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포니아에도 눈이 오는 곳이 있기는 하다. 주로 산꼭대기에 있는 동네인데 스키장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무리 추운 날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한국처럼 추운 겨울의 쌉쌀한 공기를 마실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의 기후에 익숙해진 지금은 이런 날씨라도 엄청 춥게 느껴진다. 


2022년의 동지를 약 일주일 앞둔 오늘도 역시 오후 네 시만 되면 해가 기울다가 다섯 시면 어두워진다. 덕분에 지난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열심히 수행하던 걷기를 하지 못하고 새벽의 운동도 어렵다. 최근에는 코로나까지 걸렸었기 때문에 지난 한 주간은 운동도 많이 하지 못했기에 힘든 몸상태와는 별개로 답답하기 그지 없다. 


혼자 일하는 것도 한계가 온 듯, 2022년에는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뭔가를 해야만 한다. 당장 12/29까지 나갈 일이 한 건, 12/19까지는 나가야 하는 일이 여럿, 거기에 한국스타일로 쪼아대는 어떤 corporate client의 일도 가능하면 마무리해야 한다. 이런 저런 구상을 해보는데 혼자 일하는 것이 너무 편하고 사무실을 서재처럼 사용하는 것도 좋아서 굳이 직원을 새로 뽑을 생각은 없다. 사람을 잘못 쓴 탓에 큰 고생을 한 2019-2020 이후로는 그런 맘이 굳어졌다. 차라리 backend service업체를 잘 활용해서 support를 받는 것이 여러 모로 더 편할 것 같다. 내가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유관회사에서 직원들이 드나들면서 말썽이 잦은 걸 보니 더욱 그렇다. 


이제 약 10-15년 정도 일하면 노년의 일차시기가 온다. 아무리 지쳐도 그 정도는 더 일할 수 있을 것, 아니 일해야 한다. 딱 지금의 내 나이때 아버지는 누나의 대학입학을 맞았었는데 이미 burnout이 심했던지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조금씩 일을 놓아가고 있었다. 그다지 물러날 준비가 잘 되어있었던 것도 아닌데 생각해보면 자신의 삶이나 가족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나이가 되어보니 나에게도 그런 기질이 있는 것인지 요즘은 일이나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늘 지쳐하고 있다. 하지만 quit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기에는 빡세게 해서 물러남을 준비해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공부처럼 일도 때가 있는 법이니 어느 시기가 지나면 어차피 은퇴하기 전이라도 천천히 뒤에서 따라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market share를 내주어야 할 것이라서. 


큰 사업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내 두 손으로, 그야말로 적수공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가끔은 혼자서 뿌듯해한다. 그래봐야 아버지의 커리어 클라이맥스 시절의 규모에는 아예 비교를 할 수도 없지만 그대신 나는 보다 더 알차게 내 몫을 챙기고 절약해서 물러남을 대비하고 있으니까 개념이 많이 없었던 2-30대 시절과 비교하면 다행이 아니겠는가.


언제가 되면 내 책과 영화, 게임들을 한 자리에 잘 정리해놓고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책이 넘쳐나는 마당에 영화/게임은 따로 꺼내지 못하고 박스에 넣어 정리된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내가 살아온 삶의 일부와도 같아서 정리해서 버리거나 할 생각은 없다. 나는 맥시멀리스티라서 어려움속에서도 조금씩 사들여 즐기던 그간의 기억을 물건과 함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사를 간 후 사무실과 집과의 거리가 좀 생겨버린 탓에 서점에 가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서점이란 것이 작은 녀석들은 고사하고 대형서점브랜드도 이합집산을 거쳐 BN 하나로 통일된 후 다시 폐점이 된 곳이 많아서 서점을 가는 건 이제 일종의 시간과 거리의 호사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지난 10월 말에 가보니 사람들이 꽤 많던데. 노인들을 빼면 잡지는 사가는 사람이 없고 책은 그나마 바리바리 싸들고 book haul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한 하나 정도의 대형서점은 망하지 않겠지?


간만에 오아후에 사는 친구와 잠깐 통화를 하는 것으로 가끔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하와이로의 이주에 대한 불씨를 살려보았다. 섬이라서 답답한 건 둘째로 하고 아파트는 관리비가 엄청 비싸고 외곽으로 나가면 집을 간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고를 해보면 확실히 젊을땐 바빠서 늙으면 돈을 아껴야해서 못 갈 것만 같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려면 미니멀리스트가 돈이 적게 들 것이니 책과 영상자료를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야하는 나에겐 무리가 되려나? 


