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무산일기>에 대한 약간의 내용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광고에서 늘 등장하는 것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지금까지와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다, 새로운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늘상 그렇듯이, 그로 인해 잃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글쎄. 그 잃게 되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듯도 하지만, 아무튼 간에 이 작은 기계의 가장 무서운 점은 어찌되었던 간에 다른 것을 하지 못하고, 그것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내 경우라면 그 안의 여러 복잡한 미로들 중에서 가장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시 읽는 것과 쓰는 것에 관련된 것인데, 팟캐스트와 다양한 메모 기능이 그것이다. 먼저 팟캐스트를 생각해보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처음에 열심히 무료 어플들을 찾아 다니다가 부실한 업데이트 기능들에 실망하고, 결국 정착하게 된 것은 유료 어플인 Beyond Podcast인데, 이 작은 어플은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동시대의 생각들을 매일 충실하게 배달해준다. 더구나 1992년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잘 때 들을 수 있게도 해준다. 잃게 되는 것들에 대한 어떤 달콤한 보상책들.

또 하나는 메모 기능이다. 지금 이 짤막한 글을 쓰려고 시도하는 것도 어지럽게 쌓여 있는 메모들을 본 이후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끄적끄적 남겨놓았던 메모들. 몇 주 전에 남겨놓았던, 이제는 왜 남겨놓았는지 이유가 알 수 없어져 버린 메모들. 아마도 그 때 그 메모들에 조금 더 쓸만한 옷들을 입혔더라면 조금은 더 읽을만한 리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무엇인가를 쓸 만한 시간도 없었고, 시간이 있더라도 무엇인가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곧 버려질 이 메모들에 대해서는 조금은 뭔가의 기록을 남겨 놓고 싶다. 물론 이것은 앙상한 기록들, 지연된 생각들에 불과하지만.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버린 앙상한 나무와 같은 것들이지만.  



적과의 동침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2011년 4월)

이 영화가 기대 이하의 관심을 받고, 쉽게 사라져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러 가지 약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상당히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웰컴 투 동막골>과 사뭇 비슷해보이는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그 영화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질문을 던지고 있다. <웰컴 투 동막골>이 결국 어떤 판타지의 세계(예를 들어 수류탄이 폭발하여 팝콘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말해주듯이)로 달려갔다면, 이 영화는 그 보다는 훨씬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결국 결말의 처리라고 할 수 있는데, <웰컴 투 동막골>은 여전히 판타지의 세계에 머물러, 남한군과 북한군과 유엔군 몇 명이 힘을 합쳐, 어떤 제3의 거대한 적에 대항한다는 식의 결말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결말은 그보다는 훨씬 비극적이며, 더욱 심각한 질문을 담고 있다. 그 질문은 결국 이들이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게 되는 것이 과연 무엇 때문인가라는 점이다. 그들을 죽게 만드는 그 '명령'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그 명령들(이들의 죽음에는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부'의 명령'들'이 있다)의 기원에는 국가가 있으며, 우리는 결국 '국가'라는 이름의 살인기계, 혹은 살인마를 마주하게 된다. 그 국가라는 이름의 살인마는 당시 우리나라 곳곳을 활보하며, 때로는 유엔군의 탈을 쓰고, 혹은 인민군의 탈을 쓰고, 혹은 국군의 탈을 쓰고, 비슷한 유형의 범죄들을 자행해왔다. (이 영화 <적과의 동침>보다 조금 더 현실에 발을 디딘 버전으로는 <작은 연못>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의 우리나라 영화 제작자들의 '종합선물세트를 관객들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욕구'는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 것인지. 그들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즉 한 번은 희극으로, 또 한 번은 비극으로 반복된다는 지젝의 신봉자들도 아닐진대, 같은 이야기를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중간의 코믹적인 에피소드들의 상당 부분은 거의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으며, 아무리 그 개인기가 출중하더라도 사족인 듯이 느껴진다. 어떤 상황적인 페이소스를 살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유머들은 생각해 볼만한 질문들을 거의 잡아먹는다. 메시지도 들어 있고, 유머도 들어 있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도 들어 있는 이 종합 과자선물세트는 관객을 먹다가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아쉬운 영화.



