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의 꿈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 (너머) 2
온다 리쿠 지음, 박정임 옮김 / 너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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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를 읽은 지 몇 년이 흘렀다. 내용조차 가물가물해질 때 즈음, '간바라 메구미'라는 이름이 눈에 훅 들어왔다. '어랏! 어디서 봤던 이름이더라?'했다. 한 때는 작가 온다 리쿠의 책만 찾아 읽을만큼 매료되었던 작가였는데......!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간바라 메구미가 쌍둥이 여동생을 찾아 H시로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자들 틈에서 자라 여성스러운 말투가 물씬 배여 있는 간바라 메구미. 그와 달리 오히려 반대의 성향으로 자라난 여동생 가즈미. 그녀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그를 쫓아 H시로 이사와 살고 있었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연구를 하던 동생의 연인이 급사하면서 소설은 미스터리로 급변하며 그의 죽음과 갑자기 등장한 '클레오파트라'의 존재를 쫓게 된다. 수수께끼처럼 널부러진 단서들을 쫓는 간바라와 바이러스 헌터. 온다 리쿠 특유의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 해서 분명하고 명료하기보다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이 <클레오파트라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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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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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5일 역앞 광장에서 5명이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무차별 묻지마 살인이였을까. 헬맷을 썼던 용의자는 곧 발견되었고 마약에 찌들어 있던 그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이 범인이었을까. 습격받았던 5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슈지'는 "도망쳐"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치료를 위해 실려간 병원에서는 "앞으로 열흘, 살아남아줘, 네가 마지막 한 명."이라는 수수께끼같은 말 또한 낯선 이로부터 전해들었다. 마음을 설레게 한 '아렌'에게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역 앞으로 나갔는데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나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고 무시무시한 사건에 연류되어 버렸다.



그리고 슈지는 다시 한 번 헬맷을 쓴 남자의 습격을 받는다. 그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슈지는 살아남아야 한다. 열흘동안. 왜 하필 10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일까. 4월 4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방해한 양의 <<범죄자>>는 일본의 유명 드라마 작가인 '오타 아이'가 쓴 소설이다. '상'권과 '하'권으로 나뉘어진 소설의 양만 보자면 사전두께만큼이나 두꺼워 깜짝 놀라고 만다. 하지만 흡인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이야기 역시 파고들수록 양파처럼 계속 파헤치게 만든다.

 

 

 

 

타이투스푸드에서 만들어 어린이 집에 배포한 샘플 10000끼에서 발견된 바실루스 f50. 마미 팔레트 샘플 6000끼는 국산 당근으로 만들었으나 문제는 오염된 당근으로 만든 2500끼를 먹은 아이들이 멜트 페이스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게 된 것. 100명 넘는 아이들의 얼굴이 녹아내린 이 심각한 사태 앞에서 기업은 '책임'보다는 '회피'하고 '은폐'할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들이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라인을 가동시키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였다. 참담한 '인사'를 앞에 두고 입을 굳게 닫아버린 대기업과 그 안에서 양심 선언을 준비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슈지의 사건과 교차되며 이야기의 큰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리얼하며 선이 굵은 이 이야기는 매우 훌륭했다. "상"권을 읽는 내내 단 한 순간도 한 눈을 팔 수 없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이 소설과 다르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앞에 두고.

 

 

 

 

"하"권에서 앞 권의 전개를 얼마나 잘 이어나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 두께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한 줄도 놓치지 않고 읽어낼 것이다. 사회고발적 시점에서 멈추어질지, 통쾌하면서도 정의로운 결말로 이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이 있는 한 소설의 끝이 허망하지 않으리란 기대를 가지고 2권의 첫장을 넘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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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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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 JAPAN'의 사토야와 다카미는 가쓰사가구 여고생 유괴사건에 투입되고 타사를 제치고 용의자를 특정해내는데 성공했다. 살해당한 여학생이 평소 교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는 학우의 제보, 그 일당의 수상한 대와, 그들 사이에 낀 불량스러워보이는 성인 남성 하나. 접근해갈수록 그럴싸해 보였던 추리는 포기좋게 빗나가 버렸고 그들이 지목한 용의자는 과거의 한 사건의 피해자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는 중이었다. 꽃뱀마냥 삐뚤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살인자는 아니었던 것. 하지만 방송 후 몰려드는 취재진들로 다시 주목받게 되자 자살을 시도했다. 아이들은 비밀을 만들고 어른들은 소문을 막는 것으로만 비춰졌던 학교의 분위기와 거짓 제보로 인해 그들은 첫단추를 잘못 꿰어 버렸고 신중하지 못했던 태도는 오보를 가져왔다. 위기에 빠진 애프터눈 JAPAN. 하지만 계속 보도를 이어 나가야했다. 섣부른 방송을 우려했던 사토야는 책임지고 경질당했지만 신입 다카미는 그 자리에서 남은 취재를 책임져야만 했다. 동료의 추락, 우쭐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 피해자들에 대한 참회....기자직에 대한 직업윤리까지....방송을 위해 넘나들어야하는 선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이제 그녀는 선배없이 스스로 판단해야만 했다.

 

 

선원들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요정 세이렌에 비교되기까지한 언론직을 차마 놓치 못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사건을 바라보게 된 그녀는 결국 목숨을 걸고 범인 앞에 서게 된다. 위기는 기회였다. 그 옛날 가족의 죽음을 계기로 기자가 된 그녀는 이제 올바른 언론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게 된 것이다.

