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쓰고 싶은데, 쓸만한 건덕지가 없다. 이럴 때는 아무 것도 쓰지 않은채, 쓰고 싶은데 바빠서 못 쓰는 것처럼 기믹을 하는 것이 상책이겠으나, 그래도 명색이 일주일에 뭐라도 하나 쓰자는 것이 목표였는데, 왠지 이렇게 여유있을 때 뭐라도 안 하면 기믹이 현실이 곧 될 듯하다.

 

그래서 써보는 '즐겨찾기를 털어봐요' 1탄. 내 파폭 브라우저 즐겨찾기에 있는 몇 사이트를 정보 소개 차원에서 그냥 끄적거려본다. 서재 컨셉을 보면 아시겠지만, 다 영화에 관련한 사이트이니 영화 쪽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은 패스. 물론 이미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만한 내용이나, 그래도 또 몰랐던 누군가에게는 아주 조금이라도 미미한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1. 인디플러그 (http://www.indieplug.net/)

 

먼저 예전에 얘기했던 것부터. 독립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인 '인디플러그'다. 이 사이트의 장점은 말 그대로 극장에서 잘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 일반 다운로드, 웹하드 사이트 등에서 잘 찾을 수 없는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을 다운로드하여 감상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많이 알려진 독립영화부터 거의 관객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사라진 영화, 혹은 극장에 개봉을 하지 못했던 독립영화들도 서비스하고 있는데, 이 참에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맛보시는 것은 어떨는지. 가격은 편당 500원에서 3000원 정도(현재 개봉하는 영화 - 예를 들어 <가족의 나라> 같은 경우 - 를 동시 다운로드 서비스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이례적으로 10,000원 정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익금 중의 일부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 건립 기금으로 적립된다고 한다.

 

 

 

 

2. 유에포 (http://www.youefo.com/)

 

여러 단편영화들을 바로 감상할 수 있는 사이트인 '유에포'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일종의 습작 형식의 단편부터 현재 충무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감독의 오래전 단편(예를 들어 나홍진 감독의 <완벽한 도미요리> 같은 것)까지 상당히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하는데, 이 모든 작품을 로그인만 하면 바로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일종의 감독과의 대화인 '숏컷'이라는 단편영화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5018)를 최근 시작하고 있는데 감독의 창작론이라든가, 촬영상의 여러 에피소드를 들을 수도 있어서 재미있다. 어느 단편 영화의 첫 팬이 되어보시는 건 어떨지. 혹시 아는가, 그 감독이 미래의 대가가 될지도.

 

 

 

 

3.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 (http://www.artpluscn.or.kr/jsp/main/index.jsp)

 

전국의 예술영화관 네트워크인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다. 2013년 현재 전국의 21개 극장, 25개의 상영관이 참여하고 있는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는 주로 예술영화관 등에서 개봉하는 독립영화, 예술영화, 작은 영화들의 개봉관을 살펴볼 수 있고, 바로 예매할 수도 있으며, 또 그런 작은 영화관들에서 자주 펼쳐지는 작은 영화제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영화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대부분이 거대배급사에 의해 와이드릴리즈 개봉하는 영화들에 대한 소식인 경우가 많은데, 이 사이트를 통해 소외된 영화들이 어떤 영화들인지 확인할 수 있다.

 

 

 

 

4. Top Documentary Films (http://topdocumentaryfilms.com/)

 

조금 색다른 사이트를 하나 소개해보면, 주로 미국의 다큐멘터리들을 볼 수 있는 'Top Documentary Films'라는 사이트가 있다. 건강, 미디어, 범죄, 철학, 예술, 과학, 성, 스포츠, 기술 등 여러 카테고리의 다큐멘터리 필름들을 볼 수 있는데, 장점은 부분이 아닌 전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자막이 없으며(뭐 미국 사이트니까 당연하다), 꽤 짤린 영상이 많다는 점(그럼에도 아직 상당수의 다큐는 볼 수 있다). 뭐 자막이 없는거야 음성 대신 화면에 집중하는 것으로 카바(...)할 수 있는데, 짤린 영상들은 어서 복구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5. 한국영상자료원 (http://www.koreafilm.or.kr/index.asp)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보물섬과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사이트다. 이 곳의 장점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각종 영화 회고전, 특별전이 상시 열리며, 이 곳의 티켓 가격은 무료다. (티켓은 현장에서만 발권가능하며, 상영 이틀 전부터는 현장예매도 가능.) 참고로 현재는 故 박철수 감독의 추모특별전이 열리고 있으며, 4월 6일(토)에는 장국영 10주기 추모 특별전이 계획되어 있다. 둘째, (이거뭐 서울 사람들만 좋겠구먼, 하는 분들을 위해) 유투브에 '한국고전영화극장 채널'(http://www.youtube.com/user/KoreanFilm)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지나간 한국영화의 명작, 예를 들어 <오발탄>, <바람 불어 좋은 날> 등의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약 70여 편이 서비스 중이며, http://www.kmdb.or.kr/vod/에서 더 많은 자료를 감상할 수 있으나, 여기는 유료다.) 셋째, 이곳에서 격월간으로 발간되는 웹진 '영화천국'은 웹진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실제 책으로 받아볼 수 있는데, 사이트의 '구독신청' 버튼만 눌러 주소를 입력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내준다. 단순히 홍보지가 아니라, 여러 평론가들, 기자들의 좋은 글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지난 30호의 특집 주제는 '우리 시대의 시네아스트를 말하다'로 여러 영화평론가들이 자신이 발견한 시네아스트들 - 벤 휘틀리, 크리스티 푸이유, 정재훈 등등 - 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지나간 호들의 내용 및 구독신청은 여기 http://www.koreafilm.or.kr/webzine/webzine_list.asp. 넷째, 이곳에서 자매품으로 운영하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사이트에서는 한국영화들에 대한 정보 외에도 여러 좋은 영화에 대한 글들을 읽을 수 있는데, 최근 정성일 평론가가 올해 연말까지 임권택 감독의 영화 101편에 대해 각각의 글로 정밀분석하는 '임권택x101'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이다. (헉헉 힘들다. 근데 avast는 여기 영상자료원 사이트에만 들어가면 위험이 발견되었다고 삑삑거리고 난리람. 예끼, 니가 더 위험하다, 애 떨어질 뻔 했네.)

 

...............................

 

 

저도 여기 알라딘에서 여러 고마운 분들에게 늘 좋은 책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기에 이 또한 누군가에게 혹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좋은 영화들 많이 관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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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3-2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최근 정보성 블로그로 탈바꿈.

2013-03-25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3-03-2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좋은 정보네요^^

맥거핀 2013-03-26 17:52   좋아요 0 | URL
도움이 조금 되셨나요?^^

Arch 2013-03-2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멸 감독님 인터뷰 읽다가 artpluscn 알려주려고 다시 로그인 했는데, 와, 저 첫화면이 왜 낯익나 했네.

2013-03-26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6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6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hining 2013-03-2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국영상자료원과 인디플러그, 만 즐찾 되어있는데. 이런 보물을 공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의 관심과 애정은 있어야는데. 헐랭하게 살아온 지난 날(?)을 반성...

맥거핀 2013-03-26 18:04   좋아요 0 | URL
네 오백원만 내세요.^^ 근데 예전에 보니 Shining님도 뭔가 비밀스런 정보를 잔뜩 알고 계시던데, 원래 진짜 고수보다는 조금 아는 사람들이 입이 가벼운 법이죠.

넙치 2013-03-2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꼼꼼하게 영화 관련 정보들을 살펴보시네요. 더불어 맥거핀님이 지닌 영화에 대한 열정에 감탄을.^^

저는 <씨네21>도 거의 안 읽는데..ㅜㅜ 저는 여러 영화 잡지 폐간에 일조한 관객이에요. 예전 알라딘 영화 상영정보 블로그가 제게는 딱. 이리저리 서핑하는 거 완전 귀찮아해서 영사자료원과 아트시네마 정도만 주기적으로 들락거려요. 것도 상영정보를 얻기 위해서만;;;


맥거핀 2013-03-26 18:09   좋아요 0 | URL
근데 위에 번지르르하게 썼지만, 저도 막 정보를 찾아보고 본다기 보다는 충동구매, 아니 충동관람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찜해논 영화 보러갔다가 다른 영화보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충동적으로 보게 된 영화가 더 좋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본 영화들은 막 시간 맞추고 기대하고 본 영화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이 훨씬 좋았어요.