어쩌면 이번 해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알라딘주문을 넣었다. 다음 주중에는 받아볼 수 있으면 훌륭한 self gift가 될 것이다. 남에게 주는 건 있어도 남이 나에게 주는 선물은 별로 받아볼 일이 없는 나이가 되고나니 어쩌면 기쁨이든 슬픔이든 무엇이든 다 내가 하기 나름이란 생각이 든다. 


사무실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어둡고 쓸쓸한 겨울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아침부터 꼬박 오후 한 시까지는 열심히 일했고 운동을 가려다가 추운 날씨와 코로나 막바지에 주저앉고나서는 뭔가 손에 잡히지 않았기에 일찍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기실 책을 읽으려고 '달팽이 식당'을 꺼냈는데 우연히 서재를 열고 이렇게 씨부리고 있다가 시간이 가버렸다. 


 













요즘 즐겁게 읽고 있는 시리즈. 예전에 해적판으로 나왔던 것이 원제와 비슷한 의역으로 제대로 나와주고 있다. 일본어로는 '띠를 꽉묶어!'로 알고 있는데 '띠를 조여라!'보다는 뭔가 더 박력이 있고 만화에서 지향하는 스피릿을 잘 살린 것 같다. '야와라'와 함께 잘 만든 유도만화.


아무리 좋은 이념이라도 하나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는 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덕분에 몇 꼭지의 글을 제외하고는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서경식선생의 글이 들어있어 구한 책인데 딱 그만큼이었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꽉찬 세상이니 당연히 이건 순전히 내가 이번에 느낀 것이 그렇다는 것.









아무래도 한 시간 정도는 더 버텨야 하루가 끝날 것 같다. 술이 땡기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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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다 걸려도 나는 안 걸릴 것 같더니 나에게도 COVID-19 감염이 와버렸다.

그간 활발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어도 3차까지 접종을 했고 마스크도 꾸준히 써오다가 최근에 조금 느슨해졌는데 결론적으로 스트레스와 과로가 겹치니 아무리 기초체력이 좋아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목요일 점심에 한 팀과의 미팅을 끝냈고 저녁에도 상담을 했었는데 두 번 다 마스크를 벗고 진행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징후는 딱히 없었고 금요일 오후부터 백신접종 후 느낀 증상들이 하나씩 단계적으로 왔으니 마른 기침, 깔깔한 목, 밤이 오면서 들린 오한. 그리고 다음 날 본격적으로 발생한 증상으로 아무리 따뜻한 걸 먹고 따뜻하게 누워있어도 땀이 나지 않으며 높은 열과 상대적인 오한. 그러다가 기계처럼 저녁부터 조금씩 몸살기운이 가시면서 밤부터는 땀이 나기 시작했고 일요일부터는 보통의 감기처럼 계속 콧물이 나고 뭔가를 하면 식은 땀이 나고 있다. 


하루를 더 쉬고 싶었지만 미룰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우리 회사는 내가 아니면 일을 할 사람도 없기 때문에 출근해서 맘을 독하게 먹고 일을 처리했다. 강한 맘을 먹으니 밀린 일을 오히려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내친 김에 진짜 독하게 이틀 간 못한 운동까지 해버렸다. 다른 때와는 달리 땀이 많이 나서 추웠던 것 빼고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하오 늦은 시간으로 오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어제까지는 여전히 positive로 나오는데 아마 감기증상을 조금 더 앓다가 사라지는 것 같다. 덕분에 오늘은 하루종일 콧물이 나와서 코가 헐어버렸다. COVID-19 초기의 무서움은 결국 이렇게 급성으로 진행되는 증상이 아니었을까. 감기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고 마치 몇 가지 단계가 한꺼번에 닥치는 것처럼 고열과 오한, 몸살 등등 여러 가지 증상들이 세가 한꺼번에 오는 것 말이다. 백신을 3차까지 맞은 덕분에 그리고 아마도 그간의 꾸준한 단력 덕분에 이렇게 mini로 진행되어 기승전결을 약 이틀 만에 지내고 이제 마무리단계에 와 있는 것 같지만 초기에 걸렸더라면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까.


