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은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시간을 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의 만화.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된다. 


한국만 놓고 보면 한국판 종말예언에 등장하는 말법시대가 맞긴 한 것 같다. 금각사의 주인공도 아니고 자살하려면 혼자 곱게 갈 것이지 왜 죄없는 사찰을 태우는 건지. 무슨 깡으로 각출 2억씩 가져다가 다시 지으라고 하는 건지. 중들은 무슨 실력으로 그런 돈을 모은 건지. 재벌만큼도 세금을 내지 않고 거대한 부를 쌓아올리고 세습하는 대형교회들과 함께 그들이 쌓고 갈고 닦아온 마몬신전의 제단이 그야말로 휘황찬란하여 눈이 부실 지경이다. 


대선의 패배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그 어려운 시국에 같은 당의 경쟁자를 차도살인하여 치울 흉계를 꾸며놓고 바로 미국으로 튀어버린 엄중이. J비자로 연구하러 간다는 명목으로 일년 간 실컷 놀다가는 대형로펌의 변호사들이나 판검사들보다 더한 그가 교포사회에서 무슨 행세를 하고 다녔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또 나와서 엄중하게 뭔 짓꺼리를 벌리려는 건지. 


사람은 고쳐가면서 쓰는 것이 아니란 표현을 그대로 몸소 보여주고 계신 검사출신의 탈당의원 모씨. 정윤회가 미워서 정윤횟집 어쩌고 하는 당시 좀 웃긴 일화를 갖고 있는 이 유치한 자가 미워서 xx천녑집을 연 사람이 있으면 진짜 웃길 듯.


검찰의 선택적 수사, 아니 그렇게 부르기에도 민망한 개막장 독재가 계속되는 지금 한국은 매일 뒤고 가고 있는 것 같다. 선물을 찍어서 보내면 그걸 보고 만남의 여부를 결정한 누구는 참 천박하기 그지 없다. 근데 더 천박한 건 그걸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기레기집단과 수사하지 않는 법비패거리들이겠지?


뭘 쓰려고 해도 자꾸 화가 나서. 게다가 알라딘 자체의 screening까지 생각하면 진짜 뭘 쓰고 싶지가 않다. 조만간 알라딘을 탈퇴하고 책도 여기서 사는 걸 멈추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기분이 나쁜 일을 겪고 나니 더더욱. 내가 이번 해에 아무리 못해도 수백 권의 책을 샀으니 일종의 저항의 의미로 알라딘을 비토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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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2-06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느 정치승의 자발적 suicidal
분신을 소신공양 입적으로 포장
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문화재가 즐비한 사찰의 전각을
태우는 패기에 그저 놀랄 뿐입
니다.

엄청난 돈을 갹출해서 다시 전각
을 세우라는 유언도 이해가 되지
않구요.

transient-guest 2023-12-07 02:34   좋아요 1 | URL
얼마나 종단의 재산을 자기소유로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자의 패당이 종단을 장악하고 있으니 조계종은 개선되지 못할 거에요. 절집의 주지자리를 놓고 싸울때 보면 진짜 중, 신도, 깡패들의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나와같다면 2023-12-06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기다 윤석열 정부는 자승 스님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 했습니다. 한숨이..

transient-guest 2023-12-07 02:36   좋아요 1 | URL
뭘 기대하겠습니까. 시국미사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침묵을 지키는 현 추기경들도 그렇고 미신을 믿는 것들이 성당이고 교회 절집에 뻔뻔스럽게 와서 기도하는 사진을 찍는 것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이번 해의 Thanksgiving주간은 다음 주에 시작된다. 통상 11월의 마지막 주간의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인데 마지막 주가 목요일에 끝나고 바로 금요일이 12월로 넘어가서 그런 것 같다. 아침에는 확실히 출근하는 차량의 숫자가 적은 듯 덜 밀리는 느낌의 한 주간이지만 퇴근 때 구글맵을 켜서 확인하면 여전히 일곱 시 전에는 차가 많다. 비가 온 오늘 같은 날, 게다가 써머타임이 끝나 다섯 시면 어두워지는 이 계절이면 늘 일곱 시는 넘어서 퇴근하게 되는 이유다. 


오전에 미팅을 하나 하고 은행에서 이런 저런 일을 보고 차의 오일이 다 되어 마침 근처의 Jiffy Lube에서 oil change를 받고 회사에 들어오니 이미 점심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마음은 이미 주말을 넘어 다음 주간의 slow한 시기에 가 있는지 일은 그냥저냥 필요한 것들을 처리할  수 있었을 뿐 집중이 많이 필요한 것들은 모두 미뤄버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는 알겠는데 무척 두서없이 게다가 모호하게 말하는 느낌. 


