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비밀 - 호크니가 파헤친 거장들의 비법
데이비드 호크니 지음, 남경태 옮김 / 한길아트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데이비드 호크니는 특히 사진을 이용한 꼴라주 작업과 인위적으로 화면에서 깊이와 시선을 배제한 회화작품등으로 유명한 우리시대의 화가이다. 그는 1960년대 영국 팝아트계열에서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특히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탐구하며 나아가 '그리는 행위'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David Hockney, Merced River, Yosemite Valley, 1982. (1992)


예술가의 초상 (1971)

그런 데이비드 호크니가 쓴 책 '명화의 비밀'은 우연찮게도, 아니 역시나, 회화의 역사중에 베르메르 같은 화가들이 보조적으로 채택하였다고 알려진 광학적 기구들의 도움이 좀 더 폭넓게 있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특히 현대인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정밀한 묘사들에 있어서 말이다. 호크니가 주장하듯이 실제로 어느 순간에 있어 그림 그리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이나 시대의 차이라 믿어졌지만, 호크니는 그것은 기술의 차이였다고 말한다.그리고 사진이 등장하면서, 정밀묘사의 가치는 떨어지고 인상파 야수파등 현실을 화가의 눈으로 해석한 그림들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의 그림들은 기구를 이용한 모사이다-이것은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이 주장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비평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 생각난다.

호크니는 그것을 문헌적 증거보다는 특히 명화의 분석 그리고 자신이 화가라는 방법을 십분 이용한 재현으로 증명해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백마디 말보다 한 번 맛보기가 더 낫겠으나, 기술문제로(;;;) 해당 부분을 첨부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몇몇 분이 이미 그 부분을 알라딘에나 블로그에 올려놓으신 것 같으니, 찾아보면 될 것 같다. 어쨌든 책에 나온 앵그르의 드로잉, 비율이 이상한 그림들, 왼손잡이 모델,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한 실제 드로잉 장면들은 무척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호크니는 이것을 '단순한 모사'라던가 '사기'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호크니는 그들이 광학적 도구의 도움을 받았을지라도 색상을 쓰는 방법이라던가 그림에 스민 대상에 대한 이해와 깊이, 개성은 화가들 고유의 것이라 말한다. 나는 그것에 크게 수긍한다. 호크니에게 처음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앵그르와 실제로 도구를 이용한 증거가 남아있는 베르메르의 그림은 전혀 다른 느낌을 주니까. 그리고 어떠한 잘못된 신비나 미신보다는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결국은 그 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감상의 깊이 그리고 작품을 대할 때의 감동을 더 해 준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은 소리가 아닌가. 

그러므로 이 책이 주장하는 바가 분명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것을 너무 충격으로 받아들여 낙담할 필요는 없다. 가설 자체에만 집중해본다면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우며 어느정도 타당하다 생각하지만, 나는 전문가나 전공자도 아니고 사실은 그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이에 가까우므로 단순히 혹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전문가들도 새로운, 흥미로운 가설과 그림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소개받는다는 점에서는 한 번 읽어볼만한 그리고 생각해 볼 만한 책과 주장이라 생각한다. 그림도 많으니 재미도 있다.

다만, 문제는 한 번 읽어보기엔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책의 크기나 두께도 무기용으로 써도 손색이 없다. 그림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하여 증거를 제시하는 책이니 책이 이렇게 비싼 것도 이해는 간다. ...곤란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덧 ; 표지에 나온 그림은 데이비드 호크니가 실제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해 스케치를 하는 장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입] 비발디 : 니시 도미누스, 모테트
안드레아스 숄 (Andreas Scholl) 노래 / Decca / 200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깨끗하고 정확한 딕션, 결 고운 프레이징, 섬세한 꾸밈음의 표현과 무엇보다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길고 안정된 호흡. 숄에서 떠올릴 수 있고 또 기대하면서 언제나 배반당하지 않는 것들은 그런 것들이다. 나는 그 점에 높은 가치를 뒀고, 그래서 숄의 연주라면 덮어놓고 믿어보는 편이다. 그는 내게 선택의 두려움을 지워버린, 몇몇 음악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음을 정확히 집어내고(심지어는 잇단음표나 꾸밈음의 표현에서조차) 또 자신이 그런 연주를 추구하는 듯이 보이는데, 놀랍게도 그 정확함이 조금도 차갑게 다가오지 않는다. 학구적인 면모가 돋보이면서도 그의 연주는 설교를 하거나, 귀만 가지고 있는 우리와 전문가인 자신 사이에 선을 그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편안하다. 하지만 또한 영리한 것이, 슬쩍 슬쩍 자신이 가진 재주를 꺼내놓기도 한다. 그게 또 얄밉도록 깔끔하다.

때로는 듣는이를 감정적으로 고양시키려 들지 않는 그 목소리와 해석이 둔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그것은 분명 그의 단점이겠지만, 접하면 접할 수록 그런 둔함 속에서 그가 추구하는 일종의 경지가 느껴진다. 시간과 노력으로 천부적인 재능을 갈고 닦기에 여념이 없는 그는, 분명 장인적인 카운터테너다.

