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많이 마신 탓에 술이 늘었는지 한번에 와인 한 병을 넘기곤 한다. 피곤하여 사람을 만나는 건 근 한 달 넘게 미루고 있는데 혼술의 양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주를 시작으로 해서 당분간은 적게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 그 와중에도 운동은 꼬박꼬박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


둘 다 초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했다는 공통점. 추리소설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를 사용했다는 것도 놀랍고 새롭지만 '그림자 밟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주인공에게 죽은 동생의 영혼이 빙의되어 있는 상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SF소설에서 주인공에게 다중인격을 부여하고 한꺼번에 이들이 필요에 따라 interact하는 건 전에 Brandon Sanderson의 Legion에서 봤지만 이건 또 다른 수준. 둘다 추리소설의 재미도 적절하고 긴박하게 사건을 따라가는 것도 잘 쓰인 소설만큼의 수준이다. 



스위스와 아일랜드가 내 유럽여행의 시작점이 될 것인데 여기에 시간이 넉넉하다면 빈도 추가하고 싶다. 빠르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여행은 원래 덜 좋아하는데 빈에서는 특이 그런 빡빡한 일정이 아닌 여러 날을 머무르면서 박물관, 미술관도 가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셔보고 책도 읽고 서점도 다니는 체류와도 같은 관광을 하고 싶다. 세기말 유럽예술이 한꺼번에 모여 터져나온 이 시기, 세상을 바꿔버린 세계대전 이전의 세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당시 일대 혁명을 일으킨 미술가, 음악가, 작가들의 흔적을 따라다녀보고 싶다. 박종호 선생이 유독 빈을 사랑하여 꾸준히 방문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뮌헨도 리스본도 다른 곳들도 좋아하지만 빈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이곳에 대해서만 두 권의 책을 낸 것을 보면 그만큼 멋진 나날들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만 같아 생각만으로도 설레인다.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이런 것들을 하나씩 제대로 해보려고 하고 그 전부터 조금씩 근육을 buildup할 생각이다. 은퇴한 후에 미뤄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춘추전국이야기는 4권을 읽고 있다. 다른 책도 몇 권 뒤적거리고 있는데 확실히 잡고 긴 호흡으로 읽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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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든 영화든 가리는 장르는 거의 없다만 굳이 가리는 장르라면 호러영화는 피하는 편이다. hack and slash라고 그냥 잔인한 영화도 싫고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거짓말 안 보태고 '기'에 안 좋게 작용하는지 꼭 악몽을 꾸기 때문에 안 본다. 소설도 '링'을 읽은 후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일단 spirit에 관련된 영화나 소설은 안 읽는다. 한국이 사실상 무속의 신정국가처럼 된 지금 이런 이야기는 매우 민감할지 모르겠으나 종교가 있는 사람이 '신'의 존재는 인정하되 그 외 다른 'spirit'의 존재와 작용을 무시하는 건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결국 내 fear는 내 종교에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꿈을 이야기하다보니 몇 가지 떠오른다. 


1. 우주선, 그러니까 지금 우리 문명에서 이룬 수준이 아닌 SF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전함 같은 craft의 사령관실에서 바라보는 스크린 너머의 별의 바다. 마치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바라보던 별의 대양. 뭘 의미하는 건지 중요하지 않고 늘 비슷한 꿈을 아주 생생하게 다시 꾸고 싶어질만큼 경이롭고 아름다웠던 모습. 


2. 로마제국의 황제 혹은 그 비슷한 이의 충성스러운 근위대. 대충 백인대장 정도로 기억되는 나 자신. 황제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발각하여 결국 황제의 지위를 공고히 했고 황제도 인정했으나 정치적인 모종의 이유로 암살자들과 타협하는 조건으로 사형당한 꿈. 아주 생생하게 그 억울함을 황제에게 호소했고 인정을 받았고 사형을 감수했던 기억. 로마식으로 참수를 당했는데 칼이 목에 닿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 순간까지 기억한다.