씨네21은 정기구독 중인데, 쌓여가는 잡지를 보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좀 읽어야 하는데...잡지를 늘 표지만 감상해요.;;

꽃도둑 2013-04-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하고 있는데 영화에 대해 잘 몰라요,,
이해되세요?,,,으흐흐 그래도 합니다 무대포 정신으로다!!!
영화도 책 읽듯 하는거죠...ㅋ
두 군데 자료 찾으러 들락거리긴 했는데.. 나머진 죄다 낯선 동네에요,
사이트 정보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어요.,,^^

맥거핀 2013-04-02 18:32   좋아요 0 | URL
오..그런 시민평론단 같은 거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시험 보고 막 그러나요?) 뭐 원래 다 잘 모르는데 그러는거죠. 언제는 리뷰 같은 것도 잘 알아서 쓰나요. 그냥 막 쓰면서 자기 글에 도취되고 그러는거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군요.(뻔한 말.) 좋은 정보 있으시면 저도 나중에 좀 알려주세요. 상부상조합시다. (이건 진심.^^)
 

 

 

 

 

 

무비위크는 2001년 11월 창간했다.

2013년 3월 22일 발행된 무비위크 공식적인 마지막 지령 571호의 주제는

'우리가 사랑한 엔딩 신 100'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579453.html

<혜화, 동>을 만들었던 민용근 감독의 글 "읽지 않는 시대와 작별하는 ‘무비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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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03-2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위크, 안녕-
못 읽어줘서 미안하다-엉엉엉ㅠ.ㅠ

맥거핀 2013-03-25 17:37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못 읽어줬네요. 미안한 마음을 이 짧은 글로 대신.

아이리시스 2013-03-27 20:32   좋아요 0 | URL
가끔 서점 들러도 씨네21을 많이 샀던 것 같긴 해요. 그것도 서점에 갈 때 얘기지만, 요즘은 오프에 서점도 많이 없고 참고서 구경(!)할 때나 가는 게 다라서 그것도 산 적이 없고, 사이트에서 훔쳐서 읽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궁금한 거는요, 발간되고 1주일 지나면 기사를 볼 수 있잖아요. 잡지에 실린 모든 기사가 다 오픈되나요?(이런 질문 한다..창피해@.@) 그러니까 한겨레21, 무비위크 전부 다?(반말이라도 용서해줘요..) 읽을 거리에 비함 잡지가격 진짜 싸지 않아요? 패션잡지에 비하면요. 돈을 더 받았어야 돼..........

맥거핀 2013-03-27 23:06   좋아요 0 | URL
한겨레나 씨네는 제 경험상 볼 때 모든 기사가 온라인에 실리지는 않는것 같아요. 잡지에서 분명히 본 기억이 나는데, 온라인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경우가 있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온라인에도 공개되는 게 한 2/3쯤 되지 않을까..

근데 씨네의 경우는 중요한 기사는 거의 온라인에도 나오는 것 같기는 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이상하게 온라인에서는 오래 못 읽겠더라구요. 읽어도 잘 집중도 안되고..씨네 같은 경우는 모바일에서도 볼 수 있는 모바일잡지를 내던데, 저는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더 좋아요.

패션잡지 쪽은 요새 보니 책이 부록이던데..어떻게 잡지사를 운영하나 싶을정도.

Shining 2013-03-2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위크엔 정을 붙인 적이 없어서 거의 읽지 않았는데 막상 폐간된다니까 꼭 내 탓 같은 이 기분은 뭘까요.... 씁쓸하네요. 키노, 스크린, 필름, 무비위크, 다 없어졌군요.

맥거핀 2013-03-26 18:14   좋아요 0 | URL
프리미어, 씨네버스, 로드쇼에도 같이 애도를..영화잡지를 보던 그 독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씨네21도 그렇게 사정이 좋지만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Shining 2013-03-27 11:58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로드쇼, 씨네버스, 프리미어도 있었군요. 전 주로 세 개를 봤기 때문에(역시 인간은 자의적...) 떠오르지가 않았어요; 이번 호 씨네 21을 샀습니다, 뭐랄까, 이거라도 지켜야하는데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 비밀스러운(!) 정보 별로 모르는 사람인걸요 맥거핀님ㅎㅎ 500원 갖고 되겠어요?! 2500원!!(사이트 하나당 500원ㅋ)

저는 필름 폐간되고 가끔 씨네21, 프리미어 돌아가면서 사다가 적응이 안되서 접은 케이스인데..(지금은 가끔만 사요, 기차나 고속버스 탈 때 아님 편의점에서 넘겨보다 맘에 들면!) 근데 정말 독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잡지 경영진 뿐 아니라 외,내부 필진들은요?

맥거핀 2013-03-27 23:18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주로 키노, 필름, 프리미어 이 정도를 조금 많이 봤던 것 같고...씨네21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봤습니다. 무비위크는 좀 가벼운 느낌이 있어서 별로 안봤는데, 폐간한다고 하니 저도 괜히 미안하군요.

이들 잡지들의 전성시대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였는데, 저는 이런 잡지들이 한편으로는 수많은 영화키드들의 양산에 크게 한 몫을 했다고 봐요. 그리고 한국영화의 어떤 르네상스와도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고요. 영화라는 게 많이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니까. 당시 영화잡지들이 외국의 어떤 이론들이나 영화독법, 영화글쓰기 같은 부분을 꽤 이끌었다고 생각하고 담론의 형성에도 꽤 공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아무튼 전체적으로 이렇게 영화 저널들이 사라지는 것이 앞으로의 영화산업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꽤나 끼칠 것이라고 봐요. 아무리 개인미디어의 시대고, 모두가 영화평론가인 시대라고 하지만, 각개전투는 한계가 있는 법이죠.

Shining 2013-03-28 12:02   좋아요 0 | URL
여러번 말했다시피 저는 필름, 의 열혈독자였는데 필름이 폐간된 후로 충격과 상실감으로....(하하) 그래도 그땐 프리미어, 무비위크, 씨네21 다 있어서 그냥 배신감 비슷한 걸 느꼈지 위기감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맞아요, 영화키드, 씨네필, 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사조에 일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말 거의 안 쓰잖아요, 두 단어 뿐 아니라 영화광에 대한 어떤 비슷한 명명도. 영화가 그들을, 동시에 그들이 영화를 보고 읽고 쓰고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역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체 영화의 위치란 어디인가, 싶은 생각까지... 천만 영화가 한 해에 두 편씩 나오고 관객수 일억명을 돌파했는데 영화잡지의 수명 하나 보장하지 못한다는 현재가요.

Shining 2013-03-28 12:05   좋아요 0 | URL
그런데요. 윗 글이 <즐겨찾기를 털어봐요> 1탄이라고 하셨으니까 2탄도 나오는거죠?ㅎㅎ (잘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더니 숭늉까지 뺏어먹겠다는 심산..)

맥거핀 2013-03-3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탄요? 1탄이 있으면 당연히 2탄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제가 반전을...은 아니고, 나중에 또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얼마든지 쓰겠습니다. 저는 관대하니까요.ㅋ

근데 아무튼 영화를 다루는 매체들이 최근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고 일종의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영화를 글로써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새로운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예전과 같은 방식의 씨네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다른 방식의 그러니까 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찍어보자는 식의 씨네필들은 또 점점 늘어나고 있구요. (물론 여기에 디지털의 보급이 큰 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영화를 '읽고', '쓰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글쓰기, 새로운 영화읽기에 대해 여전히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제 어떤 글을 읽다가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의 한 구절을 읽었다. 내용이 음미해볼만한 부분이 있어서 몇 번 그 부분을 반복해서 읽다가, 예전에 여러 글에서 이름과 간단하게 요약된 내용만 접한 책이어서 이 참에 한 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라딘과 여러 다른 인터넷 서점을 뒤져 보았는데, 싸그리 절판이다. 요것봐라, 싶어서 검색 안테나를 총동원하여 여러 인터넷 중고서점과 헌책방 검색사이트를 뒤져보니 원래 책 가격인 6,800원의 4-8배 정도인 최저가 24,000원에서 49,000원 정도 사이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듯 하다. 절판된 책의 가격이 원래 가격의 수배로 뛰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나, 막상 읽으려고 생각한 책이 이러고 보니 '깊은 빡침'이 생겨 중고책이라도 살까 했던 마음을 접고 알라딘에는 재출간 알림 신청을 하고, 여러 가까운 도서관을 뒤져 보다가 잠이 들었다. (덕분에 좋은 다른 정보를 하나 알게 되기는 했다.) 

