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한부 고양이 집사 일기
박은지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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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 상태인 강아지나 고양이의 소식을 책을 통해서 접할 때가 있다. 더러는 책을 읽고난 뒤 소식이 궁금해져 찾아봤을 때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경우도 있고 아픈 상태로 여전히 행복하게 가족과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배우의 고양이가 고양이별로 돌아갔다는 뉴스를 접했다. 1년 반 남짓 함께 한 고양이라는데....시간이야 어쨌든 가족으로 산 추억도 슬픔을 누르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에 등장하는 반려묘는 세 마리. 제이, 아리, 달이로 불리는 녀석들은 성묘다. 결혼을 앞두고 반려묘와 인연이 닿은 여자와 고양이를 무서워한 예비신랑이 함께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입양할때까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저자는 첫 고양이 '제이'를 보낼 수 없었고 그렇게 사람 두 명과 고양이 한 마리가 같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부탁하는 일이 얼마나 눈치보이는 일인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이다. 초보집사에게 "고양이니까 당연하다"는 답변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런 경험에 의거 그 대상이 이웃이 아닌 남편이라면 싸울일이 참 많았을 것이다. 이 부부 역시.

 

스물 여덟살의 새신부와 한 살 연하의 남편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는 두 마리가 되고 세 마리가 되었다. 놀랍게도 두 번째 고양이를 데려온 이는 그녀가 아니라 남편이었다. 버려진 품종묘를 입양하길 원한 남편이지만 결혼 전 친정에서 키워온 15년 된 강아지의 죽음 앞에서는 또 어긋났다. 완벽한 이해를 원한 건 아니었겠지만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는 입장에선 서운함에 한 표를 던지게 된다. 물론 반려인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의 이별을 이해받지 못한 입장은 쓸쓸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더 큰 시련이 닥쳤다.

 

첫째 고양이 제이에게 병이 찾아왔다. 여러 검사를 하고도 치료 기간은 25주로 잡혀 있었다. 동물병원의 병원비는 보험이 적용되는 사람과는 천차만별이어서 같은 수술을 두고도 병원마다 그 가격이 다르고 더해지는 후처치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편이다. 고양이 여섯을 반려하고 길고양이 몇몇, 길강아지를 어쩌다보니 구조하게 되어 든 비용만 환산해도 이사가고도 남을 금액, 차를 사고도 남을 금액이라.....25주 간 치료를 시작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막막했을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식욕도 들쑥날쑥하고, 상태가 호전되는 듯 하다가 급격히 나빠지기도 했던 24주를 지나면서 롤러코스터 타듯 시간을 보냈을 부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를 포기하지 않아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그녀의 남편은 '넌 고양이니까'라고 체념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고양이가 또 아프면 어떡해?'라고 걱정하는 저자에게 "당연히 치료해야지'로 답변하는 반려인이 되었다. 슬며시 미소지어지는 대목이다.

 

 

한 생명과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마음 졸여야 할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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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 38억 엔 적자 회사를 최강 기업으로 만든 회장의 경영 수첩
마쓰이 타다미쓰 지음, 박제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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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워야할 점들이 있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지만 항상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 물품들을 보면 '나는 맥시멈리스트인가' 좌절하게 되는 내게 '무인양품'은 취향이다. 심플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무인양품의 생활용품들이 참 좋다. 그래서 몇몇 상품들은 즐긴다. 솔직히 그렇다. 트렌디하다기보다는 스테디에 가까운 무인양품의 제품들을 보고 있자면 질림의 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성공가도를 달릴 것만 같던 무인양품 역시 2001년에는 38억 엔의 적자 위기에 봉착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사라져버렸다면 오늘날 이 책을 읽을 수도 없겠지만 그들은 살아남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영리한 수장 마쓰이 타다미쓰의 경영 아이디어가 담긴 책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을 오랜시간 공들여 읽게 된 이유다.

 

 

'매뉴얼'대로 움직여서 조직력은 강하나 융통성이 부족했던 기업에서 일해본 적도 있고, 그날 그날 사장의 기분이 매뉴얼이 되는 주먹구구식 회사에서도 일해본 적 있는 내게 '개선 앞에서도 원칙을 중심에 둔다'는 회사 <<무인양품>>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곳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을 읽으면서 그들이 계속 성장하는 이유를 그가 적는 수첩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매년 같은 형태의 수첩을 사용한다는 그는 시간단위로 꼼꼼하게 일정을 정리하면서 매일 비슷한 시간에 기상해서 비슷한 시간에 취침하며 살고 있다. 일정관리와 건강관리, 즉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의미다.

