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그놈 마음이 자라는 나무 34
세실리아 에우다베 지음, 성초림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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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면서 매 시기마다 고비를 맞는 듯하다. 유아기 때는 그에 걸맞는 고민이 있고 초등학생 때는 또 그 때에 어울리는 고민이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가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 앞에서 하소연을 하면 반응이 어떨까. 모르긴 해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말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내 경험으로도 지나고 나서 보니 당시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만, 한 가지만 빼고. 그것은 바로 큰아이가 사춘기를 격하게 보낸 초등 6학년 때다. 지인 중 한 분이 그랬다고 한다. 아이의 사춘기를 지내보지 않고는 아이를 키웠다고 말하지 말라고. 나는 심하게 보내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유독 내 아이는 유별난 사춘기를 보내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면 우리 엄마가 절대 동의 못하시려나.

 

  사춘기는 예나 지금이나 이곳이나 다른 곳이나, 한 마디로 말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어쨌든 통과해야 하는 과정인가 보다. 이렇게 남미에 있는 작가도 사춘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는 그 안에 괴물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도무지 이해 안 가는 행동을 한다. 여기서는 파블로에게만 보이는 괴물이 나타나서 파블로를 괴롭힌다. 그것은 아마도, 파블로 내면에 있던, 표출하지 못한 분노가 아니었을까 싶다. 괴물이 나타난 시점만 봐도 그렇다. 파블로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마치 자신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괴물이 나타나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거울에서 괴물이 나온 순간도 실은 파블로가 거울을 주먹으로 깬 순간이 아니던가. 마찬가지로 매 순간 괴물이 나타날 때는 파블로가 아빠와 갈등을 겪거나 친구, 혹은 선생님과 소통하지 못할 때다. 괴물 때문에 이상한 것들을 먹었다고 하지만 그 역시도 파블로 자신이 행동한 것이었다.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겪든 안 겪든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아버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파블로도 아빠와 마주하면 읽는 우리가 긴장될 정도로 편치 못한 관계다. 서로 조금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준다면 그 정도로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을 텐데. 하지만 솔직히 파블로가 계속 이야기하는 괴물의 존재에 대해 파블로의 아빠뿐만 아니라 나 또한 믿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빠도 괴물을 보았고 그 괴물로부터 파블로를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쯤에서는 작가에게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었다. 괴물은 그저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파블로와 아빠가 다른 방식으로 화해할 것이라 믿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물론 그것이 진짜 괴물이 아니라 아들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상징이겠지만, 여하튼 내가 생각한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고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은 어려운 시기를 함께 거쳐야 더 단단해지는 법인가 보다. 파블로와 아빠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그동안 자신만 바라보던 눈길을 상대에게 돌림으로써 상대의 아픈 부분이 보이고 연민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정이 싹트고 사랑으로 단단해지는 것이겠지. 사춘기를 겪는 모든 가족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만 눈길을 주지 않고 상대에게도 눈길을 준다면, 그들의 아픔이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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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비밀의 방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55
조규미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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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두 아이가 모두 청소년이 되었다. 전 같으면 내 아이가 청소년이 될 때를 대비해 그들의 생각을 미리 읽어둘 요량으로 읽었다면 그 한복판에 있는 지금은 오히려 별 생각없이 읽는다. 큰아이는 마냥 신나게-아이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 힘들었다고,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할 테니까-한 학년을 보냈고 진로도 보통 아이들과 다른 길을 이미 정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는 고등학생 시절을 그나마 잘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에. 그리고 둘째는 아직 정신연령이 어려서인지 철이 덜 들어서인지, 아니면 남자아이라서 무뎌서인지 <열다섯, 비밀의 방>의 화진이처럼 또 다른 자아를 만나는 환상적인 꿈을 꾸지 않을 것 같다.

