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별 큰곰자리 35
이용한 지음, 이미정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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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형식을 빌고 있지만 이 슬픈 이야기가 실화임을 안다. 그래서 읽기 전에 한참을 망설였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눈물이 멈추지 않을까봐. 가슴을 쥐어짜는듯한 극한의 슬픔이 오래오래 남는 편이어서 덜컥 겁부터 나기도 했다. 불편한 진실이고 알아야할 내용이었지만 용기를 내기까지 몇 주가 흘렀다.

이용한 작가의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소장하고 있는 내게 <고양이별>은 바르트 무이아르트가 쓴 <1월 0일>처럼 심장에 낙인을 남겨 놓았다. 분노와 슬픔!! 이 두 권의 책만큼 사람, 그 중에서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활화산처럼 분출된 이야기가 또 있었던가. <1월 0>일을 읽으며 어른의 아이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 어린 강아지를 살해한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면 <고양이별>에서는 공생이 아닌 살생을 선택한 사람들이 저지른 폭력과 끝까지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버림을 택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비단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들이어서 더 가슴아픈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노란 아기 고양이는 엄마와 알록이 이모 그리고 코코 아저씨와 함께 아파트 지하를 오가며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이었다. 사람들의 손에서 길러지다 버려진 코코 아저씨는 어느날 자신처럼 버려진 품종묘 미루를 데리고 왔고 그 무렵 알록이 이모는 새끼 고양이들을 출산했다.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었지만 서로 가족이 되어 보살펴 온 길고양이들에게 손내밀어준 송이와 송이 엄마로부터 사료와 물을 제공받게 되면서 배고픈 날들이 좀 줄여지나? 싶었건만 곧 사람들에게 은신처를 들키게 되고 그들은 꼼짝 없이 갇히게 된다.

무조건 싫다며 죽여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문을 열어 달라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맞선 그 사이에 길고양이들의 생사가 나뉘었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가장 약한 개체인 아기 고양이들이 죽기 시작했고 버려진 처지를 비관했던 미루가 쓰러졌다. 화자인 아기 고양이의 엄마는 밖에서 사람들이 놓은 덫에 걸려 사라졌다(아마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거나 보호소에 넘겨져 안락사를 당했으리라).

동물보호단체와 야옹엄마로 불리는 캣맘들이 몰려오자 어쩔 수 없이 문은 열렸지만 너무 늦었다. 살아남은 알록이모와 노란 고양이는 송이엄마네로 입양되고 코코아저씨는 다른 길냥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다시 길 위의 척박한 삶을 선택했다. 동화는 이렇게 끝맺어졌다. 고양이별에서 내려다보는 엄마 고양이의 얼굴을 떠올려보는 것으로.....

 

'한강맨션 고양이 억류 사건'을 처음 접했을때 그 놀라움과 분노를 이렇게 슬픈 동화로 완성해낸 이용한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끼면서 비록 가슴 아픈 동화지만 이 이야기가 부디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서 다시는 이런 슬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계기가 되어주면 좋겠다 싶어졌다. 바자회 후원 물품 몇 가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미미한 힘을 보탰을 뿐이지만 이 동화가 이야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임이 알려졌으면 한다. 그 바램을 담아 짧은 서평 몇 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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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2 - 백악관 워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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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내부자들>을 비롯한 각종 정치/외교 풍자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시시각각 변모하는 세계정세에 뜨끔하곤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국내 뉴스만 보고 있어서 될 일인지.....! 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교차하는 요즘,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과연 '소설 속 이야기로만 받아들여도 될까?' 싶은 마음이 든다. 소설을 통해 피력하는 작가의 조언을 좀 더 무겁게 되새겨야하지 않을까.


2권으로 출간된 <미중전쟁>은 '북한의 핵실험'을 소재로 삼았고 전작 <사드>에 이어 현 정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핵화두여서 가히 가볍게만 읽고 넘길 수 없었다. 한반도내 핵문제인데 왜 '미중전쟁'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는지는 1권의 몇 장만 넘겨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원해서 3.8선, 휴전선이 그어진 것이 아니듯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힌 한반도땅의 정치 / 경제는 우리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원한다고 해도. 결정권과 주체성을 상실하는 것을 염려했던 김구선생의 탄식이 저 지하에서부터 들려오는 듯 하다.

