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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 안다는 착각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뒤흔드는가
카렌 호나이 지음, 서나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2월
평점 :
이 책은 신경증 이론의 대표적인 학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신경증과 관련한 연구 활동을 하였고 중요한 결과물을 여러 저서로 남겨놓았다. 다른 정신분석학자들도 신경증에 대해 저마다 이론을 정립하고 자기만의 논리를 주장하였지만 카렌 호나이는 그중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그동안 국내에 번역된 카렌 호나이의 저서 대부분을 읽으면서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던 내면의 갈등을 이해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이번에 새롭게 번역 출간된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나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 매우 뜻깊은 독서의 계기가 되었다.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등 신경증은 의사나 상담사와 같은 전문 치료자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면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전문 치료 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게 증상의 호전과 일상의 회복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또 한 편으론 스스로 자기 증상의 양상을 이해하고 그 원인에 대해 이해해가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신경증은 의지만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치료를 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향후 회복의 과정에서 눈에 띄는 차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스로 자신의 신경증적 증상을 이해하고 그 이면의 갈등과 모순적인 욕구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신경증은 내면의 갈등이 빚어낸 증상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불안을 경험한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이 현실적인 불안이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시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보다 큰 비합리적인 불안은 실제 현상보다 더 비관적으로 사태를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감당해야 하는 불안을 회피하려고 하는 시도가 내면의 갈등이 되어 신경증적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신경증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서술한다.
무엇보다 신경증은 내면의 실현되지 못하는, 해소되지 못하는 욕구가 현실로 나타나지 못해 내면에 켜켜이 쌓여 갈등이 깊어지며 증상도 깊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카렌 호나이는 그러한 욕구들을 구분해 놓았는데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애정과 인정에의 욕구', '삶을 책임져줄 동반자에의 욕구', '협소한 경계에서 삶을 제한하려는 욕구', '권력에의 욕구', '이성과 선견지명으로 자기와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욕구', '의지의 전능함을 믿으려는 욕구' 등등 신경증적 경향을 나타내는 여러 욕구들이 있다. 이러한 욕구들은 자신을 갈등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 안에서 안전함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카렌 호나이의 분석이다.
어떤 시점에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가지는 순간이 온다. 그동안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바람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삶의 전환점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됐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시점에 카렌 호나이를 만났고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스스로를 속여왔고 거짓된 꿈을 안고 얼마나 거짓된 삶을 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의 무의식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삶의 진실을 마주하는 그 용기는 진정한 나를 만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용기가 필요한 사람, 용기를 내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답을 주는 책이다. 진정한 나를 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