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고민한다. 책을 읽고 사들이는 것만 보면 남부럽지 않은 '독서' 내지는 '장서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소설을 쓰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읽은 것을 잘 남기고 싶은 바램, 그리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때문에 나는 다른이들의 독서를 들여다보기를 종종 즐긴다. 특히 명사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의 독서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나의 독서를 견주어보고 내가 모르는 책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한다. 그 무엇보다도 이런 나의 탐닉은 일종의 자기위안의 면이 강해서 마치 긴밀한 독서와 더도 덜도 아닌 지적 자위와의 경계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런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말이다.
아직까지 보존되어 제한적으로나마 개방되는 다윈의 서재가 있다는 점은 아쉽고 놀랍다. 한국에도 찾아보면 고서당이나 서실이 남이있겠지만, 정부나 학계차원에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지는 모르겠다. 대학이 사기업의 거대한 boot camp로 바뀌어 가기 시작한지도 이미 10여년이 넘은 나라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요즘의 인문학과 과학서적 및 강연과 관심은 그만큼 큰 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대중의 관심은 늘 일시적이기 때문에 결국 이들의 노력으로 적은 숫자나마 깨인 사람들을 남길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의 성과가 될 것 같다.
과학과 공학이 없이는 제반산업이 육성될 수 없고, 인문학 없이는 사회 자체가 유지되지 못한다고 믿는 나에게 모든 학업과 학문은 취업관문으로 일통되는 듯한 한국의 현 상황은 미지수를 넘어 망국의 조짐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평균의 학생은 그러니까 12년의 공부를 통해 대학교에 진학하여 다시 4-6년간 취업스터디를 하고 시험을 통해 기업에 입사한다는 건데, 이런 현실은 아무리 자기계발을 하고 독서경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려도 더 나아지지 않는다. 깨어난 시민의식으로도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며, 유일한 것은 대안적인 삶을 찾아 그 틀의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부에 남아서 구조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그렇게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대담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그간 podcast로 익히 들어온 과학입담의 장대익 박사이다. 과학을 재미있게 풀어가는 그의 입담에 관심을 갖도 본 책인데, 내용은 뭐랄까, 내가 기대한 것과는 좀 멀다. 일단 역사적인 사건사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자의 창작인데, 문제는 이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가 내게는 모두 한 사람의 것으로 들린다는 점. 그러니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해도 그들이 말하는 톤과 구성, 박자까지 모두 같게 느껴지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느끽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거론된 책들은 모두 특정분야를 비전문인이 독서를 통해 접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을 책으로 공부할 때 좋은 시작점이 되어줄 것 같다.
지금까지 계속 이어서 듣고 있는 김갑수의 podcast를 통해 그를 알게 되었다. 전 재산이 3만장의 LP와 6종의 고급 음향기기라는 그가 쓴 2007년의 책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의 책과 만나게 되었는데, podcast를 통한 재미있는 강의가 그 시작이었음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 중 내가 본 책은 거의 없다. 아니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책들이 거진 대부분이다. 그러니 어떤 공감이나 이에 기반한 재미를 느끼지는 못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책에서도 역시 구해봄직한 책들을 여러 권 찾게 되었는데, 이는 소소한 수확이라고 하겠다. 그 밖에도 김갑수가 생각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 그 깊음과 덧없음, 그리고 가끔 밑줄을 긋게 만든 그의 이론까지가 이 책을 읽은 후 남은 것들이다.
작년 12월에 나온 책이고 알라딘 주문목록에서도 겹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표지와 내용이 너무 낯이 익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워낙 유명한 사진이라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필두로 7가지의 메인테마와 부제를 통해 책과 책읽기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정수복님은 '책인시공'으로 처음 접한 바 있는데, 그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워낙 훌륭하고 좋은 말씀이 많은데다가 차분한 그의 톤이 좋아서 다른 책들도 구할 생각을 하고 있다.
결론은 좋은 책을 잘 읽자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책에 대한 깊은 고민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책을 읽고나서 바로 리뷰를 해봐야 좋은 글이 나올 수 있고 적절한 인용도 가능한데, 일주일 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새삼 버겁다. 원래도 내용을 잘 잊어버리고 정리하는 일도 연습이 부족하여 늘 비슷한 이야기만을 하게 되는데, 이 점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세 권 모두 상당히 좋은 책이고, 책고민에 대한 다른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탐정이라기 보다는 life를 arrange해주는 특별한 업종에 종사하는 파커 파인의 이야기 모음집이다. 진지한 추리를 읽다가 식상할 무렵이면 이렇게 한 권씩 튀어나오는 단순한 사건기술이 맘에 든다.
우연을 가장한, 당자자는 전혀 알 수 없는 교묘한 조작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기술은 물론 지금 시대라면 훨씬 더 큰 장치와 노력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댓가가 필요하겠지만, 이 시대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을 것이다.
책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엉덩이 아픈 것을 참고 자전거를 굴릴 수 있었다.
계속 읽고 또 읽었으면 좋겠다. 좋은 책 나쁜 책을 가리는 것은 나중의 일이고, 일단은 책을 잡고 읽어야 한다. 내가 본 모든 책에 관한 책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론적인 기술에서 책을 구별하거나 특정한 방법론적인 접근을 설파하지만, 책을 읽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 시대에는 사치가 아닌가 한다. 자꾸 읽고 또 읽고 그렇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비록 뒤에 남는 것은 엄청난 종이더미뿐이라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