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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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하는 일을 하며 사는데 '노력'이 필요하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덴 '용기'가 필요하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을 용기, 초라한 느낌이 들 때도 스스로를 다독일 용기... 안과 밖으로 나를 바로 세우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의지와 기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꾼대로의 인생을 살기로 맘 먹었다면 "전진" 그리고 "전진"해야한다. 주변의 만류와 우려에도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여럿 봐 왔다. 실제로 본 사람들도 멋있었지만 오늘 책을 통해 본 저자 이정은씨도 멋지게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보통은 기간을 채우고 돌아온다는 '워홀'. 스물여섯에 일본으로 떠난 그녀는 "1년만 다녀올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을 떠나 11년째 타국에서 살고 있다니 처음 떠나올 때 남긴 말은 지키지 않은 약속이 되어버린 셈이다. 무엇이 그녀를 일본을 거쳐 프랑스까지 건너가게 만들었는지는 책 제목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매력은 내용을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우연이지만 저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회사 동료가 "꽃을 배우러 간다"며 퇴사후 영국으로 떠난 일이 있다. 이름도 같고 목적도 같아 혹시 그 애가 아닐까? 싶었지만 책 속 사진을 보며 "동명이인이구나~" 했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꽃에 잘 매료되는 것일까?

 

 

알바를 두 개씩 하고, 2011년 3월엔 동일본 대지진까지 겪으면서도 일본을 떠나지 않고 버텨냈다. 그러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병가를 내고 스물 아홉에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파리에 매료되고 말았다. 이미 도쿄에서 주말동안 꽃을 배우고 있었지만 그녀는 파리에서 그 이상을 경험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파리로 향했고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일이 순풍에 돛단듯 흘러가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겪는 일들은 좌절 이상의 성취를 가져다주었고 그녀는 그 속에서 행복해하고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한국으로 돌아오기보단 머물기로 한 그녀의 결정이 그 증거가 아닐까.

 

 

스물 여섯의 도쿄도 서른의 파리도 그녀에겐 기회였고 터닝포인트였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싶지만 용기가 1% 부족한 사람이 있다면 결정을 잠시 미루고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10년 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결정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나 스스로 져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후회가 적을 지는 살아봐야 알 수 있다. 그 용기를 이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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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타고 고양이는 여행 중 - 길 위의 라이프 205일
이재경 지음 / 좋은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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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노랑한 고양이 토마스의 집사는 한국에서 36년, 미국에서 17년을 산 35년 경력의 성우이자 방송인으로 그 외 미국 배우조합 멤버이자 로스앤젤레스 법무사, 기독교 방송 전속 성우를 역임한 어마어마한 커리어의 소유자다. 그런 그녀가 커리어에 관한 책이 아닌 고양이와 함께 캠핑카 여행을 다닌 경험을 책으로 엮어냈다. 엉뚱하게도.

 

 

여행은 인생과 다르지 않아서 늘 핑크빛 기류만 흘렀던 건 아니었다. 토마스를 두고도 '외출을 시켜야한다'와 '절대금지'로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고 길을 잘못 들었을 땐 서로 큰소리를 내며 다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계속 이어졌다. 중간에 남친이 손가락을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붕대를 하고 디즈니 월드 매직 킹덤을 다녀왔고 발가락 6개 가진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헤밍웨이 박물관도 빠짐없이 관람했다. 제목에 '고양이'가 언급되어 있지만 고양이 위주의 여행이 아닌 사람의 여행에 동행한 고양이의 일상이 곁들여져 있다. 살짝 예상에서 벗어난 여행기였지만 장장 205일간 미 대륙을 여행한 경험을 들어 본 일이 없어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또 컬러풀한 사진이 풍성하게 실려 눈의 즐거움도 더해졌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들 증 절반 이상은 이미 다른 책이나 매체를 통해 본 적 있는 지역일 뿐 실제로 가 본 적은 없는 곳들이어서 사진이 등장할 때마다 유심히 들여다 보곤 했다. 그 와중에 고양이를 발견하면 만세를 불렀고.

 

 

보통의 여행책들은 삶을 잠시 멈추고 낯선 곳에 다녀오는 내용이 담긴다. 휴식겸 혹은 새도운 도전을 위해 여행을 꾸리는 반면 책의 저자에게 캠핑카를 타고 떠난 여행은 삶의 연장이었다. 남친은 여행 중에도 일을 했고, 저자는 아들의 결혼식에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여행의 끝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또 RV 여행을 할 거냐고 물어본다면 고양이와 함께 하겠다고 대답할 거라는 걸로 봐선 아주 즐거운 경험으로 남은 듯 하다.