3. 몇 번엔가 비슷한 꿈을 꾸었다. 나치가 만든 유대인수용소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죽는 꿈. 가장 최근의 꿈에서는 이렇게 죽고 나서 빛의 구멍으로 빨려들어간 후 평온하게 쉬고 있다가 갑자가 다른 구멍으로 빨려들어간 후 대충 70년대 무슨 대합실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병원 휴게실?) 떠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응애~~ 하는 소리와 함께 태어나는 아기의 속으로 들어간 기억. 그때 생생하게 'ahh....shit...애기부터 인생을 다시 살아야 하다니' 하는 낭패감이 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요상한 꿈도 많이 꿔봤고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인 경험도 한 적이 있으나 분류하자면 난 '영성'이 좋다거나 예민한 편은 아니다. 남들은 다 쉽게 하는 '방언'도 해본적이 없고 무슨 계시 같은 걸 기도하면서 받는 경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나 RPG같은 꿈은 꾸고 나면 늘 나를 즐겁고 설레이게 한다. 심리학이나 정신병학에서 뭔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2와 3은 전생이란 것이 있다면 아마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앞서 페이퍼를 정리하고 세 권은 읽었으나 공원국 선생의 책 두 권은 시리즈를 다 읽고나서 써야 마땅하니 추리소설 한 권이 남을 뿐이다. 아마도 몇 권 더 읽으면 함께 남길 것이다. 


책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들이는 걸 멈추지 못하고 영화도 버리라는 사람의 성화가 가득한 가운데 blueray로 조금씩 사게 된다. 그저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니 책 외엔 많이 안 살 뿐. 이번 주말까지 알라딘 주문 외에도 BN에서 책 네 권을 샀다. 

















판타지와 마법이 잘 버무려진 이야기는 늘 좋아하고 Ken Follett 또한 항상 구하는 작가라서. 이번에 나온 Jack Reacher시리즈의 신작은 Lee Child와 Andrew Child - Lee Child의 brother이자 이미 작가라고 한다 - 가 쓴 것으로 되어 있어 고민하고 있다. Lee Child가 이제 70이 되어서 그런 건지 Andrew Child (원래 Andrew Grant)가 Jack Reacher 시리즈를 takeover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톰 클랜시도 사후 나온 작품들은 다른 사람이 정리했고, Wheel of Time시리즈도 마지막 세 권은 Brandon Sanderson이 공동집필했으니 무조건 나쁜 arrangement는 아니다. 

이렇게 책을 구해서 쌓아두면 언젠가는 읽게 마련이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누군가에게 남겨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책을 좋아하는 후학(?)을 만나지는 못했고 집안에도 그런 사람이 없어 요원한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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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5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6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6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7 0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아온지 딱 일주일. 아직도 시차가 남은 탓에 초저녁 즈음해서 졸음이 오다가 밤이 되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잘 잡긴 했는데 워낙 그 전에 두 번을 연달에 덴버에 다녀오면서 시차를 겪은 후의 여행이었던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목요일에 일찍 퇴근하면서 일꺼리를 몇 개 들고 들어와 다음 날은 집에서 일하면서 푹 쉬었고 이번 주말까지는 가급적 일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내려고 한다. 


운동은 돌아온 다음 날부터 어제까지 6일을 연속으로 해주는 것으로 페이스를 높였고 마지막 이틀은 확실히 운동이 다시 잘 먹어들어가기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회복을 한 것으로 본다. 오늘은 근육을 쉬어주고 내일은 오전에 달린 후 힘이 되면 weight를 치고 아니면 월요일부터 다시 할 생각이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수트가 어울리는 좋은 몸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데 술을 끊을 경우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나 술을 마시지 않은 맨정신으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 버겁다. 그러니 운동을 늘리고 술과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끝없는 자기복제와 기억의 업로딩을 통해 다시 죽기 전의 순간으로 되돌아온 존재는 과연 그 첫 번째 죽음 이전의 존재와 같은 존재인가. 미키7은 이를테면 그런 과정을 통해 7번째 다시 만들어진 미키라는 사람이다. 모종의 일을 피하려고 무한복제가 보장되는 대신 항성간 우주비행에서 죽음이 확실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실험에 사용되는 임무를 맡아야 하는 보직(?)으로 여러 차례 죽고 다시 만들어진 존재이다. 어차피 자신은 하나라서 한번에 둘의 미키가 만들어지는 건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니 자신은 기억이 업로드된 그대로에 따라 자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기실 자신을 미키로 만들어주는 건 미키를 기억하는 동료들이 아닐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소설도 아니고 굳이 어떤 해답을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재미있는 SF소설로 보았다만 과연 복제된 몸과 업로드된 기억을 합치는 것으로 지금의 나 이후의 다른 내가 지금 나와 같은 존재일까. 영혼의 유무나 정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번역가의 이야기는 즐겁게 읽었고 그 와중에 또 구하고 싶은 책들을 추려냈으나 '쓰는 직업'은 읽다가 좀처럼 공감하지 못하고 진전이 없었으며 아마 아주 오랜 시간 다시 꺼내볼 생각이 들지 않을 책이다. 어떤 직업이나 직장이 누군가를 define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대의 한국에서는 아마도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 어떤 직업의 사람은 음으로 양으로 그 조직의 일원으로써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 받게 마련이다. 사실 괜히 샀다고 후회하고 있을만큼 별로다.


