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 얼떨결에 길냥이에게 간택당한 지리산 농부의 집사 일기
유진국 지음 / 올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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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고양이 한마리가 평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쳤다.

지리산으로 귀농해 곶감을 만들어 팔면서 틈틈이 수필집을 내고 sns로 소통하던 지리산 농부 부부의 산책길에 "냥~" 하고 나타나 갑자기 친한척을 해댔다. 딱히 넉살좋게 굴지 않아도 되었을법한 미묘였던 아기 고양이 '수리'는 당시 사흘은 굶은 것처럼 배가 홀쭉한 상태로 나타나 강아지 사료를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묘연의 시작이라고 했다. 마침 사료를 부어주던 박스에 '수리취떡'이라고 적혀 있어 이름 그대로 '수리'로 불리게 된 녀석.


<고양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는 수리 집사와 수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백작보다 높은 단계인 '냥작'이라 스스로를 칭하는 수리만 댕댕이 두 마리가 있는 집에 눌러 앉아 마당냥이로 살다가 어느날부터 수리의 밥을 먹는 '서리'와 그 뒤를 따라온 '꼬리'까지 노란 고양이는 세 마리로 늘어났다. 처음 사진 속 노랑둥이 세 마리를 보곤 어느 녀석이 어떤 애인지 구분이 가지 않다가 얼굴이 클로즈업 된 사진들을 보면서 수리/서리/꼬리 가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뱀도 나오고 왕지네도 출몰하는 지리산 집. 마당을 오가며 참새도 잡고 쥐도 잡는 고양이들이 산다. 부부가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수리라는 고양이 한마리로 인해 저자와 아내 모두 고양이에게 흠뻑 빠진 상태다. 고양이의 매력이 이렇게 무섭다. 저자는 말한다. 고양이와 개는 확실히 다르다고. 측은지심에서 밥을 챙기기 시작했지만 이젠 마실갔던 고양이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팔자에도 없던 고양이 걱정에 애가 타는 듯 하다. 그리고 "길고양이는 길에서 태어났지만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이웃"(p215)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냄새가 나서 집에 들일 짐승이 못 된다'는 말을 들어온 부부에게 찾아온 일상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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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마음 - 뻔뻔하고 씩씩하고 관대한
김나무.마이클 월린 지음 / 좋은생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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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두껍다. 그래서 고양이 사진이 많이 수록된 책일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조그맣게 고양이 사진이 투 컷 정도 나왔나? 이렇게 고양이 사진이 없는 고양이책은 또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사진 대신 둥글둥글 귀엽게 그려진 그림과 그간의 에피소드들이 잔뜩 실려 있어 읽을거리는 많은 책이다. 그런데 실망스럽기는커녕 너무 좋았다. 저자의 작은 찻집으로 밥을 먹으러 오던 고양이 '하기'가 건물주 할머니의 신고로 낳은 아이들을 잃고 그녀의 집냥이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슬펐으나 가끔 탈출하고 집사들과 밀당을 즐기며 사는 모습은 또 따뜻하게 읽혔다. 성질을 잘내 '하악이'라고 붙인 이름을 외국인 남편인 마이클이 '하기야~' 라고 부르면서 하기라는 이름으로 굳혀진만큼 만만한 고양이는 아니었던 것. 결국 하기 때문에 안전한 집으로 이사할정도로 그녀를 아끼는 가족을 만나게 된 건 하기의 복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그림 속 하기의 눈매는 착하고 순하게 그려지지 않아 오히려 매력포인트처럼 보인다.


첫 고양이 '초롱이'를 놀이터에서 구조한 뒤 반려묘로 삼게된 일, 사람손 탄 공원 길냥이 '청이'를 치료해가며 둘째로 들인 일, 남편 마이클을 만나 부부가 된 인연, 사람과 사람 & 사람과 고양이간의 위로하고 위로받은 에피소드들까지......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사실 포토그래퍼지만 현재 [마이클식당]을 운영중인 남편 마이클의 영향인지 책의 마지막 부분은 그림이 곁들여진 요리 레시피들이 등장한다. 고양이책 속에 음식 레시피? 고양이간식이나 영양식이 아니고? 굉장히 특이하지만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을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져있어 또 그나름대로 매력적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가장 심쿵했던 포인트는 바로 이것.

일률적이지 않게 페이지 어딘가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고양이 그림들. 약속된 페이지들이 아니어서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몰라 오히려 구석구석 살피게 된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같은 모습도 아니고 얼굴만 나온것도 아니다. 어떤 페이지에선 고양이 두마리가 동시에 나왔다가 또 어느쪽에선 뒤태만 등장한다.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도 않아 뭔가 보물찾기하듯 즐겁게 구석탱이를 주시하게 만든다. 자꾸만.