 

여행을 좋아했지만 고양이를 반려하면서 멈춰버린 나와 달리 고양이와 함께 여행하는 길을 찾아낸 그녀는 아주 용감한 사람 같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토마스와 함께 할 다음 여행도 분명 신나는 일들로 채워지겠지. 아리조나도, 텍사스도, 쓰고 있는 고양이모래의 원산지라 익숙한 와이오밍도 색다르게 구경할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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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끼적임이 울림이 되는 한 끗 차이
이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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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포기한 일이다. 살을 붙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건 잘해도, 함축시켜 단어 하나로 의미를 드러내는 일엔 영 소질이 없었다. '시' 만큼이나 관심도 없었던 장르가 '에세이'인데, 이리저리 이사하며 다 잃어버려 지금은 단 한 권도 남지 않았지만 서른 셋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썼더랬다. 일기를 꾸준히 써 왔으면서도 발전시켜 에세이를 써 볼 생각은 아예 해 본 일이 없다. '시'처럼 나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대신 '에세이'를 쓰면 참 잘 쓸 것 같은 글재능을 가진 친구에게 권해본 일만 있다.

 

전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였던 저자는 언제부터 에세이를 쓸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 그녀가 알려줄 방법에 앞서 난 그것부터 궁금해졌다. 퇴사 후 책방 주인이 되었다는 작가는 브런치에 '소설로 카피 쓰기'를 1년 이상 연재하다가 출판사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꼭 투고나 공모전에만 목숨 걸 일이 아니라는 거다. 요즘 세상에는 루트가 참 다양하고 많으니까. 물론 그만큼 작가를 꿈꾸는 사람도 많아졌고.

 

처음부터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소설 같은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짧은 에세이를 꾸준히 쓰면서 글을 다듬어 보는 건 어떨까.

 

'다이어리'나 '일기'를 꾸준히 써 온 사람이라면 작가의 추천대로 '에세이'로 바꿔 쓰는 법을 익히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단 서양의 작법서들처럼 '소재찾기- 플룻 나누기 - 장르별 스킬 - 매력적인 캐릭터 만들기' 등 요목조목 작법에 관한 팁 위주로 쓰여진 책이 아닌 '일기를 썼던 어제'와 '에세이를 쓰고 있는 오늘'의 차이점부터 그들의 공통점, 공감을 일으키는 방법 등이 강의 듣는 것처럼 글로 풀어 써져 있다. 그래서 이미 에세이를 쓰기 위해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Q&A 파트부터 읽게 될 지도 모른다. 마음 먹었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기 때문에 궁금한 일들이 많을테니. SPECIAL PART 인 Q&A 가 후미 몇 장 덧붙여진 책들은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거의 절반 가량인 분량은 본 적이 없어 방향을 잡는 데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말한다. "일기를 써본 적 있는 누구나 에세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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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정도가 좋아요 - 5년 차 프리랜서의 자리가 아닌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법
송은정 지음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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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한 카페 대신 고양이랑 집에서 쓴다'라는 송은정 작가.

참 부럽다. 나도 꽁이팸만 있을 때까진 집에서 쓰는 게 가능했는데.... 표지 속 회색 고양이가 작가의 반려묘인가보다. 제목부터 힐링이라 꼭 읽고 넘어가야겠다 싶어 주문한 책 <저는 이 정도가 좋아요>.

 

'5년 차 프리랜서의 자리가 아닌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 앞표지에 쓰여진 문구를 보고 업무를 따내는 법, 세금관련, 계약하는 방법 등을 예상했다면 다른 책을 찾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대신 200자 원고지 1매당 5000원~1만원 고료를 받는 필자로 살며 프리랜서로 살아남은 5년 간의 시간과 책방을 열었다가 닫은 사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정도가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의 원천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도 좋다.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으면서도 월급 받을 때와 비교해서 푸념만 늘어놓던 지인이 있었다. "회사 다닐때보다 시간이 더 없다, 한 달 수입이 형편없다, 마감을 맞추기 쉽지 않다, 늘어진다, 점점 게을러지고 모습이 흐트러진다, 약속을 잡고 모임에 나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등등 사표를 던질 때와 달리 녹록하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금전적 여유 대신 자유와 여유를 선택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고 종종 불합리한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음을 각오했어야 했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다시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어야했으나 출근압박이 없는 프리랜서로 살면서 돈은 펑펑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이라니.....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면 어떤 답변을 듣게 될까.