인사이드 잡 (CGV 대학로, 2011년 5월)

재앙은 레이건의 금융규제 완화부터였다. 이 <인사이드 잡>이라는 영화는 그 제목이 말해주듯이 '그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그 내부'란 지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내부이다. 이 영화는 그 내부의 처음에서부터 끝까지를 지극히 건조한 어조로 미세하게 헤집어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어조가 건조하다고 해서, 내용마저 건조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때로 분노하기도 하고,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저런 식의 발상이 가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렇게 도덕적인 책임감을 스스로 없애버릴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영화는 아주 정치적인 메시지를 마지막에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을 한 번 더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내부'에서 벌이고 있는지 똑똑히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또다른 영화가 담배회사의 내부고발자를 다루었듯이, 이 영화는 그 스스로가 '내부고발자'가 되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여러 다양한 자료를 친절하게, 흥미롭게, 순차적으로 제시하면서 관객들에게 금융위기의 본질을 이해시킨다. 아마 경제에 거의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혹은 아무리 신문기사를 읽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이 영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내부에 들어있던 것들에 대해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 결국 집어내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아니라, 레이건의 금융규제 완화이다. 그것에서부터 모든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이 친절한 영화를 보고 나니, 다시 다른 것들에 생각이 미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금융규제 완화의 시작에 와 있기 때문이다. MB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나 은행들의 통합 정책을 볼 때에 어떤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소로스가 영화에서 명쾌하게 말하였듯이 유조선에서는 기름을 여러 칸에 나눠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파도에 배가 휩쓸려도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칸의 벽들을 없애버리려 하고 있다. 오로지 더 많은 기름을 실으려는 욕심 때문에. 더 많은 이득을 보고자 하는 그 욕심 때문에.

영화를 보며 개인적으로 든 생각인데, 이렇게 인터뷰 중심의, 그리고 영화 자체의 영문 자막이 많은 영화의 경우 더빙을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아무리 맷 데이먼의 나레이션이라도 말이다. 영화 초반에는 너무 많은 자막으로 인해 조금은 멍해지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신차리고 볼 것. 곧 흥미진진해진다.



무산일기 (인디플러스, 2011년 5월)

탈북자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이지만, 이 이야기들은 현재 우리의 자화상이다. 2등민, 계급사회. 125로 시작되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는 우리사회의 2등민이라는 낙인이다. 물론 2등민에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만 포함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는 이미 경제력에 따라 보이지 않는, 때로는 보이는 계급이 갖추어져 있으며,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거기 아래부분 어딘가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계급은 자꾸만 그 계급의 단계수를 증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힌트를 영화의 한 부분에서 찾을 수도 있다. 숙영은 탈북자 승철과 어떻게든 자신을 구별하려 한다. 그것의 이유는 숙영과 승철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이 아니다. 왜냐하면 숙영이, 승철이 처해있는 곳으로 조금씩 떨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승철과 경철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경철은 같은 탈북자이지만, 승철과 자신은 다르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다. 그 가장 밑바닥에 어떤 불길한 자화상으로 승철이 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자화상은 경철과 숙영의 몫만은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의 몫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어쩌면 가장 미스테리한 점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영화는 리얼리즘을 표방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극단의' 리얼리즘이 아니다. 리얼리즘이 가장 망가지는 순간은 아마도 그 자신이 '내가 리얼리즘이다'라고 나설 때일 것이다. 어떤 것이 리얼이라는 자의식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그 순간 가장 리얼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아마도 <황해>의 리얼리즘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그런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마지막에도 어떤 극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그 순간 마음이 움직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리얼'과 거리가 멀, 어쩌면 승철의 꿈인것처럼도 생각되는 승철이 교회에 가서 마음을 조금 연 숙영과 같이 성가를 부르는 장면과 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이다. 희망을 보여줄 듯 하다가, 다시 그 어떤 희망도 내비치지 않는 이 마지막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닐 이 마지막에서 우리는 어떤 희망을(또는 절망을) 애써 찾게 되는 것일까.

.........................................

여전히 복잡한 6월이다. 잃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는 6월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무엇을 얻게 된다고 말할 때에 그로 인해 무엇을 잃게 되는지는 여전히 생각해보아야 한다(꼭 스마트폰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본 수많은 영화에서 얻은 교훈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얻는 것이 있다면, 그로 인해 잃게 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잃어가고 있는 것들, 자꾸 말로 되뇌어지는 속에서 잃게 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6-14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4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오 2011-06-2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할말이 많은 세영화죠~

맥거핀 2011-06-30 01:27   좋아요 0 | URL
영화를 보고 빨리 리뷰를 썼으면 더 여러가지를 기억에 남길 수 있었을텐데,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8기 활동 종료 페이퍼

