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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형리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 문예출판사 / 198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이 꼭 진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진지한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이 책이 답이 될수도 있다.
"자네는 나를 못 죽일 걸세. 나느 자네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지. 따라서 나는 자네를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판관일세. 나는 자네를 이미 심판했네, 가스트만. 사형언도를 내렸네. 자네는 오늘밤을 살아 넘기지 못할 걸세. 내가 고른 형리가 오늘 중으로 자네를 찾아갈 걸세. 그가 자네를 처형할 걸세. 그건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한번은 행해져야 할 일이니까."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었다. 사냥꾼과 야수는. 그 야수는 지금 처치되어 그의 발치에 누워 있었다. 베르라하는, 이제 두 사람의 생이 끝까지 유희되었다는 것을 막연히 느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의 시선은 수년의 세월을 통과하여 미끄러져 갔고, 그의 정신은 두 사람의 생이기도 했던 저 불가사의한 미궁을 길들을 헤맸다. 이제 그들 사이에는 측량할 길 없는 죽음밖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죽음은 하나의 판관, 그 심판은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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