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토끼 어딨어? 모 윌렘스 내 토끼 시리즈
모 윌렘스 글.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어린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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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책은 기본적으로 성장을 이야기한다. 어린이에게 책을 읽히고자 하는 목적과 부합되는 지점이 바로 그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을 이야기 하는 방식이 어린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라면 어린이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그래서 어른들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커다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야말로 찾은 게 아니라 발견한 책이 있으니 바로 이 책이다. 물론 처음에 이 책만 봤을 때는 그냥 흔히 어린이책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갖고 싶었던, 혹은 우연히 갖게 되었지만 흠뻑 빠져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여기게 되는 물건이 생기면 그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게 어린이의 마음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물건이 하나만 있지 않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이는 좌절을 맛보지만, 원래 아이는 순수한지라 금방 자기 것이 소중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트릭시도 꼬마 토끼 인형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얼른 유치원에 가지만 유치원을 들어서는 순간 친구가 똑같은 인형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좌절한다. 서로 자기 것이 더 좋다고 우겨보지만 정답은 없다. 결국 둘 다 인형을 빼앗기는 수밖에. 그래도 집에 돌아갈 때 인형을 다시 받아서 좋아하는 걸 보면 외형은 똑같아도 거기에 부여한 의미가 각자 다르기에 결론적으로는 유일한 것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셈이다. 철학적으로 혹은 이론적으로 설명을 하지 못할 뿐이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아이들은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잠을 자다 문득 깨닫는 트릭시. 자신의 토끼 인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낌으로 아는 것이다. 새벽에 전화를 하자니 실례가 되기에 다음 날 전화하자고 달래보지만 아이는 듣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소냐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점이다. 결국 그 새벽에 둘은 중간 지점에서 만나 서로의 인형을 되찾는다. 그리고, 둘은 똑같은 마음으로 인형을 대한다는 사실을 느껴서인지 단짝 친구가 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처음 1권만 읽었을 때는 그냥 평범한 이야기,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서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다음 권인 <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를 읽은 다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발견의 기쁨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고나 할까. 트릭시가 훨씬 많이 자라 여전히 토끼를 들고 다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잃어버리지만 대처하는 방식은 예전의 트릭시와 상당히 다르다. 그것을 구구절절 자랐으니 그러면 안 된다가 아니라 그냥 책장을 넘기면서 잔잔하게 글을 읽고 트릭시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트릭시가 많이 자랐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는 그런 경험, 오랜만에 맛봤다. 그래서 이 책은 반드시 두 권을 함께 보길 권한다. 그것도 <내 토끼 어딨어?>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를 읽기를.

 

  이 책을 읽고 모 윌렘스를 처음 알았는데, 아니 처음 인지했는데(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전에 그의 다른 작품을 읽었다.) 알고 보니 이미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란다. 잠시 그림책과 떨어져 지냈더니 그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나 보다. '그림책의 위대한 발견'전에도 모 윌렘스 부스를 따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모처럼 좋은 그림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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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머시기데이 라임 청소년 문학 1
핀 올레 하인리히 지음, 이덕임 옮김, 라운 플뤼겐링 그림 / 라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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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은 다양한 계기와 경험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내가 언제 죽는가에 대해 전혀 상관하지 않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그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춰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고, 남편이 차를 가지고 출퇴근할 때 퇴근 길에 가게에 들러 먹을 것도 안 사온다고 서운해했던 것들이 내가 막상 운전하고 보니 중간에 가게에 들른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면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파울리나도 힘든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가 이처럼 힘든 상황을 통해 성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극복하고 성장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

 

  파울리나도 어느 날 갑자기 환경이 바뀌었으니 얼마나 힘들까.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이사를 온 것 하나만으로도 힘들텐데 엄마와 아빠가 이혼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파울리나의 방황이 전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큰 집에 아빠 혼자 살고 엄마와 자신은 오히려 작은 집으로 이사한 것도 이해가 안 가고 집안이 이상한 플라스틱 손잡이 천지인 것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다. 파울리나 부모님의 사이가 전부터 안 좋아서 눈치를 챘더라면 이처럼 황당하지는 않을 텐데 파울리나의 회상에 의하면 그것도 아니었으니 더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그래서 파울리나는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는 오로지 아빠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만 한다.

