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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속되고 싶다
호란 량 지음, 박은영 옮김 / 사유와공감 / 2022년 12월
평점 :
어떤 집단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을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방인이 된 느낌, 불편한 마음이 들어 그 곳에 오래 있기 힘들게 된다. 그 집단이 우연적이고 일시적이라면 그 곳에서 벗어나면 그만이지만 사회적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또래집단, 생계가 걸린 직장,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지역공동체 등 존재의 토대가 관계된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정당한 소속과 소속감을 누리기 원한다. 이 책은 그러한 인간의 소속의 욕구에 대한 내용을 전한다.
이 책은 영국의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이다. 저자는 아시아계 이민자의 자녀로 영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자라면서 자신이 아시아계 이민자로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라는 경험을 했다. 성장 과정에서, 그리고 의대에서의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에서 저자는 인간이 한 집단에서 의미 있는 구성원으로 소속되는 것이 사회경제적 생존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됐다. 이 책은 인간이 고립되면 정신적인 방황을 하고 소속감을 느끼면 건강한 내면으로 살아가게 됨을 이야기한다.
한 인간에게 소속감은 그의 정체성이 된다. 그리고 정체성은 존재의 뿌리가 된다. 인간은 어떤 조직, 집단,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낄 때 온전한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인은 점점 소규모화, 다원화, 파편화되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지역에서 의미 있는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게 됐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정신적 방황과 공황을 느끼고 심하면 우울증, 불안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회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현재 전세계에 창궐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이 소속과 연대를 하지 못해 더욱 이런 정신적 고통은 심해진다. 이 책은 이런 세태를 진단하며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소속감의 의미와 가치를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 연결이 될 때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건설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개인의 삶에서 시련과 고난은 필연적인 것이고 이를 이겨내고 나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이다. 그런데 이런 역경을 만날 때 주변에서 나와 연결된 사람들, 조직, 공동체가 있으면 그 위기와 위험을 무사히 건너는 힘이 된다. 그러나 이런 연대와 소속이 없고 그런 연대감과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상태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과제를 책임지면 그 사람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현대사회는 개인에게 많은 책무를 맡기지만 점점 고립된 개인이 많아진 시점에, 우리는 이전보다 서로에게 연결되고 연대하며 소속감이 우리의 사회적, 정신적 토대가 됨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새삼스러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진정한 인간으로 기능하려면 사회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한 개인이 영토적인 개념의 실제 섬에서 살지 않더라도 현대사회는 수많은 섬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 책은 이런 시대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인간은 더욱 소속감을 잃게 되었음을 안타까워하며 결국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지 않고 서로를 수용하고 인정하며 존중할 때 우리는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며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에게 소속감의 의미와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