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에 숨겨진 비밀 쪽지 마음이 자라는 나무 33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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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문학 고전을 읽던 중에 잠깐 틈을 내서 이 책을 읽었다. 마침 다양한 국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던 참에 이 책 또한 인도라는, 어린이 문학작품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책이라서 읽으면서도 내가 지금 고전을 읽고 있는 건지 어린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잠시 헷갈렸다. 게다가 고전도 사회적 모순을 신랄하게 꼬집는 책이었는데 이 책마저 그러니 헷갈릴 수밖에.

 

  어렴풋이 이크발이라는 이름을 들은 기억이 난다. 여기서는 이크발이 카펫에 도움을 요청하는 쪽지를 숨겼고, 그것을 발견하면서 노예 노동에 처한 아이들을 구출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그것은 작가가 설정한 것이겠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커다란 가게를 운영하며 카펫과 기타 관광용품을 팔고 있는 곳 한켠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하루 종일 카펫을 만든다고 누가 생각이나 할까. 기자이면서 다양한 비정부기구에 기금을 내는 알베르토가 쪽지의 존재를 알게 되자 그냥 넘기지 못하고 혼자 아이들을 구출하러 간다. 현실에서도 이런 게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이 노예노동의 현실을 고발하는 활동을 하는 이크발을 버젓이 총으로 암살하는 현실에서 알베르토 같은 사람이 구출하는데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인도 사람들이 아동인권을 몰라서가 아니라 관심을 갖지 않아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 게다. 관심을 갖고 있다손 치더라도 사회적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뒷거래가 가능하기에 이런 일이 근절되지 않는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지만 그들로서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일 테니 답답하다. 더구나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강제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자기의 아이를 판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가 말이다. 그들 중에는 알면서도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파는 경우도 있지만 돈을 벌게 해준다니까 별다른 의심없이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시작이야 어찌됐든 불쌍한 건 어린이들이다.

 

  어린이 노동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이것을 소재로 하는 책도 몇 권 읽었지만 내가 주변에서 맞닥뜨리는 문제가 아니니 읽을 때 뿐, 금방 잊어버린다. 축구공이 어린이가 만든 것이라고 해서 문제가 되었다가 지금은 어느 정도 해겨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여전히 어린이들이 만들고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국제축구연맹에서 그런 축구공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어린이 노동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처럼 카펫을 만드는 어린이들을 보호 혹은 구제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만든 카펫을 사지 않으면 될까.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책을 읽으면 더 답답해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 그래도 아예 모르고 있는 것보다 현실이 어떤지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바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위안 삼는 것으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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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 2012 뉴베리 아너 상 마음이 자라는 나무 32
유진 옐친 지음, 김영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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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베리 아너 상이라는 딱지와 세계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읽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오래전에 상을 탄 것도 아니고 바로 얼마 전이 아닌가. 그런데, 내용은 아주 오래전을 배경으로 한다. 스탈린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구소련에서 한창 독재가 횡행하던 시기일테고, 그렇다면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구소련에서 태어났다는 작가 소개를 보니 짐작은 확신으로 바뀐다. 뭐, 그거야 어쨌든 독재의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라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언제나 비정상적인 현실을 비판하고 비꼬는 책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인가 보다. 지금까지, 나는 별로 재미없게 읽었던 책들이 대단한 찬사를 받는 것을 보며 내가 문학을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라고 자책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자기 문화의 이면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책이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에게 엄청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에 따른 플러스 알파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말이다. 솔직히 이 책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본다. 미국의 입장에서 구소련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니까. 그런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교하기에는 뭔가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 엄석대는 다른 사람들의 묵인 하에 대장 노릇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스스로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인해 부여받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힘을 휘두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석대가 떨어지는 방식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부모의 지위로 인해 순식간에 바뀐다. 사샤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버지가 비밀경찰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던 사샤가 어느날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이라던가 모순된 제도 등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스탈린 동상의 코를 부러뜨렸다고 끌려가고, 체제 앞에서 인격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상황들을 보여준다. 보통의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테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일종의 세뇌라고나 할까. 우리의 지난 날을 돌이켜 봐도 그런 상황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그러나 인류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어쨌든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간다고 위안을 할 수밖에. 그런 바탕에는 사샤처럼 작은 용기가 결국 큰 물줄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사샤 아빠도 그런 부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처음에는 의욕에 넘쳐 부인까지 고발할 정도로 열성적이지만 어느 순간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사샤의 말대로 아무 죄 없이 끌려간 게 아니라 일종의 이중스파이 역할을 했다고 믿고 싶다.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처음에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접점을 찾으려고 애쓰느라 순수하게 이야기에 빠져들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리뷰를 쓰는 이 순간 오래전에 읽었던 내용들을 돌이켜보니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뭔가 치밀어오르게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비인간적이고 말도 안되는 일을 강요하는 체제라면 순응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도 이와는 다르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많이 겪었는데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모두 그걸 알 수 있을까. 글쎄, 아직 안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 독재로 인해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만약 그 시기에 독재가 아닌 제대로 된 정권이 있었다면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독재는 끝났지만 그때의 것들이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까지도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이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는다던데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은 어느새 여기까지 달려오고 말았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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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큰곰자리 6
고재현 지음, 한지선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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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전부 볼 수 있다면 오해가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전부를 보진 못하더라도 내가 보는 게 아주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만 해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어차피 나는 여기에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없으니 내가 보고 듣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그래서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 책의 주인공들은 남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과거의 어떤 시간으로 되돌아가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현실에서 별 다른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갔다면 거기서도 별다른 깨달음을 얻진 못했을 것이나, 언제나 그렇듯 현실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딱 그 문제와 관련된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니까 현재의 고민거리가 된 출발점이라고나 할까.