새삼 지난 정부 한국의 대응과 행정력이 사무치도록 그립고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2찍이들과 그저 지난 정권과 이재명후보가 싫어서 2찍이들과 힘을 합친 '민주'와 '중도'를 표방하는 인간들에게 묻고 싶다. 윤석열 밑에서 이미 외교, 정치, 경제, 등등 전방위적인 면에서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냐고. 그대들이 원한 세상이냐고. 


어쨌든 나는 이겨낼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되어 아마 나에게는 더욱 좋은 기회의 시간이 올 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이곳은 이미 거품빼기에 돌입해서 가장 먼저 이 과정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어떤 피해를 볼 가능성은 적다. 그러니 더더욱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온갖 지랄발광을 한 결과가 겨우 1%도 안되는 차이였으니 적보다 더 미운 것이 내부총질을 한 잡스러운 인간들이 아니겠는가. 


5시에 잡힌 한국과의 Zoom이 아니었으면 퇴근을 해버렸을 지금 시간에 일을 손에 안 잡히고 굳이 Zoom으로 미팅을 하겠다는 사람 - 내가 배푼 good will이 어떤 권리가 되어버린 것일까 - 도 미운 지금 여러 가지로 negative한 마음이 가득하다.


아침의 각오와 함께 끌어모은 positive한 힘을 다시 불어넣어 내일은 더욱 충실하고 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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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2-0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코로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마스크 규제는 풀린 줄 알고 있는데. 한국도 이제 예전만큼 놀라고 그런진 않는 것 같아요. 제 조카는 한번 걸렸는데 또 걸려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니 노동이 코로나보다 더 힘든가 봐요. ㅎ 모쪼록 무탈하게 잘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22-12-06 13:24   좋아요 1 | URL
사실상 종료로 보고 모든 규정이 없어졌습니다 마스크는 자율시행이고 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쓰지만 보통 일반적으로 안 씁니다 저도 한번 방심했다가 걸리니 좀 황당하네요 ㅎㅎ 뭐 견뎌내야죠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일은 해야 하니까 내일도 모레도 계속 싸워야죠 ㅎㅎ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12-12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차까지 접종하셨어도 걸리셨네요...그 와중에 일이 많으셔서 제대로 쉬시지도 못하고...
부디 후유증 가볍게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전 한 2~3주 내내 기침 심했어요....^^:;

transient-guest 2022-12-13 02:29   좋아요 1 | URL
아픈 건 금방 좋아졌어요. 근데 아직까지도 test하면 계속 양성이 나오네요. 처음엔 감기의 모든 증상이 아주 세게 한꺼번에 온 느낌이었고 매일 증상이 하나씩 떨어져나가다가 이젠 만성감기처럼 있네요. 다행히 기침감기증상은 없었지만 무척 귀찮네요.ㅎㅎ
 

얼마 읽지도 못하는 주제에 페이퍼의 정리가 밀리는 것이 일상이다. 2022년의 독서와 리뷰는 종종 처참하다고 할만큼 엉망일때가 많았는데 위안이라면 일이 바빴고 여행도 간만에 했고 무엇보다 한 해가 거의 끝나간다는, 즉 리셋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것. 


일을 꽤 열심히 했다기 보다는 부담스러운 일정을 소화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11월의 연휴에 들어봤는데 업무를 organize된 apporach로 처리하는 경우보다는 랜덤하게 일정을 소화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것도 내년에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constant burnout처럼 느껴지는 삶은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더욱 어쩔 수가 없다. 실리콘 밸리에서 혼자 벌어서 가정을 건사하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조금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늘 motivate된 삶을 지향하는 나는 lack of motivation의 삶은 들여다 보는 것이 어렵다. 힘이 빠질 때는 특히. 


그럭저럭 책은 계속 읽어나가지만 정리는 계속 미루는 이유는 결국 글이 나올 만큼 충분한 독서와 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한 권을 읽으면 바로 짧은 글이라도 남겨야 읽을 당시 느낀 것을 조금이라도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막상 한 권씩 떠올려보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뇌의 게으름. 주름이 펴지는 건지 회색에서 진한 회색으로 바뀌어 가는 단계인지. 


