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게 뭐예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2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이효숙 옮김, 프레데릭 베나글리아 그림 / 상수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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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주변의 잡다한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면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러다 실제로 산속에서 한 가족이 혹은 혼자 사는 사람을 볼 때면 과연 무슨 재미로 살까, 내지는 왜 그런 곳에서 사는 걸까 의아한 생각마저 든다. 즉 가끔 속세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다.

 

  어차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어렸을 때는 적어도 지금처럼 삭막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시골이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요즘은 생활환경과 가정환경 등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개인이 성공하는 것에 관심이 집중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의 어린이들을 보면-물론 양육자가 그렇게 키워서 그렇겠지만-상당히 이기적인 경우가 많다. 하긴 어른들조차 이기적이고 역지사지를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이 꾸려가는 가정의 아이들이 이기적인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런 세태를 푸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내 아이부터 제대로 키우는 것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그건 바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더라도 조금 더 깊이있게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뭔가 조금씩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원래 철학이라는 것이 뜬금없어 보이는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리기도 하니 말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법이 필요하고 때로는 자유가 구속되기도 하지만 규칙을 따를 때와 저항할 때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답답한 현실 때문인지 유독 그 문제가 눈에 쏙 들어온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할까요?'라는 의문을 갖는 이유가 '언제 복종할 것인지 언제 저항할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글귀 말이다. 또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더 나아가 '깨어있는 시민'이 많아야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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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9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박광신 옮김 / 상수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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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올해부터 '좋은 질문왕'이라는 상이 생겼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알기 때문에, 더 알고 싶은 욕구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질문을 한다는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거나 터무니 없는 질문을 무턱대고 하는 것까지 포함하진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에서 더 알기 위해 질문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간혹 어떤 하나의 생각이 자꾸 가지를 쳐서 나중에는 처음의 것과 상관없어 보이는 곳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터무니 없어 보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모종의 관계를 연결시킬 수도 있고,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한다. 갑자기 이 책을 읽다 보니 브레인스토밍이 생각났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계속 쏟아내는 방식을 보자 불현듯 그것이 생각난 듯하다.

 

  특히 이번 주제는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생각해 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공부를 꼭 해야만 하는지, 학교에는 꼭 가야 하는지,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하는지 등 아이들이 직접 당면한 문제가 아니던가. 어떤 것을 맨 처음에 어떻게 알았을까를 곰곰 생각하다 보면 결론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만 반복하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첫 번째 질문이 바로 그런 식이다. 우주가 있다는 것을 처음에 어떻게 알았을까, 학자나 부모님은 어떻게 알았을까부터 시작해서 앎 자체에까지 질문을 던진다. 사실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 질문이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법한 문제다. 특히 어린이들이 질문을 하면 대답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대답하기 더 곤란한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이런 책을 부모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다면 근사한 대화가 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사고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어렵게 볼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보아서도 안 되는 철학적 문제를, 쉬우면서도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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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누구의 것이 될까? - 철학 교수가 들려주는 지혜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28
제브데트 클르츠 엮음, 이난아 옮김, 박혜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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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출근하며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고전의 한 구절을 들려주는 것이 있다. 아주 간략한 이야기인데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이자 때로는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너무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냥 지나친다는 점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뻔한 것도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면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도 모두 평이한 이야기들이다. 간혹 어딘가에서 읽었거나 들었던 이야기도 있고 결말이 어떻게 될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도 많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어떤 울림이 있어서 간혹 책을 읽다 말고 곰곰 생각하곤 한다. 물론 그 이야기가 생소해서가 아니라 생각할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학을 너무 어려워하거나 아니면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가장 중요한 부분이 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누군가의 이론을 연구하고 진리를 찾아 묻고 또 묻는 그런 철학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작은 것 하나라도 되돌아보고 생각하는 그런 철학 말이다. 