 

스물 일곱권의 수첩이 쌓이는 동안 노하우도 업그레이드된다. 빽빽하게 진행된 미팅 메모 속에 그날의 날씨까지 적어놓다니....검색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을 보유한 셈이다. 적기만 한다고 이루어질까. '일정을 적고 실행해나가는 것만으로도 계획이 달성된다'(p14). 역시 실행으로 이어져야 결과물이 생긴다.

 

P-D-C-A(계획/실행/평가/개선) 사이클로 비즈니스를 진행해나가는 시스템이 말로는 쉬워보인다. 하지만 막상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역시 첨부된 수첩 사진을 통해서다. 마쓰이 대표는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38억 엔 적자 위기를 맞을 때 '사장'이었던 그는 약 100억 엔 분에 달하는 불량 재고의 소각처분을 결정했다.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의외로 고민이 되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그저 실행할 뿐. 큰 손해로 생각되던 소각 역시 그에게는 'd'였을 뿐이라는 대목에서 좀 놀라고 말았다. 그 이후에는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을 정비'해야했다. 불량 재고가 쌓인 원인을 찾아 매주 수요일 2~4시 사이 '더 좋은 방법이 없나?' 회의를 실시했다. 이 작은 변화들이 '성장'을 가져온 것이다.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개혁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일부의 불합리성을 수긍했던 기억이 있는데, 편견이었구나! 싶어진다. 물론 그때의 나로 돌아가도 조직의 작은 나사인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모든 회사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면 당시 느꼈던 좌절감이나 회의적인 시선은 약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책 속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은 '감동'이다. 안티를 팬으로 돌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무인양품의 자전거 사고로 턱을 일곱 바늘이나 꿰매야했던 성장기의 학생이 세월이 흘러 부장이었던 그가 사장이 되었을 때 주주 총회 맨 앞 줄에 앉아 있었다면...이 하나 만으로도 무인양품은 굉장한 회사가 아닐까.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서비스 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보게 되는 풍경과는 사뭇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매번 소리를 지르는 고객이 있고 그 고객과 멱살을 잡으면서 막말하다 둘 다 끌려나가는 직원을 보게 되는지.... 한 두 군데 대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년에 두 세번 정도 방문하게 되지만 그 작은 빈도수에도 불구하고 꼭 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고객만 진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서비스 직원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었고 나아가 회사의 방침에 결격 사유가 있어 보여서 대기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이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나 역시 호구 고객인가' 한숨 지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자신을 다치게 만든 회사의 주식을 산 고객이라니......! 성의있게 임한 사고처리가 감동으로 남은 사례가 아닐까.

 

 

업무기록 외 건강기록은 더 놀라웠다. 바쁜 비즈니스로 인해 건강을 등한시 하다 병을 얻곤 하는 ceo는 드라마에만 등장하는 것일까. 체중/체지방률/혈압에 맥박까지...이렇게 꼼꼼하게 체크하는 건 비서라도 힘든 일일 것이다. 또 3월부터 감량을 시작하여 6월 정도에는 위를 적정수준으로 줄여둔다거나 저녁에 늘어난 체중을 다음 날 아침에 바로 줄이는 일, 13킬로를 감량하는 정도만 보면 다이어트 트레이너의 책인가? 갸웃 거려진다.

 

도저히 다 따라할 순 없을 정도지만 당장 내것화 해야겠다 싶어진 대목도 서너가지나 된다. 이 정도는 따라할 수 있겠다 싶고 좋은 습관으로 정착시키고 싶은 것들이라 얼른 포스트 잇에 기록해두었다.

 

우리나라 기업인 중에 비서진이 아닌 자신이 직접 다이어리를 쓰는 회장님이 몇이나 될까. 쓰고 있다면 그들의 수첩 내용 속 역시 궁금하다. 더불어 살짝 게을리했던 다이어리 쓰기에 박차를 가해보려 한다. 열심히 달리는 동안 일년에 몇 권씩 소비해가며 업무별로, 개인별로, 취미별로 나눠 쓰던 다이어리 쓰기가 약간 시들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몰랐는데 좋은 습관이었던 메모하는 습관을 다시 부지런히 가동해보며, 이 책 첫 장부터 천천히 다시 탐독해보려 한다. 익히고 습득해야할 페이지들이 참 많았으므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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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2 - 드라마 원작소설
김은숙 지음, 김수연 소설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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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조선을 지키려고 하였으나

조선은 조선인을 지켜주지 못하였다

1권 p29

 

 

힘없는 나라 조선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한 이들은 누려온 양반들이 아니었다. 어느쪽에 붙어야할까?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던 양반들과 달리 혜택이라고는 받아본 일 없는 하층민들이 손에 총을 쥐고 목숨을 내던졌다.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이 일을 두고 왜 갑자기 서글퍼졌는지 모르겠다.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뀐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는 일들인데.......

