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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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젠장, 사랑합니다...

라니 무슨 이런 고백이 있나. 억지로 시켜서 하는 고백도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러 나와서 뱉어진 고백인데, 젠장이 붙어 있다니...역시 이지민 작가스럽다. 

배꼽을 잡고 떼굴떼굴 구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작가의 신작은 사실 오래토록 기다리던 책이었다. [모던보이]에 반해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다가 [나와 마릴린]을 읽으면서 살짝 헷갈렸다가 [청춘극한기]를 읽자, 다시 이지민 스럽게 돌아온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역시 그녀의 풍자와 기지가 첨가되어야 작품은 재미있게 굴러간다.  채만식의 [태평천하]를 배울때 국어 선생님은 "채풍자~채풍자~"를 강조했었는데, 내겐 채풍자보다는 이풍자가 더 가깝다. 그리고 더 열광하게 된다. 

나라가 망해도 자신은 망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미친녀석이 있던 [모던보이]처럼 [청춘극한기]에는 직업도 애인도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우기는 백수 여자가 있다. 이름도 특이한 옥택선. 그녀는 마감시간도 없고, 돈도 안되는 번역을 하고 있고, 시나리오는 쓰면 엑기스만 쪽쪽 빼앗기는 삶이 주인공이다. 그런 그녀이기에,

나는 과연 이 멋진 세상에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100%공감표를 선거하듯 찍으면서 그녀가 휩쓸리게 될 이상기류를 들여다 보면 역시 웃음이 난다. 멀쩡한 학생 회장타입의 대기업 회사원인 김연우가 곁에 있지만 그는 친구다. 그래서인지 옥택선은 삼년 만에 처음으로 소개팅을 나가는데, 재수가 없으려니까 소개팅남 남수필 때문에 책 한권의 주인공이 되는 사단이 벌어진다. 

과학자 남수필. 실험용 쥐가 불쌍해서 미키마우스 인형을 주렁주렁 사모으는 이 남자. 연민에 눈길을 줄 만큼 꽃미남 스럽지가 못해 변태로 오인받기 딱 좋은 이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죽어 버린다. 연구하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다나.

마지막으로 접촉했던 옥택선도 감염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치료제를 먹으면 안돼요. 그들을 믿지 말아요. 이균을 차자욧"며 다잉메시지를 문자로 보내온 남수필을 믿고 도망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무슨 [절망의 구]를 읽을때처럼 황당시츄에이션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사랑은 합의도 불가능하고 보험 적용도 안된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남수필의 친구 이균과 사랑에 빠져버린 옥택선. 이 모든 것이 죽은 소개팅남의 바이러스 때문이라는데.....

소개팅 한번으로 인생이 이렇게 꼬일수가 있다니...앞으로 전국 모든 남녀의 소개팅도 감시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꼽을 잡고 웃으며 농담하게 만드는 소설. 결국 백수였던 옥택선은 바이러스 가이드가 되라는 권유를 받는데....

끝까지 시시하지 않게 끝나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진 [청춘극한기]는 제목만으로는 절대 내용을 판단할 수 없기에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잇북 1위로 등극시켜 두었다. 

이 책의 재미. 빠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나의 이 웃음이 몇박 몇일을 갈지 나도 아직 모르는 상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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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1
김탁환.정재승 지음, 김한민 그림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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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9년 서울. 아바타와 아이로봇을 합체해 놓은 듯한 도시가 꿈틀거린다.

기억은 세포를 바꾼다. 세포의 변화가 곧 기억이다.

라는 첫문장이 얼마만큼의 무게감을 지니는지 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소설은 빠르게 우리의 눈을 몰아간다.  컨설턴트로부터 레벨 5를 받은 서울특별시 보안청 특별 수사대 소속 수사팀 초대팀장이자 검사인 은석범은 [도시의 종말]을 쓴 작가 손미주의 아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적당히 인체와 기계체를 섞으며 살아가는 도시를 떠나 자연 그대로의 생을 받아들이고 있는 생태주의자 어머니의 아들. 