사실 짤막한 이 글은 <사유의 악보> 리뷰를 올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썼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참 구질구질한 몇 가지의 이유로 나는 책을 아직도 읽고 있는 중이고(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겨우 읽는 척을 하는 중이고), 그 '홀가분한 마음'이라는 친구를 곧 만나게 될 성 싶지는 않다. 그러니 9회초에 야구장을 빠져나와 응원팀을 저주하며 오징어다리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는, 혹은 영화의 결말을 보지 못하고 마감시간에 쫓겨 대충 리뷰를 적어 올리는 꼴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 글을 먼저 올려야 할 듯도 싶다. 물론 어쩌면 그로 인해 9회의 멋진 역전을 보지 못한 채, 다음날 스포츠신문에서 기사를 읽고 뒤늦은 환호 및 급탄식을 올리거나, 영화의 멋진 결말을 다른 사람의 글로 보아야 하는 씁쓸함을 맛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뭐 나같은 자에게 따르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결말일 것이다.

* 가장 좋았던 책 BEST 3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  한겨레출판사

조지 오웰은 분명히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었다. 그의 문장들은 꽤 오래전 쓰여진 것이지만,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다. 그것은 그 문장들이 아직도 현실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조지 오웰의 통찰들은 지금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며, 대상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과 그것에 대한 적확한 묘사는 우리를 그 시점으로 데려다놓고, 다시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도 이 글들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을 그 기본 바탕으로 담고 있다는 점이다. 조지 오웰을 단지 <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로만 기억하던 나에게 새로운 그의 면모를 보게 해준 책. 



反 자본 발전사전 / 볼프강 작스 외 / 아카이브

발전이라는 것의 모든 것은 여전히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신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라고 누군가 직접적으로 묻는다면, 딱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소비적인 삶을 완전히 버리지 못할 것이고, 발전이 모든 부분에서 악이라고 자신있게 외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은 몇 가지의 다른 시선,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것을 부인한다고 해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는 '이러한 삶'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의 이 발전 레이스의 끝에는 확실한 공멸이 있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는, 적어도 아니 나는, 다른 삶에 대하여 지속적인 고민과 실천을 (앞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칭 / 마커스 드 사토이 / 승산

수학자들의 세계는 완벽을 향한 여정이다. 완벽한 증명, 완벽한 정리, 그리고 완벽한 대칭. 그러나 이 완벽의 여정은 이 책에서 말하여지듯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완전한 대칭이란 없다. 예를 들어 우리 눈에 보이는 완전한 대칭도 이 3차원 세계에서나 완전한 것이지, 다른 차원에서는 완전한 대칭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넓은 세계 앞에서, 경이를 표하며 최대한 겸손해져야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저자의 글쓰기가 참 닮고 싶은 부분이다. 이 어려운 내용을 쥐락펴락하며 최대한 재미있고, 최대한 쉽게 전달하는 것.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먼저 여러번 반복되어 왔던 말이지만, 이 신간평가단의 카테고리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고민될 필요가 있다. 물론 외부에서(즉 이 신간평가단으로서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보는 것과 내부에서(알라딘 내부에서) 보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이고, 외부에서 잘 모르는 현실적인 필요나 몇 가지의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 '현실적인 필요'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전체 신간평가단의 구성이 어딘가모르게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누락되어 보이는 몇몇 부분들도 그렇고, 각 분야 밑에 놓여진 카테고리들도 조금 이상해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일단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여러 알라디너들의 의견을 구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신간평가단 내에서 어떤 식으로 의견교환을 활발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이것에도 많은 현실적인 문제가 개입 되었겠지만, 현재와 같이 공간만을 만들어놓고, 평가단 개인의 자유로운 참여에만 기대고 있는 것은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에는 몇 가지 작지만 나름 민감한 문제들이 개입된다. 참여를 가장한 강제성의 문제 혹은 신간평가단 담당자 님의 역할론과 같은 문제, 알라딘 서재 활동과의 연계와 같은 부분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동 시간대에 같은 책(가장 최신간)을 읽고 같은 공간에 리뷰를 쓴다,라는 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 놓고도 의견의 교환이 간단한 감상의 나눔으로만 그친다는 점도 아쉬운 감이 있다. 어떻게 이를 긍정적인 활발한 토론의 장으로 만들것인가...의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몇몇 흰소리를 했지만, 사실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좋은 책을 추천해주신 분들과 신간평가단 담당자님. 그리고 여러 의견 나눴던 이웃 알라디너 분들. 좋은 리뷰들로 책을 다시 돌아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신 다른 신간평가단분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도둑 2011-05-0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헉)달려오느라..
1.2위가 저랑 같네요..^^
아, 선정 이유가 넘 멋있어요. 제가 하고픈 말이었습니다..^^
맥거핀님, 포근하고 산뜻한 봄날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셨고 감사드립니다.