 

  파울리나의 시선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독자는 전적으로 파울리나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아니 엄마는 도대체 왜, 딸이 이렇게 힘든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너무나 평범하게 생활하는가 말이다. 또 할아버지는 얼마나 쿨한가. 아들과 며느리가 이혼했다는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기만의 생활방식에 대한 예찬만 늘어 놓는 걸 보며 문화차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최근에 방영된 모 드라마에서는 이혼한 딸 문제에 적극 개입해서 사돈한테까지 찾아가는 우리네 문화와는 달라도 너무나 많이 다르다.

 

  그러나 엄마의 현재 상태를 알고 자신을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과 아빠도 파울리나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츰차츰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긴 누구나 현실을 바꿀 수는 없기에 종국에는 받아들이게 되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단순히 부모의 불화로 이혼하고 그러한 사실 때문에 방황하는 이야기였다면 차라리 마음이 더 편했을 텐데, 인간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러한 상황이라 더 안타까웠다.

 

  마지막까지 아빠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헤쳐나갈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끝을 맺는데, 바로 앞 장에서는 파울이 파울의 아빠를 만나는 모습을 보고, 아빠란 어딘가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생각할 줄 알았다. 헌데 바로 다음에 아빠의 책임과 의무를 상기시켜서 조금 의아했다. 또한 제목으로 설정된 생일파티가 파울리나에게 어떤 변화의 계기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위에서 말한대로 파울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고 파울리나의 아빠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나 파울의 아빠에 대해 잔뜩 궁금증을 유발시켜 놓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아주 쿨하게 그 상황을 벗어나는 그런 방식이 우리에게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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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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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만나는 유은실 작가의 책인데 읽고 나서도 참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고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고민하느라 선뜻 쓸 생각을 못하기도 했다. 유은실 작가의 글은 아주 웃긴 이야기를 시침 뚝 떼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게 매력이었는데 이 책은 그런 매력이, 없다. 대신 다른 매력이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여전하지만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 아니다. 만약 일수 씨(이처럼 3인칭으로 부름으로써 독자가 주인공에게 일정한 거리를 느끼게 한다. 이 또한 동화책에서 만나는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싶다.)와 일석 씨가 그냥 각자의 가게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서른이 넘어서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난다는 마지막은 평범하다고 할 수 없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화지만 그 주인공이 어른이 되기까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는 동화 같은 느낌이 안든다.

 

  사람은 언젠가는 사춘기를 겪는다고 한다. 부모가 모든 것을 정해주는 평탄한 삶을 살더라도 결혼을 하고 나서든, 아이가 다 큰 후에든 한 번씩은 앓고 지나가는 홍역 같은 것이라고 한다. 간혹 주변에서 자녀의 삶을 설계해 주고, 자녀가 그 길을 착실하게 따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진 않지만 일수 씨의 삶을 보면 그들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나 평범해서 완벽하게 보통인 아이라고 여겨지는 일수지만, 부모에게는 언젠가는 특별한 재능을 발휘해서 크게 될 귀한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혹시 늦되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일수의 성장기를 지켜보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평범이 지나쳐 비루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제대로 된 직장도 없이 그저 초등학생처럼 쓴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붓글씨를 대신 써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 버는 일수 씨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자기의 생각과 의지는 하나도 없이 사는 삶을 아무런 의심 없이 살던 일수 씨는 동네의 명필에게서 쓸 모는 누가 정하느냐는 말을 듣고 그 말이 계기가 되어 결국 자신의 쓸모를 찾기 위해 떠나고 만다. 적어도 일수 씨와 일석 씨의 돌아왔을 때의 삶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의 많은 어른들이 문제겠지.

 