 

오늘 낮, 멍하니 있던 도중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래 밑져야 본전이지 싶어, 출판사인 '현실문화연구'에 전화를 걸어 책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니 왠걸, 직원이 재고가 있으며 구입에 문제가 없다지 않은가.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 모두 절판인걸요, 했더니 자기가 인터넷 서점에 조치하고 다시 전화를 준댄다. 잠시 후에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하는 말이 이게 출판사 저작권이 만료되어 서점을 통해서 팔 수가 없댄다. 그럼 아무튼 책은 있다는 건가 싶어서 개인적으로 읽으려고 하는데, 한 권만 보내줄 수 없겠느냐고 하니, 그럼 택배비와 책값을 보내면 책을 보내주겠단다. 아싸라비야 싶어서 마음 바뀌기 전에 재빨리 입금.

 

그런데 오늘 저녁에 뜬금없이 알라딘에서 문자가 왔다. "알림 신청하신 <스펙타클의 사회>가 입고되어 판매를 시작합니다." 응? 싶어서 알라딘에 들어가보니 말 그대로 판매 시작. 근데 이상한 건 교보나 YES24는 아직도 절판이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알라딘에서는 현재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 이 책 구매 가능합니다. 혹시 읽으시려다가 중고책 가격을 보고 저처럼 '깊은 빡침'을 경험하셨던 분은 마음 바뀌기 전에 재빨리 구매하시길.

 

 

덧.

혹시 이 참에 사서 재테크 하시려는 분들은 제발 넣어두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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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3-03-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이곳저곳에서 '제목만' 들어봤는데 ^^
도서관에는 드문 책인가봐요. 검색 풀가동했는데 없네요.

2013-03-2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습니까 ? 전 중고가격 보고 신나서 잠을 못 잔 1인입니다.
다시 발매되면 안 되는데..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중고책 가격 시세 중 가격 대비 가장 비싼 책은 카메라루시다'였어요.
초판은 1700000인가 거래가 되더라고요. ( 아닌가 ? 제가 잘못 보았을 수도..ㅎㅎ )

맥거핀 2013-03-23 14:25   좋아요 0 | URL
제가 본의아니게 곰곰생각하는발님의 사업구상을 방해했군요.ㅋ 근데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뭐든지 실물을 손에 쥐어야 안심하죠.ㅋ

저도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알게되었는데, 비싼책들이 참 많더군요. 옛날 라이트노벨이나 로맨스소설 같은 거 절판된 책들 중에 정말 비싸게 거래되는 것들이 꽤 있어서 놀람. 그래도 설마 170을 정말 실거래 목적으로..?

드팀전 2013-03-2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소식이네요.몇 달 전에 지하철에서 한 학생이 재본한 거 들고 다니는 거 본 적 있는데. 제가 본 책이랑 표지가 다르긴 합니다. 노란 색인데 언제 나온 건지.. 집에가서 한번 확인해봐야겠군요ㅎㅎ 토요일인데 인제 퇴근이네요.홍홍홍

맥거핀 2013-03-25 00:45   좋아요 0 | URL
오..드팀전님의 이름을 제 서재에서 볼 줄이야. 토요일날 이리 늦게 퇴근하셨는데, 일요일은 잘 쉬셨는지 모르겠군요.

저도 도서관에서 몰래 빼돌려서 제본이라도 해야되나 싶었는데, 뭐 이렇게 읽게 되어 다행입니다.

드팀전 2013-03-25 10:47   좋아요 0 | URL
즐찾이었는데...인사가 늦었습니다. 꾸버억.3월 마지막주가 시작되었군요.제가 사는 부산은 이번 주면 벚꽃 절정이 될 것 같습니다.

맥거핀 2013-03-25 15:04   좋아요 0 | URL
저도 드팀전님 즐찾이었는데, 저야말로 인사가 늦었습니다. 부산의 벚꽃은 역시나 좀 빨리 오는군요. 서울에는 아직도 멀어보이는데, 벚꽃이 찾아오면 가까운 여의도라도 나가봐야겠습니다.

넙치 2013-03-2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어요, 라고 자랑고싶네요.ㅎㅎ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없을 때 찾아드는 의욕과 오기로 책을 손에 입수한 후 정작 그 책을 애타게 찾았던 게 소유욕 때문인지 지적 호기심 때문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서점에서는 이미 절판이고 아트시네마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책을 냉큼 샀는데 그 책 제목도 기억이 안 난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제가.ㅠ

맥거핀 2013-03-25 00:52   좋아요 0 | URL
으하하. 저도 이 책에 대한 넙치님의 리뷰를 이미 봤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보려던 책의 몇 권에서 이미 넙치님의 리뷰를 몇 번 봤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그래요. 맞아요. 이게 일단 수집하고 나면 독서의 쾌감이 수집의 쾌감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면서 읽지도 않았는데, 이미 읽었다고 착각하는 책들이 태반이구요. 이거 병이죠, 병. 차라리 그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먹었으면 살이라도 찌지...아트시네마에서 사신 건 스즈키 세이준 책? (저도 얼마전 영상자료원에서 비슷한 이유로 하길종 전집 샀는데 아직 하나도 안 펴봤음.-_-)

넙치 2013-03-26 14:38   좋아요 0 | URL
네, 스즈키 세이준 책 맞아요. 댓글 달고 책을 찾아봤어요.ㅋ 스즈키 세이준 영화는 거의 안 봐서 책이 무용지물일 듯;;;
전집을 지르시다니 통 크시군요.하하.

맥거핀 2013-03-26 18:16   좋아요 0 | URL
근데 전집이라봤자 달랑 3권이예요.^^ 그것도 뭐 할인받아 샀으니까. 원래 책 사는 목적이 안 보고도 본 척 하려고 사는 겁니다. ㅋ

cyrus 2013-03-2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학기에 회화과 현대미술론 수업을 듣고 있는데(전공은 행정학입니다 ^^;;) 수업교재 내용 중에 드로브의 인용문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드보르라는 이름이 생소했고 국내에 번역된 책이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저의 궁금중의 답을 맥거핀님의 글에서 찾았네요 ㅎㅎㅎ 책이 또 언제 절판될지 모르니까 얼른 장바구니에 담아 봅니다. ^^

맥거핀 2013-03-25 00:56   좋아요 0 | URL
근데 왜 행정학 전공 학생이 회화과 수업을 듣나요? ㅋㅋ (저도 예전 학교 다닐 때 맨날 전혀 상관없는 타과 수업 듣고 그래서 동질감 느껴서 하는 말입니다. 교수님들이 그럴 때 묻는 거 짜증나지 않아요? 자네는 이걸 왜 듣나? 그럴 때는 교수님을 야릇하게 보면서 교수님이 좋아서요, 그러세요.)

뭐 cyrus님의 지식충족욕구에 조금이라도 부응했으면 만족합니다.^^ 졸업반이시라는 얘기 언뜻 봤는데 요즘 여러모로 정신없으시겠네요. 힘내세요.

아이리시스 2013-03-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저는 보고싶을 때 품절이면 맥거핀님 책을 빼았으면 되겠어...라고 안심. 제 사전에 품절될까봐 미리(!) 구입해놓는 그런 호사는 없으니까..

