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 수의사가 되고 싶은 수의사의 동물병원 이야기
김야옹 지음 / 뜻밖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늦은 나이에 수의사가 된 저자는 고양이 한 마리, 강아지 한 마리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인 듯 했다. 수의대 재학시절에도 유기견이나 실험견들에게 입양처를 찾아주는 가하면 동물병원을 개원한 이후에도 버려지는 동물들, 수술비가 모자라 포기해야하는 아이들을 모른 척 하지 못했다. 본인은 정작 아내로부터 수차례 '이혼하자'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말뿐인 이혼통보가 쌓여가도 살릴 녀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수의사도 사람병원 의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사명감이 깃든 의사가 있는 가 하면 그저 직업일 뿐인 사람도 있었고, 전문용어만 내뱉으며 소통이 불가능한 의사도 있는 것처럼 수의사도 그랬다. 시원하게 설명해주고, 할 수 있는 부분과 더 큰 병원에 가야할 경우를 나누어 설명해주는 수의사를 살면서 나는 딱 두 사람 만나봤다. 그리고 부끄럼이 많아 설명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치료한 수의사 한 사람과 과잉진료 없이 치료비도 할인해준 수의사 셋. 이렇게 맘에 드는 수의사가 있는 병원은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10년 집사 생활을 거치면서. 그렇게 많은 동물병원을 전전했지만.

 

 

최신 장비가 있는가, 24시간 진료가 가능해서 응급시에 언제든지 뛰어갈 수 있는 곳인가, 과잉진료를 하지는 않는가, 오진을 하진 않았나,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가 .... 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족으로 함께 사는 녀석들을 맡기는 일인만큼 무엇보다 진심인지 아닌지가 우선이 된다.

 

 

똥을 누지 못해 죽을 위기에 처한 고양이나 뼈가 드러난 채 상자 속에 담겨 있던 밤톨이, 뒷다리 두 개를 다 절단해서 몸통만 남은 고양이도 말만 할 수 있었다면 "살려달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동물 간에도 눈빛으로 전해지는 간절함이 있다. 이를 외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는 수의사의 경험담이 적힌 이야기라 읽으면서 웃다, 울다 했다. 고양이랑 살면서 눈물이 더 많아진 건 아닐텐데, 동물서적만 보면 꼭 울게 된다.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올해도 '어느 병원 다니세요?' 쪽지문의를 받았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병원이지만 다시 서울행을 하게 된다면 방문해보고 싶을 만큼 궁금해지는 곳이다. 아쉽게도 지역이 서울이라는 것 외엔 동물병원명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리틀 포레스트
박영규 지음, 윤의진 그림 / 야옹서가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를 전혀 모르고 50평생을 살아온 '고알못' 인문학자를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로 만든 녀석의 이름은 '야옹이'. 딸이 바쁠때마다 대신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었으나 집에 들이는 건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던 그는 결국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다. 이렇듯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변화를 발견하게 되면 그 따뜻함이 가슴 한 켠으로 전해져 온다.

 

마흔만 넘어도 그간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는데, 작은 고양이가 오십이 넘은 아저씨의 생각을 어떻게 바꾼것일까. 얼마나 사랑스러운 녀석일까. 궁금했지만 마지막까지 녀석의 얼굴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대신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만족해야했다.

 

처음엔 야옹이 엄마를 데려오려했지만 묘연은 역시 알 수 없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야옹이 엄마 대신 그 딸인 야옹이가 집고양이로 살아가게 된 것. 하지만 이 역시 가족들의 반대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아내의 반대가 심했던 이유는 알러지가 심한 작은 딸 걱정 때문이었는데, 시기 역시 좋지 못했다. 고3을 앞두고 있던 작은 딸의 컨디션을 위해 반대하는 엄마에 맞서 월급으로 협상을 시도한 끝에 야옹이는 베란다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곧 방으로 입성했지만.