 

수입이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허리띠를 조였다 풀었다하며 주어진 하루하루에 만족하는 내게 이 책은 공감으로 남았다. 작가 역시 사람인지라 늘 용기백배한 건 아니었다. '시험대에 오르듯 하루가 멀다 하고 선택의 기로에 서지만 매번 자신이 없다.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다가올 1년 혹은 가까운 미래의 운명이 좌우된다 생각하면 더더욱 간이 쪼그라든다'(p110)라고 고백하는 가 하면 '답이 이미 정해져 있음에도 선뜻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p111)'라고 말하기도 했다.

 

때로는 '하지 않기'를 고민하는 순간과도 맞닥트린다

기획도 좋고 보람도 있겠으나

심적 부담이 클 때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어긋나는 클라이언트 일 때

.

.

.

p110

 

 

 

그래서일까.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닌데 유튜브를 보며 노션 사용법을 익히고 업무 일지를 써내려가며 정보들을 카테고리화하는 습관들을 들여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인맥관리에도 게으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삶의 전반에 '부지런함'이 깃들여 있었다. 누군가의 간섭이 없는 시간이 주어지고 더군다나 고양이랑 살면서 자신의 일에 부지런하기 참 쉽지 않은데, 놀라웠다.

 

프리랜서로 살아도 다른 프리랜서의 삶은 궁금하다. 물어보기보다 이렇게 슬쩍 책으로만 들여다봐도 도움이 된다. 재미나게 읽히고 게으르게 보낸 나의 어제를 반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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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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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지만 인생의 고난은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순간 마음을 다잡기란 참 어렵다. 그래서 평상심을 유지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장자의 좋은 말을 되새김질 해야겠다' 싶어 읽기 시작한 [장자의 비움 공부]는 순간순간 읽기를 멈춰야할만큼 생각의 증폭을 가져왔고 결국 생각의 힘을 기르기 참 좋은 책으로 남았다. 초록 박스 안에 담긴 장자의 가르침은 짧고도 쉬웠으며 인문학자 조희의 해석은 깔끔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가 읽어도 편하게 읽히는 장자라니.......!

배움을 강조하는 공자 vs 비움을 중시하는 장자 라고 하지만 이 책 이전에는 둘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생각이나 사상은 달라도 그 어떤 고대의 현자이건간에 그들은 하나같이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책 한 권으로 장자를 다 파악할 순 없지만 [장자의 비움 공부]을 읽으면서 장자가 현대에 태어난다면 학자가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되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듣기만 하는 '청각형 의사'나 전문용어를 쏟아내는 '화자형 의사'보다는 대화할 수 있는 '소통형 의사'를 선호하는 내게 마음을 비워내는 걸 도와줄 수 있는 장자가 참 좋은 정신과 의사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입부에 언급된 '허유의 삶에 대한 태도'나 '욕심도 없으면 걱정도 없다'는 페이지를 읽으면서는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떠올려지기도 했고 '인의에 매달리지 말라'는 편을 읽으면서는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좀 더 넓어지기도 했다. 또 별 일 아닌데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상처받는 일이 생기면 '내 마음이 많이 좁아진 상태구나' 반성하기로 했고. 그간 나의 일이기때문에 화를 주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조차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마음을 좀 넓혀보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도 분명 있었다. 한끗 차이였는데도 그 순간을 참지 못해 좋은 기회, 좋은 사람들을 잃었던 건 분명 손해였다. 바닥에 앙금처럼 눌러 붙어 있던 과거의 어리석음을 <장자의 비움 공부>를 읽으면서 일부 덜어냈다. 시원하게.

그런가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목차가 명언으로 남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목차는 현명하면 모함받고, 어리석으면 속게 된다 는 문장이다. 평탄하게 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어쩌면 행복하게 사는 건 더 어렵다. 하지만 후자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전자는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매순간 현명하면서도 어리석지 않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걸 목표로 한다면 후회가 적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책이 내게 남기는 말은 보통 끝까지 읽어야만 얻을 수 있다. [장자의 비움 공부] 역시 적절한 시기에 나타나 읽는내내 좋은 시간을 열어주었다. 사람처럼 책도 좋은 벗으로 남을 수 있다. 이 책처럼.


■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p39)

■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안목이다(p39)

■ 언제나 사람이나 사물의 잣대는 항상 상대적이다(p47)

■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무조건 일찍 성공가도를 달린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p74)


* 리텍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올리는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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