맥거핀 2013-03-25 17:39   좋아요 0 | URL
으하하..아이리시스님에게 양심껏 지인DC하여 두 배로만 팔겠습니다. 흠..그렇다면 저도 품절된 책을 읽고 싶게 되면 아이리시스님에게 연락을 드리면 되겠군요. 아마도 저보다는 품절책이 훨씬 많으실 듯 하니.

아이리시스 2013-03-25 20:05   좋아요 0 | URL
빼았으면 -> 빼앗으면

이봐이봐 맞춤법도 틀렸어.. 없을걸요, 품절책. 저는 이제부터 제대로된 책을 좀 사볼까 하는데요. 서른이전에 산 건 쓸데없는 책 뿐이에요. 진짜라니까요. 어쩌면 이렇게 심미안이 없어, 사람이!

맥거핀 2013-03-26 18:18   좋아요 0 | URL
그럼 이제 좋은 책 살 일만 남았군요. 쓸데없는 책을 많이 사봤으니 이제 안사겠죠.^^ 저도 잔뜩 있는 앞으로 절대 보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알라딘에 팔아야지, 팔아야지 그러고만 있고, 결단을 못 내리고 있네요.

응..근데 '빼앗으면'이 맞아요? 난 몰랐음.

아이리시스 2013-03-27 20:36   좋아요 0 | URL
뺏으면이겠죠, 빼앗으면 자체가 이상한 맞춤법이긴 해요. 되게 많이 틀리는데 저는 항상 맞춤법 국어사전 검색해보는 버릇이 있어서, 공부도 해야 하고, 여러가지로 국어는 진짜 어렵죠. 예전에 KBS 입사할 때 필요한 거 있잖아요. 한국어인증시험. 무급이 나왔어요. 아니, 내가 한국어문학부에서 글쓰겠다고 문창과(국문과도 있었음)에 다녔는데 제일 하급도 줄 수 없다며 무급수를 주는데 어찌나 어이없던지요. 심지어 일본어도 급수자격증이 있었는데 으흙흙.

맥거핀 2013-03-27 23:24   좋아요 0 | URL
미안한데 조금만, 아주 조금만 웃어도 됩니까..? 무급, 이거 왜 이렇게 웃기죠. 근데 아이리시스님이 그렇다는 건 왠만한 한국사람이면 그럼 다 무급 나온다는 얘긴데..도대체 그럼 그 시험에서 급수를 따는 사람은 누군가요? 아나운서들? 그들도 그렇게 국어실력이 좋아보이지는 않던데.

맞아요. 국어가 조금 파고들면 어렵죠. 저도 국어교육 부전공해서 잘 압니다. 진짜 제대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려워지는 게 국어...

근데 말씀하신 '빼앗으면'을 생각해봤는데, '빼앗다'라는 말이 '뺏다'와 '앗다'가 합쳐진 말 아닌가요? 그러니 '빼앗으면'의 준말을 '뺏으면'이라고 봐야하는 게 아닐까..그러니 두 개 다 맞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확신이 없어요. 찾아봐도 마땅한 정답을 모르겠는데..)
 

 

 

 

 

 

 

 

 

 

 

스토커, 박찬욱, 2013

 

 

 

(<스토커>에 대한 전체적인 스포, 그리고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박쥐>,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부분적인 스포가 들어 있습니다. 이 영화들을 보신 분이 읽으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커. stalker. (그러나 이 영화 <스토커>의 영문 스펠링은 우리가 그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어떤 이미지와는 달리 'Stoker'이다. 그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자.) 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으면 몇 가지의 뜻이 나온다. 명사로는 '남을 괴롭히는 사람', 혹은 '(슬그머니 접근하는) 사냥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익히 알려진 이런 의미 외에도 stalker라는 단어는 다른 것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명사로는 '(식물의) 줄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동사로는 '몰래 접근하다'는 뜻 외에도 '성큼성큼 걷다' 혹은 '활보하다', '만연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영화 <스토커>는 이의 모든 의미를 포괄하는 어떤 총체인 것처럼 보인다.

 

1. 괴롭히는 자 혹은 사냥꾼

 

이미 많은 리뷰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먼저 이 영화를 흔히 말하는 '스토킹'으로 생각한다면 그 스토킹은 삼촌 찰리(매튜 구드)에 의해 행해지는 조카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를 향한 행위이다. 그것은 영화 초반부터 여러 결로 반복하여 이루어지는데, 인디아에게 집요하게 따라붙는 깜빡이지 않는 시선으로, 혹은 그녀의 뒤를 밟고, 그녀의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방식으로, 그리고 아주 오래 전부터 그녀에게 같은 모양의 구두를 보내는 것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을 예를 들어 인디아의 신체에 달라붙은 거미의 모습으로 보여진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는데, 영화의 초반부 인디아의 발목 근처에서 맴돌던 포식자 거미는 점점 그녀의 신체의 은밀한 부위로 조금씩 그 발걸음을 옮긴다. 물론 거미는 모두가 알다시피 기다림의 아이콘이다. 아주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그물을 펼쳐놓고 목표한 무엇인가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거미는 사실 박찬욱 영화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캐릭터다. (앞으로도 종종 이야기할테지만) 박찬욱의 할리우드에서의 첫 영화 <스토커>에서 우리는 수많은 전작의 그림자들, 그러니까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의 무늬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영화 <스토커>는 그런 박찬욱의 격자무늬들이 촘촘이 수놓아진 영화이고, 오랫동안 특정의 목적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기다렸던 박찬욱의 인물들이 그 영화에는 있었다. 예를 들어 <올드보이>의 무엇인가를 위해 15년간이나 기다린 우진(유지태), 혹은 오랫동안 기꺼이 음식에 락스를 몰래 탔던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이영애), 아니면 축축하고 어두운 방에서 핏기하나 없는 얼굴로 죽어가고 있었던 <박쥐>의 태주(김옥빈). 그리고 그 인물은 이 영화 <스토커>에서 삼촌 찰리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의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삼촌 찰리가 이 집으로 하필이면 인디아의 생일날 돌아온 이유를 알게 되고, 그동안에 그가 그토록 같은 모양의 끈달린 구두를 보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물론 한편으로 우리는 이 영화에서 박찬욱의 전작 <올드보이>의 그림자를 다시 한번 발견할 수도 있다. 오대수(최민식)15년간이나 사설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던 이유가 있으니까.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오대수가 <올드보이>에서 사태를 정확하게 추론하는데 실패한 이유는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즉 오대수가 아니, 우리가 계속 신경써야만 했었던 것은 그 빌어먹을 '이유'가 아니라, '15'이라는 사실이었으며, 그것은 한편으로 어쩌면 이 <스토커>에서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있을 때 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일단 그 구두에 주목하자. 구두? 그 구두 역시 사실 그렇게 낯설지가 않다. <박쥐>에서 신부 상현(송강호)은 맨발로 거리를 헤매던 태주에게 구두를 신겨주었다. 그리고 그 구두는 <박쥐>에서 태주의 욕망을 깨우는 트리거였다. 그 구두를 신었을 때, 비로소 태주는 그 어둡고 축축한 공간만이 세상을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구두는 결국 그녀를 이상한 욕망의 롤러코스터로 이끌었고, 그 욕망의 롤러코스터는 그녀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상현에 의해 제어되는데, <박쥐>의 마지막에서 바스러지는 발끝에서 툭 떨어지던 그 한 켤레의 구두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 영화 <스토커>에는 중간에 의미심장한 장면이 있는데, 인디아는 그 가득 놓여진 구두를 이제 벗고, 하이힐로 갈아신는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 <스토커>는 구두로 시작해서 구두로 끝났던 그 전작을 넘어서, 하이힐로 갈아신는 진화된 캐릭터를 보여준다. 즉 그녀는 제어되지 않고, 다른 다음의 단계로 넘어갔고, 그것을 '사냥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여담을 한 마디 붙여두자면, <스토커>에서 그녀의 공격방식을 떠올려보라. 날카로운 물건으로 푹 찌르는 것. , 하이힐을 신은 당신이 적을 만났다. 당신은 어떻게 해야할까.)