한 가족이, 집안이 결딴나는 꼴을 촛불로 탄생시킨 21세기의 민주정부 하에서 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같은 잣대의 반의 반만이라도 대면 작살날 인간들이 수두룩한 세상에서 절대권력과도 같이 어떤 일에도 처벌받지 않고 권력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전관예우를 누리는 집단을 수술하려 총대를 맨 사람의 딸이란 이유로 가족이란 것으로 이들이 겪고 있는 고초를 생각하면서 그 의연한 태도와 자세, 삶의 의지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할 수록 화가 나고 뚜껑이 열리는 일이라서 정말이지 이런 일을 벌인 사람들, 엄청난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미국유수 명문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을 그들의 자식들까지 꼭 하늘의 엄정한 justice가 찾아가길 바랄 뿐이다. Dr. Cho 의 행복한 삶을 기원하며 may the wrath of justice find them all. 



이순신장군에 대한 소설도 역사책도 넘치는 세상에 또 한 권의 책이 보태졌다만 새로운 구성과 서술이라서 전혀 식상함이 없다. 이순신의 위대함도, 인간적인 면모도 모두 다루면서 무척 balance된 관점에서의 설명이 매우 신선하다. 그의 위대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써 강조되는 한미함이 잘 따져보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는 취지의 비교설명이 무척 설득력이 있다. '바다'를 테제로 잡고 이순신의 왜란의 대비와 당시의 활약에 대한 구도를 잡는 것도 상당히 새롭다. 황현필선생의 채널을 즐겨 보고 듣는 바 열정적인 그의 강의가 그대로 글로 옮겨진 듯 지사의 비분강개함이 묻어나고 있음이다. 보수에서 극우를 넘어 매국으로 치닫는 현 정권의 무능함에 나같은 보수도 화가 나니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진짜 보수라고 할 수 있을까. 장군께서 부활하여 저 악당의 무리들을 그야말로 '일휘소탕 혐염산하'하셨으면 좋겠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최근 계속 구해서 읽는 추리소설작가다. 나름 알려진 유명작, 유명작가를 섭렵하고 일본추리의 태동기의 소설들부터 황금기의 이야기들까지 구할 수 있는 건 다 구해 읽은 끝에 잠시 추리소설읽기를 멈추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열심히 읽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소설의 경우 그 리얼함에 무척 피곤하고 힘든 독서가 되는 경우도 있어 요즘 미야베 미유키작가의 작품은 에도시대물을 주로 보고 있을 정도인데, 이 작가의 작품에는 그런 피로도가 높은 사실적인 묘사나 갈등이 적은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단편 각각 상당한 수준의 기승전결과 반전을 보여주고 있으니 마치 소품집과도 같은 단편집의 수준이 아니라서 더욱 좋다. 

















작가의 경험이 짙게 녹아든 스타일인 듯 먼저 읽은 '~편의점' 시리즈와 '~고래들'의 등장인물이나 모티브가 overlap된다. 페로몬 120%의 편의점사장이라니 얼마나 기괴하고도 유쾌한 발상인가. 마음이 편해지는 작품 1-2권, 그보다 더 묵직한 울림과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한 권. 


