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의 영성
안충석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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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충석 신부님은 순교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제사를 거부하고

순교의 길을 걸었는지 신학적으로 재조명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지필 의도를 읽는 순간,

가족이 함께 국내성지순례를 하며 들었던 물음이 다시금 떠올랐다.

'순교자들은 어떤 믿음을 가졌길래 순교의 길을 선택했을까?'

성지순례를 하며 형장에서 받은 고문들,

산속 깊은 곳에서 교우촌을 이뤄 숨어 살았던 모습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순교자들은 지금의 우리와 무엇이 달랐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성지 미사 때 우리나라 성인들을 깊이 공경하기 위해서

그분들의 삶을 더 알아야 한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공감했던 것도 떠올랐다.

"한국의 순교자들은 이 세상에서 아버지 집으로 옮겨가 영원한 삶을 산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첫 번째 탄생인 한정된 생명에서 두 번째 탄생인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신비를 모범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중략)

신앙을 위하여 죽는다는 것,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그대로 본받는 것으로,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제2장 종말론적 영성과 강생의 영성, 25쪽)

"향주삼덕, 이른바 믿음·희망·사랑이라는 덕행은 하느님의 선물이자

우리가 실천해야 할 덕행이다. 그리스도교는 전통적으로

향주삼덕을 몸소 살아가도록 강조해 왔고, 이는 우리 선조 순교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분들은 이 향주삼덕의 신앙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제3장 순교자들의 덕행, 31쪽)

하느님의 자녀라는 확신과 향주삼덕,

성지순례를 하며 향주삼덕에 관한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나면서

순교자들의 삶이 바로 향주삼덕을 실천하는 삶이었구나, 감탄했다.

주중에는 세상에, 주일에는 성당에 어설프게 발담그고 있는

내 삶의 조각들을 들여다보며 반성했다.

특히 책에 인용된 장 다니엘루의 오늘날 대중은 믿음을 포기했으며,

현대인의 불신 문화는 그들 자신이 무슨 죄악을 저지르는지 잘 모르는 데서

유래한다는 구절을 읽으며 여러 고민이 일었다.

나는 무엇을 믿는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내가 변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으며 순교자성월을 맞아 미사 전 함께 바쳤던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가 떠올랐고,

순교자들의 굳은 믿음을 본받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드리는

기도문에 깊이 공감하는 마음을 담아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 이 땅의 모든 순교자여,

당신들은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굳은 신앙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과 교회를 위하여

피를 흘리셨나이다.

● 저희는 현세에서 악의 세력과 치열하게 싸우며

당신들이 거두신 승리의 영광을 노래하고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찬양하오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위대하신 순교자들이여,

천상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와 함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어

하느님의 자비를 얻어 주소서.

● 지금도 어둠의 세력이

교회를 박해하고 있사오니

하느님께서 전능하신 팔로 교회를 붙들어 보호하시며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지역에까지

널리 펴시도록 빌어 주소서.

○ 용감하신 순교자들이여, 특별히 청하오니

우리나라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 당신들은 이 땅에서

많은 고난을 겪으며 사시다가

목숨까지 바치셨으니

○ 전능하신 하느님께 빌어 주시어

교회를 이 땅에서 날로 자라게 하시며

사제와 수도자를 많이 나게 하시고

● 신자들이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고

냉담 교우들은 다시 열심해지며

갈린 형제들은 같은 믿음으로 하나 되고

비신자들은 참신앙으로 하느님을 알아

천지의 창조주

인류의 구세주를 찾아오게 하소서.

○ 참으로 영광스러운 순교자들이여,

저희도 그 영광을 생각하며 기뻐하나이다.

간절히 청하오니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 빌어 주시어

저희와 친척과 은인들에게

필요한 은혜를 얻어 주소서.

● 또한 저희가 죽을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한결같이 믿어 증언하며

비록 피는 흘리지 못할지라도

주님의 은총을 입어 선종하게 하소서.

○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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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의 사자 - 복음서의 탄생
장필리프 파브르 지음, 이정은 옮김, 허영엽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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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마르코는

히브리어 이름 요한과 로마식 별칭 마르코를 붙여 부르는 이름으로,

요한 마르코는 마르코 복음서의 저자다.