 

인디아의 아버지는 어린 인디아에게 사냥을 가르치면서 말한다. 나쁜 짓을 하게 되어야, 더 나쁜 짓을 안하게 된다고. 물론 이 말을 듣고 일차적으로 관객이 떠올리게 되는 사람은 그녀의 삼촌 찰리지만, 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 박찬욱의 전작의 캐릭터가 하나 있었다. <박쥐>의 신부 상현은 영화 속에서 한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것은 그가 신부이면서도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그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피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 그는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의 피를 먹고, 자살하려는 사람의 피를 먹고, 심지어는 인터넷으로 사람을 모집한다는 등의 별별 생각을 하지만, 끝내 이 딜레마를 넘어설 수 없었고, 옆에서 폭주하는 태주를 더 두고 볼 수도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끝내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이란 마지막 차의 보닛 위에서 태주를 꽉 껴안은 그의 손이었다. 즉 그에게도 역시 나쁜 짓과 더 나쁜 짓이 있었고,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의 피를 먹거나, 자살하려는 사람의 피를 먹는 것은 더 나쁜 짓을 하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나쁜 짓이었다. 물론 그런 상현이 대단한 것은 그가 나쁜 짓으로 더 나쁜 짓을 멈추려던 그녀의 아버지와 달리(한편으로 그녀의 아버지 역시도 이 집안의 한 사람이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나쁜 짓마저 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인디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물론 그는 구두로 끝난 캐릭터가 아니라, 구두에서 하이힐로 진화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분명히 상현 같지는 않을 것이지만, 또한 분명한 것은 그의 삼촌 찰리와 같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성일의 말대로 본편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2. 성큼성큼 걷는 혹은 활보하는

 

이 영화의 영화적인 가장 큰 특징은 박찬욱 본인과 많은 리뷰들에서 말한 것처럼 교차편집(네이버 주: 교차편집은 서로 대조적인 독립된 장면을 엇갈리게 보여주는 편집 기술을 가리킨다. 글자 그대로 말해, 동시에 혹은 다른 시간대에 발생하고 있는 서로 다른 행위들 사이의 커팅)이다. 물론 그것이 어떤 하나의 기교로서가 아니라 영화의 특징으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이 영화는 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셀 수도 없는 교차편집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교차편집이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장면들 사이의 긴장과 서스펜스, 혹은 묘한 조응을 넘어서 대체로 제3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상상할 것을 요청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그것은 영화 속에서 인디아가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림을 빠르게 넘겨보는 것과 비슷하다(혹은 영화 속에서 이야기된 자신이 절대 찍을 수 없는 각도에서 찍힌 자신의 사진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즉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림이 겹쳐서 아주 빠르게 번갈아 보여지는 순간 그것은 다른 제3의 무엇인가가 된다(원이 그려진 그림과 역삼각형이 그려진 두 장의 그림을 아주 빠르게 번갈아 본다면 우리는 다른 무엇인가, 예를 들어서 역삼각형 위에 원이 있는 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영화 속 장면을 예로 들어 보자면, 인디아가 엄마의 머리를 빗겨주는 장면에서 엄마의 머리가 갈대밭으로 바뀌며 사냥하는 장면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머리를 빗겨주는 장면으로 돌아오는 것 같은 부분을 말할 수 있는데, 이 장면에서 머리를 빗겨준다는 장면이 사냥하는 장면과 겹치면서 그것은 단지 머리를 빗기고, 사냥하는 것을 넘어서, 서스펜스와 긴장을 낳는 동시에 다른 어떤 것을 관객에게 묻게 한다. 예를 들어 그것은 어느 것이 나쁜 짓이고, 어느 것이 더 나쁜 짓인가,와 같은 질문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 질문은 옳은 질문일 수도 있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오해한 질문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교차편집은 너무 남용되면 관객이 이야기의 전체 구도를 잘 이해할 수 없도록 하거나, 혹은 관객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 수 있는데, 박찬욱이 좋은 감독인 것은 이와 함께 신의 길이와 카메라의 움직임을 적절히 이용하거나, 혹은 몇 번의 재미있는 트릭을 씀으로서 관객의 이해를 돕고, 피로를 중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찰리와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만)이 몰래 밤에 처음 밀회를 가지는 장면을 보면 이런 훌륭한 움직임을 잘 볼 수 있는데, 인디아가 문 옆에서 몰래 엿듣다가 밖으로 나가서 창밖에서 몰래 지켜보게 되는 이 장면을 숏의 커팅으로 구성하지 않고, 롱테이크로 가져가면서 카메라를 움직이는 방법을 씀으로써 관객을 새롭게 즐겁게 함과 동시에, 긴장감을 적절하게 구축한다. 또한 반대로 영화의 후반부 이블린과 찰리가 맞서는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캐릭터가 폭발하여 움직이는 이 결정적인 장면을 이번에는 반대로 두 개의 문을 고정하여 놓고 촬영하면서 양 문을 한번씩 여닫는 것으로 각각의 캐릭터만 보여지게 함으로써 그들을 한 번씩 번갈아 주목하게 하면서(아마 연극이라면 양 캐릭터에 한번씩 헤드라이트를 주는 방식을 택했을 것 같다) 동시에 관객을 인디아의 입장에서 번갈아 상상하도록 한다. 즉 이런 간단한 트릭을 통해, 관객은 이 삼각형 구도에서 인디아와 찰리의 관계, 혹은 인디아와 이블린의 관계, 혹은 찰리와 이블린의 관계를 각각의 다른 범주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3. 스토커라는 가문 혹은 줄기

 

물론 우리는 여기에서 지금까지 한 가지를 오해하고 있다. 그것은 이 영화의 스토커란 stalker가 아닌 영어 철자로는 대문자 S를 가진 Stoker이며, 그것은 영화의 시작부 이 가문의 이름으로 설명이 된다는 점. 즉 인디아는 인디아 스토커이며, 찰리는 찰리 스토커이다. 즉 이들은 Stoker라는 거대한 줄기에서 나온 각각의 열매들이고, 그 속에는 비슷한 피가 흐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 <스토커>는 이 Stoker 가문의 어떤 잔혹한 피의 속성에 대한 일종의 인트로이다. 영화의 마지막부, 인디아는 그 가문을 상징하듯 아버지의 벨트와 어머니의 옷과 이제 그 자신만의 하이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Stoker라는 성을 가지는 유명한 이가 한 사람 더 있다. 1847년 태어나 1897년에 <드라큘라>라는 작품을 써서 유명해진 작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이다. 그리고 물론 박찬욱은 이 저주받은 가문의 이름을 그 작가에게서 가지고 왔다.

 

사실 그러므로 <스토커>는 또 하나의 뱀파이어 영화이며, <박쥐>의 후속편이다. (다시 여담, 아까 전에 그녀가 공격하는 방식, 그러니까 푹 찌르는 그 방식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그 부위에 주목하자. 그녀는 마지막 어디를 쏘고 어디를 찌르는가.) 그것은 영화의 설정에서부터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눈을 거의 깜빡이지 않는 찰리나 인디아의 모습이나, 두 캐릭터가 모두 비슷하게 공유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다는 점은 명백한 뱀파이어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한편으로 자신의 힘을 활용할 줄 모르는(혼자 외롭게 자신만의 내면에서 침잠하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뱀파이어가 다른 뱀파이어에 의해 자신의 힘을 각성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는데, 그러므로 이 마지막은 사실 조금은 상투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뱀파이어 서사에서 한 뱀파이어를 각성하게 해준 다른 뱀파이어는 이제 주인공 뱀파이어에게는 더 이상 그 존재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하나의 피를 놓고 경쟁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그 존재의 무분별한 활동은 자신의 존재를 쉽게 드러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스토커>에서도 찰리는 그렇게 현명한 뱀파이어는 못되었고(그러므로 그는 오랜시간 그가 원하는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인디아라면 보다 다른 방식으로 사냥을 실시했을 것이다.

 

 

4. 오인(誤認) 혹은 오해

 

어쩌면 그것에 중요한 무엇인가가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스토커가 Stoker인가, stalker인가, 혹은 괴롭히는 자인가, 사냥꾼인가, 스토커 가문인가, 혹은 뱀파이어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Stoker가 아니라 stalker로 오해하게 만든다는 것. 즉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오해' 혹은 '오인'이라는 점. 다시 말해서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혹은 우리가 했었어야 하는 질문. 그 이유가 무엇인가가 아니라, 하필이면 왜 그런 긴 시간이어야 했나,라는 것.