페이지를 표시하는 숫자는 또 어떤가. 그 바로 윗쪽에 '하기'의 뒷머리 같은 고양이 뒷모습이 그려져 있어 다음장을 넘기기 너무 아쉽게 한다. 이토록 독특한 고양이책을 만나게 되다니......! 책 한권 읽었을 뿐인데 하루가 행복함으로 가득채워졌다. 고양이집사여서 즐거운 부분도 있지만 고양이서적을 읽는 이유는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업무의 스트레스를 백화점 쇼핑이나 여행으로 풀었다면 요즘은 여행이나 금전적인 셀프 보상 없이 그저 고양이 책 한 권으로도 힐링존을 열 수 있다. 충분하다.



책 제목은 <뻔뻔하고 씩씩하고 관대한 고양이의 마음>이지만 내용은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고양이와 집사의 일상이 담겨 있어 고양이 둘과 사람 둘을 멀리서 응원하게 만든다. 보살피고 사랑한다는 의미를 이들만큼 잘 실천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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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1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동거인으로서 느껴지는,
공감되는 마음이에요. 고양이는 존재로 그냥 사랑이고 귀여움인 거 같아요. 마음을 꿰뚫어보죠. ^^ 울집 낭이도 길에서 출생하고 어미에게 버려졌었던 아기였어요. 지금은 청년 나이가 되었어요

마법사의도시 2021-10-26 18:38   좋아요 0 | URL
고양이집사님이시군요^^
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귀여울 야옹이가 계속 집사님과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할께요~
 
마음의 주인 -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누리는 삶에 대하여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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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게 되는 좋은 글이 있다.


<언어의 온도>,<말의 품격>에 이어 이번에는 <마음의 주인>이다. 말을 더 보태거나 뺄 것도 없이 이번 책 역시 마음을 다스리는 기분으로 차분하게 읽어나갔다. 속도를 내어 빨리 읽지 않아도 좋다. 읽다가 잠시 책갈피를 끼워두고 창 밖을 구경해도 다시 돌아온 글밭에서 길을 읽을 염려도 없다. 작가의 책은 내게 그런 책이다. 이번 책의 내용 속엔 '혼자가 아니란 사실 덕분에 삶을 버틴다'라는 문장이 등장하지만 또 악플러에 대한 에피소드도 적혀 있다. 작년에 악플러를 고소해 실형을 언도받게 되었다는 가수 배다해의 뉴스를 접한 적 있는데, 유명인에 대한 악플공세 외에도 요즘은 일반인의 글 역시 심심치 않게 악플이 달리곤 한다. 방문자 수가 많지 않은 내 일상글에도 한 번씩 뜬금없는 악의성 댓글들이 붙기도 할 정도이니 '사람이 치유고 희망이다' 싶다가도 '사람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고만다. 이 때만큼은.



이렇게 속상하고 화가나는 일 앞에서 작가의 책 한 페이지를 열어보면,

'악플은 잘못 배송된 소포 같은 것'이라는 위로가 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솔로몬의 지혜를 듣는 것처럼 한층 고조되었던 마음의 화를 삭히며 또 다시 잔잔한 물결이 일때까지 문장을 곱씹고 곱씹는다. '악플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되뇌이면서. 어설픈 충고보다 백배쯤 나은 글의 위로가 혼자만 알고 있는 친구처럼 다가와 내 책장에 꽂혀 있다. 25%쯤 감정을 털어내고 살아야 평범한 사람들과 무리없이 섞여 살 수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기주 작가의 책은 언제나 평온함에 기준을 그어주는 책이다. 동시에 아이 같은 마음을 털고 어른의 마음으로 살도록 생각을 잘 정리해주는 글들이 담긴 책이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또 한 편으로는 생각할 틈도 없이 멍한 상태여서 고민 될 때는 머릿 속을 깨끗하게 비우기 위해 문장이 깔끔한 책들을 골라 한 두 시간 재독하는데, <언어의 온도>에 이어 <마음의 주인>도 내 맘 다독이기에 참 적당한 책이었다. 어제는 목차를 보고 내게 필요한 대목을 찾아 읽었지만 오늘은 그냥 펼쳐서 쏟아진 글들을 읽었는데 그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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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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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생각을 드러내는 일은 조심스럽다. 아무리 부드럽게 내뱉어도 편견이나 강요로 받아들여질수도 있고 좋은 의미로 건넨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를 들추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삶의 경험으로 터득해버렸기 때문이다. 생각도 말도 한 번 더 거르게 된다. 다만 오해를 받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은 불편하지만 며칠 지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말수를 줄이는 편이 훨씬 편하다.


