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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지난 5월 리스트를 봤는데, 어쩜 한 권의 책도 뽑히지 않았더군요..

그래도 다른 분들이 추천 많이 하신 책을 받아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설렙니다.
그래도 이번 6월은 한권이라도 좀 실제로 받아봤으면 좋겠네요 ! 

세상 모든 행복 
레오 보만스 (엮은이) | 노지양 (옮긴이) | 서은국 (감수) | 흐름출판 | 2012-05-09 | 원제 The World Book of Happiness (2010년)


 이 책은 지난 5월 리스트에 꼭 올리고 싶었던 책이었으나,
4월 발행이 아니었던 책이여서 울며 이 책을 리스트에서 뺐던 기억이 납니다. 6월이 되면 꼭 이 책을 일순위로 쓰리라! 며 다짐했었는데 이렇게 진짜 맨 첫번째로 리스트로 올리게 되네요. 
이 책이 이리도 끌렸던 이유는, 내 자신에 대한 행복의 질문때문이기도 했고, 행복을 알기 위해 100명의 학자들에게 행복을 말해달라 요청한 필자의 집요한 행복고집이 인상깊기도 해서였다. 세계 각국의 학자들의 언어를 통해 탄생 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견딜 수 없이 기다려진다. 


사당동 더하기 25-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조은 (지은이) | 또하나의문화 | 2012-05-15


처음 이 책에 대한 소개기사를 봤을 때, 아 이 글은 글로쓴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이 세대로 되물림 되는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사회학자의 언어로 담아냈다는 것 자체도 사회과학을 배우는 저에게 이미 흥미로운 주제인데, 하물며 25년이란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라니 제 가슴은 설레다 못해 쿵쾅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속한 일상과 내가 속하지 않은 연구대상 사람들의 일상을 오가야 했다"며 두 세계 사이에서 오고갔던 나름의 고민과 고충을 고백했던 조은 교수를 어떤 이는 "소명으로서의 분열"이라 표현했던데, 이 표현 마저도 이 책이 어떤 책일지 너무나 궁금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사회학자의        양심이자 아틀리에인 현장, 그것도 25년간의 가난의 기록에서 저 역시 두 세계의 분열을 경험하고만 싶습니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은이) | 노상미 (옮긴이) | 책세상 | 2012-05-10


사회과학자들의 치열한 생각과 질문이 담긴 책이 저의 눈길을 붙잡는 건, 단지 제가 사회과학을 공부한다는 단순한 이유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세번째 추천하는 책 역시 사회과학자에 대한 소명이 다분히 담겨있는 책입니다. 

80대 노학자가 되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인간과 세상에 대해 탐험하고 있을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명히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책의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한 작가의 세상 여행에 벌써 동행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된 작가가 '어쩌다' 만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생각들은 어쩐지 필연     적일 것만 같군요.




지식의 탄생-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0인과의 인터뷰 

카렌 호른 (지은이) | 안기순 | 김미란 | 최다인 (옮긴이) | 안기정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05-15 | 원제 Roads to Wisdom, Conversations with Ten Nobel Laureates in Economics (2009년)


읽고 싶은 책이 인문학과 경제분야의 책 범주에 모두 속해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난감하더군요. 이 책이 그런 책이었습니다. 인문학에도 등록이 되어있긴 한데 경제학자가 나오니 경제분야의 책 같기도 하고... 고민고민 하다 에이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올려봅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10명의 학자들과의 인터뷰가 담긴 이 책은 경제학 지식의 탄생과 발전 과정과 함께 경제학자들의 지적탐색을 그려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경제학에 대해 문외한인 저로서는, 딱딱해 보이기만 한 경제학을 학자들의 인터뷰로 구성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만, 역시나 이 책은 경제 분야 책인 걸까요.... ㅠㅠ

매우 읽고 싶은 책입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토마스 프랭크 (지은이) | 김병순 (옮긴이) | 갈라파고스 | 2012-05-25 | 원제 What's the Matter with Kansas? (2004년)