 

오인은 박찬욱의 영화에서 그렇게 낯선 키워드는 아니다. 박찬욱의 영화에서는 꽤나 흔치 않게 그런 오해들, 오인들이 도사리고 있었고, 그런 오인들은 때로는 그 캐릭터들을, 때로는 그 관객들을 이상한 아이러니나 혹은 (심리적인) 파멸로 이끌고 갔다. 그것은 때로는 한 씬에서 나타나고, 전체 영화를 통해서 나타나기도 하는데, 기억나는 몇 가지의 씬들이 있다. 예를 들어 <복수는 나의 것>에서의 한 장면. 청각 장애인 류의 누나가 극심한 병의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를 몰래 벽에 붙어서 듣고 있는 옆 방의 남자들은 자위 행위를 한다. 음성 정보의 오인. 아니면 다음의 장면, 허문영이 말한 <박쥐>에서의 오인. <박쥐>에서 태주를 죽인 상현은 라여사(김해숙)의 눈빛을 본 후 그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린다. 시각 정보의 오인. 이러한 오해 혹은 오인은 박찬욱의 영화들에서는 씬에서만이 아니라 전체 영화를 통해서 나타나기도 하는데, 위에서 말한 <올드보이>의 오인 같은 것도 그렇고,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경우에서도 동진(송강호)은 류의 여자친구의 말을 단지 허세 혹은 거짓으로 들음으로써 파멸적인 최후를 피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다시 반복하자면 이미 영화들은 끝났고, 오해는 모두 영화에서 단지 오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실물로, 그러니까 <복수는 나의 것>에서라면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으로 혹은 <올드보이>에서라면 모든 것이 담긴 보라색 상자로 되돌아온다. 즉 여기에서 오해하거나 오인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이 무엇에 대한 오해인가, 오인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오인이 단지 우연이었는가, 혹은 의도된 오인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점이다.

 

<스토커>도 역시 몇 가지의 오인 혹은 오해의 장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살인이 저질러진 후 인디아가 샤워를 하는 씬이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녀의 어떤 넋이 나간 표정과 이상한 움직임을 보면서 인디아가 어떤 죄책감을 가지거나, 혹은 후회하고 있거나, 혹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실은 살인의 쾌감에 정신을 못차리는 중이다. 중간에 진 할머니가 살해되는 장면도 일종의 오인의 구성인데, 우리는 교차편집과 맞물려 여기에서 이번에는 범인을 오해한다. (이 오인에 교차편집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 싶다. 즉 이 영화에서의 교차편집은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제3의 다른 의미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그것을 보는 우리를 오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아니면 (박찬욱의 표현을 빌리자면) 앞과 뒤가 같은 북엔드처럼 동일한 장면이 앞과 뒤에 위치한 서두와 마지막을 보자. 우리는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이 장면을 볼 때는 영화가 시작할 때 보았던 감정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다. 즉 마지막에 이르러 처음의 그 장면은 우리의 단순한 오인이거나, 혹은 매우 정교하게 의도된 오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단순한 오인, 혹은 정교하게 의도된 오인은 몇 가지 씬에서만이 아니라 영화의 전체 플롯에서도 드러나는데, 우리는 처음에 이 영화의 어떤 주플롯을 오인한다. 즉 우리는 이것을 어머니에게 경쟁의식을 느끼는, 혹은 아버지의 대체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린 소녀의 서사와 묘하게 비슷한 것으로 오인한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까지 우리에게 어떤 무엇인가를 묻게 만든다. 예를 들어 그것은 자, 그렇다면 이제 인디아는 누구를 사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전작과 다른 점은 이 오해가 실물로서 되돌아왔던 전작과 달리 <스토커>에서 이 오해는 아직 어떠한 것으로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해가 어떤 무엇으로 되돌아왔던 전작들, 그러니까 사건이 돌고돌아 자신에게 돌아왔던, 그래서 그 사건을 스스로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스토커>의 사건은 이제 시작이다. <스토커>의 마지막은 닫힌 파멸만이 있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제 넓고 먼 세상으로 나서는 소녀에서 여인이 된 캐릭터의 시작이다. 그 오해가 무엇으로 되돌아올지는 이제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상당히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박찬욱 캐릭터의 다음 진화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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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2013-03-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디아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지 않아요.ㅋ
영화 언어적으로는 깊은 맛의 와인같은 영화지만 저는 캐릭터에 대한 깊이는 느끼지 못하겠더라구요.

맥거핀 2013-03-13 16:30   좋아요 0 | URL
돌이켜 생각해 보면 박찬욱의 인물들이 복수 3부작이 시작되면서부터 의도적이랄까 일부러 좀 붕 뜨는 듯한 경향이 있죠. 일종의 만화적인 캐릭터랄까(그러니까 말 그대로 '캐릭터성'이 심하게 강화된).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캐릭터는 사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로 좀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캐릭터의 그 빈 부분을 어떤 상징이나 미장센 같은 걸로 채워넣는 게 박찬욱의 화법이었는데, 그게 사실 이번 영화에서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죠. (넙치님도 글에서 지적하셨지만요.) 그래서 박찬욱의 영화는 늘 수많은 분석가, 혹은 상징지상주의자들의 난도질의 현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그런 '낚임'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박찬욱 감독이 워낙 훌륭한 강태공인지라, 여지없이 걸려들었네요.

아이리시스 2013-03-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보이 때는 그 혀와 말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게 좋았고 멋졌는데 어쩐지 이 영화를 의무감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썩 끌리지가 않은 게 말씀하신 내용들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좀 일러서 박쥐도 안 봤;; 박쥐가 개봉할 때는 제가 영화 자체를 멀리하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나저나 니콜 키드먼이 줄리아 로버츠 보다 더 좋아요!! 미아보다 더 예뻐요!! (근데 맥거핀님은 줄리아 로버츠 싫어하잖아요, 좀 좋아해봐요ㅋㅋㅋ)

맥거핀 2013-03-14 21:30   좋아요 0 | URL
음..조금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뭐랄까, 요즘의 영화를 둘러싼 말들이 넘쳐나고 있기는 한데, 정작 영화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말들은 많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말은 넘쳐나는데, 생각은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듯 해요. (이와 관련이 있을지 모르지만, <무비위크> 폐간이라는 또하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보니..) 혀와 말이라...

니콜 키드먼은 진짜 그 눈을 보면 좀 무서워요. 아쁘기는 참 이쁘다..라는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만. 근데 여전히 줄리아 로버츠는 정이 안가요.ㅋ 내가 왠만하면 여배우들 좋아하는데..


Shining 2013-03-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매끄러운 글이 있으니 저 같은 사람은 기죽어서 못 쓰는 겁니다! 전 스토커, 만으로 단상만 쓰기 잘했네요ㅎㅎ <스토커>, 이상하게 저는 마음에 들더라구요. 쫀쫀한 미장센도 유려한 컷의 진행도 멋지고. 고전영화 같은 아우라 자체가 묘하게 맘에 들었어요_-b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나날이 관심이 가네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때만 해도 쏘쏘였는데(이건 영화가 워낙 별로인 탓...) <레스트리스>도 그렇고 이번엔 무려 <보바리 부인>이라니! 고전적인 느낌이 강한 얼굴이에요, 소녀적이면서도 중성적인 느낌도 들고. 신기하게도 배두나씨 얼굴이 떠오르는 표정이나 장면들이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맥거핀 2013-03-18 17:17   좋아요 0 | URL
엄살은 안 통합니다요.ㅋ 저는 저 배우 '제인 에어'에서 처음 봤었는데요. (그러고보니 고전 전문 배우인가 봅니다.) 그 때도 뭔가 묘한 느낌이 있었고, 이번 영화에서도 어떤 상반되는 이미지를 잘 버무려서 표현해냈다고 봅니다. 확실히 마지막 씬에서 인상적이었어요. 음..생각해보니 배두나와도 뭔가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나머지 얘기는 Shining님 서재에 가서..
 

