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케이지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2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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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를 읽고 혼다 테쓰야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소울 케이지]가 훨씬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물론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히메카와 레이코와 그녀를 둘러싼 형사들의 개인 사정들을 두루 살필 수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만 두고 보자면 소울 케이지는 인간이 지닌 악마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선한 마음이 가득 담긴 이야기여서 심금을 울린다.

 

강가 승용차 안에서 절단된 손목 하나가 덜렁 발견된다. 피에 잔뜩 젖어 있는 이 손목의 주인은 지문을 통해 금새 판명 되는데 목수 타카오카 켄이치였다. 그는 독신으로 과거 공사장에서 함께 일했다 사고사 당한 미시마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여기며 그를 돌보며 그와 함께 일하고 있다. 미시마 코스케의 아버지가 다녔던 건설회사는 폭력조직과 연계되어 있고 빚을 탕감하지 못했던 아비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는 근친상간으로 출생한 악마같은 사나이 토베 마키오라는 남자가 연관되어 있었다. 그의 독촉으로 비슷한 일들이 끊이질 않고 가장들이 속속들이 죽어나갔지만 사회는 관심도 묵인도 허락하며 세월을 흘러가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정황을 심증으로 수사해나가던 레이코와 철저하게 증거를 탐색해 나가던 쿠사카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나이토 카즈토시를 타카오카 켄이치로 신분세탁해준 토베가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혔고 결국 살해당한 쪽은 나이토 카즈토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악마의 행적을 멈추고 싶었던 한 가장의 부성애는 강했다. 키워온 쪽도, 낳아놓은 쪽도 지켜야 하는 입장의 아비는 자신의 신체를 훼손해가면서까지 완전범죄를 꾸며냈고 [용의자 x의 헌신]에서와 같이 그의 헌신은 성공을 이룬 듯 보였다.

 

여러 작품 속에서 자주 보여지는 엄마의 모성애에 비해 어느 사회든 아버지의 부성애는 표시나지 않으면서도 들춰졌을때엔 뜨거운 눈물줄기를 솟게 만드는 가슴 뭉클함이 진하다. 일본의 추리 소설 속 아버지의 부성애도 다르지 않았다.

 

시체가 없는 살인 사건에 꼬일대로 꼬여 있는 관련인물들의 과거사까지....죄의 정의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한정해야할지 의문스럽게 만드는 이 소설은 더이상 내어줄 수 없을만큼 자신을 다 던져버린 한 아버지의 인생이 담겨져 있었다. 추리 소설인데도 먹먹해지는 까닭은 그곳에 있다.

 

이 심각한 와중에도 감찰의 쿠니오쿠와 사투리 작렬인 이오카가 보여주는 개그컷들은 무거움의 무게를 균형있게 받쳐주며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어 준다. 그 점이 좋았다. 너무 심각하게만 뻗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이. 또한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진전된 레이코와 키쿠타의 연애전선을 기대하면서...하루빨리 [시머트리],[감염유희],[인비저블 레인]도 번역되어 손에 쥐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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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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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 분교 구 오쓰카.

여고시절 집앞 공원에서 강간 당했으나 자신을 범한 범인을 잡기 위해 생명을 걸었던 한 여경찰의 순직을 계기로 경찰이 된 히메카와 레이코가 있다. 죽은 여경찰의 부서에서 형사가 되어 사건을 지휘하는 레이코에게는 늘 할아버지처럼 도움을 주는 법의학자 쿠니오쿠 사다노스케와 오쓰카를 비롯한  자신만의 심복들이 있어 언제나 사건을 하나하나 잘 처리해왔다. 이 사건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흔히 싸움꾼 자세라고 부르는 권투선수자세는 불타 죽은 사체에서 나타나는 형체인데 효과적인 시체처리 방법은 아닌 듯 했다 왠만히 높은 온도가 아니라면 인간의 육체는 완전 연소 하지 않으므로.

 

그래서일까. 신장 170정도의 카네하라는 묶인채 푸른 쓰레기 봉투에 넣어 가정집 창문에서도 잘 보이는 곳에 버려져 있었고 나메카와 유키오는 우치다메 저수지에서 발견되었다. 시체가 하나 둘씩 늘어날 수록 레이코는 사건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으나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라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특정 시간에만 노출되는 살인쇼였다.