이제 열심히 일하자. 2021-22에 이어 2023년의 성장을 잘 갈무리하여 내년을 살아갈 힘으로 돌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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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30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뭔가 있어 보이긴한데 이제 술은 반주로 한 잔도 안 좋다더군요.
그냥 책을 술 삼아 보시길..ㅋ
마지막 세 권은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23-10-31 06:21   좋아요 1 | URL
술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어제 마셨다는 사실에 자책을 하면서 제목으로 썼어요. ㅎㅎ
몸에 좋다는 와인의 양이 글쎄 글라스 밑바닥에 살짝 깔린 정도라고 하니 French Paradox도 많이 과장되어 알려진 이야기 같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한 주간. 환경이 그래서 조용하게 맑은 공기를 마시고 여유롭게 지내고 있지만 운동도 하지 못하고 먹는 건 삼시세끼를 다 먹으니 몸이 무거워 괴롭기 그지 없다. 해서, 이틀 전부터는 하루에 한끼만 먹고 중간에 과일을 조금 먹으면서 무엇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조금 효과를 보고 있다. 이담에 여행을 많이 하게되는 시절이 오면 꼭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숙박일정을 짜야할 것 같다. 일은 하루 평균 4-5시간 정도만 메일을 처리하고 전화로 상담을 하는 정도인데 어차피 다음 주에 복귀하면 다 처리해야 하니 급하게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의 제목과 내용이 중간부터 묘하게 비틀어져 맞지 않는 느낌. 한국어로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인데 제목은 독일어를 병기한 것도 조금 이상하다. 이곳저곳에서 가져온 삽화와 본문의 내용이 맞지 않거나 두 장의 삽화를 걸어놓고 한 장의 삽화의 이름이나 정황만 설명된 것도 좀 그렇다. 뭔가 survey형식의 논문을 쓰다 만 듯하고 쳅터를 각각 쓰고 엮은 듯한 느낌도 받았다. 무엇보다 내가 싫어하는 기승전결에서 결이 없이 마지막 쳅터의 내용을 끝으로 책이 딱 멈춰지는 구성이 많이 아쉽다. 역사책은 꾸준히 읽고자 하여 작년에 구한 것 같은데 이번에 읽으니 왜 샀나 싶다. 제목과 표지그림에 낚인 듯한 실망감이 가득한 책이다. 메디치 집안의 딸이자 프랑스의 왕비였던 카트린느 드 메디치의 경우 성을 메디시스로 쓰고 집안은 메디치라고 쓴 건 너무한 것 같다. 공부를 오래했다고는 하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저자의 필력이랄까.



일본근대문학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이 시기의 작가들의 글은 많이 읽어왔다. 같은 맥락에서 구한 책인데 익숙한 작가들이 많지만 앞서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다. 지식이나 철학과 삶이 일치해지 못한 당시를 살아간 흔적 같은 것이 많이 보이는 글을 모은 듯, 군국주의에 순응해서 살아가거나 전후의 혼란속에서 자포자기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보였으니 염세주의, 자기파괴와 자기혐오가 가득한 글이 이렇게 많이 나왔었다는 건 결국 그런 사회상과 시대의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살아낸 일본대중의 모습이 이러했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모습이 작가라는 직업의 정형화된 형태가 되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싫어한 문단의 모습이 정립된 듯, 한국의 작가들을 봐도 익숙한 폭음, 무절제, 순간의 번득이는 영감, 폐병, 담배, 무절제한 생활, 여성편력이 마치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인 양 받아들여진 듯하다. 도대체 이렇게 살아서 무슨 글을 쓰겠는가 싶을 정도로 마구잡이로 사는 모습이 소설 곳곳에 녹아있다. 



책과 책의 공간, 책을 만드는 이야기, 파는 이야기 등 책과 글에 대한 이야기는 늘 즐겁게 읽는다. 아마도 독서, 장서, 애서, 수집 같은 행위가 점점 minor한 일부의 즐거움이 되어가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책에 얽힌 즐거운 이야기, 책을 사고 팔며 살아가는 한가롭지만 빠듯한, 하지만 행복한 삶의 모습을 잠깐 함께 살아보았다. '독서한담'을 읽은 덕분에 조금 무리를 해서 '쇄미록'과 허균의 저작들을 구해놓게 되었으니 책속에서 찾은 책이라고 하겠다.




빼앗긴 우리의 근대화과정과 그 모습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하는 것으로 늘 식민지시대를 전후로 하는 일본의 문학과 시대상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문학이든 역사, 사회현상이든 관련된 책을 종종 찾아서 보게되는 이유인데, 역시 같은 취지로 작년에 구한 것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survey로 책을 쓰려면 역시 이 정도의 정성과 구성은 갖춰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건 위에 이야기한 '중세...'를 읽은 탓이다. 메이지라는 어떤 특수한 시대,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움직이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일찍 개국을 하여 rapid하고 혼란스러운 대로 우리의 근대화를 거쳐 지금에 도달했더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떤 역사서술로 우리의 근대화를 이야기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쉽고 불편한 대로 이 생활도 이번 주로 끝이다.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운동이고 내 패턴의 회복이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삶에도 불편함이 있으니 이런 것에 대해서는 몸이든 마음이든 조금 더 flexible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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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지속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고질병과도 같은 어깨관절, 몸의 틀어짐, 무릎 등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체력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여기에 cardio를 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아무래도 2019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까. 이게 사실 약간의 trade-off가 있었던 것이 코로나 기간 꾸준히 달리기와 걷기를 수행해서 peak까지 갔었던 cardio운동능력과 당시 반비례로 낮아진 근육운동의 intensity로 인한 운동능력의 저하를 경험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꾸준히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지금의 모든 것이라서.