 

 

 

 

 

 

 

 

 

 

라스트 스탠드, 김지운, 2013

 

 

 

보안관이 할 일이라고는 길 잃은 고양이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이 다인 국경 근처에 위치한 조용한 시골 마을 섬머튼. 그 곳으로 슈퍼카를 타고 국경을 넘어 탈주하려는 마약왕이 그의 군대를 이끌고 온다. 그러나 이 조용한 시골마을에 이들과 대적할 사람들이라곤, 은퇴한 후 조용한 시골마을이 좋아 일부러 이곳을 선택한 이제 다 늙어빠진 보안관과 총조차 제대로 못쏘는 것처럼 보이는 몇 안되는 그의 부하들과 각종 무기를 모으는 것이 취미이나 그 무기를 다룰 수나 있는지 의심스러워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괴짜와 한때 촉망받았던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사고를 치고 유치장에 들어가 있는 청년 뿐. 이들이 이에 맞서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이쯤되는 이야기라면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 눈>이나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많은 서부극, 혹은 현대의 변형된 서부극들에서 익숙한 구도이고, 익숙한 스토리이다. 그러므로 이 짧은 줄거리가 익숙한 사람들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몇몇 숨겨진 사실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사실은 이 늙어빠진 보안관이 사실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 마약왕을 뒤쫓기 위해 애쓰는 FBI가 사실은 별로 이 영화에서 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 혹은 이 마약왕이 이 국경 근처의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어떠한 운명을 맞게 된다는 것 쯤은 능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여기에는 소위 B급 무비, 혹은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무비 같은 것의 익숙한 클리셰들이 있다. 여기에는 먼저 실패한 자들, 루저들이 벌이는 축제라는 요소가 있다. 즉 예전의 전투에서 부하들을 잃고 낙향한 나이든 보안관과 어떻게든 이 시골마을을 벗어나려 애쓰는, 그러나 그 능력으로 봐서는 이곳을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신참과 좋은 재주를 가졌으나 술과 범죄에 빠져 사랑하는 여자마저 잃어버린 남자와 사회부적응자 밀덕 같은 시골마을의 패잔병들이 모여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적을 상대하여 승리를 쟁취한다. 동시에 그것들은 감각적이고 말초적이다. 즉 근육이 터질듯한 남성들과 매력적인 여성들, 혹은 강인한 여전사 등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꺼이 그 매혹적인 육체들을 파괴시킴으로써 이같은 목적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이런 영화에서 사실 개연성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이 영화 <라스트 스탠드>에서 나이든 보안관은 그렇다 치고, 변변한 경험이 없어 보이는, 시작부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허둥대던 보안관의 부하들이 갑자기 왜 총격전은 그렇게 잘 할 수 있는지, 혹은 그 빗발치는 총알들이 왜 그 보안관과 그의 부하들을 그렇게 잘 비껴나가는지, 왜 뜬금없이 시골마을에 그렇게 또다른 슈퍼카가 떡하니 등장하는지 등등의 질문을 캐묻는 것은 그렇게 현명한 질문이 못된다. 그것은 일종의 장르적 전통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것은 뱀파이어 무비에서 뱀파이어가 박쥐로 변할 때 아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박쥐로 변해요,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도리어 중요한 문제는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라면 더 중요한 것은 그 총기에 장탄이 몇 발이 되는지, 실제 그 슈퍼카가 그런 방식의 이동액션이 가능한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동시에 카덕과 밀덕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즐거워할 부류 중의 하나를 꼽는다면 그런 카덕과 밀덕들이 아닐까 싶은데,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실제성이 아니라, 무기 혹은 슈퍼카의 실제성이다. 개인적으로도 얼마전 개봉한 영화 <베를린>에 대한 리뷰들 중에서 그 무기와 관련된 문제의 개연성을 지적하는 글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예를 들어 그런 관점에서라면 그 무기들이 과연 요원들이 사용할 만한 무기들인지, 그리고 장탄수를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지(화면에 총탄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 갯수를 꼼꼼이 세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것을 감독 김지운은 의식하고 있는지 그것을 노련하게 이용하는데,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는 중간중간 총알이 떨어지거나, 새로 장탄을 하는 장면들이 몇번 의식적으로 등장한다. 또한 본인이 아마도 밀덕이거나 카덕일 듯한 김지운은 물론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개조'라는 무기이다. 즉 그 슈퍼카가 그런 속력을 내거나, 특이한 기능을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혹은 그 무기의 장탄수를 지키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해도, 뭐 한 마디면 끝난다. "개조되었으니까."

 

물론 김지운이 노련함을 보여주는 것은 그런 부분에서만은 아니다. 서부극과 B급무비의 결합이라는 틀 안에서 그 장르적 규칙을 철저하게 지킴으로서 별로 야심을 보여주지 않는 것 같은 김지운은 이야기의 뼈대를 단순하게 구성하면서도 그 안에서 능수능란한 리듬을 보여줌으로써 도리어 그의 야심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즉 이야기의 전체 구도는 아주 전통적인 구성을 따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고, 전초전 격인 처음의 대결에서 아군은 상처를 입지만, 그것은 도리어 아군의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 더욱 규모가 커진 중간부의 대결에서 아군은 승리를 거두지만, 적의 보스를 놓치는데, 이는 적의 보스와 우리의 영웅 간의 일대일 대결을 위한 익숙한 장치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마을에는 평화가 되돌아온다는 식의 이런 단계적 구성의 뼈대는 익숙하지만, 그 안에서 액션과 그 액션의 휴지기에서 액션을 준비하는 과정의 감정과 유머들을 적절히 뒤섞음으로써 영화는 단지 정해진 액션으로만 질주하는 영화 이상의 것이 된다. 또한 김지운은 단지 이야기의 구성에서뿐만이 아니라 액션의 구성에서도 이런 리듬을 적절히 구사하는데, 예를 들어 마을의 도로에서 이루어지는 총격전이 느슨해질 즈음에 그것을 좁은 계단에서의 총격전으로 바꾸고 다시 긴장감을 부여하는 장면 등에서 그가 상당히 세심한 구성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 영화 <라스트 스탠드>가 별로 김지운의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확실히 이 영화에는 예전 김지운의 영화들에서 보여줬던 이상한 서걱거림들, 혹은 잉여처럼 보였던 이상한 이질감, 이물감들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는 그 어떤 불안감이 없다. 심지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조차 있었던 어떤 부조화, 그러니까 이런 것이 왜 여기에, 하는 그 묘한 불안감은 이 영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이 영화에서 김지운은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선을 그어 놓고, 그 잘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잘 살려서 보여준다. 그것은 예를 들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터득한 체이싱의 노하우 같은 것이다(물론 말 체이싱과 카 체이싱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그리고 여기에는 여전히 김지운 식의 검은 유머들이 있다. 예를 들어 피와 살이 터지는 순간들, 혹은 아주 심각한 장면들에서도 싱긋 웃을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을 넣음으로써 영화에 적절한 이완과 활력을 부여한다. (이 영화에서라면 영화 속 괴짜가 총격전 중에서도 사람이름을 붙인 자신의 총기를 애지중지하는 장면이라든가 혹은 <달콤한 인생>에서의 총기 구매씬 같은 것.) 아니 어떻게 보면 그 검은 유머가 거의 한 편의 영화 전체로 보여진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보안관 레이로 나오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한 때 인류의 명운을 걸고 싸웠던 그(<터미네이터>)가 이제 늙고 힘이 빠진 상태에서 한 시골마을에서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무기들을 휘두르며 루저들과 어울려 잘나가는 마약왕과 맞선다는 이 이야기 자체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개인적인 추문과 미국의 총기난사에 대한 불편한 시선 속에서 영화는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 정도라면 김지운의 할리우드에서의 시작은 꽤 괜찮다고 본다. 물론 그것은 영화가 꽤 괜찮기 때문이다. 스필버그의 초기작 <듀얼>은 별다른 야심 없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갔지만 그 영화에서 우리는 그의 스타일을 봄으로써 대가의 시작을 느껴볼 수 있을 뿐더러, 그럼으로써 그 자체로도 오락영화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 되었다. 이 김지운의 <라스트 스탠드>는 마치 그것을 연상시키는데, 그의 스타일도 약간 보여줌과 동시에 그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드러냄으로써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물론 이 자체가 오락영화로도 일정 수준에 올라있다. 자신의 장기를 효과적으로 잘 드러내는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은 즐겁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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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3-0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생각에) 아직까지는 올해의 과소 평가 영화. 참고로 올해의 (아직까지의) 과대 평가는 '라이프 오브 파이'?