그리고 그의 그런 태도는 중세와 바로크의 종교 성악곡에 대한 나의 선호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기도는 원래 소리 높여 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 나는, 겸손한 이성과 한 발 물러선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종교 성악곡들에게 찾고 숄이 대개 그러하다. 나는 그의, 통곡이 이어지는 대신 슬픔이 베일 너머로 배어나오는 듯한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푸른 잎새 사이로 내려 쬐이는 부드러운 아침 햇살과도 같은 바흐의 알토 칸타타와, 그리고 속세의 티 하나 묻지 않은 듯 조금의 두려움이나 떨림도 없는 비발디의 니시 도미누스를 좋아한다. 그는 바로크 오페라에도 몇 번 도전하였지만, 역시 손이 자주 가는 시디들은 종교 성악곡들이다. 특히, 카운터테너로서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특징적인 화창함 때문인지 그는 앙상블 연주보다는 독창에서 제 맛을 낸다.    

특히 니시 도미누스에 대해 말하자면, 물리적인 측면에서 느껴지는 표현의 탁월함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가 없으며(무엇보다 그 깨끗한 꾸밈음 처리와 긴 호흡으로 밀어붙이는 메사 디 보체의 표현은 숄이 자신의 장점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얄미울 정도로!)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전해 주는 곡의 해석에선 슬슬 고집도 엿보인다. 보우만과 다니엘스의 같은 연주보다는 심심하고 밋밋하지만 반대로 그 어떤 연주보다도 안정적이면서 쉽게 다가온다. '안드레아스 숄의 음악'이 무엇인지 데카로 옮긴 후 두번째로 내는 이 음반에서 확실히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표현은 독선적이지 않으면서도 무척 고집스럽다. 듣는이와 충분히 소통하고 있으면서도 정수에 있어서는 조금도 물러섬이나 타협이 없다.  

물론 아직은 델러처럼 텍스트의 가장 깊숙한 곳을 읽어내어 듣는 이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납득시키고 동요시키는 충만함은 없지만, 숄은 적어도 방향을 잘못 잡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그가 진심으로는 델러의 경지를 바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안드레아스 숄'만의 경지를 찾고 있고, 그렇기에 그에 대해서는 계속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저 파안대소를 보면서 비관적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덧 ; 이 앨범의 정수는 니시 도미누스가 아니라 살베 레지나인 것 같다. 비발디는 기악곡들로 유명하지만, 그가 만든 성악곡들의 아름다움도 만만치 않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7-2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이 사람 음악이 때론 좋았다가 아니었다가 해요. 이 음반은 좋아요..
집안 새단장하셨네요.. @.@~~

투명고냥이 2007-07-26 22:42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에요. 영 곰탱이 같을 때나 '그래, 니 혼자 놀고 있구나' 할 때나 냉정해서 들여다보이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때는 많이 아쉬워요. 예전에 써 놓았던 글인데, 그 때 이 음반을 이렇게 칭찬할 정도로 좋았던 건 아마 비발디 덕도 크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앨범에 실린 살베 레지나 같은 건 정말 아름답잖아요.
새단장을 했긴 했는데 보기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저 달리 사진을 꼭 쓰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한 것이라....
 
엔드하우스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와로와 헤이스팅스는 늘 그렇듯 영국 모 처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닉(맥덜러) 버클리 라는 아가씨를 만나고, 포와로는 당장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들이나 이웃들은 물론, 버클리양 자신도 포와로의 걱정을 기우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버클리 양은 다 낡아 쓰러지는고풍스러운 저택 '엔드 하우스'의 상속녀지만 사실은 상속 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 빈털털이나 다름 없고, 언뜻 봐도 원한을 살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무엇때문에 그녀의 생명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가끔 난감해 질 때가 있다. 범인이 짐작되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범인을 찾아야지, 라는 목적을 가지고 추리소설을 보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참으로 드문데 크리스티의 작품은, 정말 '불현듯' 결말이 짐작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부러 되읽는 게 아닌 이상, 이럴 때는 조금 기운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 과정보다는 이유가 중요하다는 것이 또 애거서 크리스티의 매력이 아닐까. (라고 우겨본다...) 이 작품 또한 그렇다. 옮긴이의 말에도 나와있듯이, 이 소설을 비롯한 많은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다소 멜로드라마 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평가되는 경향도 있는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은 '추리'이자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게으름이 지나쳐 너무 정교한 트릭을 따라가기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는 애거서 크리스티 특유의 멜로드라마적 구성은 여유와 재미를 더 해 주기도 한다. 물론 이 작품처럼, 추리와 드라마의 균형이 맞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추리소설의 여왕'님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을 만한 작품. 그 정도로 평가하면 충분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입] 성주간을 위한 애가 [Digipak]
키에르 (Maria Cristina Kiehr) 소프라노, 콘체르토 소아베 (Concert / Harmonia Mundi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크리스티나 키에르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칼다라의 오라토리오 '그리스도 무덤 앞의 막달레나'에서였다. 맑고 청순한 목소리였다. 애수 띈 곡조를 깔끔하면서도 냉정하지 않게, 그야말로 청아하게 부르는 것을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던 것 같다. 그 후 그녀의 목소리는 북스테후데, 바흐 등의 종교곡 뿐만 아니라 바로크 오페라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쫓아다닌 건 아니고 음악을 듣다가 '아, 이 소프라노는 누구지?'하고 찾아보면 키에르인 때가 많았다.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음악가들이 대체로 내가 접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긴 했지만.

