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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쥐 아저씨의 선물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3
박수현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동화책을 읽을 때 살펴보는 것이 있다. 바로 시점이다. 사실 학교 다닐 때 1인칭 시점이 어쩌고 3인칭 시점이 어쩌고 할 땐 그냥 기계적으로 외우기만 했는데 어른이 되어 진짜 제대로 된 독서를 하다 보니 그 때 그걸 왜 배웠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진작 그 때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으면 나의 독서력이나 생각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러나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어차피 그 나이에 그런 것을 깨닫기는 역시나 힘들 것이라는 자기변명을 해 본다.

이 책은 주인공 연수의 눈과 마음을 따라가는 전지적 작가시점이다. 어린이책에서 전지적 작가시점을 쓰게 되면 너무 작가의 의도가 배어나와서 자칫 거부감을 느끼기 쉽다. 반면 1인칭 시점을 쓰면 아무래도 어휘나 전개가 주인공 또래를 뛰어넘을 수 없어서 너무 평이한 글이 되기 쉽다. 그래도 이 책은 작가의 입김이 그리 센 편은 아니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상세한 공간적 묘사는 읽는 사람도 주인공을 따라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가 시원함을 느끼기도 할 정도였다.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듯 하다. 섬진강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한 번쯤 그곳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주 산골에 사는 5학년생 연수. 모든 것이 꽉 막힌 주변화경과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듯한 자신의 환경을 너무 싫어한다. 오직 벗어나겠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그러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아저씨가 노란 쥐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연수의 목표가 확실해진다. 노란 쥐를 잡아  팔아서 이 곳을 벗어나는 일. 아마도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 한 두 번쯤은 다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현재를 살고 있는 연수는 오죽했으랴.

연수는 항상 노란 쥐를 생각한다. 처음에는 노란 쥐에 올인하지만 차츰 노란 쥐 생각과 자신의 생활을 병행한다. 그렇게 그럭저럭 노란 쥐는 찾지도 못하고 그 사이에 여러가지 사건만 겪으며 6학년을 맞게 된다. 그렇게 마음의 상처도 받고 다른 사람의 따스한 마음도 알게 되면서 연수는 차츰 깨닫게 된다. 노란 쥐의 실체를...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던 연수는 아무런 이유 없이 산골에서의 삶을 받아들인다는 설정이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좀 힘들다. 마지막에 어른이 되며 깨닫는다고 했는데 이해를 잘못해서인지 몰라도 그것이 곧 이 곳에서의 삶을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고 본다. 그리고 읽는 내내 노란 쥐 아저씨가 거슬렸다. 아저씨의 행동이 거슬렸다는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노란 쥐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중에는 너무 하다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작가가 노란 쥐 아저씨로 치환되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아이들 책에서는 악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물론 처음에는 악하다. 그러나 결국 나중에는 착하게 변한다. 때에 따라서는 계기가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냥 저절로 착한 사람이 된다. 이 책에서도 명수 오빠가 처음에는 악역이었다. 그런데 나중에보니 남몰래 선행을 베푸는 아주 착한 사람이란다. 아무리 산골마을이라해도 착한 사람만 살지는 않을텐데... 아직도 우리는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심스러운가 보다. '너희들은 착하게 살아야 해.' 라는 메시지를 꼭 전해줘야만 직성이 풀리나보다. <지각대장 존>에서처럼 선생님을 멋지게 골려 주는 아이를 그대로 표현해서 아이들 스스로 통쾌함을 느끼게 하면 안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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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싸게 팔아요 콩깍지 문고 3
임정자 지음, 김영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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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본 순간 좀 더 일찍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지금은 많이 커버린 큰아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어줬다면 아마도 덕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 집도 이 책의 두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무릇 형제란 영원한 라이벌이라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직까지도 동생이 밉단다.  4학년씩이나 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동생이 말썽을 부리거나 누나에게 대드냐면 그것도 전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누나가 동생을 꽉 잡아서 엄마 아빠보다 누나 말을 더 무서워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동생이 싫다니... 부모로서는 안타깝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동생을 챙기니 그나마 위안을 하고 있다.

표지부터가 너무 재미있다. 아니 재미있다기보다 대부분의 집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동생이 누나의 장난감을 빼앗아서 도망가고 누나는 화가 나서 쫓아가는 장면... 아주 쉽게 연상되는 장면이다. 결국 누나는 동생이 미워서 자전거에 동생을 태우소 시장으로 팔러 가고야 만다. 짱짱이가 보기에 동생은 얄밉고 고자질쟁이에다 먹보이며 이쁜 척 알랑거리기만 한다. 친구 순이가 거줘 줘도 싫다는 말에 어떻게라도 흥정을 하고 싶어진 짱짱이가 동생이 그래도 쓸모가 있다는 점을 하나하나 나열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잘 땐 예쁘고 엄마놀이할 때 아기 역할 잘 하고... 공주놀이할 때 하녀도 잘 하고...왕자역도 하고... 심부름도 잘 한단다.

그러고보니 잘 하는게 꽤 많네... 마음을 접고 돌아오는 길에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동생을 산다고 할까봐 조마조마해 하며 돌아온다. 물론 오는 도중에 다시 동생의 좋은 점들이 떠오르고...

부모교육할 때 아이의 단점과 장점을 나열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대개 단점은 많이 아주 술술 나오는데 장점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꾸 아이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다보면 차츰 아이의 미운 점보다는 좋은 점이 눈에 띄고 그러다보면 칭찬을 하게 되어 결국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호전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이 일시적인 것이라서 문제이지만... 이처럼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물을 대하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에 차이가 생긴다. 아마도 꼬맹이 누나도 그것을 깨달았을까. 아니, 그렇게 철학적인 것까지는 아니어도 동생이 예쁠 때'도' 있다는 것은 깨달았겠지.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엉성한 그림과 충분한 여백 덕분에 시원한 느낌이 든다. 물론 여백이 너무 많아서 정성을 덜 들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기는 한다. 하지만 만약 여백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부각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바탕색이 약간 들어 있는 종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하튼 아이 특히 큰 아이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했다. 이래저래 동생 때문에 손해를 보아야만 하는 첫째 아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마지막에도 기껏 동생이 예뻐져서 돌아왔는데 결국 동생은 또 누나 머리를 잡아당겨 누나를 화 나게 만들고 만다. 어쩔수 없는 말썽꾸러기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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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29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호~ 잘 읽었어요. 누구 집에서나 있을 듯한 풍경이군요.^^
영원한 라이벌이자 공존해야할 형제, 제목이 모든 걸 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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