 

 

미국, 중국에 이어 이젠 힘을 잃은 줄 알았던 러시아까지...일본과 더불어 4대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 때 정작 '남한'과 '북한'은 그들의 뒤통수를 멋지게 쳐버릴 한 수를 둘 수 없는 것일까. 일본이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면 북한은 그야말로 곁에 있으면서 먼 가족이나 친척쯤으로 여겨지는데 말이다. 뜨거운 후라이팬 위에서 아무말대잔치를 일삼고 있는 것만 같은 '트럼프 대통령'도, 어기짱을 놓는 '시진핑 주석'도, 속을 알 수 없는 얍삽한 '푸틴 대통령'도, 역사적으로 골이 패일대로 패인 '아베 총리'도 모두 제주머니를 가득 채울 생각만 가득한 정치인들인데 이 사이에서 영리한 줄타기를 해야할 외교라인 역시 대한민국은 약하고 약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미국의 세번의 실수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근대사 교육이 탄탄해야 우리가 우리것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텐데....라는 한숨이 새어나왔고 사드 & 북한의 핵실험의 당면 과제 앞에서는 전직 대통령과 비선실세 게이트가 하루빨리 종결되어 국외 문제에 좀 집중했으면 하는 답답증이 일고 말았다.

 

소설은 '예언록'이 아니다. 하지만 상상으로 쓰여진 것도 아님을 안다. 방대한 진실과 깊은 통찰력으로 쓰여진 소설이기에 <미중전쟁>은 그 어떤 예언서의 한 줄보다 무섭게 다가온다. 일개 시민으로 힘없는 한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희망을 품으며'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 기후변화, 환경문제, 경제문제...갖가지 산재한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핵과 4대국이라는 숙제를 더 떠안으며 살고 있으니....삶이 더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진심 두렵다. 작가의 다음 소설의 주제가 무엇인지. 다시 역사적문제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면 그 다음 소재야 말로 두려움에 정점을 찍는 묵직한 주제가 던져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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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1
손정미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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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왕'으로 불리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대왕'으로 칭송받는 왕도 있었다. 역사적으로보면.
하지만 '태왕'이라고 불리던 그는 후손인 우리에게 무한한 자부심인 동시에 함께 꾼 원대한 꿈의 동지이기도 했다. 역사시간에 책으로 접할 때도 눈부심이 가득했던 태왕인데 그의 무덤이나 비석마저 우리는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죄송하게도 변함없이 그러하다.

 

"고구려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책의 후표지에서 발견한 김진명 작가의 말이다. 단 2권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찬란했던 그의 이야기가 손정미 작가의 손끝에서 다듬어졌다. 김진명 작가의 바램처럼 이 책을 통해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도 있겠다 싶을만큼 소설은 쉽게 쓰여졌다. 술술 읽히면서도 가독성 또한 크다.

 

아주 오래 전 봤던 드라마의 이미지가 강했는지 읽는 내내 머릿속 영상에서 태왕은 배우 배용준의 모습이었다. 다만 드라마틱하게 왕이 된다든가 나라 안팎의 견제 세력들과 영리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보다는 빛나는 원석인 그가 당연한 수순을 밟아 왕이 되고 운명의 여인들과 마주하는 내용들이 글의 재미를 더했다.

왕자 담덕은 고국양왕에 이어 태왕으로 올라 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며 국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힘을 쏟았고 백제, 신라, 왜, 가야를 고구려에 복속시키는가 하면 시시각각 변모하고 있던 중국과의 외교에도 눈과 귀를 열어놓고 영리한 수를 두곤 했다. 그 사이 알타이의 공주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운명의 여인 모린을 맞이하기도 했다. 태왕을 사모하는 여인도 많았고 모린을 마음에 품은 남자들도 많았으니 그들의 운명을 시기질투하는 시선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그들의 눈빛이 마주치던 순간부터 독자의 가슴은 콩닥콩닥댈 수 밖에 없다. 달달한 로맨스를 희망하는 마음 저변엔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쓰여진 <광개토태왕>은 로맨스가 빠져도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만한 스토리였다. '우리는 태왕의 후예다'라는 자랑스러운 울림은 사자후처럼 마음속으로 퍼져 침략을 역사, 굴욕의 역사를 잊게 만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왕이 있었다.

다만 모사꾼들의 기운이 솔솔 스며나오는 1권의 후반부를 읽으며 2권에서 벌어질 궁중암투가 너무 잔혹한 것들이 아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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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1 - 풍계리 수소폭탄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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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을 읽고 심각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거나 눈물이 차오르거나 소리를 지르게 될 때도 있었다. 역사, 정치, 문화를 두고 이토록 팩트폭격형 진실을 펜을 통해 내뱉는 작가가 몇이나 있을까. 최신작 <미중전쟁>을 읽으면서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스타 펀드 매니저가 자살했다. 가족에게 유언장 하나 남기지 않고. 죽기 전 그가 한 일이라곤 누군가와 통화를 했고 인터넷을 확인 한 후 밀실이 된 자신의 사무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거다. 전날 그와 유쾌한 디너타임을 가졌고 익일 오후 만날 약속을 했던 주인공 김인철로서는 당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셈이었다.