 

  매일 힘없이 누워만 있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던 희주가, 엄마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던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나 왕따를 당하는 현재의 원인이 된 시점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꾼 세은이 이야기 등 여기서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과거로 돌아가서 아주 살짝 물줄기를 틀어서 현재를 바꾼다. 커다란 현재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어린 자신의 일에 개입하는, 조금은 타임머신의 규칙에 어긋나는 듯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안심이 되기도 한다. 현재를 바꿀 수도 없는 과거로 돌아가면 그냥 상황을 이해하는 것 외엔 다른 소득이 없어서 아쉬웠던 참이다.

 

  네 명의 아이들은 각기 현재의 가장 걱정거리이자 불만거리가 생기게 된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이해의 폭을 넓혔다. 만약 현재(혹은 현실)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물꼬를 틀어야할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 그건 아이건 어른이건 간에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말은 이렇게 쉬운데, 행동은 참 어렵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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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와 두 할아버지 동화는 내 친구 70
해리 벤 지음, 이유림 옮김, 멜 실버먼 그림 / 논장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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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장의 이 시리즈는, 참 좋아하는 책이지만 요즘의 아이들에게 선뜻 추천하지 못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들에게는 주저없이 추천하지만 당장의 재미와 흥미만 좇는 아이들에게는 괜히 타박만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책이지만 전개가 느리고 커다란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어 밋밋하기도 하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간혹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책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쪽일까. 아마 내가 보기에 괜히 잘못 권했다가 '재미없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다시 돌려받기 딱 좋은 종류가 아닐런지. 하긴, 아이들은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서 무지 재미있었다며 들고 올 가능성도, 있겠지만.

 

  우선 이 책을 읽으려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시대를 감안해야 한다. 처음에 시대적인 것은 감안했지만 문화적인 차이를 무시하는 바람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꽤 있었다. 아무리 친척이라고는 하지만 파블로를 별다른 고민없이 실반 할아버지에게 딸려 보내는 일이라던가 실반 할아버지의 말도 안 되는, 그야말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도 파블로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길에서 만난 이리스 아줌마가 파블로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을 주기로 한다던지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가 친척인지도 몰랐던 친척인데 나중에 파블로가 공부할 수 있도록 나서는 등, 중간에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된 것 같은 전개가 당황스러웠다. 앞뒤 전개가 논리적으로 타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 것일 게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중간의 그런 것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50년대에 씌어졌으며 경제적으로는 궁핍하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을 무대로 한다는 사실이 다른 것들을 상쇄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으며 그 자리에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면, 실버 할아버지나 돈 할아버지의 경우 가끔 밉기는 하지만 결코 싫어할 수 없다. 파블로가 읍내로 가게 된 이유가 글을 배워서 편지를 읽기 위한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편지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오로지 파블로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만 남았다. 중간중간 실반 할아버지가 속임수를 쓰거나 계략을 꾸밀 때도 파블로가 모두 알면서도 그걸 따지지 않고 현명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사람의 모습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잘못을 당장 따지거나 바른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모른 척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그것을 어린 파블로는 스스로 터득하고 혼자 결정한다. 비록 글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삶의 지혜를 배운 것이다. 듬성듬성 사건을 이어가는 것 같지만 그런 것들이 내용을, 독자의 마음을 풍부하게 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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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 햇살 냄새 난 책읽기가 좋아
유은실 지음, 이현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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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식사 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한 분이 '~라도 잘 하니 다행'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이 책의 지수가 생각났다. '도'라는 글자 하나에 따라 어감이 이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물론 지수가 말하는 '도'와 위에서 이야기한 '도'는 다르지만 매번 '도'를 남발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걸 듣는 것도 괴롭긴 하겠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지나가다가 어김없이 만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하는 사람들이다. 그럴 땐 바쁜 척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치는 게 상책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에서 도를 찾는 아이가 있다니 도대체 어떤 아이일까.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도'가 아니다. 역시, 유은실 작가는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독자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이 작가는 너무 평범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문제라'도' 재미있는 소재로 승화시킨다고나 할까. 게다가 현실을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비관하지도 않는다. 보통 같으면 지수가 변한다거나 현우가 마음을 바꿔서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다음 날을 맞을 테지만 얘네들의 상황에서는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아니다. 상황은 안 바뀌었어도 마음은 바뀌었다. 지수랑 짝하기 싫어서 짝 바꿔 달라고 말하고 싶다던 현우가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그걸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때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대단한 발전이다.

 

  '어린이는 역시 어린이다'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웃지 않을 수 없다. 동생이 태어난 걸 시샘해서 미워하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동생을 걱정하는 모습의 <백일 떡>, 햇볕이 잘 안드는 집에 살지만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밝은 햇살을 쬐는 표제작, 그리고 가장 웃기면서도 아이다움이 잘 드러난 <기도하는 시간>은 모두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 그대로다. 나를 비롯한 어른들은, 흔히 반지하에 살고 가정환경이 썩 좋지 않아 보이는 아이는 마음도 어둡고 삐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림이가 마음 다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읽는다. 그러나 예림이는 참 잘 크고 있다. 계속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실 저학년 동화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곤 한다. 그러다 《멀쩡한 이유정》 같은 책을 읽으면 무척 뿌듯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역시 뿌듯한 책 읽기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기도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별로라고 생각되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그 후로 싹 잊어버리는 것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게 여겨지는 작품이 진짜가 아닐까 싶다. 여하튼 유은실 작가의 책을 만나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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