 

 

미코시바 레이지, 미쓰자키 교수, 마코토가 등장하진 않았지만 이번 소설 역시 재미있었다. 그 주제는 무겁고 풀어나가는 형식은 은 진지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작품의 무게는 진중하게 느껴졌다. 다만 소설 중 오보의 예로 등장하는 '요시다 증언'에 대해서만큼은 불편한 마음이 들고 말았다. 편집자도 따로 주석을 덧붙였을만큼 신경이 쓰였을 '요시다 증언'은 위안부 여성의 강제 동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32년만에 아사히 신문측이 요시다 인터뷰에 대한 오보를 인정한 것과 상관없이 강제 동원이 실제로 행해진 만행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사의 산증인인 할머님들의 인생 자체가 바로 증거인데, 오보를 이유로 아베 총리가 마치 역사적으로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한 발언은 분명히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기에 소설을 읽는 중간 이 대목에서 잠깐 읽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오보의 예는 많았을 것이다. 일본 언론사에서 이보다 큰 오보도 많았을텐데 굳이 민감한 사건을 예로 든 부분은 찝찝할 수 밖에 없다.

 

 

 주목하고 있는 작가이며 그의 시리즈를 좋아하면서도 이 한 권의 소설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한 대목. 인터뷰는 오보였으나 그 내용만큼은 사실이었다라고 한 줄 남겼다면 마지막 다카미의 참회와 성장은 진실되게 보였을텐데.......! 감동없는 서비스를 받은 것처럼 잘 짜여진 소설의 껍데기만 읽은 것 같은 허탈함은 덜했을텐데....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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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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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에서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던 여직원 하나가 살해된 것으로도 모자라 불에 탄 채 발견되었다. 이런 뉴스를 tv에서 접한다면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궁금해졌으리라....하지만 이 사건은 그 첫문장부터가 충격적이었던 소설 <고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소설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제 18회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의 원작 소설인 <백설공주살인사건>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아름다운 미모의 여사원이 회식날 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살해당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평판도 좋고 아름다웠던 그녀를 살해한 건 누구였을까? 과연 무엇때문에?



우습게도 용의자는 여럿이 아닌 단 한사람으로 지목당했다. 모두로부터. 비슷한 이름을 가진 입사동기 '미키 노리코'와 '시로노 미키'. 화려한 용모로 단연 눈에 띄였던 노리코와 달리 학창시절부터 이름 탓에 놀림을 당하거나 재수없는 여자라고 치부되어왔던 미키. 수사하면 할수록 노리코를 죽여야 할 이유들이 드러나기만 한 미키 역시 현재 실종상태. 경찰에서는 살해 후 도주로 보고 그녀를 수배했다. 역시 아름다움이 시기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한 남자를 사이에둔 치정극?


참혹한 사건 앞에서 모두가 짠 것처럼 한 사람을 지목해 마녀사냥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놀랍게도 당사자의 증언이 이어진다. 허를 찌르는 듯한 반전은 살아있는 그녀의 증언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주간지 기자에 의해 실시간으로 sns에 올려지고 있던 인터뷰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진실을 내뱉는 시로노 미키. 가족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했던 그녀의 울분이 쏟아지면서 사건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과연 아름다운 미키를 죽이고 비교당하던 평범한 미키를 용의자로 몰아간 사람은 누구였을까?

 

 

 

끝까지 읽고 모든 경위를 알고나면 '인간이 가장 추악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씁쓸하다. 진실이 시원함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답답함으로 가슴을 가득 채워 버리다니. 비교하자면 여전히 내 마음 속 1등은 <고백>이겠지만 <백설공주살인사건> 역시 문제작이긴 하다. 특히 댓글과 기사글이 올려진 페이지의 편집이 눈에 띄는데, 마치 실제 사건처럼 여겨져 사실성을 더했다. 단순히 남의 말을 가볍게 내뱉고 뒷담화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악의로 번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참 무섭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실시간의 파급력을 가진 sns의 등장이후, 타인을 향한 소리없는 화살이 쏘아지는데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범인의 살해동기보다 사람들의 기억이 더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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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지음, 현정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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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해서 그들 모두 개인적으로 선한 사람들일까. 작은 항구 마을에서 뜻이 맞아 <클라라의 날개>를 설립한 세 명의 여인들에겐 각각의 사연이 있다. 불교용품점을 운영하는 도바 나나코는 하나사키 초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이며, <쁘띠 안젤라>를 운영 중인 아이바 미쓰키는 남편의 전근으로 5년 전부터 하나사키 초에서 살게 된 케이스다. 2년 전 이주해온 예술가 스미레까지 힘을 합쳐 셋이서 15년 만에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고 작은 화재를 계기로 탄생하게 된 <클라라의 날개>는 매체에 소개될만큼 유명해졌지만 멤버 셋의 관계는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지만 작은 의심이 도화선이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이 툭툭 내뱉어대는 한 마디 말들은 독소가 되어 눈처럼 크게 뭉쳐지고, 독이 된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작가가 던져놓은 화두의 의미를... 대략 이런 일들은 작은 수의 모임, 친밀한 관계 일수록 더 큰 상처로 남기 마련이다.  '선의는 악의보다 무섭다'라는 책 표지말이 그래서 더 강하게 각인되어 버린 소설 <유토피아>는 제 29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이며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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