  예를 들면 '사막에서 만난 남자' 이야기의 경우 이기적인 삶이 당연시 되는 요즘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자신이 위기에 처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훗날 안 좋은 소문 때문에 사막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이 낭패를 볼 것을 염려하니 말이다. 그 남자는 대인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라면 살맛 날텐데, 불행히도 안 그런 사람이 훨씬 많다. 

  '꿈 풀이'에서는 언어, 즉 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을 이야기하되 상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은 어찌보면 아부를 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없는 이야기를 부풀리거나 꾸미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혜롭게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리한 사람이라면 두 개의 말이 결국은 같은 뜻이라는 사실을 알 테지만 언제나 그런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니잖은가. 내가 워낙 사실을 투박하게 표현하는 타입이라서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제 조금 정리가 됐다. 언어의 섬세함을 살리지 못한 것과 인간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섬세하고 노련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의미가 같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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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헤엄치는 생각 물고기 - 개정판 생각쟁이들이 열고 싶어하는 철학꾸러미 1
최은규 지음, 김나나 그림 / 소담주니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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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뇌과학자는 생각을 '뇌의 재잘거림'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미처 알아채지 못할지라도 잠깐  사이에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한다. 간혹 극히 짧은 순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챌 때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모르긴 해도 대개의 사람들은 이처럼 수많은 생각을 하며 살 것이다. 오히려 생각하지 않는 순간을 느끼기 위해 명상이라는 훈련을 할 정도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무엇일까. 아니, 왜 생각을 하는 것일까. 더 나아간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을 잘 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생각을 하지만 누구나 철학자가 되거나 진리를 깨닫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생각에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제대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일 게다. 철학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였지만 사실 우리는 매 순간 철학적인 사고를 하지 않던가 말이다.

 다양한 명제에 대해 간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알려주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때로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때로는 작가가 만든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가끔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비약을 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특히 '생각'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인간이 모든 동물의 우위에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서 거북했다. 모든 동물은 나름대로 가치있고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 인간의 우월성을 이야기하니 거슬릴 수밖에.
 
 그러나 '시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이들과 생각해볼 게 많겠다. 재미있게 놀 때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하기 싫거나 어려운 일을 할 때는 시간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 공감하는 일이니까. 이 부분을 <모모>와 연결시켜 이야기해도 좋겠다. 각각의 주제가 정확한 답이 없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독자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유도하고 있어서 이야깃거리는 많다. 다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야기가 작위적이고 깊이가 없어서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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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헤엄치는 지혜 물고기 - 개정판 생각쟁이들이 열고 싶어하는 철학꾸러미 2
최은규 글, 김나나 그림 / 소담주니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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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의 <논리 물고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논리의 기초에 대해 잘 알려주고 있어서 인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큰 기대를 가졌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혜란 딱히 정의할 수 없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것이기에 과연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 줄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논리 이야기보다는 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논리는 전달해야 할 것이 명확해서 새로운 것을 아는 재미가 쏠쏠했던 반면 지혜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거나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주제의 특성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아닌 듯하다. 사실 지식은 설명하기 쉽지만 지혜는 곤란하거나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므로 설명하기 곤란한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따른 지혜 주머니가 두 개씩 나온다. 진화론과 창조론처럼 의견이 분분한 주제부터 운명이나 점처럼 명확히 규정지을 수 없는 문제들을 다룬다. 그런가하면 직업이나 법, 효도처럼 사회에서 어느 정도 정해놓은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도입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반면 식상하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어떤 이야기는 우리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살짝 바꿔서 들려주기도 하는데 이 또한 때로는 재미있지만 가끔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혜란 무조건 책을 읽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지 않고 읽는 것은 잘 씹지 않고 먹는 것과 같다.'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책을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혜 주머니라고 되어 있는 부분은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가끔 글쓴이가 '이래야 한다'고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독자에게 정답이 없는 질문을 함으로써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신은 있을까, 없을까라는 문제를 가지고 한족에는 없다고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서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다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차피 이것은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지혜가 자라는 것이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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