 

일명 "스트로베리 나이트"라 불리는 이 쇼는 초대받은 사람만이 구경할 수 있으며 어제의 구경꾼이 오늘의 타킷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사람들 앞에서 가슴을 제거하고 내장을 도려내고 하면서도 인간의 목숨이 얼마나 끈덕지게 연명되는지를 보며 구경꾼들의 삶은 더 진솔하게 변했을까. 그저 하나의 흥미거리로만 보고 있었을까.

 

어린시절 부모에게 성학대를 받았던 에프와 고위 간부의 아들이지만 삐뚤어진 키타미를 중심으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은 레이코와 칸테쓰로 인해 끝을 맺고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캐릭터였던 이오카와의 연애담은 벌어지지도 않은 채 소설은 끝나버렸다. 그저 오쓰카의 죽음 하나만을 두고.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을까. 생각보다 너무너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흡사 헐리웃의 시스템으로 드라마화 된다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였다. 살인 쇼의 적은 분량은 연쇄살인된 시체들을 찾아가는 추리의 분량이 메우고 계속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캐릭터가 분명해 전혀 헷갈리지 않았다. 혼다 레쓰야의 소설은 처음이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만큼 소설은 정말 재미있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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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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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산다는데, 요즘엔 까딱하면 바로 죽겠구나 !! 싶어질 정도로 섬뜩한 사건들이 많아 과연 100세까지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세상이 무서워져가고있는 것인지, 원래 이런 세상이었는데 모르고 살았던 것인지 그것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오늘, 원한없이 무차별 적으로 행해진 살인이나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현실 속에서 실감하고 또 실감하고 있다.

 

현실 속의 공포는 추리 소설이 주는 그것과는 또 다른 것이니까.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까닭은 맞춰가는 재미가 있어서였다. 퍼즐을 맞추듯 조각을 끼워나가듯 마지막에 탐정이 "당신이 범인이야"하기 전에 내가 먼저 범인을 지목하는 희열감과 사건 속에서 파헤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서였다. 현실의 무시무시한 사건들과는 달리.

 

하지만 어찌보면 소설 속에서도 무차별 살인이 벌어지고 단 한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한 트릭으로 다른 사람들을 헤치는 범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때는 왜 그다지 잔인하게 보이질 않았던 것일까. 아마 생명감을 느낄 수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저 허구의 인물들이 이름만 나타났다 죽었다로 표기되는 것 뿐이니까.

 

좋아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소설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도 어김없이 살인이 먼저 일어났다. 30세 오카베 라는 회사원이 교살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의 죽음만으로는 단서가 부족한 찰라 또 다른 시체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43세 주부 노구치 후미코. 액살. 대체 이 두 남녀에게 무슨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에 주목하고 있는데 소설 속 살인은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마치 태풍처럼. 이번에는 53세의 가즈유키라는 교사다 후두부가 가격된 채 발견되었다.

 

세 명의 죽음에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어 보였다. 숫자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들의 살해 현장에는 알 수 없는 숫자들이 남겨져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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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암호처럼 보이는 숫자들이었다. 루팡의 기암성으로 가는 단서도 아니고 이 무슨 해괴한 사건인지.

하지만 곧 숫자들이 장소를 의미함을 알게 되고 닛타고스케 형사는 다음 살해예고 장소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잠복하며 범인 검거에 나섰다.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이 나타나고 단서를 찾아가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 평소의 추리소설이라면 이 순서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언제나 최고의 트릭을 자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더군다나 그의 25주년작이기에 일반적이지 않았다.

 

고스케는 호텔리어로 잠복하면서 그들이 일터에서 얼마나 수고하는지, 세상에 얼마나 별난 고객들이 있는지, 일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해야하는 순간이 어느 때인지를 깨닫게 된다. 범인을 잡는 일말고 어려운 일 투성이인 세상이었던 것이다. 곧 범인은 검거되지만 호텔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속에서 "이 안에 범인이 있다!!!"며 범인을 찾는 동안 호텔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네 일터와 다르지 않아 더 정감이 갔다. 추리소설인데도 인간미가 느껴졌다면.....이상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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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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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를 보며 그 특유의 분위기가 이 작가의 전반적인 작가적 분위기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는 그의 소설을 읽은 바가 없었고 침울한 듯 하면서도 밝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으로 향하지도 않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과연 원작이 영화가 되면 지루한 영화가 될까? 의외의 흥미성을 부여하게 될까 궁금했더랬지요.