그가 사는 도시에서 뇌를 도둑맞은 시체들이 나타난다. 목적을 알 수 없는 연쇄살인마의 뒤를 쫓기 위해 실마리 찾기에 고심하지만 좀처럼 그 검은 존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과학을 좋아하는 소설가와 소설을 좋아하는 과학자의 공동집필은 특이한 소재의 책 한권을 세상에 토해놓았다. [눈먼 시계공]이라는 제목하에 범상치 않은 일러스트까지. 작가 김탁환은 또 자신의 허물을 한꺼풀 벗어버렸다. 대체 이 작가의 허물벗기는 몇차례나 더 진행될 예정인지 모르겠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읽었을때 작가는 역사를 고증한 작품들을 내어놓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들이 어려웠다. 어려웠으나 재미가 있어 쉬이 놓진 못했는데 역시 다 읽고나면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술술 풀어읽기를 방해하던 요소가 무엇인지 찾지는 못한채 어려웠다는 것만 기억했다. 그 어려운 타래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노서아 가비]때부터였다. 그의 소설이 갑자기 쉬워졌다.

그리고 그 쉽다는 느낌은 다른 방향으로 꼬여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소재의 난해성이 쉬운 글읽기와 매치되기 시작했다. [99]를 만나면서 그 괴기스러움과 요묘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빠르고 신나게 읽혀진 시간들이 신기했다.

[눈먼 시계공]은 놀랍다. 그 소재면에서도, 내용면에서도 놀랍다. 시즌별로 드라마화 되거나 영화화,게임화되어도  멋질 글이다. 다만 그 상상력을 스크린에 멋지게 옮길 자본과 기술이 모자라는 땅에서 집필되었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헐리웃에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다른 상상을 해 본다. 아바타보다 멋진 기술력으로 미래도시 서울이 그려지고 인체와 기계체가 섞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이보그적 모습이 그려지는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을.

눈먼 세계공의 2권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연쇄살인마가 잡힐지,또 다른 결말의 기다림이 있을지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흐뭇해진다. 또 다른 세계의 상상력을 만난다는 일에 설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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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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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는 순간을 보고 싶어

라니. 역시 미나토 카나에는 강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캐릭터로 소설을 집필하다니...
물론 [고백]만큼 좋은 작품은 아직 없다. 첫 작품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재미면이나 완성도 면에서도 아주 좋은 출발이었기에 나는 미나토 카나에의 작품 중 여전히 [고백]을 가장 멋진 작품으로 추천한다. 

하지만 신간 [소녀] 역시 나쁘진 않다. [고백]과 [속죄]가 비슷한 구조로 쓰여진데 비해 [소녀]는 작가의 또다른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검도부 아쓰코는 중 3때 검도를 그만두었다.  강해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나 죽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라는 생각으로 특별 노인 요양 센터인 "실버캐슬"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우연히 유키의 할머니를 살리게 된다.

아쓰코의 친구인 유키는 <요루의 외줄타기>라는 소설을 썼지만 학고 선생에게 작품을 빼앗긴다. 하지만 그런 일 따위엔 연연해 하지 않는다. 그녀가 지금 가장 신경쓰고 있는 일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니까. 치매로 인해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는 할머니의 죽음을 간절히 빌다못해 초등학교 5학년때엔 할머니를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고 손을 다친 적이 있다. 의외의 잔혹성이 내재된 소녀로 "실버캐슬"로 간 할머니가 누군가에 의해 살아났다는 연락을 받고 불쾌해 한다. 

사오리는 처음과 끝을 담당하고 있다. 2학년때 명문 레메이칸 고등학교로부터 전학을 왔는데 이유는 친구의 죽음 때문이라고 했다. 일명 치한 누명 씌우기라는 것을 했다가 친구가 죽었는데, 사오리는 죽음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가지고 있질 않다. 


소녀들은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 눈에 보이게 삐뚤어지진 않았지만 계속 살펴보면 그들이 정상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의 죽음을 바라는 소녀도  누군가의 죽음을 가볍게 생각하는 소녀도,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보고 싶다고 느끼는 소녀도 정상은 아니다. 그들은 모두 죽음을 가볍게 보고 있다. 애도의 마음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식이 바로 미나토 카나에가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그녀답다. 

미나토 카나에는 나쁜 것을 나쁜 것으로 몰아가지 않고서도 나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인식시키는 작가다. 미야베 미유키와는 다르게 좀 더 가벼운 느낌으로 포커스를 사회와 인물이 아닌 그저 인물에게만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 어딘가 조금 아쉽다. 약간 덜 조여져 느슨하게 짜여져버린 니트처럼 어딘가 모르게 조금 아쉽다. 

