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이렇게 의무적으로 몇 권의 책을 추천하다보면, 때때로 선택의 순간에 마주한다. 이 책이 좋을까, 아니면 저 책이 좋을까. 이것은 물론 책들의 줄 세우기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이다. 단지, 그 과정은 그저 나의 취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책 고르기는 일종의 정치적 과정이므로 단순히 '취향의 문제'만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때때로 돌아보곤 가끔은 살짝 갸우뚱 거리기도 한다. 내가 저 책을 좋아했던가. 왜 그런데 저 책은 보관함에 들어있는 것일까. 내가 언제 저런 책을 넣어두었던 말인가.

이런 기억력 모자라고, 갸우뚱 거리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재미있는 테스트가 있어서 오늘 해보았다. 독서 취향 테스트. 나의 테스트 결과는 "현실적인 품격, "사바나" 독서 취향". 이른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과 같은 심정으로다가 절제와 품격을 가지고, 잘 정돈된 책들을 선호하는 취향 되시겠다. 이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다가도, 뭐 하여간, 계획없이 이것저것 들쑤시는 자들은 사바나에서 말라죽기 딱 좋을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라도 테스트 해보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다음의 사이트로. 물론 사이트 홍보는 아니다.
http://book.idsolution.co.kr/)

책 추천하려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나 한 기분인데, 뭐 하여간, 이번 달에도 의무감으로 쓰는 2011년 1월 출간된 내가 읽고 싶은 인문/사회/혹은 과학 신간들. 



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 마커스 드 사토이 / 승산

얼마 전에 블로그에도 잠깐 끄적거리긴 했지만, <바흐 이전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어떤 소리들의 조합은 우리가 듣기 좋은 음악이 되고, 어떤 소리들의 조합은 듣기 싫은 소음이 되는 걸까. 왜 어떤 특정의 구도나, 특정의 색의 조합은 우리가 보기에 좋은가. (물론 특정의 얼굴도 그렇고.) 영화에도 강조되어 있지만, 아마도 그 핵심의 하나로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은 '균형과 대칭'이 될 것이다. 이 균형과 대칭이 사실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는 것은 자연과 수학의 세계이다. 인간들이 만들고자 하는 거의 모든 것은 사실 이 균형과 대칭을 어설프게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자연과 수학, 특히 그 중에서도 수학의 세계에 담긴 대칭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담긴 책. 그곳에서 수학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또다른 美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이전 / 안토니오 그람시 / 갈무리

안토니오 그람시는 아직 유효한가? 맑스의 유령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 죽임을 당하지만, 아직도 어디선가 다시 살아나, 새로운 언어들로 말해진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어쩌면, 맑스야말로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시도한다는 것이 그가 다시 살아나야할 이유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야말로 이 안토니오 그람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1926년 이탈리아 파시스트 당국에 의해 체포되기 이전에, 그가 쓴 글들의 모음집. 지난 2001년에 同 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욕망의 아내 - 진화를 넘어서는 섹스의 심리학 / 데이비드 레이 / 황소걸음

도발적인 제목과 도발적인 표지와 도발적인 내용의 삼위일체. 본격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비(非)일부일처 관계를 탐구한 책. 핫와이프와 쿠콜드, 스윙잉과 폴리아모리라는, 사실 그렇게 크게 알고 싶지는 않으나, 뭐 그리 알아도 나쁠 것 같지않은..쿨럭쿨럭 사실은 매우 알고 싶은 단어들이 출몰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의 소개를 보면, 생각보다는 꽤 무거운 내용인 것 같다. 김어준 씨는 이 책을 "매우 지적인 소수의. 그 외 절대다수, 촉수 엄금"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도 본격 어른들을 위한 책. 



퀀텀 브레인 / 제프리 새티노버 / 시스테마

생물학적 측면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의 측면에서 뇌를 탐구한 책. 이렇게만 써놓고 보니 꽤나 무시무시한 책인 것 같지만, 서점에서 잠깐 살펴본 바로는 책의 설명이 상당히 세세하여, 나같은 문외한들도 읽어보려는 시도를 해도 괜찮은 책이라 생각된다. 누군가가 한 말처럼, 19세기가 뉴턴물리학의 시대라면, 20세기는 양자물리학의 시대다. (그러니 20세기가 다 지나간 지금에 양자물리학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알아두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곧 다른 물리학의 시대가 올테니까.) 뇌에 대해서 알게 될 뿐만이 아니라, 곁다리로 양자에 대해서도 살짝 알게된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이 책으로만은 턱 없겠지만. 



8시간 VS 6시간 /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 이후

8시간 노동은 언제부터 정해진 것일까? 물론 이 질문은 오만한 것일 수 있다. 8시간만 노동하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그러나 그 8시간 노동제가 채 자리잡기도 전에, 6시간 노동제를 외친 이단아, 혹은 선구자 격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6시간 노동제는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를 언도받았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 패배의 기록들. 그 패배의 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8시간 노동제가 죽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은 혹시 아닐까. 미래에 혹시 오게 될 <10시간 VS 8시간>, 혹은 <12시간 VS 10시간>의 출간을 막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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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분야에 워낙에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써 그런지 이번 달은 어떤 책이 선정될지
감을 못 잡겠네요. 그리고 뭘 소개해야될지 고민되네요. ^^;;

맥거핀 2011-02-08 16:00   좋아요 0 | URL
음..저도 지금까지 신간평가단분 서재를 휘 둘러보며 뭘 추천하셨나 봤는데, 이번달은 겹치는 책이 상당히 적네요. cyrus님 말대로 좋은 책이 그만큼 많이 나왔다는 뜻도 될테구요. 뭐 고민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맘 가는대로 고르면 되지요.^^ (모든 것은 운에 맡기구요.;;)