 

  화진이는 자신과 똑같은 연아를 만나서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자신과 비슷한 모습은 현재의 자기 모습이고, 다른 모습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처음에는 또 다른 화진이의 모습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는데 전혀 아닌 듯이 천연덕스럽게 둘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길래 내가 넘겨짚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작가에게 깜빡 속아넘어 간 것이다. 그런데, 화진이는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니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판타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연아와 도망치며 다른 사람은 필요없다고 하는 화진이의 말을 듣는 어른은 불편하긴 하다. 그것이 어른들을 향해 내뱉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만 화진이가 현실과 타협하지도 않고 무언가를 깨닫지도 않고 도피하는 것처럼 보여서 조금 속상한 것 뿐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이 책 속의 아이들처럼만 살고 있어도 한시름 놓겠다. 물론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의 민기처럼 사정이 뭔지는 모르지만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는 제외하고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의 승찬이 같은 아이도 제외한다면 말이다.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의 주인공 진수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다. 보통 피해자가 주인공이고 가해자가 주인공과 비슷한 위치에 있더라도 돌아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비해 이 이야기는 온전히 가해자인 진수 위주로 나오는 것이 보통의 이야기와 다른 점이다. 가해자의 나쁜 점을 부각시키지 않고 그들도 그저 한 학생으로 봐주는 것이 푸근했다. 뭐, 대개의 가해자와 달리 진수는 마음이 나쁘지도 않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며 공감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원래 아이들도 하나하나 떼어 놓고 보면 괜찮은데 뭉치면 사고를 치는 법이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네 편의 이야기가 자못 심각한 상황에 처했어도 그냥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특히 세 번째 이야기인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의 승찬이는, 글쎄, 만약 그런 입장에 있는 청소년이라면 승찬이처럼 그렇게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 그들의 고민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예전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보낸 사연이 나왔었는데 당사자가 무척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하필이면 주운 일기장이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것이라는 우연은 절대 우연처럼 안 느껴진다. 그러한 상황을 잘 넘기는 것까지는 좋은데, 현실에서도 제발 그럴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여하튼 지금 이곳의 청소년들도 <마마보이와 바리스타>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풋풋하고 아름다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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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하고 쫀득~한 세계 지리 이야기 - 개정증보판 생각이 자라는 나무 2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심차섭 그림, 노태영 옮김, 송치중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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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서 지리에 관심있다는 아이를 간혹 본다. 지리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학생이 있는가 하면 모든 '길'이 궁금해서 틈만 나면 지로를 그리고 있는 아이도 있다. 도대체 무슨 계기로 지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내 입장에서는 그게 더 궁금하다. 물론 나도 세계의 다양한 지리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곳을 가고 싶기는 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학문으로 접근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봤다. 아니, 그런 분야가 있는지조차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관심밖의 분야였다는 얘기다.

 

  그러다 이 책 저 책 읽으며 세계지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앞에서 이야기한 아이들은 일찍 깨인 아이들이 아닐런지. 나는 어른이 되어 깨달은 것을 걔네들은 어렸을 때 알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여행을 좋아해서 다양한 나라에 관심을 가진 것도 있지만 그 보다 현재의 우리가 다른 나라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지금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서 세계사도 재미있어졌고. 그 후에 지리와 관련된 책, 특히 지리뿐만 아니라 역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항해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곤 했는데 거기에 짤막하고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특징인 '말랑하고 쫀득~한' 시리즈의 세계지리에 관한 이 책도 추가해야겠다. 개정증보판이라서인지 최근 일어났던 일까지 서술하고 있다. 게다가 국 작가가 쓴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사례도 많이 들어 있어서 번역한 책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딸이 이 책을 보더니 지리만 나오는 거냐고 묻는다. 글쎄, 말로는 세계지리지만 그 안에는 기후와 자연 등 물리적인 것부터 문화, 역사까지 모든 걸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오로지 지리만 이야기한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을 테니까. 그렇다. 이 책은 전반적인 지구부터 각 대륙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세계지리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외형적인 지리만 이야기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다만, 역사와 문화, 풍습을 이야기하지만 아주 간단히 이야기한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깊고 좁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넓고 얕게 이야기한다고나 할까.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신선한 맛은 좀 떨어지지만 이제 막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청소년이나 초등 고학년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세계지리 입문서라고나 할까. 워낙 '말랑하고 쫀득~한' 시리즈를 좋아해서 책을 받자마자 읽었는데 내용이 쉬워서인지 금방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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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 시가 되라 - 달털주 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詩 수업 이야기
주상태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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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도서실에 왔을 때  반만 살아있는 난이 있었다. 화초를 잘 키우고 싶으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관계로 그저 가끔 잊지 않고 물만 주고 있다. 물은 한 달에 한 번 주는 게 좋다는 말을 들은 것 같(산세베리아는 그렇던데 난초도 그런지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으나 문제는 너무 오랜만에 물을 주기 때문에 언제 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되도록 월초나 월말을 정해 놓고 준다. 그나마도 방학 때 일주일에 한 번만 출근하는 바람에 그 리듬이 깨져서 언제 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전, 새로 올라오는 싹 중에 꽃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혹시나 해서 며칠을 기다리며 관찰해 보니 정말 꽃대가 맞다. 설렘을 안고 꽃이 피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린 것이 벌써 열흘이 되어 간다. 꽃은, 아직 안 피었다. 식물은 꽃 하나를 피우기 위해 이렇게 오랜 세월을 준비하는구나. 난꽃을 기다리며 생각나는 시가 있다. 바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옴과 동시에 그 시의 의미가 가슴으로 느껴졌다. 내가 시에 대해 온몸으로 체험한 경우가 딱 두 번인데 하나는 위의 경우와 야생화에 재미 붙여서 한창 땅바닥만 쳐다 보고 다니던 시절 아주 작은 꽃(물론 전에는 그런 꽃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이 예쁘게 다가오는 걸 보고 김춘수의 <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절로 느껴졌을 때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어느 순간 문득 시의 의미가 느껴지는 경험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제야 알았다. 시가 무엇인지, 시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또 하나, 나도 시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사는 건 아니라는 걸.