좀 더 촘촘했더라면 만족스러웠을까. 오랫동안 번역되길 기다린 작품이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쉬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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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3 - 제국의 부활
박문영 지음 / 평민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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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를 잃고 힘없는 황제에게 숨겨진 금괴가 있어도 그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마음대로 꺼내서 나라를 위해 쓰고 싶어도 자칫 비밀이 발각되면 몽땅 빼앗길 수 있는 처지였으니...

사방이 다 첩자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생명 또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고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반역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던 이승만을 석방해 미국으로 보내는가 하면,  선교활동을 펼치던 미국조차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물러가는 상황 속에서 프랑스와 손잡을 꾀를 낸 고종황제. 

여태껏 뒷방이나 지키던 겁많은 왕인줄 알았는데, 요즘 읽게 되는 역사책 속에서는 그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  고종은 독살설이 끊임없이 재기되던 왕 중 하나였는데, 소설 속에서도 역시 그는 비소 10인분량을 먹고 살해된 것으로 나온다. 그 배후는 말하지 않아도 아마 누구인지 알 것이다. 대한민국의 독자라면...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완용처럼 나라를 팔아먹는 작자도 있었지만 반대로 이토 통감을 쏜 안중근, 매국하는 친정 아버지에 맞서 옥쇄를 숨겼던 윤황후, 데라우치를 권총으로 위협했던 의친왕, 목숨을 걸고 독립을 위해 애썼던 하린다 등등 3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결과적으로 전범재판이 시작되어도 천황이 전범으로 기소되지 않은 사실은 안타깝다. 모든 배후에 그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면책되어 그들의 왕실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벼락맞을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본은 지진도 잘나는 나라인데, 어찌하여 그들은 땅 속으로 묻히지도 않는 것인지,이럴때 보면 정말 옛 할머니들의 말씀처럼 "귀신은 뭐하나 몰라~"싶다. 

아주 예전부터 경복궁 지하에 셀 수 없이 많은 금괴가 묻혀 있다는 소문이 있어왔다. 누가 꺼내갔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을만큼 그 소문은 전설이 되어 버린 듯 하다.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금괴가 있든 없어졌든 간에 중요한 사실은 그 점이 아닐 것이다. 황궁터. 그리고 이제는 주인을 잃은 그 금괴와 주인 잃은 집인 대궐까지 그 쓸쓸함이 역사에 묻혀버렸다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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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2 - 제국의 부활
박문영 지음 / 평민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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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60년간 금괴의 비밀이 묻혀 있을 줄 알았을까. 

정조의 금괴가 경복궁 지하에 숨겨져 있다가 대원군에게 발견되고, 그가 그 자금으로 아들을 왕으로 만들면서 역사는 대원군에게 금괴 선물을 안겨준 듯 했다. 대원군과 민황후 사이의 권력다툼으로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고 파국으로 치닫는 시아버지와 며느리 관계는 며느리가 일본의 손에 암살됨으로서 끝나는 듯 보였다. 

그 중간중간 사건들은 우리가 현대사를 배울 때 심하게 암기했던 것들이었다. 교과서가 아닌 소설 책 속에서 강화도 조약, 별기군,녹두장군 전봉준,아관파천, 민비시해사건 등을 발견하게 되다니....새록새록 역사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머릿속을 주마등 스쳐가듯 스쳐지나갔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열띤 수업을 듣던 때가 잠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역사는 외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며 핏줄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다라던 선생님의 말씀의 해답을 오늘날 소설을 읽다가 문득 깨닫게 되다니....

소설에 이런 부분이 등장한다. 

우리 조선의 이름은 기자로부터 유래되엇으나 기자가 있기 전 "환국"이 있었는데 "환국은 "환인과 환웅이 다스리던 나라였다. 그래서 국호를 "대한국"으로 정한다. 라고.

대한민국의 유래가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나보다. 2권에서 대원군이 죽으면서 고종에게 금괴를 남기는데, 그래서 3권 읽기가 기다려진다. 고종은 그 금괴를 다 어떻게 했을까. 금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는 독립이 되지 못했을까. 여러 의문을 가지고 3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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