네오 2011-02-0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정말로 책선정하시는데 탁월하신데여~ 욕망의 아내 급 읽고 싶어지는군여 ㅎㅎ, 니알 퍼거슨의 증오의 세기 책의 두께가 후덜덜하더군여,,책값도 만만치 않구요~ 그런데 소개한책들중 교보문고 강남점에서는 못본것 같아여~ 주말마다 가는데 무슨신간나왔나 살펴보면 그대로 있는것 같구여,,종로 교보나, 영풍,반디앤루이스는 책들이 참 잘정리가 되있는데,,강남은 책찾을때마다 조금은 헤매는 경향이 있어여,,그러니깐 철학이나 사회학책을 살펴볼려면여,,그러니깐 맥거핀님이 소개해주신책 좀 오프라인에서 뒤젹거릴려면 시간이 흐른뒤예여~ 신간평가단의 책들은 도대체 어떻게 고르나여? 서점이용, 출판사 블로그, 조금 궁금하네여 헤헷

맥거핀 2011-02-09 22:17   좋아요 0 | URL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구요. 제가 틈나면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서점의 신간판매대를 열심히 기웃대고는 합니다. 서평단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쪽은 더 열심히 보구요. 그래서 좀 괜찮다 싶은 책은 제목을 적어두고, 집에 왔을 때, 보관함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알라딘 같은 경우에는 RSS피드로 최신간들을 보내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편리하기도 하구요.
예전에 강남 교보는 몇 번 갔었는데, 요즘에는 강남이라는 동네를 거의 통 안가게 되서요. 집근처에 잠실 교보가 있어서 종종 가고, 종로 영풍은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가끔 갑니다.^^

세실 2011-02-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인문학 책읽기를 하기로 맘은 먹었지만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 아직 욕망의 아내 이런 책은 읽지 못하겠어요.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다고 해도요. 전 넘 보수적인가 보아요.
8시간보단 6시간 근무가 훨씬 집중력을 요할수도 있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어차피 내일은 내가 해야하니까요. 앞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

맥거핀 2011-02-12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서재를 들락날락 하면서 늘 느끼는 건데, 여기 계신 여러분들을 보면, 저 역시도 인문학에 관해서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정규교육을 받은 게 도대체 몇 년인데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또 뻔뻔스럽게도 책 추천을 하고 있으니..^^;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그래도 좋은 일이지요. 또 책을 읽어야할 의지를 끄집어올려 주니까요.

herenow 2011-02-1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의 아내는 좀 쌘 것 같습니다. ㅋㅋ
대칭이랑 퀀텀브레인은 표지부터도 멋지죠.. 내용이야 뭐 호기심 팍팍~
이번달에는 다른 분들이 어떤 책을 골라놓으셨나 미리 둘러보고 있는데
역시 다양하시군요. 저도 <대칭>을 골라두었으니 어떻게 될지 한번 볼까요? ㅎㅎ

맥거핀 2011-02-12 23:19   좋아요 0 | URL
하하. 좀 쌘가요? 근데, 위에도 잠깐 썼지만, 상당히 어렵고, 학문적인 책인듯..그래서 선정되어도 도리어 약간 걱정이네요.
이번달 신간평가단 분들 추천서는 거의 모두 흥미로워요. herenow님의 추천서들도 기대가 됩니다. (왠지 <대칭>에 힘이 모아지는듯..? 그러나 힘이 모아진다고 그 책이 되라는 법은 없으니...)

암향부동 2011-02-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대칭>은 추천해 놓았습니다. 이번 만큼은 자연과학 서적이 선정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그리고 <안토니오 그람쉬의 옥중 수고>는 읽고는 싶은데 제 짧은 능력으로는 맥거핀님보다 잘 소개할 자신이 없어서 제외했구요^^ <욕망의 아내>는… 읽고는 싶은데 이렇게 제목과 책 소개가 자극적인 책 치고 좋은 책을 별로 만나지 못해서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격언에 따라 저는 제외했지만 선정된다면 정말 즐겁게(몰래) 읽을 것 같습니다^^. 퀀텀 브레인은… 흠… 요새 뇌과학 서적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기존 뇌과학 서적과 좀 다른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간 평가단에서 신간 선정은 확실히 <정치적>인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맥거핀 2011-02-14 00:04   좋아요 0 | URL
오~이로써 <대칭>에 한 표 더 추가네요. 비공식 집계 현재 단독선두입니다.ㅎㅎ (물론 1위한다고 선정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암향부동님도 친 과학파(?) 중에 한 분이시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과학서적을 한 번 받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물론 과학책이 꼭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양성 확보의 차원이죠.;) 뇌과학책이 조금 식상한 감도 있는데, 뇌과학이 요즘 과학책들 중에서도 유달리 많은 편이라, 한 권씩 넣게 되네요.

암향부동 2011-02-14 00:24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이 자연과학이라…. 신간평가단 중에 저라도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칭>은 사실 추천하면서도 겁이 좀 나는 책입니다. 책 설명엔 쉽게 쓰였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지ㅎㅎ

뇌과학 분야는 제가 한동안 빠져서 시중에 있는 뇌과학 책을 거의 전부(대략 20권 정도 읽었을까요?) 읽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한 10권 넘어가니 그 내용이 그 내용이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좀 방면에서 뇌과학을 살펴본 책이 나온 것을 보니 반갑습니다.