맥거핀 2011-05-04 18:22   좋아요 0 | URL
포근하고 산뜻..해야 하는데, 마음이 그렇지 못해서 고민입니다.^^
서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인사를 주고받으니, 왠지 어색한데요..? 흐흐..;;

반딧불이 2011-05-0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신히 마지막 리뷰를 썼는데 써야할 페이퍼가 또 있군요.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매사에 애정이 느껴져서 참 따듯합니다.
에고..스마트폰으로 적느라.. 메일을 받으신다면서너개가 갔을것 같으네요. 죄송합니다

맥거핀 2011-05-05 20:02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온라인상이라 그렇게 보이겠지요..;;) 반딧불이님은 마지막 리뷰도 올리셨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페이퍼 쓰시면 되겠네요. 글구 메일은 한통밖에 안왔습니다.^^

네오 2011-05-0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습니다~

맥거핀 2011-05-12 13: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제 앞으로 수고(?)해주세요.^^
 

얼마전 <리영희 평전>에서 읽은 20세기형 코미디

http://blog.naver.com/oneman64?Redirect=Log&logNo=90100365748

그리고 이것은 조금 더 코믹해진 21세기형 코미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4519.html



한국의 검사들은 50년이 가까워오도록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참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반딧불이 2011-05-0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안면근육이 말이 아닙니다. 정말 코미디라면 좋겠는데 이게 현실이라는게 아득하네요.

맥거핀 2011-05-02 15:05   좋아요 0 | URL
말로는 '쥐20'을 외치는 위정자들의 현 수준이 딱 이거라는 거겠지요. 나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 많이 하신 분들인데, 어째 상태가 저 모양이신지, 참 미스테리합니다.;;

네오 2011-05-0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저는 그들에게 박수쳐주고 싶어요 혹은 쉴드쳐주거나~

맥거핀 2011-05-04 01:19   좋아요 0 | URL
음..그냥 포기하신다는 말씀..?
 
인문/사회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인간은 아무래도 마지막에 와서야 뒤를 돌아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나 보다. 마지막 책 추천 페이퍼를 쓸 때야 되서야 지난 몇 개월 간을 돌이켜보게 된다. 서평단 활동이라는 것, 동시에 같은 책을 읽고, 한 가지 책에 대해 각자 다양한 견해를 내어놓는다는 것.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일이다. 동시간에, 같은 기한을 정해놓고, 같은 책을 읽게 되어 있는 이 구조 말이다.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책을 읽고서도, 각자 나름의 (매우) 다른 목소리들이 나온다. 그래서 가끔 놀라거나, 아리송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거기에는 일종의 시기나 경쟁, 혹은 반대라는 것보다는 견해의 나눔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개인적으로는 이 서평단 활동을 통해, 여러가지를 배우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법에서도 그렇고,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글을 쓰는 방식에 있어서도 다른 분들의 좋은 글들을 보며,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의 일차적인 시작은 좋은 책을 만나게 됨에서 비롯되었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도 서평단 경험이 있지만, 이번의 서평단이 더 좋았던 이유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들을 스스로 고를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상당수의 경우는 다른 분들이 고른 책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들도 있었지만, 예전처럼 밀실 속에서 전혀 알 수 없는 경로로 선택되는 책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보다는, 이번과 같이 상당히 오픈되어 진행되는 경우는, 다른 분들의 고견이라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들여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마지막 추천 페이퍼도 기쁜 마음으로 작성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이니만큼, (그간은 그저 마음가는 대로 아무 책이나 선택해왔으므로), 이번에는 조금 더 정치적이고, 특정의 목적을 내세우고 책들을 골라본다. 그것은 여차저차한 이유로, 그간 소외되었다고 생각되는 분야의 책들을 추천해보는 것이다.  