한 잔 생각이 나는 밤인데 내일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그간 술을 좀 자주 많이 마신 죄값을 치르느라 오늘 마시면 이번 주의 할당량이 끝나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내가 즐기는 몇 안되는 vice라서 좀 편하게 생각하고 싶지만 그럼 할 일이 없거나 머리가 아픈 밤이면 늘 마셔댈 것이라서 노력하고 있다. 


작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개중에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종종 그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갖는다. 워낙 심심한 인간관계에서 그렇게 되어 무척 즐겁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번에 어린 시절부터의 지금까지 보고 지내는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니 사회관계로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자리고 좀 시시하게 느껴진다. 뭔가 덜 편하고 그냥 그런 느낌. 그래서 돌아온 2주간 시간이 넉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차와 업무를 핑계로 술자리를 따로 갖지는 않고 혼술을 많이 했고 그 탓에 더욱 자주 많이 마셨으니 간을 쉬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친구들이 곁에 있었더라면 가볍게 소주 한 잔 정도는 했을 것 같은 밤이다. 친한 친구와 동네 시장통의 허름한 곳에 앉아서 순대국을 하나 시켜놓고 마시는 소주 한 잔이 진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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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많이 마신 탓에 술이 늘었는지 한번에 와인 한 병을 넘기곤 한다. 피곤하여 사람을 만나는 건 근 한 달 넘게 미루고 있는데 혼술의 양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주를 시작으로 해서 당분간은 적게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 그 와중에도 운동은 꼬박꼬박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


둘 다 초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했다는 공통점. 추리소설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를 사용했다는 것도 놀랍고 새롭지만 '그림자 밟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주인공에게 죽은 동생의 영혼이 빙의되어 있는 상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SF소설에서 주인공에게 다중인격을 부여하고 한꺼번에 이들이 필요에 따라 interact하는 건 전에 Brandon Sanderson의 Legion에서 봤지만 이건 또 다른 수준. 둘다 추리소설의 재미도 적절하고 긴박하게 사건을 따라가는 것도 잘 쓰인 소설만큼의 수준이다. 



스위스와 아일랜드가 내 유럽여행의 시작점이 될 것인데 여기에 시간이 넉넉하다면 빈도 추가하고 싶다. 빠르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여행은 원래 덜 좋아하는데 빈에서는 특이 그런 빡빡한 일정이 아닌 여러 날을 머무르면서 박물관, 미술관도 가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셔보고 책도 읽고 서점도 다니는 체류와도 같은 관광을 하고 싶다. 세기말 유럽예술이 한꺼번에 모여 터져나온 이 시기, 세상을 바꿔버린 세계대전 이전의 세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당시 일대 혁명을 일으킨 미술가, 음악가, 작가들의 흔적을 따라다녀보고 싶다. 박종호 선생이 유독 빈을 사랑하여 꾸준히 방문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뮌헨도 리스본도 다른 곳들도 좋아하지만 빈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이곳에 대해서만 두 권의 책을 낸 것을 보면 그만큼 멋진 나날들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만 같아 생각만으로도 설레인다.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이런 것들을 하나씩 제대로 해보려고 하고 그 전부터 조금씩 근육을 buildup할 생각이다. 은퇴한 후에 미뤄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춘추전국이야기는 4권을 읽고 있다. 다른 책도 몇 권 뒤적거리고 있는데 확실히 잡고 긴 호흡으로 읽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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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든 영화든 가리는 장르는 거의 없다만 굳이 가리는 장르라면 호러영화는 피하는 편이다. hack and slash라고 그냥 잔인한 영화도 싫고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거짓말 안 보태고 '기'에 안 좋게 작용하는지 꼭 악몽을 꾸기 때문에 안 본다. 소설도 '링'을 읽은 후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일단 spirit에 관련된 영화나 소설은 안 읽는다. 한국이 사실상 무속의 신정국가처럼 된 지금 이런 이야기는 매우 민감할지 모르겠으나 종교가 있는 사람이 '신'의 존재는 인정하되 그 외 다른 'spirit'의 존재와 작용을 무시하는 건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결국 내 fear는 내 종교에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꿈을 이야기하다보니 몇 가지 떠오른다. 


1. 우주선, 그러니까 지금 우리 문명에서 이룬 수준이 아닌 SF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전함 같은 craft의 사령관실에서 바라보는 스크린 너머의 별의 바다. 마치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바라보던 별의 대양. 뭘 의미하는 건지 중요하지 않고 늘 비슷한 꿈을 아주 생생하게 다시 꾸고 싶어질만큼 경이롭고 아름다웠던 모습. 