그리고 뇌과학 서적이 많은 것은 요새 뇌과학이 속된 말로 '뜨는 과학'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자연 과학의 영역 밖이라고 여겨졌던 감정이나 의식이란 부분을 뇌과학을 통해 자연 과학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거든요.

herenow 2011-02-15 11:06   좋아요 0 | URL
정치적이라는 말씀에 깊이 동감~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분히 '정치적'이죠. ㅎㅎ


꽃도둑 2011-02-1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 님의 안목을 믿어요...추천하신 책들이 다 흥미로워요. 특히 옥중수고, 대칭이 조금 더 땡겨여 캬~~ 안토니오 그람시 머리모양 죽이는데요?..ㅎㅎ

맥거핀 2011-02-17 14:44   좋아요 0 | URL
저래뵈도, 당시 최신 이태리 스따일입니다.^^ 워낙 좋은 책들이 많아서, 이번달은 여러모로 선정이 궁금해지네요.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서평단 활동이 3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부터는 어떻게든 다 읽고, 뭔가를 끄적거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는 것과 서점에 가게 되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쪽의 신간들을 조금 더 주의깊게 보게 되는 의무감이 생긴다는 점. 그러나 이것은 기분좋은 압박감이고, 나쁘지 않은 의무감이다. 오늘도 서점에 들른 김에 일종의 의무감으로 신간들을 살펴보았는데, 조금은 새로운 사실을 눈여겨 보게되었다. 그것은 무시할 수 없는 꽤나 상당수의 책들이 비닐에 고이 싸인 채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글쎄. 서점에서 하는 것인지, 출판사 쪽의 조치인지 모르지만, 이것은 씁쓸한 기분을 들게 한다.  서점이나 출판사의 고충을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인터넷 서점이 점점 발전하고 있고, 많은 책 수요자들을 그들이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프라인 서점 역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책의 물리적 속성들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책을 들었을 때의 그 적당한 무게감, 책을 펼쳐든 후에 느껴지는 새 책 냄새, 종이의 느낌, 종이의 질, 활자의 모양, 그리고 구입한 책을 들고 집으로 향할 때의 그 묵직한 기분좋음. 그러나 책에 싸여진 투명한 비닐은 그 모든 것을 원천적으로 방해한다. 더구나 나는 대부분의 경우, 목차를 주의깊게 보고, 저자 소개를 충분히 읽어본 후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제 어떠한 책들은 도리어 온라인에서 다시 책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이제 표지나 명성만으로 책을 고르는 때가 도래한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의 와중에서 건져낸 2010년 12월에 출간된 내가 읽고 싶었던 인문/사회 신간들.
 

 

증오의 세기 - 20세기는 왜 피로 물들었는가 / 니얼 퍼거슨 / 민음사

인간은 생존이나 식량의 확보라는 이유가 아니고서도, 같은 종족을 죽이는 유일한 종이다. 즉, 그것만으로는 20세기에 일어났던 수많은 대량학살들을 설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히틀러의 유대인의 절멸 계획은 그 당시, 게르만인들이 유대인에 느꼈던 경제적 위협에 근거하여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사실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의 20세기야말로, 학살이 횡행하였으며, 그 중 많은 수의 죽음이 단지 그들이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고, 아주 단순한 증오 때문이었다. 클라이브 폰팅의 <진보와 야만>도 20세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는데, 이 책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해줄 것 같다. 



게임의 문화 코드 / 이동연 / 이매진

우리가 가끔 게임을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그것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게임에 열중하던 40대가 게임방에서 3일 밤낮을 어쩌구..혹은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청년이 실은 게임에 빠져 있던 사람이었다는 어쩌구..즉 우리가 접하는 것은 그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현상'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현상'은 그 현상에 주목하면 할수록, 그 '본질'과는 조금씩 더 멀어져가며, 그 '본질'을 모르면 우리는 '현상'을 '현상'만을 놓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의 하나는 패륜범죄가 단지 게임의 폭력성때문이었다는 이상한 결론이다(예를 들어 그것은 게임의 '다른 면' 때문일 수 있다). 저자 이동연은 현상이 아니라, 게임을 문화 텍스트로 정의하고, 그것의 본질을 살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을 것 같다. 뭐 아무튼 게임은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테니. 



미디어 카르텔 / 이은용 / 마티

드디어 이 정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지난 연말, 모두들 한 해의 마감과 새로운 새해 준비로 정신없던 그 때를 노려, 정부는 몇몇 보수신문들에게 종편이라는 엄청난 떡고물을 아니, 먹고먹어도 다 못먹을 엄청난 케익을 던져주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이나, 블로그 등의 새로운 미디어들의 출현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미디어 혁명을 꿈꾸었으나, 혁명은 장미빛 전망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소셜 네트워크나 블로그는 거대한 미디어들과 기이하게 결합하고 있고, 저질 콘텐츠와 왜곡된 정보들은 예전의 몇 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의 이면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우리 앞에는 무엇이 놓여 있는가. 



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 / 에두아르도 푼셋 / 새터

인간의 기원에서부터 현대 인간까지 372페이지 안에 넣는 것이 가능한가. 이 불가능해 보이는 작업을 이 책은 용케도 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아무래도 책의 내용이 부실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서점에서 읽어본 앞의 몇 장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며, 뒷 내용들을 계속 궁금하게 만들었다. 뇌과학과 진화생물학, 심리학, 인류학을 넘나드는 책. 우리는 아직도 인간에 대해서도, 뇌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다. 