세계은행에서 파견된 조사요원인 김인철은 돈의 흐름을 쫓다가 졸지에 살인의 배후를 쫓는 일에 발을 담그게 되었고 IS, FBI, 트럼프, 러시아,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주석, 김정은의 판에 끼어들게 되어 버렸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판 속에서 그가 찾아야하는 건 '사람'일까?,'진실"일까?,'이해관계'일까?

이야기의 판이 점차 커지면서 드는 의문은 하나 둘씩 늘어갔다. 그 와중에도 작가의 책은 가슴 한 구석을 또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썰전>에 나와 몇몇 사건에 대한 추론과 진실을 이야기했던 작가의 통찰력에 이미 놀란 바 있고 소설을 통해서도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곤 했지만 이번 소설의 무게는 달랐다. 지나간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며 한발짝 앞선 우리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왜 이토록 나약한가. 속빈 강정처럼 왜 주체적일 수 없는 것일까? 외교에서조차 약지 못해서 추풍낙엽같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나. 싶은 마음에 울컥했다. 1권을 읽었을 뿐인데도 마음은 참 무겁다. 불편한 진실 앞에 선 사람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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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1
윤선주 소설, 김영은 각본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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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 의궤살인사건>은 그동안 읽어온 여러 형태의 영조에서부터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잊게 만드는 특별한 스토리다.

애민의 마음을 갖고 탕평을 펼쳤던 성군 영조, 천한 핏줄의 어미로 인해 평생 컴플렉스를 안고 살았던 감정선이 고르지 못했던 남자 영조, 형을 독살했다는 의문의 눈길을 견뎌내야했던 사람, 늦게 본 아들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안아야했던 아비, 권력과 정치 그리고 아비로서의 삶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왕. 너무나 인간적이었지만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캐릭터인 '영조'에 대한 해석은 분분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방향인가에 따라 그는 성군으로 비치기도 했으며 때로는 괴팍한 늙은이로 보여지기도 했다.

이런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상상만해도 숨이 턱밑까지 죄어온다. 정말 사도세자는 광인이었을까. 옛 사극 속에서 무섭게 미쳐갔던 그와 조금씩 다른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던 이후 버전의 캐릭터 분석을 보며 도리어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참 헷갈리다못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시점에서 접하게 된 이야기가 <비밀의 문>이었다. 게다가 출연진은 한석규, 이제훈, 김유정, 김민종, 김창완, 장현성, 권해효....실로 어마어마했다. 이런 드라마를 놓칠 수 없었다. 24부작은 너무나 짧게 느껴졌고 보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다.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세책(책을 빌려보는 일)이 금지된 시절 책쾌의 딸로 태어나 사설포교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지담이라는 매력적인 인물과 사도세자를 '반편이'로 오해하게 된 에피소드가 유쾌하게 펼쳐지면서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시작점이 좋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사건. 즐겨보는 장르소설이 사극 속에서 펼쳐졌고 왕이 발목 잡힌 그 옛날의 맹의로 인해 연쇄살인으로 이어졌다.

수사하는 왕세자와 조선의 장르 소설 작가. 심장이 두근거릴만한 소재였다.

 하지만 역사를 바꿀 수 없는 한 그 결말은 정해져 있고 슬픔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권은 실로 흥미진진하게 읽혀졌고 바로 2권을 펼쳐들었을만큼 재미는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드라마를 봤는데도 불구하고 소설은 또 소설대로의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얽기설기 얽혀 있다. 권력 앞에서 아들을 잘라내는 비정한 아비들도 등장하고 아비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를 쥐어 뜯는 아들도 등장한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져본 친구의 손목을 베어낸 남자도 있고 그 친구의 시체를 끌어다 몰래 묻어준 이도 있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게 생명이 불어넣어져 있는 이야기여서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비밀의 문>은.

사극을 읽는 재미보다,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보다, 사람을 알아가게 만든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이 좋은 이야기를 어떤 작가가 썼나 봤더니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황진이>,<대왕세종>을 집필한 드라마 작가였다. 또 각색은 <참 좋은 시절>의 보조 작가로 참여한 김영은 작가의 솜씨였다. 역시 그래서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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