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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 - 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들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2월
평점 :
🙋♂’일상속에서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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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은 바로 프라이버시(Privacy)입니다. 직장에서도 주말에는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따로 연락을 받지 않은지는 오랜시간이 지났습니다. 대인관계를 축소한지도 꽤나 오랜시간이 지났기에 저는 저와 가족, 그리고 가까운 지인 이외에 연락하는 것도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SNS를 자주 이용합니다. 이는 익명성에 기대는 것도 있지만, 관계망을 만드는 것보다는 오히려 많은 것을 기록하는 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랜선 지인을 늘리는 것보다 콘텐츠의 절대량을 늘리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이것을 보다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편안하게 여기는 물리적 거리(46cm~1.2m)외에도 저는 심리적 거리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며, 나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그만큼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생활의 역사>는 바로 이런 물리적 심리적 거리의 기록의 시작과 현재의 변화를 다룬 서적입니다.
학교, 군대, 직장생활, 혹은 ‘비’자발적 모임에서 느끼시겠지만 자신의 사생활이나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을 감추는 것은 인간의 본능중에 하나입니다. 이는 약점을 들키게 되면 사냥터의 먹이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인간의 지능과 문명은 이러한 약점을 하나씩 없애주게 되었습니다.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거주지를 만들고, 성채를 쌓는 등의 미용이나 건축물 역시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 진화한 단면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문명이 진화한다고 해도, 사생활을 보다 보장받는 것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 (물론 지금도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이 있지만) 사생활 보장에 대중적으로 가능하게 된것은 중세시대를 넘어 근현대사회에 도달하게 된 이후입니다. 거기에는 몇가지 요건들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바로 법률제도를 대중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된것입니다. <사생활의 역사>에서는 14세기 한 귀족부인의 잦은 이웃에 대한 소송들이 나오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 누구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는 바로 자본주의의 역할입니다. 과거에는 계급피라미드의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사생활 보호에 유리(하다고 말하도 다들 입은 다문다)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돈으로 해결됩니다. (역설적으로 돈으로 사설탐정을 고용하는 시대기도 합니다) 세번째는 기술의 발달입니다. 편지등의 서신, 팩스에 이어 이메일의 발달과 모바일 메신저등의 통신기술이 비밀스럽게 의사소통에 있어서 사생활을 보장해준 것입니다. 이것들을 다양한 역사적인 사례로 풀어준것이 바로 <사생활의 역사>에는 잘 나와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법이 보다 강화되는 지금, 역설적으로 사생활의 침해는 더 쉬운 시대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기록에 남고, 그 기록을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까발릴 수 있는 시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특정 유튜버가 주작을 하면 하루도 안걸려서 해당 내용의 조작을 다 판별할 수 있습니다. 직장내에서는 로그인 기록이 남습니다. 데이터 해킹은 간단한 기술만으로 할 수 있죠. 그러니 지금은 그 어떤 시대보다 제도/자본/기술로 프라이버시를 활용할 수 있으면서 그것을 통해 프라이버시가 소멸될 위기에 있는 아이러니한 시대입니다. 그러니 누구나 사생활을 100%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두는게 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이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도구로부터 멀어지는 시간과 공간을 갖는것이 또 하나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성향과 허용가능한 거리를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