리영희 평전 / 김삼웅 / 책으로보는세상

마지막에는 이 책을 넣을 수밖에 없다. 대학 시절, 많은 선배들이 리영희 선생의 글들을 읽어볼 것을 권했지만, 그 글들은 고루하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어리석어 보였다. 나는 읽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같은 많은 인간들이 지금의 이 이상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이 세상이 이상하게 느껴지고, 몇 가지가 도무지 알 수 없어진 나는 뒤늦게야 리영희 선생의 글들을 쪼가리로 접했다. 그리고 뒤늦게야 어렴풋이 감지했다. 선생의 글들은 그 시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말들이었다는 것을. 그가 지금의 시대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듣고 싶지만, 이제 그는 더이상 여기에 없다. 


(축구를 보면서 썼더니, 6권이 된 줄 몰랐다. 책 중의 한권을 뒤로 돌려 그저 번외로 넣어본다. 나도 평소에는 지나친 애국심 어쩌구 하지만, 일본이 지는 건 여전히 고소하다...) 



소설 파는 남자 / 이구용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이 책이 추천도서로 선정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하고, 솔직히 '에세이' 파트에 들어가야 하는지 '인문/사회' 파트에 들어가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저 단순히 '읽고 싶다'는 기준에서 넣어본다. 한국 문학은 오랫동안 노벨문학상을 노려왔고, 그간 수상에 계속 실패해 왔다. 물론 노벨문학상을 타야만, 한국문학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라는 경쟁적 사고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왜 한국문학이 그간 수상에 실패해 왔는지도 궁금하며, 한국문학들이 외국에서는 어떠한 시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 변명이 될까. 한국 문학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하는 저자의 경력이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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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1-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고쳐서 올리는 사이에 동점골 들어갔다..역시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네오 2011-01-1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한국축구,,이번에 대단하더군여, 기분 좋습니다,,

맥거핀 2011-01-12 18:48   좋아요 0 | URL
이번 경기력은 상당히 괜찮은 것 같아요. 아직 첫 경기일뿐이긴 하지만..하기는 뭐 우리가 언제는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서만 우승을 못한건 아니죠..

네오 2011-01-13 12:23   좋아요 0 | URL
앗! 축구이야기를 하다가 본문내용을 깜박했네여,,음,,니얼퍼거슨이 새책이 출판이 됐군요,,진보와 야만은 아직 읽지는 않고 고이모셔두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좋은 책이라면,, 아르도르가 그러지 않았나요? 홀로코스트이후 유럽에는 철학이 없다고요,,이동연, 이은용, 이구용은 생소한 이름들입니다.리영희 평전 선택하셨군요,그분이 원하는 좋은 날을 빨리 보여드려야 할텐데요,

맥거핀 2011-01-13 23:29   좋아요 0 | URL
니얼퍼거슨 책은 아주 땡기기는 하는데, 가격이 좀 있는 책이라, 서평단 책으로 선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아무래도 제 돈으로 사봐야 할 듯 해요. 리영희 선생님이 보고 싶은 날들은 아마도 상당히 오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고, 여러모로 문제가 많죠..ㅎㅎ
보고싶은 책들은 많은데, 저 역시 문제가 많아서, 잘 읽지 못하고 있네요. 네오님도 책 많이 보시던데, 새해에도 좋은 책 더 많이 보시길..^^

herenow 2011-01-1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까지 직접 가서 확인한 다음 쓴 추천이니 나름 내용 확실하겠군요? ^ ^
저도 둘러싼 비닐 앞에 답답한 적이 많았더랬어요.
그런데, 웬만한 대형 서점들은 직원한테 내용이 궁금해서 보겠다고 이야기한 다음
비닐 벗겨서 보고 다시 돌려주면 되더군요. 만화책 같은 건 피차 곤란하지만
비닐 포장은 랩핑 기계로 다시 한번 돌리면 간단하거든요. (서점입장에선 번거롭겠죠;)
말 없이 몰래 찢어서 본 다음 슬쩍 도망가버리는 얌체 손님도 더러 보이지만.. ㅎㅎ;
서평 마감일이 또 슬슬 다가오네요~

맥거핀 2011-01-12 18:52   좋아요 0 | URL
아..그런 심플한 방법이 있었네요. 저는 소심해서 항상 툴툴거리기만 했지, 서점 직원에게 말해볼 생각은 못했네요. 혹시 일종의 마케팅전략도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왠지 비닐로 포장해두면, 뭔가 내용이 궁금해지잖아요.
제가 서점에서 괜찮겠다..싶은 건 위에 추천한 책 말고도 2-3권 더 있는데, 그 중에서 푼셋 책을 고른 건 herenow님이 추천하신 것 보고 했어요. 이왕 이면 될놈(?)을 밀어주자 싶어서..^^;

cyrus 2011-01-1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원들이 소개하신 책들 중에는 니얼 퍼거슨의 신작도 눈에 많이 띄네요.
사실, 저도 은근히 이 책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 책도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처럼 가격이 샌 편이라서 선정 가능성이 희박한 거 같아요^^;;

맥거핀 2011-01-16 22:20   좋아요 0 | URL
아마도 내부 기준선(?) 같은 게 있지 않을까...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니얼 퍼거슨의 책은 선정이 안되면, 개인적으로 구매하려구요. 서점에서 좀 봤는데, 내용이 너무 땡겨서요.
신간 평가단 분들의 추천하신 책을 보면, 특정의 책들로 편중되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예전의 신간평가단 방식보다는 지금의 방식이 훨씬 좋습니다.^^
 

 