Arch 2013-03-0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커가 남았네요 ^^
저는 신세계 리뷰를 보고 나도 보면 댓글을 달아야겠다 맘 먹었는데 아직도 못봤어요. 영화를 보는데도 품이 많이 든다는걸 새삼 느껴요. 카덕, 밀덕에서 한참 생각했어요. 밀덕은 밀거래에요? 밀수입?

Mephistopheles 2013-03-08 09:41   좋아요 0 | URL
밀리터리 매니아랍니다.(군용물품-무기,군복,기타등등-에 환장하는 사람들)

맥거핀 2013-03-08 14:07   좋아요 0 | URL
밑에 Mephistopheles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밀리터리+오덕후=밀덕'입니다(뭐 사실 그다지 좋은 말 같지는 않지만요. 아..근데 농담하신 것 아닌가..?). 제 가까운 사람 중에도 밀덕이 하나 있는데, 이 세계도 참 넓고 넓어요. 카덕(자동차 덕후)도 그렇구요.

영화를 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죠. 물론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스스로가 대하는가의 문제겠습니다만...그곳까지 간다는 것도 그렇지만, 뭔가를 집중해서 두 시간 동안 본다는 것도 결코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죠.

Mephistopheles 2013-03-0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운 감독에게나 오랫동안 현역에서 떠나 있었던 아놀드 아저씨나 "첫 술에 배부르겠느냐"가 그대로 도드라진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맥거핀 2013-03-08 14:10   좋아요 0 | URL
근데, 저는 이 영화 아무튼 무척 좋았어요. 영화관에 앉아있는 것이 즐거운 느낌. 아직까지는 올해의 베스트에 넣고 싶을 정도..저는 그래도 아무튼 김지운이 할리우드에서 가장 대박을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젠가는요.

아이리시스 2013-03-1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뭐 물어봐도 돼요? 맥거핀님은 [하이 눈]이나 [리오 브라보] 같은 오래된 영화들 어디서 어떻게 왜 누구하고 언제 보신 거예요? (리뷰에 이런 질문이나 쓰고..라고 미워해도 어쩔 수 없음..) 저렇게 오래된 영화는 동아리나 동호회에나 들어야..아니..영화전공자라도 보기 힘들 것 같아서요. 정말정말 영화를 사랑해서 그런 거예요, 아니면 심심했어요, 그것도 아니면 으흙....... 뭔가 있겠죠. 있을 거야..그럴 거야..

아놀드 아저씨 현장토크쇼 택시에 나오는 거 보고 완전 놀랐어요 :)

맥거핀 2013-03-14 21:37   좋아요 0 | URL
<리오 브라보>는 예전에 아트시네마에서 친구들 영화제 했을 때 봤고, <하이 눈>은 집에서 DVD로 봤습니다. 두 영화 모두 그래도 꽤나 알려진 편이라, DVD도 꽤 있고요, 아마 잘 찾아보시면 파일도 있을..(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하이 눈> 같은 경우에는 알라딘에서 무려 특가로 2,900원에 팔고 있네요. 그것도 존 포드의 걸작 <수색자>하고 묶어서 말입니다. 근데 가격으로 봐서는 아마도 뭔가 출처가 의심스러운 DVD인듯..)

아놀드 씨가 거기도 나왔어요? 그래도 워쇼스키 남매나 성룡은 무릎팍이라도 나왔는데, 급 떨어지게 그런 데에...B급 영화 필을 지향한다고 일부러 그렇게 마케팅하나?

아이리시스 2013-03-16 01:22   좋아요 0 | URL
아..수도권에서는 자주 그런 영화제를 하는 걸 알긴 한데, 지금 당장 극장에 떡 걸려 있어도 보러가기가 쉽지 않은 목록 같아서요. 고전을 오락영화로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고, 저만해도(저 정도로도) 제 친구들은 제가 예술영화 좋아한다 그러는데.. 예술영화'만' 좋아한다던가.. 저는 차라리 예술영화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에 속하는데요. 어차피 상대적이니까요. 그래서 맥거핀님은 언제 저런 영화들을 척척 다 보신걸까 궁금해서요. 2900원짜리는 전부 안좋은 거예요? 저는 딱 한 장 사봤어요. 2900원짜리는.. <하이 눈>은 옛날에 '온 에어'인가 거기서 김하늘이 그레이스 켈리처럼 되고 싶다고 하는데서 나왔는데, 그렇다고 해도 저는 지금까지도 본 적이 없;; 하물며 티브이에서 해도 잘 안봐지던데요.. 저는 그런 뜻에서 맥거핀님이 대단해보여서요.

아놀드 아저씨는 미국에는 이런 프로 없다고 하면서 되게 좋아했어요. 제가 택시를 본 건 아니지만....( '') 무릎팍에서 워쇼스키 남매랑 초난강이 나오는 것만 보고 성룡이 나오는 건 못봤거든요. 성룡이 바쁜 권상우 대신 혼자 기자회견인가 하는 게 애처롭고 대단해보였어요. 요즘은 왜 다들 대단해보이지....

맥거핀 2013-03-17 23:58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그렇죠. 사실 좀 이상한 구분이기는 하죠. 예술영화하고 오락영화를 나누는 것 말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고전영화라고 하면, 특히 흑백의 고전영화라고 하면 뭔가 예술적인 영화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그 영화들도 대부분 그 당시에는 흥행을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들이죠. <하이 눈>이나 <리오 브라보> 같은 영화들도 그렇고 (사실 이 영화를 실제로 보면 아실텐데), 당대의 스타들이 나오는, 유머도 많고, 재미있는 영화죠. 고전영화들도 어떤 편견을 지우고 보면 말그대로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습니다(예술같은 거 집어치우고서도 말이죠). 물론 고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영화이고, 그 '살아남았다'의 의미는 그만큼 예술성이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보면요.^^

그냥 저는 처음에는 이게 좋은 영화니까 봐야한다 뭐 그런거 보다도, 재미를 기준으로 해서 그냥 보는 게 좋다고 봐요. 아무리 고전이라고 자기가 재미없고 못 보겠으면 그만이죠, 뭐. 그렇게 한편 두편 말그대로 재밌어서 고전에 맛들이다 보면 어느틈에 다른 영화들도 찾아서 보게되는 거구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저도 고전영화들 많이 못봐요. 늘 찾아서 좀 봐야되는데..생각하지만, 지금 개봉한 영화들도 잘 못보는 통이니까요. (좀 다른 얘기지만, 저는 동시대의 영화들은 폄하하며 너무 고전에만 열을 올리는 것도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아요. 동시대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동시대인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공기가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현재의 한국영화를 보면서 현재의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그리고 2900원짜리가 전부 안좋다는 건 아니지만, 여기 알라딘도 그렇고, 현재 이상한 경로로 유통되는 저가DVD들이 꽤 많다고 알고 있고, 그 중의 상당수는 영화의 내용이 변형되거나, 혹은 포맷이 다르거나 등등의 문제도 있고, 저작권의 문제도 있고, 디스크 자체의 물리적인 질이 안좋은 경우도 있고, 아무튼 여러 문제가 많다고 알고 있어요. 물론 그것은 그것을 구매하는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는, DVD, 블루레이 시장이 상당부분 망가져버린 탓이기도 합니다만...(그런 DVD를 보시느니, 차라리 외국에서 정식출시된 블루레이나 DVD의 릴된 파일로 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그게 화질면에서는 더 낫지요.)

암튼 아놀드 씨는 안습...적어도 초난강보다는 훨씬 급이 높다고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