인문/사회의 해당 분야로는 고전, 과학기술, 사회과학, 역사, 인문학, 인물/평전과 같은 것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간 많은 책들의 선정이 사회과학이나 인물/평전 부분에 치우쳤던 것 같다(물론 이 분류라는 것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긴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도 이번에 <대칭>이 선정됨으로써 구색을 겨우 맞추게는 되었는데, 고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역사나 문화, 종교 분야의 책들이 선정되지 않은 것은 못내 아쉽다. 그러므로 마지막 책들은 역사, 문화 및 종교 같은 관련 분야들에서 골라본다.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 정민, 김동준 외 / 태학사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책이다. 우리의 젊은 인문학자 27명이 각자 자신의 분야의 이야기들을 여러 볼거리와 함께 들려준다. 제목은 '그림과 만나다'지만, 여기에는 그림만 포함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박영효의 양장(洋裝) 사진을 통해 한국 근대 복식의 흐름을 살펴보기도 하고,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조선시대의 공연 문화가 담고 있던 담론들을 펼쳐내 보이기도 한다. 한문학, 희곡, 미술사, 군사학, 연극학, 서지학 등의 다양한 소장 학자들이 필진으로 포진되어 있는 만큼 흥미롭고 다양한 이야기들과 다채로운 볼거리들을 기대해 본다. (예술/대중 문화 파트에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책 분류도 인문학으로 되어 있기에 추천도서로 넣어본다.) 



러시아 혁명의 진실 / 빅토르 세르주 / 책갈피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과 더불어, 러시아 혁명을 다룬 고전으로 불리는 빅토르 세르주의 <러시아 혁명의 진실>이 전면개역되어 출간되었다. 아주 예전에 과방에서, 혹은 선배 방에서 굴러다니던 책을 주워서 같이 굴러 다니며 떼굴떼굴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진중하게 다시 읽어볼 때이다. 제목은 어떤 특정의 시각을 담은 것이 아닌가 하고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데, 그보다는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르포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르포이자, 하나의 전환기적 역사를 다룬 책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집트 및 아프리카 여러 곳곳에서 혁명의 기운이 꿈틀대는 이 때에 혁명이라는 것의 전면적인 양상을 한 번 고찰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전면개역은 언제든 환영.  



장자 교양강의 / 푸페이룽 / 돌베개

최근에 동양고전, 특히 장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이는 무엇을 반영하는 것일까. 글쎄. 이는 어쩌면 '너'에 대한 관심에서 '나'에 대한 관심으로의 이행이라는 현대 사회의 풍경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상대에 대한 '인'과 '예'라는 유가적인 가르침에서,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를 탐구하는 자신의 내면으로의 이행. 조금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북경TV의 교양 프로그램에서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자 이야기'라는 문구가 반갑다. 장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 보는 것은 어떨지. 



신의 이름으로 - 종교 폭력의 진화적 기원 / 존 티한 / 이음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많은 사람들은 '종교'라는 말에 '폭력'이라는 말을 연상하는 것 같다. 종교와 가장 먼 곳에 있어야 할 이름이 종교의 뒤에 가장 가깝게 따라붙는 이 아이러니. 그렇다면 종교의 어떤 '타락'이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것일까. 저자 존 티한이 보는 관점은 이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는 종교의 본성을 거슬러 올라가면, 도덕이라는 이름의 종교와 폭력이라는 이름의 종교가 뿌리가 같음을 드러내보인다. 종교학 교수인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진화심리학의 여러 이론들을 여기에 접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결론은 종교의 근원을 일종의 악에서 찾고, 결국 종교를 부정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종교의 본질을 찾아나가는 흥미로운 기원 여행.  

 

중국 소수민족의 눈물 / 루셴이 외 / 안티쿠스

얼마 전에 우연한 기회에 사라진 언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세계의 6000여 개의 언어 중 90% 이상이 없어져 가고 있다고 했다. 거의 대부분 한정된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 소수민족들의 언어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국의 55개 소수민족이 포함된다.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의 어계(語系)만도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그 안에는 세부적인 수많은 언어가 있다(정재남, <중국의 소수민족>, 살림지식총서 333 참고).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거기에 담긴 문화, 종교, 생활풍습, 역사,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또 한편으로 이러한 사라짐에 일종의 강제성이 들어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이 책 <중국 소수민족의 눈물>은 풍부한 사진 도판과 이야기들로 그들의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여러모로 소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덧.
버트런드 러셀의 삶과 그의 이론을 만화로 쉽게 풀어낸 <로지코믹스>를 추천의 글까지 다 썼다가 지워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리고 <게이 컬처 홀릭>을 추천할 수 없는 것도 안타깝다. 왜 이 책이 '에세이' 파트에 들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언론에 보도되는 혐오스러운 게이와 드라마들의 샤방샤방한 게이들의 사이 어딘가쯤에 위치하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나의) 인식의 오해들을 조금이라도 걷어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3-13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4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1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와 러시아 혁명의 진실, 게이 컬처 홀릭, 로지코믹스에 관심이 갑니다. 검색해 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맥거핀 2011-03-14 13:3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는 서점에서 너무 책이 이뻐서 몰래 가져오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러시아 혁명의 진실>은 뭐 말이 필요없는 책이구요...<게이 컬처 홀릭> 같은 경우는 <씨네21>에서 처음 소개글을 보고 관심이 생겼는데요. 이 책을 보게 되면 '아차'하고 깨닫게 되는 점이 있다더군요. 그게 뭔지 참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사볼까 생각중입니다.^^;