 

큰 딸, 작은 딸, 반대가 심했던 아내까지 살갑게 대하는 야옹이가 유독 저자에게만은 데면데면하게 굴어 섭섭했다고 고백하는데, 천천히 친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관찰했던 시간이 있어 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 아닌가 싶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안다. 이 책 속 에피소드들이 남 일이 아님을. 옷에 실수를 하고, 먹을 것을 보면 달라고 야옹거리고, 화초들을 물어 뜯는 등의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을 덮어 버릴만큼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게 된다는 사실을.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아저씨가 쓴 책이다. 캣맘도 아니고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사람이 아닌 중년의 아저씨가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하여 그 소중함을 알아가는 이야기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훌쩍 커버린 딸들과 아빠 사이에 고양이라는 존재가 끼어들어 유대관계를 쫀쫀히 만들고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주며 화목을 도모하는 모습은 훈훈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해피엔딩의 즐거움은 끝나지 않았다. 야옹이 엄마 역시 아파트 주민에게 입양되어 따뜻한 환경에서 지낸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러댔다. 우리 동네 길냥이들 소식이 아닌데도 이렇게 기쁘다니....... 사촌이 땅만 사도 배가 아프다는 인간의 속성을(속담으로 본) 긍정화 시킬 수 있는 명약은 역시 고양이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 를 들어본 적은 없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표백]을 비롯해서 [한국이 싫어서],[댓글부대],[뤼미에르 피플],[5년 만에 신혼여행]등을 쓴 저자의 책도 읽은 적이 없다. 방송이나 책에 매료되어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던 건 아니라는 거다.

 

흥미로운 책을 내는 출판사에서 신작이 나온다는 말에 "읽어볼께요~" 했는데, 표지에 쓰인 읽고 쓰는 인간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 며칠 전부터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내려두고 <책, 이게 뭐라고>부터 읽기 시작했다. 전문용어로 어렵게 쓰여진 글이 아니라 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쉽게 쓰여져 가독성이 꽤 좋은 읽을거리였기 때문이다. 다만 줄지어진 제목들은 참 길다.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재직했던 그가 작가가 되고, 강연을 하고 진행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눈으로 따라가며 중간중간 메모를 했다. 특별히 화두로 던져진 문장은 아니지만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들이 있다.

 

●p6 언어를 기록하는 일에 매달리는 인간에게 비언어적인 소통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것들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다가 흩어지고 만다

10년, 20년의 세월을 견디고 남는 것은 기록된 글자 뿐이다

●p6 시간을 견디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하고 물을 수 있겠다

나는 그 질문이 어쩌면 쓰는 인간과 말하는 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p6 글은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쓰는 인간은 말하는 인간보다 일관성을 중시하게 된다

말은 상황에 좌우된다

그래서 말하는 인간은 쓰는 인간보다 맥락과 교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p55 예의는 감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윤리는 이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비윤리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비판 의식을 키워야 한다

 

책 한 권을 읽고나니 메모량이 꽤 된다. 묘연이 닿으면 고양이를 반려하게 되는 것처럼 인생에 있어 필요한 순간에 문장들이 나를 찾아온다고 생각하며 사는 내게 이번 책은 참 많은 생각들을 던져준 셈이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이런 생각들을 해 보는 건 어떤가의 순간이기 때문에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는 생각들은 매우 흥미롭게 와 닿는다.

 

가령 책의 내용 중 '1만명 과 교제한 사람과 1만 권을 읽은 사람'이라는 제목만 보고 이 둘은 각각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이라 '그 지혜의 색과 테두리가 다르겠구나' 짐작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됨을 알 수 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띄엄띄엄 읽는 방식 즉 발췌독이 언급되면서 다독과 정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개인적으로는 순서에 상관없이 필요순으로 읽은 책도 있고, 빠르게 초벌 읽기 한 후 재벌 읽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발췌독을 할 만큼의 책이라면 그냥 덮고 만다. 다행히 직업적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없어서 강요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일도 그만 두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책은 구매 후 읽고 있어 시간에 쫓기는 부분도 없다. 그래서 발췌독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분명 유용하게 잘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 이게 뭐라고>는 이처럼 생각을 뒤집는다든가, 무조건 작가의 생각이 옳다 내지는 그의 생각을 쫓아 살게 되기 보다는 '이 대목에서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게 만든다. 평소 쓰기를 통해(sns까지 포함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책임도 뒤따르기 마련이라 결코 가벼워서는 안된다고 여겼는데, 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편안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반복되는 말 같지만 '이 사람은 왜 이런 생각들을 한거야?'라는 의문은 생기지 않았다.

