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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도자기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7
김평 지음, 이광익 그림 / 책읽는곰 / 2009년 8월
평점 :
모임에서 매년 어린이 책문화운동의 하나로 가을문화행사를 개최한다. 그런데 이번 행사 주제가 전통문화다. 당연히 이 시리즈(온고지신 시리즈)도 그 범주에 속한다. 이 책을 보자마자 반가웠던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현란하고 화려한 그릇보다 수수한 자기가 훨씬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릇에 별로 욕심이 없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니 잘 모르긴 하지만 어쨌든 외국산 그릇보다 우리 도자기 그릇이 훨씬 마음에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도자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간략하게, 그러나 과정은 모두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두리가 놀 친구가 없어 강아지, 고양이와 노는 것을 보면 마을에서 시끌벅적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속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사는 가족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심심한 두리가 식구들을 찾아다니며 놀자고 하지만 어른들은 각자 할 일이 따로 있다. 또한 그것은 바로 도자기를 만드는 순서가 된다. 수비한 흙을 반죽하는 일부터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굽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솔직히 수비라는 말을 잘 몰랐다. 여기서 자세히 읽고 다른 책을 보니 거기에도 나온다. 그렇다면 전에도 그 단어를 들어봤다는 얘긴데, 문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할아버지와 삼촌까지 온 식구가 매달리는 것으로 보아 두리네는 대대로 도자기 굽는 일을 하는 집안인가 보다. 문양도 일일이 손으로 찍어내고. 처음에는 도자기에 시큰둥하던 두리가 그림 속에 있는 아이들과 놀고 나서 적극적으로 도자기 만드는 일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아(물론 환상 속에서 만난 친구를 만드는 것이지만) 나중에는 두리가 이 일을 잇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두리가 창고에 들어가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도자기 그림 속에 있는 인물들이다. 전체적인 모습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이 비해 다양한 도자기를 커다랗게 확대한 그림을 보니 달라 보인다. 이런 문양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환상 속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도 괜찮았다. 두리가 창고에서 잠들었다고 하면 얼마나 김 샐까 걱정하며 읽던 차였다. 환상은 환상대로 인정하고 현실을 존중하며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변한 두리의 모습을 보니 읽는 이도 덩달아 활기가 느껴진다. 커다란 작업장을 조망하듯 바라보는 뒷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도자기 만드는 곳에 다녀온 듯하다. 아니, 내가 지금 그 곳에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