세실 2011-03-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서평단 희망하는 책을 받을수 있군요. 전 예전에 읽고 싶지않은 책도 많이 와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꼭 읽어야 겠어요^*^

맥거핀 2011-03-14 13:37   좋아요 0 | URL
이번 차수부터 희망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경험들이 있는데, 원치 않는 책들을 보며(아무래도 홍보의 느낌이 너무 나는 책들이 많지요..) 계속 의무감으로 서평을 쓰다 보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을까..이런 자괴감이 막판에는 생기더군요. 이번에는 그런 게 없어서 참 좋습니다. 물론 서평단 담당자 님의 고생은 더 심해졌지만..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는 조금 보면 교양이 팍팍 쌓일 것 같은 책입니다. 저도 막상 우리나라 것들에 대한 교양은 참 약한데, 이번에 한번 좀 쌓아봤으면 좋겠어요. ^^

비의딸 2011-03-1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지코믹스>는 저도 읽고 싶은 책인데요... 썼다 지우셨다니, 저도 무척 아쉽네요. <게이 컬처 홀리>이 왜 에세이로 분류되는 것인지 저도 궁금합니다.

맥거핀 2011-03-14 13: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특별히 지운 이유가 있지는 않구요. 그저 위의 책들에 밀렸습니다. <게이 컬처 홀릭>은 내용상으로 보자면 인문학에 더 가까울텐데, 가끔 알라딘 책 분류가 조금 공감이 안가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알라딘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요.
(그러나저러나 여러 분들이 모두 지운 책들에 더 관심을 보여 주시네요..책 선정을 잘못한 것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엄습..;;)

네오 2011-03-14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러시아 혁명의 진실'이 추천책이라니 반가습니다~ 매번 소개시켜주는 책이 정말 좋더군여:D

맥거핀 2011-03-15 22:27   좋아요 0 | URL
네오님이 좋아하실 책일줄 알았습니다.^^ 예전 책은 표지부터가 좀 칙칙하고, 약간은 골방틱(?)한 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멋있더군요.

네오 2011-03-15 23:10   좋아요 0 | URL
아~ 오늘 편혜영 신간이 나왔다길래 한번 서점서핑을 했거든여~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 정민, 김동준 외 / 태학사 이 책 맘에 들더라구여^^ 물론 이 페이퍼를 보고 난 후 직접 다시 확인한 결과였습니다..아~ 항상 신간고를때 이 페이퍼 매번 참고한답니다 ㅎㅎ

아~ 또 맥거핀님이 러시아 혁명의 진실을 처음 접했을때의 에피소드를 언급하셔서 저도 불현듯 생각이 나네여,,사실 이 책을 전 굉장히 오랜전에 접했어여,,(허세떨자면ㅋㅋ)중학교때,, 당연히 그때 당시에 읽어봤다는게 아니라(아직도 읽지는 않았습니다) 외가에 갔는데 삼촌책장에 김학준의 러시아혁명사랑 나란히 꼿혀읽더군여~ 그때 역사의 관심이 있어서 혁명사를 챙겨오고(그때당시의 혁명의 혁자의 뜻도 몰랐습니다) 방학때 읽어봤는데 상당히 재미있더라구요~(당연히 이해불가 하지만 왜 야사같은거 있잖아여) 그래서 김학준교수님 참 존경했는데,,
나중의 참 안습이예여ㅠㅠ

맥거핀 2011-03-15 23:49   좋아요 0 | URL
중학교 때 혁명사를 읽으셨다니..골수 좌파 인증입니까?^^; 편혜영 작가님 좋아하시는 모양이네요. 혹시 미모 때문에..는 아니겠지요.^^

네오 2011-03-15 23:58   좋아요 0 | URL
하하하 아 진짜 (속마음) 들켰네여~ 미모 맞아여 미모여 ㅋㅋㅋㅋ

반딧불이 2011-03-1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마지막 추천도서네요. 그동안 선정된 책들이 어느 한권도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 없었어요. 저는 아직 신간을 첫번째 책 외에는 살펴보지 못했는데 소개글이 아주 유익합니다.