풍월당주 박종호선생의 '코로나시대의 편지'에서 reference되었던 책이다. 시집도 많고 책이 많아서 일단 한 권을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강화도에 사는 시인이고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할 수 없었던 군부독재시절의 민주화운동을 한 투사라서 그런지 꿀렁꿀렁 힘든 시절의 이야기가 많다. 이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런 삶의 선택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삶의 선택을 하여 이렇게 살아온 것인지. 아마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준의 이야기? 


전등사는 어릴 때부터 가봤고 수학여행이나 소풍으로도 여러 번 갔던 곳이라서, 게다가 강화도는 예전 인삼으로 명성이 높던 시절 인삼을 사러 부모님이 가실 때 함께 갔던 곳이라서 글을 읽으면서 묘사된 지역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벌써 10년도 넘은 언젠가 한번 갔었던 강화도는 이미 쇠퇴한 인삼시장의 모습이 무척 쓸쓸했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다시 가진 못했다만 산과 바다가 같이 있고 작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라서 살기에 꽤 괜찮은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판이 이판을 먹어버린 듯, 전등사 아래 사하촌의 상권을 좌지우지 하는 대장땡중의 권세가 이만저만이 아니더라는 말을 들은 것이 1994년 겨울 언젠가였는데 식당에서 키우던 개를 빼앗아갔더라는 말이 기억난다. 뉴스에서 등장하는 조계종단의 모습이나 부유한 유명땡중의 모습을 보면 크게 나아지진 못했을 것으로 본다. 


술을 좋아하는 작가.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살아온 작가. 이젠 자리를 잡고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 구례에서 살고 있는 작가. 조니워커 블루를 좋아해서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찾아갈 때 사들고 가는 작가. 에세이를 읽으면서 본 단편적인 모습들이다. 에세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소설화된 빨치산이자 죽을 때까지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많은 이야기가 이 두 권에 오버랩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각기 다른 모습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니 각각의 독서가 모두 즐거울 수 밖에. 


지금도 '빨갱이'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세상이라서 뭣이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는 한국. 극우매국세력 주제에 보수를 운운하는 것도 우습고 거기에 넘어간 '보수'지지층이란 것들도 병신들 같이 보이는 요즘이라서 그런지 진정한 독립은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통째로 역사를 부정하고 바꾸려는 인간들, 거기에 기댄 추악한 출세욕망자들, 정치나 행정면에서 고자와도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득세하는 걸 보는 마음이 개떡같다.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 한 권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 한 권. 눈을 무척 좋아하지만 눈이 오지 않는 곳에서 살아온 지난 30년이 넘은 세월 탓에 눈사람을 뭉치고 눈싸움을 했던 건 기억속 저 멀리 어딘가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언젠가 겨울의 홋카이도에 꼭 가보고 싶은 건 이런 눈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미야모토 테루의 책은 그야말로 소소한 내용이었는데 그가 작가가 되어 살아온 세월의 이야기가 꽤 즐겁다. 



어쩌다 보니 에세이 비슷한 것만 잔뜩 읽은 최근의 독서였다만 읽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보면서 꾸준히 글과 함께 하다보면 또 다른 책을 읽는 날이 있을 것이라서 다소 고전을 더 읽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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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0-03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올해 대구의 책으로 선정됐어요. 올해가 대구-광주 달빛 동맹이 맺어진 지 10년이 되는 해라서 이 책이 선정된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어도 여전히 색깔론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이 책에 펼쳐볼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일단은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transient-guest 2023-10-03 12:59   좋아요 0 | URL
오 좋은 소식입니다 이 책은 솔직히 이념이나 정치색과 무관하게 한국사의 한 장면과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을 잘 그렸다고 생각합니다만 상식적인 생각이 늘 통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아이들이 많이 봤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