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할머니 집 - 제10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90
강경숙 지음, 이나래 그림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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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언니와 초등 6학년 동생이 부산에서 합천까지 140여 킬로미터를 걸어가는 여정을 그린 동화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이 연상돼서 읽는 동안 한숨만 나왔다. 아니, 불가능하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생각과 실제라면 모험을 끝마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동화에 현실을 너무 접목했던 것이다.

 

처음에 무작정 길을 떠난 장면부터 나오기 때문에 독자는 아무런 준비없이 동행할 수밖에 없다. 얘네들은 왜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일까, 작가가 너무 주제의식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내심 의심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이들이 왜 떠났는지 알게 되면서 아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고 같이 힘들어하며 여행을 하게 된다.

 

선장이라 주로 외국에서 지내는 아빠와 여름방학에 할머니집까지 걸어가기로 약속했으나 갑자기 사고가 나서 실종되고 만다. 엄마는 아빠의 사고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떠나고 남은 두 자매는 아빠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그러던 중 동생 이오가 우울증을 앓게 되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언니가 할머니집에 걸어가자고 제안한다. 일종의 기원인 셈이다.

 

그러나 짐작했다시피 걸어가면서 아픔이 많이 치유되고 힘을 얻는다. 물론 이들의 여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힘들어도 꾹꾹 참아가며 이겨낸 것도 아니다. 때로는 못 가겠다고 투정부리고 싸우기도 하고, 왜 시작했을까 후회도 하지만 결국 끝냈을 때 만족감과 상처가 치유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할머니집을 지척에 두고 이야기가 끝나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희망을 가져도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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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 새박사 다미의 부엉이 펠릿 탐구생활
정다미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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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들던 텔레비전에서는 생태 관련 다큐멘터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은근 재미있어서 자주 보는 편인데 이건 우리나라 이야기다. 오며가며 듣는데 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인물의 이름 아래에 '꾸룩새 연구소'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 순간 든 생각,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라는 책이 있다는 사실.

 

물론 당시 이 책을 읽지는 않고 아이들이 대출 반납할 때 봐서 기억이 났다. 그런데 제목까지 이렇게 기억나다니, 그 순간은 내 기억력도 아직 쓸만한구나 싶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책에서 보았던 꾸룩새 연구소와 텔레비전에서 나온 곳은 동일장소다. 물론 주인공도 같은 인물이다.

 

다음 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부제가 '새박사 다미의 부엉이 펠릿 탐구생활'이라고 되어 있다. 새는 이빨이 없어 먹이를 씹지 못하기 때문에 소화시키지 못한 동물뼈나 털 등이 모래주머니에 모여서 덩어리로 뭉쳐지는데 이것이 펠릿이란다. 새는 먹이를 먹고 약 한 시간이 지나면 이것을 부리 밖으로 토해낸다고 한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새에 관심을 갖게 되어 집 주변에 새가 모이도록 연못도 만들고 틈만 나면 뒷산으로 가서 새를 관찰하다가 결국 이런 연구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도 어린 나이에. 물론 저자는 현재 새를 관찰하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단다.

 

이 책은 저자가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새를 관찰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떻게 새를 관찰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추천사에 KBS 자연다큐 PD'정다미의 15년 참조 친구'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내가 보았던 프로그램이 바로 이것이었나보다. 단기간동안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무지 구별할 수 없는 새에 관해 이토록 열정적인 사람이 있다니 놀랍다. 또한 그 열정에 따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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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공주와 봉투왕자 사계절 그림책
이영경 지음 / 사계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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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와 봉투의 차이가 뭘까. '옛날 옛날 어느 작은 나라에 비닐봉지와 종이봉투가 오순도순 모여 살았어요.'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보아 여기서는 비닐봉지, 종이봉투로 둘을 구분한다. 솔직히 읽는 내내 봉지와 봉투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않아 헷갈렸다. 그래서 비닐봉지를 되뇌이며 봉지는 비닐이고 봉투는 종이라는 사실을 계속 주지시켜야했다.  

 

사이좋게 지내던 봉지들과 봉투들은 어느 날 서로를 헐뜯기 시작하다 결국 두 나라로 갈라지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 봉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등장한다. 봉지공주와 봉투왕자가 서로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림을 보면 봉지공주는 한복처럼 빵빵하게 부풀린 봉지로 표현했고 봉투왕자는 편지봉투 모양으로 표현했다.  

 

봉투왕자가 봉지공주를 만나러 가는 중에 봉지나라가 봉투나라를 공격하고 만다. 딱풀로 봉투나라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풀칠을 해댄 것이다. 사랑하는 봉지공주를 만나러 가던 봉투왕자는 그 소식을 듣고 나라로 되돌아가 열심히 싸운다. 싸움을 이길 즈음 궁지에 몰린 봉투왕자는 그만 물에 빠지고 만다. 종이가 물에 닿았으니 이제 끝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봉투왕자를 기다리던 봉지공주가 떠내려오는 봉투왕자를 보고 구해주려고 하나 봉지는 바람이 빵빵해서 봉투를 잡을 수가 없다. 과연 봉지공주는 어떻게 했을까. 