<알렉산드리아의 사자>는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사도직 협력자인 요한 마르코가

마르코 복음의 저자와 동일인이라 전제한다.

오래전에 쓰여진 성경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더해 쓰여진

<알렉산드리아의 사자>는 소년 요한 마르코가 잡혀가는 예수님과 눈이 마주치자

도망을 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요한 마르코는 그후 예수님의 제자들과의 만남 그리고 선교 활동을 통해

예수님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모세의 생애>를 읽고 글로 쓰인 이야기의 힘을 느껴

예수님의 생애를 글로 쓰겠다는 결심을 한다.

소년 요한 마르코와 바오로의 대립과 화해,

요한 마르코가 베드로를 아버지처럼 여기는 모습,

그리스도 공동체에서 선교하며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예수님의 생애를 글로 쓰겠다는 결심이 우러나올만한 상황에 공감이 되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전개와

성경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지식이 버무려져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마르코 복음서 저자 요한 마르코의 이야기는

마르코 복음서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었다.

얼른 마르코 복음서를 꺼내 읽고 싶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 줄 책이다.

***

208) 그 실패는 쓰라렸다. 나는 지금도 그때 취했어야 할 전략에 대한 나의 견해가 옳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신뢰한 두 사람을 저버려야 했을까? 내가 그들을 저버린 일은 또 다른 배신, 어떤 사람이 제 길을 계속 걸어갈 때 내가 등을 돌리고 도망친 일을 떠올리게 했다. 그 상처의 틈새가 다시 벌어졌다. 엄청난 슬픔이 나를 덮쳤다.

나는 함께 선교를 떠난 사람들 없이 안티오키아로 돌아가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고향을 떠난 지 이제 막 3년이 지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실패하고 좌절을 겪은 그 시기에 나는 어머니가 필요했다. 또 애초에 받은 상처도 다시 돌아보아야 했다. 그 고통스러운 일을 해내려면 아버지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돌아와 있기를 바랐다.

329) 그날 저녁에 내가 루카와 나눈 대화는 이후에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하는 데에 있어 결정적이었다. 나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예수님의 생애를 이야기로 전하는 일이 유익하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다. <모세의 생애>와 <아이소포스의 생애>를 읽고 나서, 위대한 인물들의 인생을 글로 적듯 예수님의 생애를 글로 쓸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더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특별하기 때문에 서술자가 그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특히 나 자신이 그런 글을 펴낼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루카와 대화를 나눈 그날 이후로 그 계획은 내 마음을 결코 떠나지 않았다.

335) "그 말이 맞습니다. 그 내용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적는 일은 무엇보다 그분의 생애를 완벽하게 다룬 연대기를 쓰려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그 당시에 그분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 그분을 따르도록 만들려는 것이에요. 따라서 읽는 사람이 자기 삶을 글에 등장하는 영웅의 삶과 일치하게 만들 이야기를 써야 해요.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하듯이 말이에요.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을 뿐 아니라, 그분을 따르고 있죠."

351)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나의 마음속에 새겨진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은 내가 로마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을 겪고 나서야만 얻을 수 있을 결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에게 여행은 필수적이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끌로 새기고 이야기 속 인물들을 다듬는다. 내가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가는 대담한 여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예수님은 지방에서 떠도는, 뜬소문에 등장하는 핏기 없는 주인공에 불과할 것이다. 내가 쓸 이야기에 나 자신의 일부, 나의 여정과 발견, 실패와 열망, 내가 세상에 맞서며 감내한 그 모든 것을 담아야만 그 글에 생기와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그렇다. 나는 랍소이도스(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동하며 시를 낭송하던 사람)로서 예수님의 생애를 펼쳐 보여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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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루이 스카의 탈출기 이야기
장 루이 스카 지음, 이인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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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벨기에 출신의 예수회 사제이자 성서학자.

탈출기는 가톨릭을 또 성경을 잘 모르는 이들도 모세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하 그 이야기!"하고 아는 체할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집트 땅에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을 모세가 광야로 이끌고

이스라엘 민족은 노예였다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된다.


책표지에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홍해를 건너고

그 뒤를 쫓던 이집트 병사들은 말과 함께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림이 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에 본 찰톤 헤스톤, 율 브린너 주연의 영화 <십계>가 떠올랐다.