키에르의 목소리의 중량감은 때로는 날카롭게 들릴 정도로 하늘하늘한 엠마 커크비와 약간 근육질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요하네터 조머르의 중간 쯤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두 사람보다 부드럽다. 나는 커크비와 조머르도 좋아하고, 두 사람다 워낙 세계적인 소프라노이므로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취향이고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소박한 울림을 지닌 종교곡들에서는 키에르는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게을렀기 때문에, 이번 앨범은 키에르가 독창한 것으로는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수록된 곡들은 내게 무척 낯선 것들이었다. 아는 작곡가는 팔레스트리나, 프레스코발디, 마르코렐리 정도? 대부분 17세기 쯤의 노래들이며, '성주간을 위한 애가'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부활절 전 고난 주간의 3일 성목요일, 성금요일, 부활절 전 토요일 동안 조과 미사에서 불려지던 음악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한다. (아직 부클릿을 다 안 읽어서 엉성하다, 양해를...) 그래서 그런지 애수띈 가락은 맑고, 청량하고, 그 울림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애처롭게 들린다. 내가 HMF레이블을 우선 선호하는 것은 소속된 연주자의 면면을 믿을 수 있기도 하지만 음향이 특히 내 귀에 맞아서인데(때로는 목욕탕사운일 때도 있지만), 이 음반에서도 그런 잔향까지 깨끗하게 잡아내고 있다. 조금만 정신을 놓고 들으면 천상에 올라갈 것만 같다. ^^

키에르야 말 할 것 없고, 같이 연주한 콘테르토 소아베의 연주 또한 깔끔하다. 키에르의 목소리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다. 비올라 다 감바, 하프, 시타로네, 리로네, 클라비오르가눔등의 고악기들의 친숙하면서도 낯선 그래서 편안하면서도 신비로운 음향은 나와 같은 초보자의 귀에도 전혀 부담감이 없다. 리뷰를 쓸 용기가 보통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아는 것이 없으므로 다른 곡들과 비교하거나 그 특징을 정확히 잡아 낼 수는 없지만, 커크비가 연주한 빙엔의 힐데가르트의 '신의 숨결 위의 깃털'과 비슷하면서도 그 보다는 편안하다. '신의 숨결 위의 깃털'에서 거의 신비주의적인 신과의 합일, 혹은 영적 체험이 느껴진다면 이 곡들은 고요한 새벽의 묵상 같은 느낌이랄까. 익숙한 곡들이 아니라 낯설지만, 그런 것 치고는 편안한 느낌이다. 너무 낯선 곡들이라 뭐 추천하고 그런 건 잘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충동적으로 샀는데, 잘 한 선택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7-25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음악추천 감사합니다.. 들어봐야 할것 같아요..

투명고냥이 2007-07-25 21:59   좋아요 0 | URL
좋은 음악입니다. ^^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마인드 헌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5
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가 절판된 FBI의 프로파일러 존 더글라스가 쓴 책이 다시 나왔다. 원제를 번역없이 갖다 붙인 듯한 '마인드 헌터'라는 제목에 표지도 바꾸고, 출판사도 달리 해서. 그 동안 CSI같은 미국 드라마는 물론 여러 창작물, 실제 사건 등의 영향으로 법과학이나 수사기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프로파일링같은 용어도 많이 익숙해졌다. 'FBI 심리분석관'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던 로버트 레슬러의 책도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재출간 되었길래 이 책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존 더글러스의 책은 로버트 레슬러의 책과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두 사람이 FBI에서 프로파일러로 근무했고, 아마 근무시기가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존 더글러스와 로버트 레슬러는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의 재판에서 각각 반대 방향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두 책은 다뤄지는 사건들이 조금 다르고, 레슬러가 좀 더 적극적이고 전반적으로 거침없는 이미지 그리고 좀더 사건중심적인 반면, 존 더글러스는 '마인드 헌터'에서 아내와의 불화 등 개인 이야기도 해서 그런지 조금 더 부드럽고 신변잡기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다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고 연구했던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사실 큰 차이는 없다. 여담이지만, 내가 '마음의 사냥꾼'으로 이 책을 접했을 때의 이미지는 거의 수필 수준이었는데, 다시 출간된 것을 보니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이미 절판되어 구할 수 없게 된 후였다) 그리고 전보다는 들은 이야기도 많고 관련된 책들이 좀 나와서인지 예전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그리고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배경지식의 정도에 따라 독서의 효율이 차이난다는 이야기를 실감했다고 할까.

법과학이나 수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그리고 로버트 레슬러의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