 

  그렇다고 내가 시를 좋아한다거나 즐겨 읽느냐면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시집은 누군가가 선물해 주거나 어쩔 수 없이 읽은 것이 전부다. 아주 극히 적은 시를 읽었는데도 어느 순간 시가 떠올랐으니 만약 내가 시를 많이 읽으면 삶 속에서 시가 연상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시를 좋아하나 보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 시는 다가가기 힘든 분야다. 그래서 중학생 아이들이 시를 썼다고 했을 때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들었고 그럴 듯하게 씌여진 시를 보며 부럽기도 했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인가 싶기도 하지만 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아니, 오히려 정규 교육에서는 소외된 아이들이 시로 위안을 받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식으로 받는 시 수업이 있다면 나도 한번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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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첫사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2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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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아렷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첫사랑이란 준비도 되지 않고 철 없을 때 다가오기 때문에 어설프고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일 게다. 첫사랑이 이루어진 사람들은 괜히 아쉬워하는 걸 보는데, 그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사랑을 했다거나 아니면 서로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나서 이루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그들을 제외하면 대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랑을, 아니 사랑인 것 같은 감정을 느꼈기에 지속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첫사랑이란 단어는 설레게 한다. 그래서 똑같은 제목의 책이 여러 권 있는 것 아닐까. 뭐, 세상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사랑'이라는 단어도 그냥 하나의 단어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나이에 첫사랑 이야기를 읽는다고 해서 마음이 설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추억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단어다. 여기서 내 추억을 주절주절 풀어놓을 필요는 없는 것 같으니 책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흔히 유독 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다면 그 친구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가능성이 확신이 되게 하는데 줄리아나도 한몫한다. 다만 줄리아나는 브라이스를 괴롭힌다기보다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티를 내서 브라이스를 귀찮게 하는 점이 다르다. 브라이스에게 한눈에 반해서 체면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따라다니는 줄리와, 잘생겼지만 소심한 브라이스가 줄리를 피해 다니는 모습을 보니 읽는 사람은 그저 즐겁다.

 

  마냥 천방지축에 독특한 성격인 줄 알았던 줄리가 의외로 속이 깊고 순수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안 브라이스는 어느 순간 줄리가 달리 보인다. 그러면서도 마음과는 달리 계속 오해가 생겨서 어긋나기만 한다. 특히 달걀 사건은 읽는 사람도 안타까울 정도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오해가 잘 풀렸고 더불어 소심한 브라이스가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내서 사랑을 얻는 모습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넘어 뿌듯하기까지 하다.

 

  사실 줄리의 마음은 처음부터 한결같았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줄리를 그토록 싫어했던 브라이스가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대신 심리 묘사가 많아서 오히려 독자는 브라이스의 변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았으니까 갑자기 맞는 설렘은 없다. 둘의 신경전도 그렇지만 두 가족의 위선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줄리가 주관이 확실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이유나 브라이스가 소심하고 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사람은 나이 먹는 것이 단순히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연륜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줄거리를 엮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을 배우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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