  처음에 읽을 때는 일수가 어린 시절을 너무 빨리 지나 청소년 시기에 이야기를 집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청소년기를 지나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까지 나간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대개의 동화에서 주인공은 동화를 읽는 아이들 나이에 머무는 것에 비해 이 책은 한 사람의 일대기(비록 삼심대까지만이지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엔 이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동화도 아닌 것이 청소년 소설도 아닌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다시 한번 들춰 보니 은근 매력있다. 일수 씨의 행동을 따라가는 것도 그렇고 결국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나는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서술 방식도 그렇다. 작가가 꼭 써야만 했던 이야기라는 건 결국 주제가 아니라 소재가 중요했던 것일 게다. 작가는 일수 씨의 삶을 통해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일수 씨의 삶에 그와 비슷했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었던 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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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 영국 가다 - 교과서 들고 떠나는 세계문학기행 생각이 자라는 나무 24
강혜원 지음, 김학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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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다. 깊이 있는 내용을 바란다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교과와 연관된 내용을 가볍고 재미있게 접근하기에는 제격이다. 이번에는 문학을 소재로 한 영국여행이다. 내가 문학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래도 나름대로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라 더 반가웠다. 특히 토마스 하디의 <테스>가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나서 다시 한번 읽어볼까 말까 망설이던 중이었다. 망설였다는 얘기는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읽지 않을 것이라는 반증. 허나 이 책이 계기가 되어 결국, 읽었다. 그것도 새로 구매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나도 청소년 시절에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어떠했는지, 여성의 인권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생각없이 그냥 서사에 이끌리며 읽었던 듯하다. 워낙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기억력이 좋지도 않은 덕분에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그저 테스가 에인젤을 사랑했고, 에인젤도 사랑했으나 어떤 일 때문에 둘의 사랑이 어긋났던 정도만 생각났다. 물론 테스가 나중에 살인을 했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테스가 붙잡히기 전에 갔던 곳이 스톤헨지였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러고 보면 책을 읽을 때는 단순히 서사를 따라가서 줄거리를 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읽을 때의 분위기와 당시에 느꼈던 자연과의 교감(?)이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렸을 때 셜록 홈즈를 읽으며 느꼈던 것들이 지금 읽으면 식상할 거라 생각했으나(내용도 뻔히 알고 홈즈의 사건해결 방식도 뻔하니까) 내용을 떠나서 노을지는 마을과 풀냄새 나던 들판이 생각나는 걸 보면 단순히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신한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셜록 홈즈 박물관이라면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 같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 저자는 셜록 홈즈 박물관을 찾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하긴 가끔은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은 멀리서 온 사람들이 더 잘 아는 경우도 있지. 부산에 있는 추리문학관을 어떨결에 가긴 했지만 내 기억에 매니아층이 아닌 사람은 일부러 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솔직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상태에서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지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상당히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세상 이치다.

 

  오랜만에 문학의 정취에 흠뻑 젖어 제인 오스틴도 만나고 브론테 자매도 만나고 디킨스도 만났다. 특히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 된 언덕을 가보고 싶다. 원래 문학 기행이라는 것이 가 보면 별 것 아닌 것도 있는지라(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는 법이고!) 저자의 여정이 모두 탐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폭풍의 언덕> 배경과 워즈워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수선화가 피어있는 호수는 가보고 싶다. 안 그래도 이번 겨울에 다양한 구근을 사들였는데 그 중에 수선화도 있었다. 앞으로는 수선화를 보면 그 호수가 생각나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이렇듯 책은 단순히 하나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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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전쟁 마음이 자라는 나무 37
로이스 페터슨 지음, 고수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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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을 주머니나 가방에 집어 넣고 한참을 잊고 있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거나 툭 하면 집에 두고 나오기 일쑤인 나 같은 사람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휴대폰 중독. 그러나 요즘 어디를 가더라도 앞에 있는 사람을 보는 것보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사람을 더 많이 보는 게 사실이다. 언젠가 등산을 갔는데 바위 위에 서너 명이 쉬고 있는데 그들 모두 각자의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과연 함께 등산을 가는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 책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휴대폰 중독 문제의 위험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책이지만 비단 어린이나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다만 청소년들은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들고 그들의 앞날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뿐이다. 흔히 휴대폰 중독이라고 하면 휴대폰으로 하는 게임을 생각하겠지만 여기서는 그야말로 휴대폰의 순수한 기능인 문자나 전화에 대한 의존을 이야기한다.

 

  새로 전학을 왔지만 이전 학교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현재 학교 친구들과의 교류가 전혀 없는 다리아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멀리 있는 친구보다 가까이 있는 친구가 더 중요할 테지만 다리아는 휴대폰만 있으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다리아는 문자를 보내서 답이 바로 안 오면 초조해 하거나 마찬가지로 바로 답장을 할 상황이 안되면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결국 큰 사건이 터지고서야 자신이 휴대폰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다리아가 무엇보다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친구들이 자신에게서 벗어나서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사실일 것이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그나마 다리아에게도 새 친구인 클리오가 생기면서 그 상황을 극복할 힘을 얻는다.

 

  아무리 인터넷 상으로 친하다고 해도 직접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눈 사람보다 못하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리아가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을 텐데. 그나마 나중에라도 그 사실을 알았으니 다행이다. 아직은 휴대폰 중독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분명 조만간 문제시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중독 상태에 빠졌다면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겠지만 아직 그 정도가 아니라면 이런 책을 읽고 휴대폰 중독의 위험성을 깨달아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나친 기대일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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