이 책은 저자의 고향이 캔자스 지역에서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이 선거에서 미 공화당을 지지하는 기이한 현상에 대한 원인을 파헤친 책이라 합니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면서 책의 제목이라던가 담고있는 내용이 낯설지만은 않았던 것은 한국사회에서도 보여지고 있는 투표의 계급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의 몇몇 투표의 사례에서, 가난한 하층민일수록 보수당을 지지하는 현상에 대한 분석을 보고 매우 흥미롭게 지켜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미국 캔자스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 대한 분석을 담고있는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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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6-06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이라도 실제로 받아봤으면..ㅎㅎ 저도 5월 신간 추천한 책들 중에 한 권도 뽑히지 않았더군요. 예전에는 되게 맘졸였는데.. 조금 하다보니깐 이젠.. 포기를ㅠㅠ 이번에는 그래도 bearoma님이 추천하신 책 들 중 한 권이라도 뽑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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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리스트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작성해봅니다. 과연 어떤 책이 저의 손에 잡히게 될지!

기대하며 -


1.   가자! 고전의 숲으로

 가자! 고전의 숲으로- 한길그레이트북스 120권 길라잡이 l 한길그레이트북스 

한길사 편집부 (엮은이) | 한길사 | 2012-04-15 |

한길그레이트북스 120권 출간을 기념해 지금까지 나온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에 대한 길라잡이로 펴낸 이 책.

한 줄 소개만 봤을 뿐인데도 뭔가 벌써부터 지식이 빼곡히 머릿속에 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한길그레이트북스는 동과 서의 인문.사회.예술.자연과학 전반에 걸친 고전과 명저들을 집대성했다고 하는데, 이 책 한권으로 이 모든 고전에 담긴 지식을 탐독할 수 있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12부로 되어있는 책의 목차가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 책이네요. 무더운 여름날, 고전의 숲으로 피서를 떠나보고 싶습니다.


2. 점거, 새로운 거버먼트

점거, 새로운 거버먼트-월스트리트 점거운동 르포르타주ㅣ 트랜스 소시올로지 12   고병권 (지은이) |그린비 | 2012년 4월

2011년이 저물고 2012년이 시작되면서 각국 각지에서 떠올랐던 이 단어 바로 'occupy'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움직임에 이 단어가 심심찮게 쓰여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전반적인 진행과정에서부터 어떤 이유로, 어떻게 해서 'occupy'라는 단어가 쓰이게 되었을까 궁금해 하던 찰나에 이 책이 저의 추천 검색 레이더 망에 딱 걸리고 말았네요! 게다가 르포르타주= 현장리포트라니, 그 시간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을 글로 겪어보고 싶습니다. 그와 함께 새로운 삶의 정치라는 다소묵직한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네요.  




3. 죽음이 삶에게      

죽음이 삶에게      

알폰스 데켄, 소노 아야코 (지은이), 김욱 (옮긴이) | 리수 | 2012년 4월 


이 책은 생사학의 대가 알폰스 데켄 신부와 일본의 작가 소노 아야코가 편지 형식으로 나눈 죽음과 삶에 대한 통찰과 교감이 적혀진 책이라고 합니다. 

생소했던 단어 바로 '생사학'. 삶과 죽음에 대한 학문도 있었나 저에겐 무척 낯선 학문인데요. 이런 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죽음과 삶에 대해 쓴 책이라니 더욱 눈길이 가네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데도, 인종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른 신부와 작가가 주고 받은 편지로 엮인 글이라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이 두 작가가 나눈 교감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4.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꼼꼼한 안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꼼꼼한 안내서

엘리스 존스, 로스 핸플러, 브럿 존슨 (지은이) 장상미(옮긴이) |동녘 | 2012년 4월


우선 책 표지만 봐도, 얼른 넘기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기지 않나요. 전 이 책 표지를 보고 너무나 읽고 싶어져서 모니터로 나도 모르게 손이 갔더랍니다. 목차를 훑어보니 각 장이 핵심적인 단어로 정리되어 있더라구요. 돈, 쇼핑, 음식, 개인, 가족, 매체, 정치, 단체 등의 핵심단어로 구성된 이 책은 나를 둘러싼 세계속으로 점차 들어가게 하면서 동시에 내가 속한 이곳에서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깨닫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예상이 맞는지 아닌지 읽어보고 빨리 확인해보고 싶네요. 