정성일은 언뜻 보기에도 십여 장이 넘어 보이는 일반노트 크기의 메모들을 들고 있었다. 멀리서 넘겨다본 그 메모들에는 뭔가가 손글씨로 적혀져 있는 듯 했다. 그는 그러나 그 종이들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고 이야기를 해나갔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 종이를 하나하나 탁자에 내려 놓는 것을 보니, 분명히 이 이야기들의 진행과 관련된 메모들일 것이다. 오래전 정성일의 음성해설이 들어간 DVD를 보며, 정성일은 도대체 이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일까, 뭔가 적어놓고 대본을 읽는 것일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둘 중의 어느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아마도 몇 개의 메모들을 들고 있었을 것이고, 그러나 그 메모를 거의 보지 않은 채로,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해나갔을 것이다. 그는 조금은 이상한 문장들을 썼다. 구어체라고 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그렇다고 문어체로 보기에도 적절치 않은 그런 문장들. 그가 쓴 비평들을 그대로 읽어주는 듯한 느낌. 그러나 아무튼 확실한 것은 그는 엄청나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했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애써 말하고 싶어하는 화자가 있던가. 1시간이 예정되어 있는 시네마톡이었지만, 그는 1시간을 조금 넘겼고, 몇 장의 종이들은 끝내 내려놓지 못하고, 여전히 손에 쥔 채로 이야기를 끝냈다. 정성일의 <엉클분미>에 대한 영화적 간증과 그것에 압도되어 버린 신도들. 내 머리 속에 남은 것은 그런 이미지였다.

<엉클 분미> 상영과 정성일 평론가의 시네마톡. 그 때 들었던 이야기 몇 개를 지금 뒤늦게 옮겨 본다. 다만 한 가지 첨언해 두어야 할 것은 이 시네마톡은 11월 중순에 있었고, 이것은 여차저차첫차막차한 이유로 12월도 한참 지난 지금에야 몇 개의 단어들에 의지해 이야기를 옮기는 무리한 시도라는 것이다. (영화를 본 이후에, 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뭔가를 끄적거리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몇 개의 단어들만 휴대폰 '그림메모'를 이용하여 남겨두곤 하는데, 이 글도 온전히 그 단어들의 덕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들은 분명히 처음에 들었을 때와는 조금은 달라져 있으리라는 점이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최대한 비슷하게 옮기려고 노력해 본다. 그러므로 당연히, 밑에 있는 모든 내용들은 모두 정성일 평론가가 그날 했던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밑에 이어지는 글들에서 '그'는 당연히 정성일이다.)

1.
그는 이 영화 <엉클분미>가 끝나고 났을 때의 대부분의 관객들이 경험하는 '멍~'해지는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이것이 영화의 내용 뿐만 아니라, 감독 아핏차퐁 위타세라쿤의 형식적인 시도와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많은 다른 매체들에서 이야기한 바대로, 이 영화는 아핏차퐁 위타세라쿤의 설치미술 작업과 크게 연관이 있다. 아핏차퐁 감독은 설치미술에서 멀티스크린을 사용하여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동시에 체험하게끔 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영화에 가져왔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전의 영화들과 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데, 영화의 스크린이 여러 개의 스크린을 쓸 수 있는 설치미술과 다르게, 하나라는 점이다. 그러나 아핏차퐁 감독은 개의치 않고 두 가지의 이야기를 하나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해버린다. 예를 들어 영화의 중간에 분미의 아들이자, 오래전 집을 나가 원숭이 인간이 된 분쏭과 오래전 죽은 분미의 아내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 분미 및 통, 젠과 함께 식탁에 마주 앉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분명히 이상한 점이 있다. 그러나 정말 이상한 점은 원숭이 인간 분쏭과 죽은 아내가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는 그 사실이 아니라, 이들이 오랫만에 만나고서도, 분쏭과 죽은 아내는 서로를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그것은 이 두 가지가 별개의 이야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즉 원숭이 인간 분쏭이 나타나는 것과 죽은 아내가 나타나는 것은 두 가지의 다른 이야기이다. 실제로 영화 내내 이들 두 사람이 말을 섞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다. 아핏차퐁 감독은 이 두 가지의 이야기를 하나의 스크린 위에 그냥 풀어놓는 마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2.
그러나 관객이 멍해지는 것은 단지 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동시에 하나의 스크린에 투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아핏차퐁의 형식상의 일종의 실험이 있다. 그 실험이란 영화의 고정선(線)을 해체해 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들은 영화의 중심에 어떤 고정선이 있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 고정선을 따라가며 영화를 즐긴다. 물론 이 고정선은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일부러 고정선을 여러개 두는 경우도 있고, 그 중 고정선 하나를 갑자기 잘라내 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 고정선을 비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반전(反轉)이라 부르는 것). 그러나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관객이 어떤 고정선을 따라가다가 그것이 아닌 것 같아 그 고정선을 버리면, 영화가 한참 진행되다가 어느샌가 그 고정선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변태와 환생(전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환생(전생)이 A가 A'가 되는 것이라면 변태는 A가 B가 되는 것이다. 즉 영화 속에서 분미의 경우가 환생(전생)이라면, 통이 스님이 되는 것은 변태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아핏차퐁의 영화도 변태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즉 이 <엉클분미>라는 영화는 A로 시작했다가, 그것이 B가 되었다가, 그것이 다시 C가 되기도 하고 다시 A로 문득 돌아오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멍해지는 것이다.