맥거핀 2011-03-15 22:2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 책들은 거의 다 좋았습니다(샌델 책은 조금 실망스러운 구석도 있었지만요). 마지막이라는 것이 아쉽네요. 다른 때는 별로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추천한 책 중에서 한 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네요.

cyrus 2011-03-15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지코믹스>도 읽어볼만 했습니다. 일단 장르가 만화라는 점에서
좋았어요 ^^;; 빅토르 세르주의 <러시아 혁명의 진실> 관심이 갑니다.
마지막 선정이라서 그런지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맥거핀 2011-03-15 22:30   좋아요 0 | URL
<로지코믹스>도 물론 흥미가 가는 책입니다. 목차는 꽤 무시무시한데, 그 내용들을 도대체 만화로 어떻게 풀어내었을지 관심이 갑니다. 모두들 마지막이라서 다들 신중을 기하시는 듯 합니다. 이번 달에도 좋은 책이 선정이 되겠지요.^^

굿바이 2011-03-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는 책 자체가 참 곱더라구요 :) 그나저나 <러시아 혁명의 진실>이 선정되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맥거핀 2011-03-15 22:36   좋아요 0 | URL
네..저도 곱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개구리 끼가 있어서 평소 이쁘기만한 책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책은 내용을 보고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저도 굿바이 님이 추천하신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이 선정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사유의 악보>가 된다면 뭐 죽었다..생각하고 읽어보지요.^^)

꽃도둑 2011-03-1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추천하신 책들 다 좋은데요...
샤방샤방해요...ㅎㅎㅎ

맥거핀 2011-03-17 15:21   좋아요 0 | URL
분위기를 살짝 보니, 이번달 제가 추천한 책들은 선정이 안 될듯..
하하하.
이상하게 추운 목요일이네요. 건강관리 잘 하시길..^^
 

 

사실 이 '127시간'이라는 제목은 결말을 어느 정도 담지하고 있다. (물론, 그 결말의 설명을 원치 않으시는 분도 계실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분은 미리 읽지 않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 제목은 어찌되었건 127시간 후에 그가 살아서 다시 귀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그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극히 제한된 자원들만을 가지고, 그는 어떻게 살아돌아올 것인가. 그는 물론 요행으로 살아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이를 영화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자신의 처절한 노력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노력이란 그렇게 예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이런 영화이고 보면, 화면 구성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야기의 흐름이 직선적이고, 결말이 거의 예상가능한 영화라면, 그 안의 이야기들을,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대니 보일은 그런 부분에서 그의 장기를 적절히 구사한다. 그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사용하곤 했던 화면분할이나 급속한 줌인, 줌아웃, 플래시백으로 연결 등의 잔재주들이 영화에서 적절히 스피디있게 구사됨으로써 영화의 이런 약점들을 적절히 커버한다. 다만, 나는 대니 보일의 이런 감각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은 독이 되지 않았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한편으로 이 영화에서 아론(제임스 프랭코)의 고통이 더욱 처절히 묘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잔재주들이 너무 많이 구사되기 때문에 때때로 아론에게 연결된 감정의 선들을 끊어버리기도 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상상을 해본다. 잔재주에도 능하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것을 배제하고, 조금 더 정공법을 택하는 감독 - 예를 들어, 대런 아로노프스키 - 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그가 연출을 맡았더라면, 관객을 조금 더 미치게 만들었겠지만, 감정은 극한으로 끌어올려졌을 것이다. 예전에 나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던 <레퀴엠>의 어떤 장면들을 돌이켜보면, 몸의 고통을 표현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그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아론의 변화는 흥미롭다. 영화의 초반부, 아론은 오로지 자신만을 믿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외친다. 나만을 믿고 따라오라고. 그리고 그는 계속 자신만을 찍는다. 그가 캠코더로 촬영하는 것은 주위의 풍경이 아니다. 그 풍경 안에 있는 '자신'이다. 그러나 그는 그 틈바구니에 갇혀서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을 두 개로 나뉘어 모의 방송을 연출하며 찍고(물론 이 때까지도 그는 자신을 완전히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이 때부터 캠코더 안의 다른 사람들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며, 다른 이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헤어진 여자친구(그는 여자친구가 농구장에서 자신을 버리고 갈 때 결코 그녀를 돌아보지 않는다), 피아노를 치는 동생, 가족,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 절정은 그가 거의 환각상태에서 결단하며 일을 실행할 때, 그를 계속 바라보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다. 오로지 주위의 도움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존재, 어린아이. 그는 그 어린아이가 되어 그 자신을 본다. 그래서 그는 아마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캠코더 식으로 말하자면, 그 캠코더에 담겨 있는 화면에 가치가 부여되는 것은 누군가가 그것을 볼 때 뿐이라는 것. '찍는 것'으로만은 어떠한 의미도 담기지 못한다는 것.