5. 현실, 그 가슴뛰는 마법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종교, 신화, 미신에 속지 말라! 현실을 직시하라!

리처드 도킨스 (지은이) | 데이브 매킨 (그림) | 김명남 (옮긴이) | 김영사 | 2012-04-27 | 원제 The Magic of Reality: How We Know What's Really True (2011년)

그러고보니 도킨스의 책을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네요. 그래서인지 이번에 나온 이 작가의 신간이 더 읽고 싶은가 봅니다. 

분명 과학에 대한 내용이긴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그 이상일 것 같은 기대가 되네요. 

인류의 탄생과 우주라는 공간, 우리를 둘러싼 태양과 무지개-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그저 두리뭉실하게 알고 넘어갈 법한 이 모든 신비로운 미스테리들을 과학적 시각으로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어서 그 시각을 들여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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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5-0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번에 파트장이 된 가연입니다. 얼마나 이렇게 댓글을 남기며 확인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ㅎㅎ 가자, 고전의 숲으로.. 라는 책은 저도 추천한 책인데, 괜스레 반갑네요. 확인했습니다.

bearoma 2012-05-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파트장님 !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해보아요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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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혼란스러웠다. 딱딱한 문체와 나치즘이란 이름 아래 행해진 유대인 강제수용과 학살에 대한 내용도 그 한 몫을 하긴 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난 후에도 혼란스러움이 가시지 않았던 것은 '악의 평범성' 때문이었다. '국가의 행위'와 '상관의 명령에 따른 행위'로서 인간의 보편적인 양심을 가리려 했던, 그리고 자신의 행위는 신 앞에서 유죄라고 느끼지만 법 앞에서는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히만은 '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개인의 비틀린 내면적 심리상태에서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곳에서부터 악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점을 일깨워주는 아이히만은 그래서 더욱 나의 혼란스러움을 가중시켰다.

 