3.
이 밖에도 이 영화에는 내용상의 대구(對句)가 있다. 공주가 물(수분)로 들어가는 꿈(혹은 전생)의 내용과 분미와 젠, 통이 아내 유령을 따라 건조한 동굴로 들어가는 장면은 내용상으로 대구를 이룬다. 그리고 분미는 건조한 동굴에서 수분이 빠져나온 채로 죽음에 이른다. 이 장면들은 왜 대구를 이루는가.

4.
영화의 중간에 갑자기 메기와 공주의 이야기가 삽입된다. 이를 누구의 꿈 혹은 전생으로 보아야 할까. 분미의 전생일까, 통의 전생일까, 아니면 젠의 전생일까. 아핏차퐁 감독은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 메기와 공주 에피소드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분미가 모기를 전자모기채로 잡는 장면임을 상기시키며(이 장면은 또한 이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죽은 모기들과 죽은 공산주의자들), 왜 모기의 전생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을 전제로 하여 생각해 보면, 이 장면은 분명 이상하게 찍혔다. 즉 대부분 모기를 잡는 장면이 있다면 그것을 잡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반면에, 이 장면은 특이하게도 잡히는 모기들이 화면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5.
그가 무엇보다도 강조한 것은 이 영화의 래디컬한 정치성에 대해서다.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영화를 본 평론가 및 기자들은 이 영화의 급진적인 정치적 메시지에 대해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석에서 아핏차퐁 감독 역시 자신이 죽을 때까지 태국은 국왕 및 군부 독재에 둘러싸여, 민주화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몇 가지 장면들이 있다. 분미가 젊은 날 공산주의자를 너무 많이 죽인 자신의 업보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미래 이야기라고 하면서 보여지는 사진들도 있다. 이 사진들에서 원숭이 인간 분쏭과 총을 든 사람들(공산주의자들?)이 나란히 찍은 사진들도 있고, 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들도 있다. 마치 이 사진들은 이 영화 촬영 현장을 스케치한 사진들 같기도 하다. 즉, 이 영화 속에서 '미래'라고 소개된 사진들은 현재에 가깝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는 이 <엉클분미>라는 전체 영화의 내용이 공주와 메기의 에피소드라는 대과거 및 이 미래 사진 사이에 있는 전과거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미래 사진 속의 현재는 희망적인가. (나는 그렇다고 보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 사람들은 웃고 있지만, 사진 속에는 쓸쓸한 공기가 감돈다. 그가 이 영화는 우리나라로 치면 80년 광주가 아니라, 한국전쟁 뒤 지리산에서 찍힌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던 것으로도 미루어 볼 때, 이 사진들에는 절망 속에서의 한 때의 휴식과도 같은 것들이 비춰진다.)

6.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마지막이다. 마지막에서 스님이 된 통은 사원이 무섭다면서 잠을 잘 수 없다고, 젠의 숙소로 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젠과 함깨 TV를 보다가 일어선다. 그리고 이 때, 익히 알려졌듯이 두 가지 행동으로 그들은 분리된다. 이 장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왜 통은 스님이 되었으면서도 사원이 무서운가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장면을 아핏차퐁이 매우 공들여 찍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총 4가지 구도로만 찍혔고, 그 중 2가지 각도만을 마지막에 번갈아 보여주며, 그들을 두 가지로 분리시킨다. 하나는 TV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젠과 통이고, 다른 하나는 TV 앞을 떠나 세븐 일레븐으로 무엇인가를 먹으러간 젠과 통이다. 아핏차퐁은 여기에서 관객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TV를 그대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외면하고 떠날 것인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TV에는 태국 시민들의 시위와 그것을 제압하는 정치가와 군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외면할 것인가, 그것을 바라볼 것인가. 그러므로 그는 강조해서 말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아핏차퐁 감독의 전작들에 비추어 볼 때 이 영화가 쉬워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쉬워진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바라볼 것인가의 정치적인 단호한 질문을 하는 이 영화를 단지 형식적인 문법이 조금 쉬워졌다고 해서 쉬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덧.
그는 이 밖에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설치미술가로서의 아핏차퐁 감독의 면모에 대해 이야기했고(그러면서 한국에서 그 당시 전시되고 있던 아핏차퐁의 설치미술들을 꼭 관람하기를 권했다), <엉클 분미>가 가진 불교적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했고, 아핏차퐁 감독의 정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정글이 가지는 원시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홍상수 감독과 아핏차퐁 감독이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동문수학했던 인연과 더불어 지난 CINDI에서 이들 두 감독 사이에 짧게 이어졌던 기이한 대화에 대해 전했다. 그러나 그것을 다 세세하게 전하기에는 내 기억력이 모자르다. 나는 그리고 멍해졌던 것이다. <엉클분미>로 멍해졌고, 그리고 이어지는 정성일의 이야기들로 다시 한 번 멍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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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0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오 2010-12-1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글 정말 저의 온 정신이 홀리도록 잘 쓰시는군여^^; 글을 읽다보니 모기의 전생이라니여,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새로운 사유의 방식의 등장이군여, 대부분이 엉클분미를 보고 난 다음 멍해졌다는 느낌을 생생하게 말하더라구여,,올해의 해외영화라면 이 영화와 코엔의 '시리어스 맨'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봅니다..뭐 이유가 여러가지 겠죠^^; 추천 꾸우욱 누르고 갑니다~~

맥거핀 2010-12-12 14:1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글 좋게 보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전적으로 정성일 님이 애기를 잘 해주신 덕분이지요. 모기의 전생 같은 것은 저도 영화를 볼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핏차퐁이 정말 그런 의도로 만들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동진 평론가도 본인 블로그에서 올해의 해외영화 1위로 <시리어스 맨>을 꼽았던데..이 영화 꼭 한 번 봐야겠네요.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아직 11월에 온 <바다>나 <왜 도덕인가?>도 하나도 읽지 못했는데, 벌써 새로운 책들을 추천해야 하나 보다. 이렇게 별로 책도 읽지 않고, 뻔뻔스럽게도 이 책이 어떻고, 저 책이 어떻고 하는 글을 써야하니 민망한 노릇이다. 어쩌면 이렇게 중언부언 설명을 붙이지 않고, 그저 책들만 죽 나열하는 다른 글들이 더 솔직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래도 민망해서 오그라든 손가락을 펴는 차원에서라도 몇 마디 흰소리를 덧붙여 본다.  