이를 보여주는 대니 보일의 시작과 끝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거의 비슷해 보인다. 시작 부분에 도시의 많은 사람들, 어딘가에 운집한 사람들, 길거리를 가득 메운 차들을 보여주는 것은 처음의 아론에게는, 그리고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짜증나고, 거추장스러운 것이며, 지겨운 것이며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대니 보일은 아론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127시간의 무간지옥을 압축하여 선사한 후에, 처음의 장면들을 거의 비슷하게 다시 마지막에 갖다 붙인다. 그러나 그 때의 그 장면이란 이제는 다른 것이다. 사람들의 물결, 경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그것은 처음과는 아주 다른 느낌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축복이다. 나 혼자만이 아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한다는 것.

누군가의 평대로 이것은 확실히 미국적인, 서양적인 인간관일 수 있다. 사실 나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제 그가 더 이상 위험한 모험은 즐기지 않기를 바랬다. 행선지를 남기건, 남기지 않건 말이다. 아니, 그런 일을 겪고 난 후에도,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지 않고, 계속 자연을 정복하러, 혹은 괴롭히러 갈 이유가 있는가. 이 모든 일은 아마도 자연이 그에게 어떤 교훈을 주기 위해 계획한 것일텐데 말이다. 나는 철저히 동양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영화를 본 후 다른 교훈을 얻었다. 위험한 데는 가지 말자, 자연은 멀리서 볼 때가 가장 아름답다. 無爲自然이니라.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맥거핀 2011-02-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 영화는 알라딘에 없는지? 어쩔 수 없이 페이퍼로.

네오 2011-02-1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필요없는 영화져 쵝오~ :) 정말 좋았습니다

맥거핀 2011-02-20 14:04   좋아요 0 | URL
저는 엔딩의 감동이 오기는 하는데, 그 엔딩의 감동이란 것이 약간 의심스럽기도 한 영화였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대니 보일은 예술가라기 보다는 장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네오 2011-02-25 19:04   좋아요 0 | URL
약간 의심스럽다라는 말씀 흐음~ 그러고 보면 그런거같기도 하네여,,장인이라는 말씀도,,이렇게 의심이 들때는 영화를 한번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내기를 했는데 만장일치로 데이핀쳐와 소셜네트워크를 뽑더군여,,저도 그 둘의 수상작의 한편던져습니다..머 그다지 실질적으로는 영향력은 없지만요ㅠㅠ 맥거핀님의 선택이 돋보이는 순간이군여~ ㅎㅎ

맥거핀 2011-02-25 17:48   좋아요 0 | URL
아..저는 아직 아카데미상 후보도 모르고 있었네요. 생각난김에 좀 찾아봐야 겠어요. 누가 상탈지 점치는 것도 참 재미있는데요. 한편으로는 그런 시상식을 보면, 못 본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 아쉽기도 해요. 그리고 이 영화 <127시간> 아직 안 보셨으면, 한 번 보세요. 충분히 추천할만 합니다.

네오 2011-02-27 21:03   좋아요 0 | URL
영화 봤습니다..얼릉 챙겨봤져~

herenow 2011-02-2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화를 못보는 대신에 맥거핀님의 영화이야기로 위안을 삼고 있답니다. ^ ^

맥거핀 2011-02-20 14:06   좋아요 0 | URL
요즘 관심이 생기는 영화들이 몇 편 개봉했네요. <블랙스완>, <아이들...>, <만추>. 혹시 영화를 보실 계획이 있다면 이 중에 한편은 어떠실런지요? 추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