이번 건은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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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과격한 운동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싶다. 뭔가 배워보고 싶고, 하루를 정확하게 계획한 바에 따라 일하고 살고 싶다. 일도 그렇고 다른 것도 그렇고 내가 원하는 그대로 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처럼 뭔가 날씨를 타는 것인지 하필이면 월요일에 무기력증이 도져버린 날이면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보려 해도 힘이 빠지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는 기도를 해도 소용이 없고 그저 다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뿐, 의욕이란 것을 도무지 낼 재간이 없다.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더욱 그런 순간이 시시때때로 찾아올 것이니 get used to it 이라고 하고 넘기면서 다음 날은 오늘 보다 더 낫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뿐이다. 


이 오갈곳 없는 마음의 이유가 뭔지. 부상으로 인해 chest와 shoulder를 가볍게 하거나 쉬곤 하면서 일주일의 수행을 해나가기 시작한지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고 있음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등과 하체를 위주로 단련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push에서 오는 빵빵한 만족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 확실히 chest routine이 빠지면 뭔가 심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날은 갈수록 금새 어두워지고 오전에 해가 뜨는 시간도 늦어지고 있으니 걷는 양이 확 줄어버린다. 일부러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마 milage가 상당히 떨어질 것이 분명한 2022년의 남은 두 달이니 이렇게 곳곳에 부상을 달고 사는 장년의 운동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만화처럼, 소설처럼 뭔가 근사한 모습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기에 나이와 여건에 코로나까지 겹쳐 완전히 미뤄둔 운동에 대한 꿈을 내년에는 다시 살려보고 싶다. 일주일에 단 이틀 정도라도 gym에서의 단련과 걷기/달리기를 넘어서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차고, 몸을 굴리면서 악착을 떨어보고 싶은 마음인데, 이런 행위에서 오는 쾌감과 지향성에 기인한 마음의 변화까지 좀더 씩씩하고 건강하고 싶다. 















꽤나 긴 시리즈로 알고 있는데 또다시 이렇게 먼 길을 따라 수집을 늘리게 되었다. 유도만화이면서 청춘만화라서, 게다가 무대는 89년. 고등학교에 입한하여 스스로 유도부를 만든 주인공과 친구들의 알콩당콩한 이야기를 유도라는 무술을 통해 풀어내는, 명작들 중 명작으로 알려진 만화라서 구할 수 밖에 없었다. 꽤나 기다리던 시리즈. 무엇을 하든 부상과 심지어는 갑작스런 심정지를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 나이지만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 걸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맘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주먹을 지르고 발로 차는 것 말고 유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중학교 다닐 때 3년을 배운 경험은 있으나 이 굳은 몸과 관절로 가능할런지? 


점점 더 앞보다는 뒤를 돌아봐야 하는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면 뭐가 달라질까? 누구나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머릿속이나 마음은 그대로인데 겉만 하루하루 유통기한에 가까워 가는 거다.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소릴 듣는 편이지만 그것도 나이보다 그렇다는 것이라서 들어도 별 느낌이 없다. 몸의 상태가 전체적으로는 나이대에 비해 나은 편이지만 이렇게 잘 다치는 걸 보면 확실히 먹을만큼 먹은 몸이라는 걸 자신은 잘 알고 있으므로 더더욱.


마음은 천변만화로 이리저리 내딛고 있으나 몸은 이곳에 붙박이로 박혀 매일을 업무를 수행해내야만 한다. 꿈꾸는 조기은퇴 혹은 slow down의 시기를 만나려면 절대로 게을리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눈은 계속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다른 날,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자신의 모습이 하루 빨리 다가와 지금의 자신과 만나기를 기다리게 된다. 


울적한 심사를 달랠 길이 없는데 이럴 땐 책도, 심지어 술도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이런 풍으로 글을 썼구나 싶다. 막상 도전하려고 하면 겁이 나는 어마어마하게 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기 전에 프루스트에 조금 발을 적셔보려고 읽었다. 워낙 길게 천천히 오래 읽어서 딱히 내용을 옮길만한 것이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언제가 되면 안정적으로 남은 길을 갈 준비를 마치고 이 endless한 나선미궁의 계단에서 발을 뺄 수 있을까.