독일의 나치스 친위대 중령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수백만 유태인을 학살한 혐의를 받은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 이 책의 저자 아렌트는 예루살렘 법정에서 이뤄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취재한 르포와 아이히만의 일생을 적절히 서술해가며 글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바로 이 점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나치스독일의 유대인학살 책임자'로 간결하게 표현되는 그의 위대한 업적과 지위보다 지극히 평범한 생애를 가진 한 인간이 어떻게 그런 '악'을 행하고 아무런 반성과 자책감을 가지지 못하는가. 아이히만, 그는 당시 존재하던 나치 법률 체계 하에서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고, 그가 기소당한 내용은 범죄가 아니라 '국가적 공식 행위'이므로 복종을 하는 것이 그의 의무였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나는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저자는 아이히만의 이러한 사고와 행동에 대해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세번째의 무능성은 곧 옳고 그름을 가리는 능력인 판단의 무능성을 의미한다. 아이히만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렇게 개인의 생각과 판단의 무능함에 일조하는 것은 어쩌면 개개인이 만들어낸 국가라는 허울과 상상이 아닐까 한다. 나치즘으로 표방되는 전체주의는 국기, 국가, 자극적인 슬로건으로 소위 '국민'을 호도하고 선동했다. 이로 인해 "국민의 이상인 국가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 특히 어떤 사람이라도 다 희생시킬 각오가 되어있는" 아이히만적 이상주의자가 양산되는 것이다. 이는 개개인은 생각과 판단의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됨의 기본적 근거조차 상실하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독일이라는 국가와 아이히만이라는 개인은 서로간의 합리성으로 비합리성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법의 통치가 비록 폭력과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상태를 제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자신의 존립을 위해서는 항상 폭력적 도구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국가는 자신의 생존과 합법성의 생존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범죄로 간주되는 행위를 하도록 개인에게 강요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존경받을만한 사회 전체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히틀러에 굴복했기 때문에 사회적 행위를 결정할 도덕적 준칙들과 양심을 인도할 종교적 계명들은 사실상 소멸해버린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가적 이유는 필연성에 호소하며, 그 이름으로 저질러진 국가적 범죄들- 전쟁이나 대학살-은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문명화된 나라들의 법에서 양심의 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살인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그 시대 히틀러의 땅의 법은 양심의 소리가 모든 사람에게 "너는 살인할 지어다"라고 말하기를 요구한다. 비록 살인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정상적인 욕구와 성향에 반한다는 것을 대량학살 조직자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명령받은 일, 즉 수백만 명의 남녀와 아이들을 상당한 열정과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죽음으로 보내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거라고 말한다. 시대와 역사는 실체적으로 지각될 수 있는 아이히만 개인에게서 특수화된 악마의 모습을 부각시키지만 평범한 악의 모습은 실체없는 국가라는 이름아래 숨어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근원에서 나오는 악의 평범성은 그래서 파랑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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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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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유신정권을 겪은 20대 젊은이의 부모세대이기도 한 유신세대, 그리고 베이비 붐 세대이자 정치적 단결성이 높은 386세대는 현대의 10대와 20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내릴까? '집단적 성향보다는 개인적 성향이 강하고,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남보다 나에 집중하는 세대'라고 바라본다면,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잘못 짚으셔도 한참 잘못 짚으셨습니다' 하고 말이다. 물론 세대간의 차이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세대간서로 자라온 성장배경과 역사경험이 다르기 때문이고, 또한 이러한 서로의 경험들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윗세대는 아랫세대에 대해 그저 막연히 '유추'할 뿐이다. 그들이 처해있는 진짜 상황이 어떤 것인지, 이러한 지경이 되도록 한 것에 자신의 세대들이 상당 부분 일조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낭만이란 것이 없다'고 진단한다면, 그나마 앞선 대답보다는 훨씬 정답에 근접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낭만이 없다는 것이 단순히 제멋대로인 삶을 사는 재미를 말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간의 만남이 줄어들고 다양한 생각들간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게 되는 것에서 '낭만이 없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제의 물음에서 이 책은 출발하게 되지 않았을까. 성실하게 살기를 강요받으면서 꼼짝할 수 없이 공부라는 틀에 묶여있는 지금의 10대, 20대와, 젊은 시절에 낭만을 한껏 누렸던 사람들 -소위 유신세대와 386세대-이 같은 사회, 같은 국민경제 속에 살면서 발생하게 되는 '불균형'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10대, 20대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이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 사회적 배경을 낱낱이 해부하는 책의 저자는 지금의 10대, 20대에게 어울릴 만한 이름으로 '88만원 세대'를 붙여준다.


