 년 앞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하지만 이번의 이야기는 쓸쓸하고 처연하고 아련하게 슬프다. 중반부를 넘어갈 무렵 적어도 한 사람은 어디로 갈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짐작하듯 80년대의 어떤 시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맞다면 시공간을 오가며 펼쳐지는, 아니 편집되는 듯 보이는 이야기는 그대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닮았다. 


하루가 가까워지면 그만큼 어려움이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어가고 있다. 내일은 또 얼마의 시간이 주어지고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아니 내일의 일과 그 외의 많은 것들을 어떻게 조화를 시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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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16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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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아홉 시를 조금 넘어 읽기 시작해서 자정 전에 끝낼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포기할 뻔 했으나 이번 주만 넘어가면 21권 Project를 완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칠 수 있었다. 오늘도 계속 이런 일정이 이어지고 있는데 매일이 가시밭길이요 지뢰밭이다.


개츠비는 그간 영문으로, 그리고 번역된 다향한 판본으로 읽었으나 열린책들의 번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리 못해도 다섯 번 이상은 읽은 이 책을 처음 본 고등학교 때의 나에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나서는 읽을 때마다 몇 살은 더 먹은 탓인지 더욱 절절하고 가슴에 사무치는 무언인가를 느끼게 한다. 


개츠비는 왜 데이지에 그다지도 집착을 한 것일까. 변치 않는 사랑 같은 말로는 개츠비의 집착을 다 이해할 수가 없다. 요컨데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성공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모든 것의 집적이자 상징이었을 것 같다. 돈을 벌고 신분을 세탁한 개츠비는 데이지를 다시 찾기 위해 막대한 부를 굴려 대저택을 데이지가 머무는 곳 근처에 마련하고 차근차근 데이지를 만날 계획을 세웠고 만났고 잠시 사랑을 다시 찾았다고 믿었다. 


결말을 파국이었고 이미 개츠비 따윈 잊은지 오래인 데이지와 죄책감을 가질 능력조차 없어보이는 뷰캐넌, 한때 화자가 잠깐 사랑한 듯 생각한 조던 베이커 등 화려한 속물의 세상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화자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뭔가 할 말이 많았는데 한 잠 자고 일어나서 똑같이 방방 뛰고 난리를 치는 하루를 살면서 싹 잊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16일째 나름대로 순항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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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21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 가시밭을 넘어가시는 의지의, 초의지의 transient님 그 의지로 무엇인들!!!
9시부터 3시간 채 안 되어 이 소설을 다 읽으셨다니 집중력도!!!!

이제 17, 18, 19, 20, 21!!!대단하세요

transient-guest 2022-09-21 11:25   좋아요 0 | URL
오늘의 책은 지금부터 읽어야 합니다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22-09-21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일하시랴 피곤하실 텐데…
근데 전 아직 개츠비 안 읽어봤지만 웬지 님과 잘 어울리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ㅋ
저도 언제고 읽어 보겠슴다.^^

transient-guest 2022-09-21 14:02   좋아요 1 | URL
읽을때마다 늘 새롭게 뭔가 다른 걸 봅니다. 마치 포커스가 매번 바뀌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성격상 개츠비보다는 화자인 캐러웨이에 가깝습니다만 어떤 것에 매혹되어 평생을 바치고 헤어나지 못하는 개츠비에게서 매력을 느낍니다. ㅎ
 
흐르는 강물처럼
노먼 F. 매클린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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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정황이 어떤 징조였다면 이번 주는 엄청난 challenge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더 바쁠 것이고 시간을 쪼개서 많은 것을 하면서도 하루의 책, 운동, 기도를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도 오후 여섯 시 무렵부터 밤 열 시까지 꼬박 읽은 것 같다. 


소설보다도 더 유명한 영화가 떠오르는 '흐르는 강물처럼'은 영상에서 담지 못한 깊은 이야기를 음미하고 자신의 상상으로, 혹은 영화에서 유려하게 재현된 옛 몬태나의 모습과 함께 눈에 담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영화에서 미처 표현되지 못한 많은 이야기와 깊이는 책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마을의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화자와 동생. 다트머스에서 수학한 화자와 지역대학을 나와 신문기자로 일하는 동생. 그들을 이어주는 건 고향의 정서와 익숙한 문화, 그리고 fly fishing. 꾼답게 살아있는 미끼를 쓰는 걸 지양하고 온전히 낚시대를 휘두르는 솜씨와 만들어진 fly로 최대한 미끼의 움직임을 살려 물고기를 낚는 fly fishing은 그들이 아버지로부터 배워 함께 즐기고 견주는 취미이자 흐르는 강물과 함께 이야기 속에서 흐르는 또 하나의 이야기.


표제작 외에도 화자의 경험이 묻어난 두 개의 작품은 보다 더 단편적인 한 시기의 이야기지만 그 나름대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고 비슷한 곳과 시기를 무대로 하여 다른 소설이라기 보다는 같은 한 편의 소설에서의 단락처럼 읽었다. 


이번 한 주에는 많은 것을 이루어 보겠다. 당장 운동부터 더욱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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