 

'미군'으로 돌아왔지만 미국인도 조선인도 아닌 '이방인'인 유진과 존경받는 양반으로서의 삶을 내던지고 총을 든 '의병' 애신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동매가 쏜 총에 다리를 맞았던 애신의 정체가 들통나는 것까지 쓰여진 1권에서 유진과 애신이 함께 바다를 보러 가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2권에서는 긴장감이 한층 증폭된다. 등장한 완익이 고사흥을 죽게 만들고 고종을 옭죄면서 자신의 딸 히나를 또 한번 팔아먹을 계산을 하는 동안 의병임을 숨겨온 애신의 정체가 발각되고 급기야 숨어서 의병활동을 해야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던 희성이 두 팔 걷고 시작한 일은 '신문사'를 만들어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었고 죽음의 고비를 숱하게 넘겨온 동매에게 '무신회'수장의 등장은 저승사자의 그것과 같았다.

 

한 세상이 무너지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면 되는 법

p263

 

 

완익과 모리 타카시 등이 아무리 막아서도 의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선이 흔들릴때마다 나타났던 그들은 침몰하던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친일파 남편에게 매맞고 살면서 글로리 호텔로 도박하러 왔던 애순이나 눈치없이 유진을 돕기도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 관수, 환상의 콤비를 보여준 '일식이/춘식이','행랑아범/함안댁'의 재미진 장면들이 소설에선 축소된 감이 있지만 반면 몰입도는 더 쫀쫀했다. 2권을 다 읽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이는 책의 두께에 비해 소설의 내용이 빼곡했기 때문이고,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은 까닭에 장면장면 연상이 되면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소설부터 먼저 읽고 드라마 다시 보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허나 캐스팅이 절묘했던 드라마였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유진초이는 이병헌이었고 구동매는 유인석이였다. 소설을 다 읽은 지금 다시 드라마가 그리워진다. 대사로 모든 상황을 보여준 드라마를 조만간 다시 한 번 보게 될 듯 싶다. 물론 이후엔 글로 정리된 소설을 또 읽게 되겠지만. 좋은 작품은 이렇게 종영 후에도 무한반복하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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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1 - 드라마 원작소설
김은숙 지음, 김수연 소설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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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대본집이 나오곤 하는데, 특이하게도 김은숙 작가의 경우 대본북이 아니라 소설로 출간하고 있다. 본방사수해온 드라마의 대본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재미는 빼앗겨 버렸으나 반대로 영상을 소설의 형식으로 다시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결과적으로 멋진 선택이었다.

 

사실 <<미스터션샤인>>은 기대했던 차기작이 아니었다. <<태양의후예>>,<<도깨비>>에 머물러 있던 감성을 채우기엔 시대도, 배경도, 역사도 암울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냥 건너뛸까?' 했던 작품이었는데, 대사의 감칠맛에 홀려 종종 눈물을 닦아가며 끝까지 시청하고야 말았다. 그 암울하던 시기에도 낭만은 있었고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없음에도 서로를 향한 안타까움은 스며들어 안타까움을 더한 시기였다. 게다가 한 여인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세 남자가 함께 모이는 장면에서의 브로맨스란.......유머스러움을 잊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서 잠시 역사적 배경을 잊은 채 웃고 말았다.

 

돌아온 이방인 유진 초이

너무 똑똑해서 노비로서의 삶이 위태로웠던 아홉살 유진은 하루 아침에 부모를 잃고 추노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도공 은산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군의 신분으로 다시 조선땅을 밟게 된다. 친일한 반역자인 로건을 저격하는 날 마주친 남장여인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 자꾸만 엮이게 되고, 주변인들과도 엮이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의병들을 돕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모든 일이 한 여인을 살리는 일이었기에.....

고매한 애기씨 애신

작금의 조선땅에서 누구도 모를 리 없는 고매한 여인. 얼굴도 모르는 아비와 어미가 일본땅에서 의병으로 죽었으나 왕의 스승이었던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 그녀에게 있었으니.....정혼자가 일본에서 돌아오지 않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만큼 나이가 찬 애신이 몰래 손에 든 건 총이었다. 군자금을 대는 할아버지와 비밀리에 의병활동을 하고 있는 애신. 너도나도 나라를 팔아먹을 때 반대로 몰락해가는 조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보태고 있던 애신 앞에 그가 나타났다. '러브'를 함께 하자는 말에 움찔한 남자, 유진이....