88만원 세대-전체 비정규직의 평균 인금과 전체 임금에 대한 20대의 임금 비율을 곱한 숫자인 88만원이라는 이름은 그 숫자가 의미하는 급여의 높고 낮음을 떠나,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사회에서 계속되는 악순환의 굴레 속에 얽매여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음울한 현실상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고 있다. 지금의 10대는 바로 옆에 앉은 친구를 가까운 적으로 두고서 공부로, 시험점수와 등급으로 경쟁해야 하는 배틀 로얄에 처해있고, 그러한 과정을 이미 겪어온 20대는 곧 그들이 직접 맞부딪히게 될 사회가 강압하는 살벌하고 무자비함 속에서 그 전보다 더한 경쟁을 겪게 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표면적으로 이것이 세대 내의 경쟁으로 보이지만 더 깊게 파고들어 보면 세대 간의 경쟁, 그것도 경쟁이라 일컫기도 무색한 승자독식의 게임으로 변질돼 있다는 것이다. 경쟁이라 함은 동위상에 놓여진 수많은 남들과의 선의의 교류 속에서 더 나은, 더 좋은 무언가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함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긍정적 의미의 경쟁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당분간 지속되다 그칠 현상이라면, 이것이 이 사회가 선진국으로 나아갈 마지막 난관이라면 다행이지만 지금의 10, 20대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10, 20대에게도 이 현상이 되물림되고 10, 20대를 칭하는 용어로 88만원 세대가 굳어져 버린다면 이 사회에 과연 앞으로의 미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적자생존이 아닌 강자생존의 사회는 젊음과 패기로 뭉친 젊은이를 떠들어대지만 실상 그러한 젊은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조차도 마련해두지 않고 있다. 아니, 이 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윗세대들은 아랫세대에 대한 관심이 부재하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를 문제해결의 첫 단추로 삼아 모든 사회의 구성원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결의 의지와 행동을 보인다면 대한민국의 10대와 20대는 그저 살아남기 위한 비정상적인 획일적 반복에서 벗어나 말그대로 젊은이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0대의 첫 섹스가 슬프지 않은 다른 여느 나라의 젊은이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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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찰스 리드비터 지음, 이순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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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지금까지 내가 받아왔던 교육은 7차교육과정에 입각한 교육이었고, 그 교육과정이 표방하던 다양한 인재상 중에서 가장 강조되었던 것은 바로 '창의성'이었다. 어떤 과목에서든, 어떤 문제에서든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창의적인 사고와 대답이었고,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발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교육은 구시대적 사고가 아직 만연한, 주입식 교육의 경직된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시대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왜 우리가 '창의적'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 자기 내면으로만 창의성을 옭아매고 누가 더 창의적인가를 저울질하는, 한마디로 '창의성'으로 서로 경쟁하던 그 때의 교육은 창의성을 공유하지 못했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러한 생각들이 모여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집단지성.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생각과 공유함'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던 것이다.


그 시대에는 왜 창의성을 공유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이 책은 비교적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모든 사회현상을 '사적 소유'라는 경제관념의 논리를 잣대로 해석하려했기 때문이다. 자산이 사적 소유 형태가 되지 못하면 끊임없이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지 못한다는 경제논리가 교육과 문화, 예술 등의 영역에까지도 확장되어 적용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디어 경제에서는 경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자본 대부분이 공유된다고 반박한다. 단순히 어떤 생산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구매·소비자는 이제 '객체'라는 범주의 틀에서 벗어나 생산품을 이용하고 피드백을 주고 더 나아가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prosumer, 생비자로서 '주체'화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웹 커뮤니티를 중점으로 이 책은 집단지성을 말하고 있다. 웹 커뮤니티를 흔히 가상공간이라 일컫는 것도 점차 어색해지고 있다. 현 시대의 인류는 컴퓨터라는 개인통신기기로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삶을 확장시키고 연결시켜 나가며, 아고라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의 장을 실현시켜 나가고 온라인 게임을 통해 자신과 전혀 다른 아바타로 또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웹 커뮤니티의 기반을 구축해나가는 이들은 이것이 바로 자신의 삶 전부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공간은 더 이상 가상이 아니라 또 다른 진짜 세상인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듯 급진적이고 전혀 새로워 보이는 웹 커뮤니티를 통한 집단지성의 발현이 사실 더 오랜 연륜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집단지성을 이루는 핵심 근간인 공유와 상호의존은 사적 소유와 마찬가지로 생산 활동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자원의 공동 저장고를 이용하던 마을과 공동체에서 이미 오래전에 확립된 전통을 부흥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시대의 웹 커뮤니티의 시초를 이룩한 이들은 시대에서 한참을 뒤처져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시대를 앞서간 셈이 된다. 또한 집단지성의 미래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그로부터 비롯되는 우려를 극복해나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 책의 저자는 집단지성이 민주주의와 평등, 자유에 이익이 되도록 스스로와 더불어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것에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듯 보이지 않는 '웹' 현실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지성을 이룩하는 집단은 더 이상 주어진 현실을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생각을 말하고 공유함으로써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나가는 능동적인 주체로 본다는 것이 이 책이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지금의 현 시대와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교실은 어떨까. 그 곳에서 창의성을 생각해내기 위해 '혼자서' 끙끙대며 마치 시험을 풀 듯 창의성을 풀고 있는 그 때의 내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 혹은 다르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모여 '함께' 생각을 나누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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