머리 속에 지식은 점점 얇아져만 가고, 보관함에 든 책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앨버트 O. 허시먼 / 웅진지식하우스

레토릭(rhetoric, 수사학)은 때로 다른 것들과 결합해 부정적인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보수 신문들의 레토릭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그 레토릭 이면에 숨어 있는 다른 것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역으로 생각해보면 보수 신문들이 어찌 되었건 우리나라 매스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에는 그들의 현란한 레토릭이 한몫을 한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난 대선에도 먼저 경제에 대한 주제를 선점하고, 그로 인한 보수의 레토릭들이 보수정권에 승리를 안긴 것 또한 사실이지 않은가. 지배하기 위해서는 레토릭이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수사학하면 소피스트들을 연상하고, 소피스트하면 소크라테스의 독배를 연상하는데, 독배를 마시지 않기 위해서는 그 독배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추상적 사유의 위대한 힘- 튜링 & 괴델 / 박정일 / 김영사

현대는 인공지능의 시대이고, 우리는 싫든 좋든 인공지능에 둘러싸여 있다. 인간 이외에 또다른 생각하는 기계들의 출현. 이 출현에 획기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튜링과 괴델이다. 괴델은 '불완전성의 정리'를 내세워 논리적 사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튜링은 '튜링 기계'를 고안하여 현대 컴퓨터의 시초를 만들었다. 그 튜링과 괴델의 시작들이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또 앞으로의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에 놓여있는 암초들은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엥겔스 평전 / 트리스트럼 헌트 / 글항아리

엥겔스는 마르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 그의 생애 역시 총체적으로 조망되어 국내에 소개된 적은 드물다. 이 책에는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이 부제가 그의 고민과 그가 처했던 위치를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고민들은 왠지 현재 사회와도 조금은 연관이 되는 듯 하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 사회에도 공산주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면(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것의 주축은 노동자들이 아닌, 아마도 중상류층 이상의 지식인 층이 될 것이다. 왜 그런걸까. 이 책이 조금은 힌트가 될 수도 있을 듯.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 아브람 노엄 촘스키, 미셸 푸코 / 시대의 창

촘스키와 푸코라. 언뜻 생각하면 두 사람을 연관지을 수 있는 끈은 '구조주의' 외에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르게 생각하면 두 사람의 공통점의 실마리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촘스키는 자신의 주전공인 언어학 외에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에 대해, 미국 및 강대국들의 권력에 대해 끊임없이 딴죽을 걸었던 학자이고, 푸코 역시 권력의 메커니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서 꾸준히 논의를 전개해 왔다. 일단 그 두 사람의 만남이니 흥미가 가고, 그 두사람의 TV 토론을 책으로 만들었다니, 쉽게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공자 평전 / 안핑 친 / 돌베개

중국에서 최근 공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 같다. 물론 중국에서 공자에 대한 숭상은 계속 이어져 왔으나, 최근 들어 그것이 더욱 강력해진 감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주윤발 주연의 <공자>라는 영화가 개봉한 것도 그 맥락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그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자는 이미 박제된 지 오래고, 오래된 낡은 관념으로만 남아 있다. 그것은 물론 나도 마찬가지인데, 우리의 고정관념 속의 박제된 공자나 영화로 만들어진 스펙터클한 공자가 아니라, '인간 공자'는 진정으로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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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0-12-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감벤의 <세속화 예찬>이나, 네그리의 <네그리의 제국 강의>를 추천하고도 싶었으나, 일단 쉬운 책들부터라도 좀 읽자. 아감벤이나 네그리는 상태가 좋을 때에....
어째 올리다 보니 평전이 두 권. 지난 번에 산 <박헌영 평전>도 아직 읽지 못했는데!!

cyrus 2010-12-0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는 평전이 꽤 많이 나오는가 봅니다. 故 리영희 씨의 평전도 그렇고,
오늘 확인해봤는데 비스마르크 평전도 나왔더군요. 갑자기 평전에도 급 땡기네요.

맥거핀 2010-12-07 00:55   좋아요 0 | URL
한 사람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평전들이 교양을 쌓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취향에도 맞고, 무엇보다도 아무래도 재미있게 잘 읽히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그런데 확실히 평전은 누가 썼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위의 책들의 저자들이 어떤 분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제가 책소개를 잘 믿지 못해서..;;)

꽃도둑 2010-12-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 님 부산 지하철 역에서 봤어요...피리부는 소년 맞죠?...^^
얼마 전 배병삼 교수님의 논어 강의를 들었는데 공자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죠..
공자 급 땡깁니다..^^

맥거핀 2010-12-10 20:29   좋아요 0 | URL
저를 보셨다는 이야기인줄 알고 순간 멈칫 했습니다.^^; 피리부는 소년을 보셨다는 이야기시겠지요. 네..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맞습니다.
저는 누군가 예전에 선물해주셔서 <논어>를 가지고 있고, 가끔 들여다보곤 하는데요. 볼 때마다 묘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도대체 공자님은 왜 이렇게 맞는 말씀만 하실까요..(절대 빈정대는 것 아닙니다.;) 그렇게 행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 <논어>의 이야기들은 현재의 시대에도 거의 들어맞는 듯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2004년 2월 26일에 타 서점 블로그에 (나름 리뷰라고) 올린 글. 유일하게 딱 하나 쓴 글(하기는 그 때는 뭔가를 쓸 만한 때가 아니었다). 오늘 오랜만에 서점에 가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책 <언더그라운드>가 마침 새로 출판되어 있길래, 생각나서 올려본다. 자투리 글을 모으려는 목적도 있고. 제목은 그 때 올린 그대로. 