2. 로마제국의 황제 혹은 그 비슷한 이의 충성스러운 근위대. 대충 백인대장 정도로 기억되는 나 자신. 황제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발각하여 결국 황제의 지위를 공고히 했고 황제도 인정했으나 정치적인 모종의 이유로 암살자들과 타협하는 조건으로 사형당한 꿈. 아주 생생하게 그 억울함을 황제에게 호소했고 인정을 받았고 사형을 감수했던 기억. 로마식으로 참수를 당했는데 칼이 목에 닿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 순간까지 기억한다.


3. 몇 번엔가 비슷한 꿈을 꾸었다. 나치가 만든 유대인수용소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죽는 꿈. 가장 최근의 꿈에서는 이렇게 죽고 나서 빛의 구멍으로 빨려들어간 후 평온하게 쉬고 있다가 갑자가 다른 구멍으로 빨려들어간 후 대충 70년대 무슨 대합실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병원 휴게실?) 떠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응애~~ 하는 소리와 함께 태어나는 아기의 속으로 들어간 기억. 그때 생생하게 'ahh....shit...애기부터 인생을 다시 살아야 하다니' 하는 낭패감이 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요상한 꿈도 많이 꿔봤고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인 경험도 한 적이 있으나 분류하자면 난 '영성'이 좋다거나 예민한 편은 아니다. 남들은 다 쉽게 하는 '방언'도 해본적이 없고 무슨 계시 같은 걸 기도하면서 받는 경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나 RPG같은 꿈은 꾸고 나면 늘 나를 즐겁고 설레이게 한다. 심리학이나 정신병학에서 뭔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2와 3은 전생이란 것이 있다면 아마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앞서 페이퍼를 정리하고 세 권은 읽었으나 공원국 선생의 책 두 권은 시리즈를 다 읽고나서 써야 마땅하니 추리소설 한 권이 남을 뿐이다. 아마도 몇 권 더 읽으면 함께 남길 것이다. 


책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들이는 걸 멈추지 못하고 영화도 버리라는 사람의 성화가 가득한 가운데 blueray로 조금씩 사게 된다. 그저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니 책 외엔 많이 안 살 뿐. 이번 주말까지 알라딘 주문 외에도 BN에서 책 네 권을 샀다. 

















판타지와 마법이 잘 버무려진 이야기는 늘 좋아하고 Ken Follett 또한 항상 구하는 작가라서. 이번에 나온 Jack Reacher시리즈의 신작은 Lee Child와 Andrew Child - Lee Child의 brother이자 이미 작가라고 한다 - 가 쓴 것으로 되어 있어 고민하고 있다. Lee Child가 이제 70이 되어서 그런 건지 Andrew Child (원래 Andrew Grant)가 Jack Reacher 시리즈를 takeover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톰 클랜시도 사후 나온 작품들은 다른 사람이 정리했고, Wheel of Time시리즈도 마지막 세 권은 Brandon Sanderson이 공동집필했으니 무조건 나쁜 arrangement는 아니다. 

이렇게 책을 구해서 쌓아두면 언젠가는 읽게 마련이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누군가에게 남겨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책을 좋아하는 후학(?)을 만나지는 못했고 집안에도 그런 사람이 없어 요원한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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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5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6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6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7 0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아온지 딱 일주일. 아직도 시차가 남은 탓에 초저녁 즈음해서 졸음이 오다가 밤이 되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잘 잡긴 했는데 워낙 그 전에 두 번을 연달에 덴버에 다녀오면서 시차를 겪은 후의 여행이었던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목요일에 일찍 퇴근하면서 일꺼리를 몇 개 들고 들어와 다음 날은 집에서 일하면서 푹 쉬었고 이번 주말까지는 가급적 일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내려고 한다. 


운동은 돌아온 다음 날부터 어제까지 6일을 연속으로 해주는 것으로 페이스를 높였고 마지막 이틀은 확실히 운동이 다시 잘 먹어들어가기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회복을 한 것으로 본다. 오늘은 근육을 쉬어주고 내일은 오전에 달린 후 힘이 되면 weight를 치고 아니면 월요일부터 다시 할 생각이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수트가 어울리는 좋은 몸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데 술을 끊을 경우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나 술을 마시지 않은 맨정신으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 버겁다. 그러니 운동을 늘리고 술과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끝없는 자기복제와 기억의 업로딩을 통해 다시 죽기 전의 순간으로 되돌아온 존재는 과연 그 첫 번째 죽음 이전의 존재와 같은 존재인가. 미키7은 이를테면 그런 과정을 통해 7번째 다시 만들어진 미키라는 사람이다. 모종의 일을 피하려고 무한복제가 보장되는 대신 항성간 우주비행에서 죽음이 확실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실험에 사용되는 임무를 맡아야 하는 보직(?)으로 여러 차례 죽고 다시 만들어진 존재이다. 어차피 자신은 하나라서 한번에 둘의 미키가 만들어지는 건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니 자신은 기억이 업로드된 그대로에 따라 자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기실 자신을 미키로 만들어주는 건 미키를 기억하는 동료들이 아닐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소설도 아니고 굳이 어떤 해답을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재미있는 SF소설로 보았다만 과연 복제된 몸과 업로드된 기억을 합치는 것으로 지금의 나 이후의 다른 내가 지금 나와 같은 존재일까. 영혼의 유무나 정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번역가의 이야기는 즐겁게 읽었고 그 와중에 또 구하고 싶은 책들을 추려냈으나 '쓰는 직업'은 읽다가 좀처럼 공감하지 못하고 진전이 없었으며 아마 아주 오랜 시간 다시 꺼내볼 생각이 들지 않을 책이다. 어떤 직업이나 직장이 누군가를 define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대의 한국에서는 아마도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 어떤 직업의 사람은 음으로 양으로 그 조직의 일원으로써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 받게 마련이다. 사실 괜히 샀다고 후회하고 있을만큼 별로다.