내일은 다시 한 달이 리셋되는 11월의 첫 날. 뭔가 다르기를 바라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하루씩 살아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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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1-01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렌지언트게스님이 계신 곳도 날씨가 꾸물꾸물 했나봐요? 저는 오늘 아침 일찍 나갔기 때문에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일찍 퇴근 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참 묘하더라구요. 어쨌든 글 잘 읽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말씀 안 하셔도 늘 열심히 하고 계시는 것이 느껴져요. 11월달 화이팅! 2023년도 화이팅!!^^

transient-guest 2022-11-02 10:03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은 비도 많이 왔네요. 덕분에 공기가 아주 쌉쌀해졌습니다. 이젠 금방 어두워져서 빨리 퇴근하고 싶어지는 계절이네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마음만 급한 날이 많습니다. 님께서도 늘 화이팅! 병원에서 일하시는 것 같은데요, 늘 건강하시고 조심하시길!
 

휴가의 후유증이 크다. 정작 걱정하던 업무처리는 이번 주중으로 모두 정상화가 되었는데 휴가중에도 끊임없이 메일처리와 전화상담은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이다. 이것으로 확실히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준비와 환경이라면 보다 더 긴 휴가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들기는 한다. 그만큼 여러 가지로 여유도 생긴 면도 있고 경력에 따른 노하우와 관록이 나름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독서도 운동도 다시 매우 regular한 내 평소의 routine을 회복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휴가중에도 꾸준히 독서를 했고 운동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내 평소의 스케줄이 꽤 열심했던 것인지 놀다가 돌아오니 생각만큼 바로 원위치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운동은 일단 잠이 안오는 관계로 새벽에 나가서 하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그럭저럭 수행을 하고 있지만 독서는 지난 주 월요일, 금요일, 그리고 일요일 이렇게 띄엄띄엄 겨우 읽어가고 이고 이번 주 들어서는 아예 책을 펼치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에서는 일하기 바쁜 것이 이유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바로 누워서 자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하긴 TV를 볼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니까 아직은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는 탓이기는 하다. 


아름다운 아시아의 고전을 SF로 재탄생시킨 짧고 멋진 이야기들의 모음집. 근데 영어판이 없는 걸 보면 한국에서 기획한 책이고 켄 리우 외 몇명의 외국인작가를 넣고 주로는 한국의 작가들의 창작을 위주로 편집한 기획이 아닌가 싶다. 


상당 기간 한국 땅 본토에 편입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매우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고 전승시켜온 신비의 섬 제주도. 아직 한번도 갈 기회가 없어서 더욱 궁금한 이곳 탐라의 설화를 SF로 흥미롭게 펼친 이야기들이 각각의 작가들의 개성에 따라 다르게 그려진다. 


기대하게 되는 한국의 신진 SF작가들이 더 늘어난 것은 이 책의 덕분이다. 김초엽이나 천선란 외에도 좋은 작가들이 참 많은 것 같은데 어느새 우리의 신화와 언어로 우리나라 말과 문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SF가 많이 나오는 환경과 시대, 세대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 아닌가.


소소한 이야기는 일본작가들이 참 잘 그려내는 것 같다. 물론 가끔씩은 너무 이런 스타일의 책 일색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그런 스타일의 책만 사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언제나 문제는 나 자신이고 내 안에 있다. 책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 일상, 내 삶의 모든 것들이 다. 


문구점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하는 업무는 대필이다. 요즘 세상에도 그런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색창연한 이 업종은 사실 typing이 자동화되기 전까지 한국에서도 꽤 성업한 업종이다. 다만 여기서의 대필은 주로 엽서나 편지를 정중하게 멋진 글씨로 써주는 것이라서 한국처럼 법원이나 공문서를 쓸 때 사법서사가 혹은 그 밑에서 대서를 해주던 것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굳이 이런 서비스가 필요할까 싶지만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를 쓰고 팩스로 서류를 주고 받는 나라라서 그럴 수 있겠지 싶다. 


온갖 사연을 받아서 대신 편지를 써주면서 조금씩 과거와 마주치는 어쩌면 꽤나 진부한 일본스러운 이야기지만 그 잔잔한 맛은 그런대로 괜찮다. 


이렇게 꼴랑 두 권을 읽은 것이 휴가를 다녀온 후 독서의 전부. 생각해보니 한 권을 더 읽었는데 지난 페이퍼에 남겼기에 잠깐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래봐야 세 권. 


21일 21권의 기세는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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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0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열심히 달릴 때가 있으면 조금 쉬면서 천천히 갈 때도 있는거죠. ^^ 그래도 휴가 잘 다녀오셨으니 좋은거죠. 천천히 회복하세요. ^^

transient-guest 2022-10-21 06:10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그냥 천천히 하나씩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고 있어요.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