20살만 넘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시작하는 나이일뿐 20살, 30살이 넘어도 여전히 서투르고 어른스럽지 못한 나를 발견하곤 했다.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러했다.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니었다. 50,60,70이 넘어도 10살짜리 꼬맹이보다 못한 생각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는 어떤 어른인가? 어떻게 나이들어가야 옳은 것인가? 고민하던 때 TV속 인터뷰를 통해 '저런 사람이 정말 어른이구나' 싶은 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과 생각들을 더 살펴보고 싶어 책을 구매했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라는 따뜻한 제목의 책 속엔 스타일 좋은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다. 돌아가실때까지 뽀글머리였던 외할머니나 염색없는 흰머리에 비녀쪽을 지셨던 친할머니의 모습과 사뭇다른 쇼컷머리에 스타일리쉬한 옷차림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말과 생각마저 여느 할머니들과는 달라 '멋지다'를 연발하고 말았다. 저 나이때 이르렀을때 나는 과연 저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뒀다가 아귀가 맞는 그릇을 찾을 때 희열을 느낀다는 소박함이나 오래 지녀왔던 지갑, 가방, 스카프 등을 소개하며 취향을 드러내는 유튜브 방송과 달리 책 속에선 좀 더 내면의 것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어려운 단어도 없고 고상한 척, 럭셔리한 척하는 문장도 없다. 물 흐르듯 잘 정리된 생각들이 나열되어 어느 페이지에서는 공감했고 또 어느 페이지에서는 숙연해지곤 했다. 감사함도 나눔도 담뿍 담겨 있어 '삶을 참 아름답게 살아가는 분이구나' 감탄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살면서 어른다운 어른을 발견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던 내게,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멋진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은 소망을 달아놓는다. 어제까지는 좀 더 어려지는 것에 귀를 열고 있었다면 책을 읽은 오늘부터는 한 걸음 한걸음 근사하게 나이드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어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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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 바디 밸런스 - 바디 프로필로 올린 자존감
오우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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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프로필은 나를 증명하는 과정



나는 구르기 스트레칭을 자기 전에 200회나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한참 운동을 할 때의 나조차도 해 본 일이 없다. 그래서 독하게(?) 운동을 시작한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제목만 보면, 운동하는 자세나 순서를 알려주는 책 같았는데 몇 페이지 넘겨보고 오산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이 과거의 내게 그리고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책임을 알 수 있었다.


마음이 무너진 순간....으로 시작되는 페이지가 등장했을 때 '이 사람 나랑 비슷한 사람이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고 상처로 인해 침묵하다 혼자가 되었으나 극복하고자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 흑역사 구석탱이 어디쯤에 쳐 박아두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나도 이렇게 운동을 하며 마음 밸런스를 찾아냈다면 더 회복이 빨랐을까? 라는 후회도 살짝 얹어본다.


이 책은 두 달이라는 시간을 정해두고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운동을 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헬스북처럼 운동하는 신체의 사진과 그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잡는 글들이 더 많이 포진되어 있다. 짧고 얇은 힐링북들보다 더 많이 위로받을 수 있는 그녀의 생각들은 비단 '운동을 통한 생각의 환기'의 목적이 아니라 마음 치유를 목적으로 두고 읽어도 참 유익한 내용들이 많았다. 실제로 바디프로필을 찍을 계획도 없고 당장 운동을 시작할 컨디션이 아니지만 한 번 읽고 다시 책을 펼쳐들만큼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도 가득했고.



마바밸을 쓴 저자 오우진은 두 달간 운동에만 매진했던 건 아니었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학원 과정도 병행했다. 틈틈이 운동까지 하면서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잡았다. 벤치 프레스, 코어 운동, 덤벨운동.... 만으로도 충분히 지칠법한데 근무에 학업까지....철의 여인인가 싶을 정도였으나 목표가 그녀를 지탱해주었고 매일매일 변화하는 바디가 성취감을 높여준듯 싶다. 멋지게도 그녀는 "이제 나는 충분하다/p209" 고 말했다. 아,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충.분.하.다 고 스스로에게 말한 적이 있었나? 저 말을 내뱉을 수 있을만큼 무언가 열심히 해보고 싶어진다.



p146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각자의 역량에 따라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때를 만나게 된다



운동은 건강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을 뿐 운동을 통해 생각의 환기를 경험할 수 있을 줄 몰랐기에 <마인드 & 바디 밸런스>를 읽으면서 조금씩 운동을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예전처럼 요가, 수영, 헬스 등은 당장은 힘들어 조용한 시간 30분씩 산책하며 머리를 비우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싶다. 도입부 사진보다 후반부 사진의 몸매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저자는 강도높은 과정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준비운동-무산소 운동-유산소 운동-정리 운동' 순으로 진행하며 다이어리 작성은 어떻게 할 것이며, 식단관리하는 법, 계획부터 준비과정까지 부록으로 첨부해두어 바디 프로필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듯 하다. 하지만 나처럼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멘토가 되고 벗이 된다.



p154 하기로 계획한 행동을 할 때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하는 것이다






<<레뷰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어본 후 올리는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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