.....................................

日 옴진리교 사건 '길고 긴 10년'  

1994년 도쿄(東京)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사건을 저질렀던 종말론 종교단체‘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ㆍ48ㆍ사진)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이 27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내려진다. 

일본 검찰은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 등 13건의 테러ㆍ살인 사건으로 모두 27명이 숨진 일련의 옴 진리교 범죄를 모두 아사하라가 주모ㆍ지시했다고 보고 지난해 4월의 논고 때 "일본 역사상 가장 흉악한 범죄자”라며 살인을 구형했다. 범행에 가담했던 그의 제자들 중 11명에게 이미 사형판결이 나왔고 아사하라의 지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그에게도 사형판결은 확실해 보인다. 무차별 동시다발 테러의 원형으로 꼽히는 지하철 사린 테러는 ‘안전신화’를 자랑하던 일본의 치안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중략)

유족들은 “아사하라의 입에서 범행의 이유와 반성ㆍ사죄의 말을 듣지 못하는 한 사형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경찰은 아직도 남아 있는 신자들이 소란을 일으킬 것에 대비해 27일 법원주변에 기동대 400여명을 배치해 경계를 할 예정이다.

- 2004년 2월 26일자 신문기사 발췌 -
..........................................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의 권두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악령》의 한 구절이 인용되고 있다.

주인공 스타브르긴이 그의 미친 아내를 살해케 한 후, 그날 밤 미모의 여자 리자와 육체관계를 갖고, 다음날 아침 차갑게 헤어지는 대목에 나오는 바로 그 리자와의 대화이다. 리자에게 "어제는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하고 물은 데 대해서, 그저 "있었던 일이 있었지 뭐"하는 대답을 듣고, "그건 가혹하다. 그건 너무나도 잔혹하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장 뤽 고달의 《미치광이 피에로》에서, 라디오 뉴스의 한 토막이 인용되어 있다. "게릴라가 115명이 전사했다"는 투의 뉴스가 의미하는 너무도 단순화되고 무의미한 폭력적인 표상을《악령》의 한 구절과 더불어 어떤 사물을 표현하는 폭력적인 표상의 위기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전투관계 보도나 재해보도에 있어, 엄청난 수의 다양한 희생자들의 다양한 죽음과 비참한 죽음을, 무미건조하고 지극히 단순하게 '5000명이 전사했다'든가 '3000명이 사망했다'고 표상하는 것처럼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단순화에 대한.....(하략)
.......................................................

언젠가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를 읽은적이 있다. 소설은 아니고, 사린가스 테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일종의 르포다.

그들의 대다수는 우연히 그날 아침 지하철을 같이 타게 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나, 그날의 사건 이후로 다들 무엇인가 조금씩 달라져버렸다.

한 사람의 친구로써, 누군가의 어머니로써, 혹은 누군가의 선생님으로써 맺었던 관계의 틀 속에서 존재하던 누군가는 지하철 테러 사건의 대상물 중의 어느 하나로써 그저 큰 사건이라는 틀 속에서 묻혀져 버리고 말았다.

"있었던 일이 있었지 뭐"라는 체념 속에서 객체화되는 우리들의 삶은, 어떤 큰 대상물 속의 하나로서의 부속물적인 우리들의 삶은...

그러나 실상은 그런 게 아닌 것이다. 조금 달라져 버리긴 했지만, 아직도 사건의 이면에는 누군가가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 누군가는 또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는 누군가인 것이다.

그것을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는 보여준다.

ps. 갑자기 신문을 읽다가 한 3-4년 전에 읽은 그 책이 떠올랐다. 사린 가스 테러 사건에 대한 수백 페이지의 분석 보고서보다 이 책 몇 페이지가 이 사건의 심각성을 더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 대구 지하철 사건도 별로 다르지는 않다. 대구 지하철 사건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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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0-11-2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엉망. "너무도 단순화되고 무의미한 폭력적인 표상을《악령》의 한 구절과 더불어 어떤 사물을 표현하는 폭력적인 표상의 위기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는 도대체 무슨 소린지?

cyrus 2010-11-2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에 나온 책의 내용이랑 차이가 없나요?
저는 예전에 나온걸로 읽고 싶어지네요. 제가 사는 곳이
기억하기 싫은 참사가 일어난 것도 있고, 하루키가 쓴 르포라는 점에서
끌리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맥거핀 2010-12-01 12:14   좋아요 0 | URL
답글이 좀 늦었습니다.^^;
서점에서 내용을 살짝만 보았는데, 크게 내용상으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단지, 이번에는 이 <언더그라운드>와 더불어 2편격인 <약속된 장소에서>도 같이 출간된 것이 조금 달라진 점이랄까요. 사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르포라기 보다는 인터뷰집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 싶습니다만, 사건의 정황을 세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르포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