갓 태어난 모세를 바구니에 넣어 나일강에 흘려 보내고

파라오의 딸이 모세를 거둬 키우는 장면,

모세가 자신의 민족들이 이집트에서 힘들게 노역하는 모습을 보는 장면,

그리고 십계명이 쓰인 돌판을 높이 쳐드는 장면 등이 생생히 그려진다.


미사 때 독서로만 듣던 탈출기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접하며

듬성듬성 알던 스토리가 하나로 꿰어지는 그 순간,

성경은 두껍기만 한 책이 아니라 문학작품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또한 모세가 주인공인 탈출기를 찬찬히 훑으며

이야기 안에 담긴 의미, 우리가 깨달아야 할 메시지를 꼼꼼히 짚어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성경의 탈출기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해석으로 깨달은 바는 앎의 즐거움을 주지만

내가 만나는 성경 속 하느님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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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과 아가 - 주님을 향한 아름다운 노래
최민순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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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쓰기로 하고 가장 처음 쓴 것이 시편과 아가였다.

역사적인 배경이나 인물에 대해 알지 못해도 매일 조금씩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서 바로 읽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도할 때 시편과 아가의 표현을 빌려

나의 기도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시를 읽고 외우듯

시편과 아가를 읽는다.


특별히 종교시인인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은 풍부한 어휘와 시문학의 표현으로

성무일도와 가톨릭성가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요즘 작은 글씨를 보는 게 불편해져서 큰 글씨 성경을 찾고 있었는데

시편과 아가만을 엮어 작은 성경처럼 볼 수 있으니 편리해서 감사하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입과 손으로 읽으세요'하는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며

<시편과 아가 쓰기 노트>를 쓸 때 느꼈던 재미와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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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도문 풀이
박도식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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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가르쳐 준 많은 기도문 중에서 가장 쉽고 또한 짧게 되어 있어,

누구라도 외워서 언제라도 기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기도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기도문이 바로 여기에 소개하는

'가톨릭 주요 기도문'이다. 이것은 너무나 중요한 기도문이기 때문에

가톨릭의 다른 기도문을 알기 전에 제일 먼저 알아야 한다.

또한 책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 그대로 새겨 외워 두어야 한다." (머리말 19쪽)


가톨릭신자라면 언제든 외워서 기도하는 기도문들을 소개하며

그 기도문이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는 이 책은 간결하지만 정독해야 한다.



▣ 성호경

책에 소개된 첫 번째 기도문은 성호경이다.

가톨릭 신자로 기도손을 할 줄 알았던 주일학교 유치부 때부터 만 번 이상 했을 기도문이다.

그런데 '십자 성호를 긋는 법'을 읽고 그동안 내가 성호경을 잘못 긋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마에서 "성부와", 가슴에서 "성자와",

왼편 어깨에서 "", 오른편 어깨에서 "령의"하여 십자를 이루어야 한다.

이와 같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라고 외우면서 십자를 이룬 후에는

즉시 오른손과 왼손을 가슴에 합장하여 붙이면서 성호경의 남의 부분

"이름으로, 아멘."을 염할 것이다." (성호경 28쪽)


그동안 나는 왼편 어깨에서 "성령의", 오른편 어깨에서 "이름으로"하고

두 손을 모으며 "아멘"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기도문에서부터 나의 오류를 찾고보니 다른 기도문에서도

잘못 행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 영광송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영광이 성부·성자·성령께로 돌아가되, 태초에 삼위께서 누리시던 것과 같이

지금도 그대로 영광이 있을 것이며, 또한 언제든지 마침이 없이 영원히 있어지기를 비는 기도문이다." (영광송 54쪽)


영광송은 다른 기도문의 뒤에 또는 기도를 마치며

으레 바치는 기도로만 여겼는데,

한 글자씩 곱씹으며 읽어보니 삼위일체께

'모든 영광'을 드리며 찬양하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이 마음을 담아 기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너무도 익숙하게 입에서 절로 외워지는 기도문들이

기도를 바치는 내 모습과 기도를 받으실 분께 올릴 내 마음을 점검하며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을 했다.


나처럼 오랜 신자이지만 기도문의 의미를 다시금 깨우치고 싶은 분들,

새롭게 신자가 되어 기도문의 의미를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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