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무엇을 열까

열쇠
줄리아 와니에 지음,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1년 3월

열쇠>라는 제목이 무척 흥미로웠다.
열쇠는 무언가를 감추어두기 위해 쓰기도 하지만,
갇혀있는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쓰기도 하는 만큼,
이 책에서 열쇠가 어떻게 사용될지 궁금했다.
목을 쭉 뻬고 열쇠 구멍이 있는 문을 바라보고 있는 동물 세 마리는
열쇠 구멍이 있는 저 문을 나가고 싶은건지, 들어가고 싶은 건지
그림 어딘가에 힌트라도 있을까 싶어 표지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책 내용을 짐작해 보다가 책장을 넘겼다.

우연히 발견한 열쇠를 주은 너구리, 토끼, 들쥐는 어딘가에 있는 문을 연다.
그랬더니 그 안에는 더 많은 잠긴 문들이 있었고,
동물들은 그 문을 하나씩 하나씩 열어주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 곳에서는 새들도 나오고, 얼룩말과 거북이도 떼를 지어 나오고,
동물들이 두려워하는 호랑이도 뛰쳐나온다.
하지만 겁을 먹은 동물들이 무안하리만큼
호랑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힘차게 뛰어간다.
이쯤 읽으니 이 동물들은 어디에서 나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문을 연 곳에 있는 의외의 인물...
바로 동물원 경비 아저씨.

아... 이 곳은 동물원이었구나...
동물원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이 책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단박에 설명이 되었다.

자유롭게 뛰놀고, 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을 갇혀 있는 동물들.
이 책에 나오는 열쇠는 그들에게 자유를 되찾아주는 것이었다.

언젠가 큰 아이와 동물원에 갔다가 한 쪽 벽에 몸을 계속 부딪히고 있던 코끼리를 본 적이 있다.
아이는 저런 행동은 동물들이 마음의 병에 걸렸을 때 하는 행동이라고 말하며 코끼리가 불쌍하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족은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동물원에 가지 않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호기심 충족과 즐거움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동물들을 위한 많은 고민들과 노력들이 이루어지고도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운영에 직격탄을 맞은 소규모 동물원들은 동물들을 포기한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동물들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이야기 나눠본다면,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되는 셈이 아닐까 싶다.

책 맨 마지막에는 그림책의 재미를 놓지 않기 위한, 작가의 유머가 담겨 있다.
나와 큰 아이는 한참을 웃었는데, 많은 독자들도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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