 

그의 후속작 [물의 관]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답니다. 단 한 권을 읽은 것 만으로 작가의 세상을 다 봤다고 할 수는 없기에 미치오 슈스케의 다음 작품을 읽으며 같은 점은 무엇인지 또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파악해 내고 싶었답니다. 오랜 시간 재미난 책들을 읽어오며 생긴 버릇이라면 버릇이랄까. 분석이나 평가도 아닌 것이 내게 남긴 그 느낌들을 남기면서 읽는 버릇이 생겨버렸다고나 할까요.

 

[물의 관]은 참으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핑크 하트가 뽕뽕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폭의 그림처럼 채색된 겉표지부터 시작해서 한 장, 한 장 넘겨질 때마다 인간의 잔혹성이나 욕망보다는 극복하고자하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하려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청소년 성장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너는 혼자가 아니야"가 아닐까요. [비너스에게]에서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던 소년이 특이한 친구들을 만나고 오히려 그들을 돕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던 것처럼요.

 

[물의 관]도 마찬가지였답니다. 평범함이 답답한 소년과 결손가정에, 집단 괴롭힘이 싫어 삶이 외로운 소녀는 서로의 처지가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함께 하게 되지요. 초등학교때 묻었던 타임캡슐을 다시 몰래 캐내 그 내용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 것.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면서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까지 얻게 된 이쓰오는 "2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바꿔치기하는데 동참합니다.

 

사실 어른인 채로 보자면 종이 쪽지 하나는 중요하지 않지만 결심을 바꾸고 자신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신념을 다지는데 그 필요성이 있겠지요. 청소년들에게 계기는 언제나 중요한 성장점인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면 청소년들은 고민이 참 많습니다. 교우관계, 학업성적, 가정사, 꿈과 사람, 사랑에 이르기까지 그 짧은 시기에 중요한 것들이 모조리 결정되는 것 같아 떠밀리듯 살아가는 것이 숨막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여러 성장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그 고난을 극복해내고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가는 것처럼 이쓰오와 아쓰코도 함께여서 안심이 되더라구요.

 

소설을 읽으며 가끔 감정이 이입되기도 하는데 [물의 관]은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이웃집 아이들의 비밀을 살짝 엿본듯한 느낌이 들어 친근감이 들고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작가의 다음 작품도 크게 선을 벗어나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더 기대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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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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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후 미나토 가나에의 마니아가 되어 그녀의 신간이라면 모조리 사서 읽어댔는데 요즘 들어서 시들해졌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온다 리쿠 등의 소설이 점점 시시해져 갔던 것처럼. 개인적 취향이 변하고 있어서일까. 새로운 것이 아닌 동일 패턴이 자꾸 눈에 읽혀지기 때문일까. 내게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당분간은 [N을 위하여]가 마지막일 것 같다. 이후에는 남들의 서평을 읽으며 재미있겠다 싶은 것만 골라 읽고 소장할 계획이다.

 

N을 위하여는 사실 10년 전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딱히 복수를 위해서도 범인을 찾아내서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도 결여되어 있다. 그냥 10년 사건에 대한 그 진실을 밝히는 탐구적 추리에 머물러 있기에 속도감이 떨어지고 평범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먼저 등장인물 모두의 이니셜이 N이어서 누구를 위하는 것인지 헷갈렸는데 읽어나가면서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겠다 싶어졌다. 10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10년 전, 도쿄 초고츨 호화 맨션에서 럭셔리한 삶을 살던 노구치와 아내 나오코가 살해 되었다. 서로 찔렀는지 불륜에 의해 나오코가 먼저 살해되고 노구치가 찔렀는지, 침입한 누군가가 찔렀는지 애매모한 상황에서 현장에 있던 4명의 젊은이들은 각각의 알리바이와 방문 목적을 밝혀내야했다. 불륜남, 부부와 친했던 커플, 출장 요리사까지 4명의 젊은이들 중 니시자키 마사토의 자백으로 그에게 10년형이 언도되고 감옥으로 직행했다. 정말 그가 죽였을까.

 

10년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6개월 남은 삶의 시핳ㄴ부 인생이 스키시타 노조미의 고백아닌 고백을 통해 그날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계획적이라 하기에도 뭣하고 우발적이라 하기에도 뭣한 애초에 부부 사이의 일에 너무 많은 이들이 끼어들어 청춘이 희생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날의 사건은 희미하고 충격적이지 못했다.

 

그들 각자의 과거가 어떻게 얽히고 어린 날의 상처로 인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했든지 간에 이들 부부와 얽히지 않았다면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히 살아갔을 4명의 청년들. N을 위하여는 이들 모두를 위한 소설이며, 이들 모두가 연루된 사건이고, 이들 모두를 향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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