 

대신 마크 트웨인이 제인 오스틴을 싫어한 줄 몰랐는데, 그녀의 글이 너무 싫다며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걷어차고 싶다고 말했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뭔가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의 표정으로 투덜대는 대작가의 얼굴이 상상되어져서. 그런데 마크 트웨인은 '저질 글쟁이'라는 욕을 윌리엄 포크너에게 들어야했다니......작가의 삶도 일반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예민함과 둔함을 오가며 중간이 없는 내게, 책은 내게 어린시절부터 줄곧 차분한 시간을 선물해준 좋은 친구였다. 독자의 성향과 상관없이 작가의 경우는 어떨까. 문장에 차분함이 스며있다고 해서 성격도 그러한가. 글이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실제로 만나보면 재미있는 사람인가.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과 실제 성격이 매치되는 인물을 그닥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글만 보고 사람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품는 일은 그만둔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장강명은 글자로 풀어놓은 생각과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궁금해졌다. 아, 조만간 팟캐스트를 찾아 들어봐야할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심 X 앙꼬 - 왕코 고양이 앙꼬가 쓰는 심심작업실 일기
수리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왕코'라고 하면 런닝맨 왕코형님이 떠올려졌겠지만 <<심심x앙꼬>>를 읽은 후부턴 고양이 앙꼬가 먼저 생각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매력적인 '앙코'는 가정집이 아닌 작업실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매력을 뿜어대며 사는 고양이다. 저자의 남자친구가 빗속에서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고 안쓰러운 마음에 저자는 작업실을 같이 쓰고 있는 멤버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데려왔다고 한다. 그렇게 함께 살게 된 앙꼬는 이제 없으면 안되는 핵심멤버가 되어 책, 엽서, 스티커 등의 제품에도 등장한다. 또 에어비앤비 손님들에게도 인기만점이라니.....제대로 묘생역전한 녀석인셈이고.

 

하얀 바탕에 검은 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고 태어난 고양이 앙꼬. 코가 크다면서 '왕코'라고 지으려고 했다가 '앙꼬'가 된 녀석은 길고양이들에게 작업실 사료를 나눠주기도 하고 틈틈이 외출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외출냥이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앙꼬와 작업실 언니들은 나름의 룰을 정해놓고 잘 지켜내고 있는 듯 하다. 이러저러한 방법을 써 봐도 맘 먹은대로 외출했다가 돌아온다는 앙꼬. 언제까지고 표지에서 본 모습 그대로 "하이여~"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심심X앙꼬>>는 사이즈도 작고 두께도 얇은 책이다. 하지만 글로 써진 내용만큼이나 앙꼬의 사진들도 많아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 둘 다 충족된다. 지루할 틈이 없다. 술술술 읽다보면 어느 새 마지막 장에 와 있는 신묘한 앙꼬의 작업실 일기. 무엇보다 길고양이였던 앙꼬가 사람들과 어울려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훈훈함이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짧은 한 문장이 오히려 마음을 파고들 때가 있다.

짧고 간단한 문장, 복잡하지 않은 구조의 소설로 쉽게쉽게 읽히지만 그 여운을 매번 오래 남기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 이번 책 역시 두껍지 않았다. 핑크색 표지에 초록눈 고양이가 그려져 있어 '혹시 고양이 이야기가 등장하려나?' 했지만 나만의 착각일 뿐이었다.

 

시리즈북으로 인상깊게 본 '카카오프렌즈 콜라보 서적'들 중 하상욱 시인의 책 같은 느낌이 났다.

 

평범하면서 모진 것보다는 좀 미친 듯해도 행복한 것이 낫습니다

p25

무엇이든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면 대개는 잃어버립니다

p46

설명하느라고 애쓰지 마세요.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p126

안 될 이유만 따지다 보면 될 일도 안 됩니다

p43

 

 

물론 모든 페이지가 한 줄 혹은 두 줄로 마무리 된 건 아니다. 한 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글들도 있고 1,2,3,4,5.. 이렇게 번호가 붙여진 문장들도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문장들조차 참 간결하다. 어려운 말로 헷갈리게 만들지도 않을 뿐더러 돌려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다.

 

좋은 말들이 있어 친구에게도 들려줬는데, 내게 인상적인 구절 모두가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같은 페이지를 읽어도 현재의 상황에 따라, 취향에 따라 그 느낌은 다르게 남는 모양이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난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은 후루룩 쉽게 읽히면서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기에도 적당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