 

그림 분위기는 <아씨방 일곱 동무>와 비슷하지만 내용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현대적이다. 게다가 어린이 책에서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상식을 깬다. 그런데 싸움(전쟁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약하다.) 후 두 나라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다. 게다가 왜 싸웠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싸웠고 왕자가 물에 떠내려가서 시선이 거기로 옮겨지고, 끝이다. 뭔가 이야기가 이어지다 만 기분이라 당황스럽다. 솔직히 전체적인 서사로 보자면 뭔가 부족하다. 그러나 읽는 동안 웃음은 확실하게 보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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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나의 채소밭 - 2018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라가치 상 수상작
소피 비시에르 지음, 김미정 옮김 / 단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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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얼마 없고 그림도 단순한 그림책이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창 넘길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지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어린 시절 방학 때 매주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던 것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에는 절정이 있어야 한다지만 여기기에는 절정이 없다. 아니, 있긴 하다. 그러나 두근거리며 어떻게 됐을까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책을 다 읽었을 때 '좋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주인공은 매일 아침 집을 나와 학교에 갈 때 동일한 곳을 지나간다. 어떤 때는 잡초만 무성하게 있기도 하고 어느 순간 잡초가 사라지고 흙이 드러나고, 그 다음에는 고랑이 생긴다. 무언가 작은 싹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 사이에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와서 밭에 나가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걸 나중에 이해한다. 

 

주인공이 학교 가며 만나는 밭의 모습이 나오고 다음에는 '나는 몰랐어요.'로 시작하며 밭을 밭답게 하기 위해 누군가가 수고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바로 시장에 갔을 때 알레나 아주머지 밭에서 나온 것들을 만나는 부분이다. 물론 그 전에 밭에 있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며 걱정하던 장면 다음에 나와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즉, 이 부분이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감성 때문인지 농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보니 당연한 건 하나도 없고 누군가가 애를 써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는 중이다. 점점 문명화되는 사회에서 그런 부분을 등한시하는 현재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저나 우리도 직접 재배한 것을 바로 판매하는 직거래가 활성화되어야 서로 윈윈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게 일상이 되는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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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1 - 풍계리 수소폭탄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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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싸드>를 읽고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이 나온 지 한참 되었는데 본인은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고 말이다. 모르긴 해도 <싸드>는 중국과의 싸드 배치 문제로 실랑이를 하면서 다시 주목받은 책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나도 모임에서 사람들과 올해 그 책을 같이 읽었으니까. 그렇다면 트럼프가 보여온 일련의 행동들을 보았을 때 트럼프 의중에 있는 타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지금, 이 책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브레진스키가 <전략적 비전>에서 중국을 일컬어 몸은 비대해졌지만 정신 연령은 아직 청소년기에 머무르고 있다고 묘사를 했단다. 사실 중국이 G2에 오르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하지만 중국을 미국과 같은 위치에 놓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경제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정치적인 면이나 그 외의 가치 면에서 볼 때 다른 지구촌의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철학도 비전도 없이 오직 돈만 있는 졸부 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김진명 작가는 중국을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1권은 돈세탁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비엔나로 날아간 세계은행 직원 김인철의 활약으로 시작한다. 전직 육사출신의 명민하고 다방면에 능통한 그는 비엔나에 도착하자마자 오스트리아 세계은행 총재 슈나이더를 자기 편으로 만든다. 그리고 검은 돈의 대부 요한슨을 소개시켜준다. 일은 도착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읽는 속도가 사건 전개 속도를 못 따라잡을 정도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더 스펙터클하다. 사람 좋아 보이고 인철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던 요한슨의 갑작스런 자살은 도무지 다음 사건을 종잡을 수 없도록 만든다. 앞부분을 조금 읽었을 뿐인데도 벌써 사건은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사건은 더 스펙터클해서 머릿속으로 사건 개요도를 그려가며 읽어야 할 지경이었다.

 

뒷부분에 있는 시진핑의 독백 부분은 작가가 중국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더불어 중국의 방위시스템 규모가 어떤지 이 부분을 보며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아차, 이건 소설이지. 맞다. 이것은 소설이다. 그러나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소설이 아니라는 점이 여타의 소설과 다르다. 중국과 미국의 줄다리기와 관련된 최근의 상항도 들어있어 때로는 무슨 기사를 읽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시종일관 소설과 다큐멘터리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간혹 현실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인물의 특징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전개도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우리는 트럼프가 진짜로 이 책의 마지막과 같은 상황(이 부분은 쿠바를 향해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르기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을 만들었는지 어쨌는지 모른다. 다만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이기를 바랄 뿐이다.

 

* 이 리뷰는 쌤앤파커스의 <미중 전쟁>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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