한 가족이, 집안이 결딴나는 꼴을 촛불로 탄생시킨 21세기의 민주정부 하에서 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같은 잣대의 반의 반만이라도 대면 작살날 인간들이 수두룩한 세상에서 절대권력과도 같이 어떤 일에도 처벌받지 않고 권력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전관예우를 누리는 집단을 수술하려 총대를 맨 사람의 딸이란 이유로 가족이란 것으로 이들이 겪고 있는 고초를 생각하면서 그 의연한 태도와 자세, 삶의 의지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할 수록 화가 나고 뚜껑이 열리는 일이라서 정말이지 이런 일을 벌인 사람들, 엄청난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미국유수 명문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을 그들의 자식들까지 꼭 하늘의 엄정한 justice가 찾아가길 바랄 뿐이다. Dr. Cho 의 행복한 삶을 기원하며 may the wrath of justice find them all. 



이순신장군에 대한 소설도 역사책도 넘치는 세상에 또 한 권의 책이 보태졌다만 새로운 구성과 서술이라서 전혀 식상함이 없다. 이순신의 위대함도, 인간적인 면모도 모두 다루면서 무척 balance된 관점에서의 설명이 매우 신선하다. 그의 위대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써 강조되는 한미함이 잘 따져보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는 취지의 비교설명이 무척 설득력이 있다. '바다'를 테제로 잡고 이순신의 왜란의 대비와 당시의 활약에 대한 구도를 잡는 것도 상당히 새롭다. 황현필선생의 채널을 즐겨 보고 듣는 바 열정적인 그의 강의가 그대로 글로 옮겨진 듯 지사의 비분강개함이 묻어나고 있음이다. 보수에서 극우를 넘어 매국으로 치닫는 현 정권의 무능함에 나같은 보수도 화가 나니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진짜 보수라고 할 수 있을까. 장군께서 부활하여 저 악당의 무리들을 그야말로 '일휘소탕 혐염산하'하셨으면 좋겠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최근 계속 구해서 읽는 추리소설작가다. 나름 알려진 유명작, 유명작가를 섭렵하고 일본추리의 태동기의 소설들부터 황금기의 이야기들까지 구할 수 있는 건 다 구해 읽은 끝에 잠시 추리소설읽기를 멈추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열심히 읽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소설의 경우 그 리얼함에 무척 피곤하고 힘든 독서가 되는 경우도 있어 요즘 미야베 미유키작가의 작품은 에도시대물을 주로 보고 있을 정도인데, 이 작가의 작품에는 그런 피로도가 높은 사실적인 묘사나 갈등이 적은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단편 각각 상당한 수준의 기승전결과 반전을 보여주고 있으니 마치 소품집과도 같은 단편집의 수준이 아니라서 더욱 좋다. 

















작가의 경험이 짙게 녹아든 스타일인 듯 먼저 읽은 '~편의점' 시리즈와 '~고래들'의 등장인물이나 모티브가 overlap된다. 페로몬 120%의 편의점사장이라니 얼마나 기괴하고도 유쾌한 발상인가. 마음이 편해지는 작품 1-2권, 그보다 더 묵직한 울림과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한 권. 


이제 열심히 일하자. 2021-22에 이어 2023년의 성장을 잘 갈무리하여 내년을 살아갈 힘으로 돌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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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30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뭔가 있어 보이긴한데 이제 술은 반주로 한 잔도 안 좋다더군요.
그냥 책을 술 삼아 보시길..ㅋ
마지막 세 권은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23-10-31 06:21   좋아요 1 | URL
술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어제 마셨다는 사실에 자책을 하면서 제목으로 썼어요. ㅎㅎ
몸에 좋다는 와인의 양이 글쎄 글라스 밑바닥에 살짝 깔린 정도라고 하니 French Paradox도 많이 과장되어 알려진 이야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