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기력의 심리학 -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심리 처방전
브릿 프랭크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고 싶을 때가 있다. 휴식을 취하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도저히 무엇이라도 할 수 없을 만큼 의욕도, 기력도 없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런 무기력이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이 원인인지 그 이유를 찾으며 다시 새롭게 살아갈 방법을 찾다가 이 책을 읽고 무기력한 이유가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책은 미국의 심리치료 전문가가 쓴 책이다. 현대인은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긍정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메시지 속에서 살아간다. 회사에서도 개인이 생산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성과를 내야 하고, 매스컴과 기업은 뷰티, 헬스, 웰빙 등 자기개발과 성공을 향한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주장하며 한 개인의 내면에 새겨지게 한다. 이 책은 이처럼 현대의 쾌락, 행복, 아름다움의 강요는 인간을 진정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지 못하며 내면에서 뭔가 잘못되어감을 느끼는 인간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이 자기 개인 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게으른 사람이어서 그렇고, 운동을 하지 않아 체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인은 내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치유되지 않은 과거의 트라우마는 현재의 나를 발목잡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는 성인이 된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쇠사슬처럼 내 몸에 묶여 있어 긴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몸과 마음을 무기력하게 했다. 이 책은 우리의 무기력한 몸은 과거의 상처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내면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이 회복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많은 현대인은 이미 성인이 되었음에도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외롭고 무기력한 마음이 늘 마음 깊이 뿌리내린 것 같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몸이 커지고 힘이 세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지며 한 인간으로서 자기 인생을 감당하고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기 인생을 온전히 감내하지 못하고 무능력함을,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것은 현재의 자신이 건강한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이 책은 이처럼 아직 진정한 어른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를 이제라도 바라보고 현실의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자기가 가진 한계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트라우마가 치유될 때 무기력한 성인인 내가 새롭게 회복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우울증, 불안증 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런 문제가 워낙 광범위하기에 이제는 하나의 산업이 되어 극적인 기쁨, 즐거움, 행복을 설파하는 직업군도 늘어간다. 큰 상처를 받아 깊은 흉터가 남은 마음에 화려한 겉옷을 입힌다고 해서 내가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그동안 방치해온 상처를 어루만지고 안아주고 도닥여줄 때, 내 마음을 이제는 외롭게 두지 않을 때 건강한 인간으로, 진정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그 방향을 보여주며 방법을 알려준다. 내면의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