능글능글함에 슬픔을 감춘자 희성

입 한 번 잘못놀렸다가 바로 매맞거나, 칼맞거나, 총맞기좋은 조선에서 나불나불 유쾌하게 제 할말을 다 하고 사는 남자 희성의 능글맞음은 웃음포인트였다. 모를 때 한 말이나, 알고나서 한 말이나....... 그가 입만 열만 무거웠던 분위기는 풍선처럼 가볍게 띄워졌다.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그는 그렇게 능글능글함 속에 제 속을 감추고 사는 남자다. 착복해서 만든 재산으로 개인의 영달만을 쫓아온 조부도 부끄러웠고 비슷한 삶을 걸어온 부모 역시 그에게는 수치스러움을 더했으나 그는 반항 대신 인생을 낭비하는 것으로 복수 꿈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살면서 집안이 정한 혼사도 팽개쳐두었으나 애신을 먼저 만나지 못한 건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일이었다.

거친남자의 소금같은 순정, 동매

아내를 범한 자를 두고도 칼즐 동물에게만 휘둘러야했던 아비는 백정이었고 돌맞아 죽은 어미는 백정의 처였다. 그 삶을 그대로 물려받아야했던 동매의 목숨을 구한 건 어린날의 애기씨였고 비록 내밀어진 손에 큰 상처를 주고 말았으나 그 한 순간의 추억을 붙들고 살고 있는 남자가 동매다. 무신회 한성지부장으로 낭인들을 몰고다니는 그 역시 돌아온 이방인이었으나 소중한 애기씨를 지키는 방법은 설탕같은 유진과 대비되는 소금같은 남자다.

화려하고 노련한 여인, 히나

'호텔 글로리'의 사장인 히나는 노련한 여인이었다. 빈관을 꾸려가는 경영인으로도, 사람이나 사건에 대처하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화려함만 엿보였던 그녀 역시 과거가 남다른 여인. 나라를 팔아치우고 아내를 갈아치운 아비가 종국엔 어린 딸을 팔아치웠고 남편의 학대를 견디던 히나는 스스로를 구명하면서 현재의 '쿠도 히나'로 꼿꼿하게 일어섰다. 아비의 존재와 남편의 죽음. 발목 잡힐 때마다 그녀는 살아남았다.

'당분간 조선인입니다','당분간 미국인입니다'..라는 드라마 속 찰진 대사가 소설 속에도 고스란히 남아 드라마 다시보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읽게 만든 소설 <<미스터션샤인>>은 울림이 오래가는 작품이다. 서가에 꽂아두고 일년에 한 두번씩 꺼내 읽기 적당한 책으로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시대를 살았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소설이다. 막연히 '조상' 혹은 '옛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사람들이 살다간 날들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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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탐인 - 조선스파이
정명섭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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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필요한 게 있으면

사거나 훔치거나 힘을 앞세워서 빼앗곤 하지

어떤 방법을 쓰는지가 다를 뿐이고 말이야

p63

 

 

 

호방한 영웅의 주변엔 성격은 달라도 의리로 똘똘 뭉친 벗들이 모여들 줄 알았건만 병조판서의 아들 조유경의 주변엔 배신자들만 가득했다. 조유경에 비해 부족한 것이 많았던 그의 벗들은 그를 시기하는 마음을 감추고 작당모의하여 적당한 때를 골랐고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면서 출세길을 열었다.

제목만으로 역동적인 활극과 모험을 기대했던 <<조선스파이 체탐인>>은 기대와 달리 어린 시절 읽은 '몬테크리스토 백작' 스토리처럼 벗들의 배신으로 나락에 빠져 복수를 준비해 온 남자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믿었던 정혼녀 석란을 찾아갔지만 체포되고만 유경은 체탐인으로 끌려갔다. 체탐인이 된 무리 속에서 김거리차리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곳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목숨이었다. 하지만 인연은 묘해서 과거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던 은인의 아들인 유경에게 위험을 귀뜸해주고 큰 재물이 있는 곳까지 알려주게 되고 배신당했던 유경은 이를 발판으로 그는 재물과 사람을 얻은 후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조선으로 돌아왔다.

 

김척신, 석환진, 김매읍동, 권주혁, 이신호, 손중극, 김온, 황덕중.... 이들 모두가 떵떵거리면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과거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었고 유경은 그들의 욕심을 이용해 함정을 파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복병이라면 자결한 줄 알았던 석란이 비구니승이 되어 살아남았다는 것과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점 정도일까.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어가는 복수는 사극이라는 배경 속에서 재미를 더해갔지만 슬픈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기도 했다. 호화롭게 살아온 이에게 15년의 시간은 짧디짧은 단내였겠지만 죽음과 고통 속에서 살아돌아온 이에게 15년이라는 시간은 마치 150년 처럼 느껴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드라마로 옮겨져도 재미있을듯한 <<조선스파이 체탐인>>은 술술 읽히는 한 남자의 복수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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