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워칭 유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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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고 있다"라는 말은 곱씹어보면 참 무서운 말이다.

누가? 왜? 무엇을 하기 위해? 로 생각이 이어진다면 공포는 매일 스쳐가는 불특정 다수를 의심하게 만들고 나아가 대인공포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문제기도 하다. 다정한 남편, 청소년기에 접어든 모범생 아들과 행복하게 살던 엘라에게 '엘라'에게 짧은 문장이 오려붙여진 협박 엽서가 도착하기 시작한 것은 소녀가 실종되고 1년 즈음해서다.

추리소설 아임워칭유는 엘라가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마주친 두 소녀와 그들에게 접근하던 갓 출소한 남자 둘을 목격하고도 결국 침묵하고만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둘 중 부유한 목장주의 딸인 애나는 실종상태고 세라는 비밀을 간직한 채 침묵중이다. 애나의 실종소식을 접한 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뒤늦게 경찰에 목격자 진술을 해보지만 실종소녀는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더불어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엘라는 비난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실수든 고의든 언론에 엘라의 신상이 흘러들어가게끔한 사람이 있을텐데, 아무도 그를 찾으려 하지 않은 채 목격자인 엘라만 군중의 욕받이가 된 상황은 분명 잘못 돌아가고 있는 상태다.

소녀가 실종되고 1년이 지났지만 수사에 진척은 없고. 이런 상황 속에서 작가는 유능한 경찰을 투입해서 사건을 풀어가는 방향이 아닌 주변인들의 수상한 점을 하나씩 들춰내면서 흥미를 서서히 유발시킨다. 이들 중에 범인이 있을까?


왜 안 도와줬어" / 재수 없는 년..... 잠이 오냐? / 조심해,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로 이어진 엽서는 오려붙여진 글자였지만 죄책감으로 1년을 버텨온 엘라에겐 단어 하나하나가 고통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전직 경찰이었던 매슈는 엘라에게 사건을 의뢰받고 애나의 집으로 향했다. 엽서를 보낼만한 사람으로 엘라가 애나의 엄마를 지목했기 때문에. 하지만 결국 성과는 없었다. 엽서를 보낸 인물과 소녀를 납치한 범인이 동일인인지 아닌지도 여전히 알 수 없다.


실종 1년만에 애나의 실종은 다시 방송을 타게 되었고 발신자를 찾을 수 없는 엽서는 계속 엘라에게 도착되고 있다. 사건은 하나지만 궁금증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흥미로움에 불을 붙이고 이제 독자는 '누가 애나를 데려갔나' 외 '엘라에게 협박엽서를 보내는 사람은 누군인가'와 '세라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애나 아빠는 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며','세라 아빠에겐 무슨 문제가 있나' 까지 궁금하기에 이르른다. 순차적으로 속도감 있게 이어나가면서 인물들의 등장 포인트도 명확해 심장쫄깃한 기분으로 읽기 딱 좋은 추리소설추천 북 [아임 워칭 유].


사건을 계기로 집과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살던 언니와 만나게 된 세라는 아빠를 의심하게 된 이유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고백하기에 이르렀고 언니 또한 부모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과거를 털어놓으면서 자매는 같이 상처를 치유할 용기를 내게 된다. 반면 1년 전엔 엘라를 문전박대했던 애나의 엄마는 이제 엘라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늦게나마 집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년 전, 그녀가 미안한 마음으로 찾아왔던 그때 사진을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결국 범인도 잡고 진실도 세상에 드러났지만 아쉬운 부분은 남는다. 호의로 시작했던 일이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면, 자신의 착한 마음을 평생 원망하며 되새김질 해야할테니......!


15년간 BBC TV 뉴스 앵커였으며 신문과 잡지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25년 넘게 활동해온 테레사 드리스콜아임 워칭 유는 심플한 제목처럼 읽기 쉽게 쓰여졌다. 쉽게 분노를 표출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엘라처럼 타인의 일에 개입하는 걸 꺼려하며 살아가고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이미 드라마와 영화 소재보다 더 잔혹하다.끝까지 궁금했던 범인 역시 반전소설답게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지목되었는데 이유를 알고 보면 전혀 엉뚱한 인물은 아니어서 시시하지 않았으며 잔인하고 작의적인 묘사가 허다하게 펼쳐진 소설이 아니어서 눈으로 읽고 상상하는데 불편함을 느낄 새가 없어 좋았다.


오랜만에 책추천, 소설책추천 하게 된 스릴러 아임 워칭 유는 이미 영국과 미국, 호주 아마존 킨들 종합 1위 소설이며,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돌파한 스릴러다. 전 세계 22개국으로 번역된 이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화 되어도 괜찮을 듯 하다. 요즘 추세인 6부작 OR 10부작의 짧은 호흡으로 제작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긴장감있게 시청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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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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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똑

302호의 문을 두드렸다

첫 방문할 때는 대개 노크를 네 번 정도는 해야 한다

두 번은 친근한 사이일 때,

세 번은 안면이 있을 때.

첫 방문일 때는 노크 네 번이 적당하다

P235






제목부터 임팩트가 강한 소설 [네 번의 노크]는 가난한 동네, 여성전용 원룸 3층에 거주중인 6명의 입주민에 관한 이야기다.

얼굴 화장이 짙고 옷마저 야하게 입어 업소 여성으로 오해받는 301호의 직업은 '무당'. 은둔형 외톨이로 집 안에 틀어박혀 재택근무 중인 302호는 일감이 끊이질 않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사회복지사지만 사명감보다는 돈과 남자를 더 중요 순위로 두고 사는 여자, 303호. 타인과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303호하고는 종종 교류가 있는 지적장애 3급 여자는 304호에 살고 305호엔 비교적 마음이 따뜻하지만 거칠게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오해를 받곤하는 노점 액세서리 판매상이 산다. 시작부분에서 제일 얄밉게 보인 306호 수다쟁이 아줌마는 건물주가 먼 친척이라 청소하면서 무상거주중인데 3층 여자들에 대해 불만이 많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지만 점꾀에 솔깃할만큼 귀가 얇고 타인의 상처는 생각지도 않고 함부로 말을 내뱉을만큼 주둥이는 폭력적이다. 택시기사인 남편과 다단계판매를 하는 아들과는 웬일인지 떨어져 홀로 살고 있으며 사건의 최초 신고자이기도 하다.

부유하지 않다고해서 다 범죄자거나 비양심적인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 건물 3층에 홀로 사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죄다 문제투성이인걸까. 성격, 직업, 나이, 외모, 경제적인 환경까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타인과의 소통","친화력"은 제로인 인생들이다. 말이 없는 쪽도, 말이 너무 많은 쪽도 비호감인셈.

그런 그녀들이 모여사는 건물에서 남자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여성전용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시체의 정체는 303호 사회복지사의 전 연인으로 부유해서 좋았던 남자가 사업 실패 후 계속 찌질해지는 것을 참다 못해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였다. 마음이 식은 여자와 달리 남자는 점점 더 집착하는 중이었고 자주 방문해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거칠게 섹스를 하곤 했다. 경찰 진술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별을 암시하던 303호는 이상하게도 남자가 남긴 보험금은 수령했으며 찝찝하지만 별다른 의문점을 찾아내지 못한 보험사 역시 남자의 사망 보험금을 가족이 아닌 303호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첫 번째 사건이 종료되었다고 해서 이야기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호당 경찰 참고인 진술 형식으로 자신의 처지와 다른 집 거주자에 대한 호감내지는 불만을 엿볼 수 있었다면 2부 [독백]부터는 새로운 사건 및 3층 여자들의 관계변화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부에서 죽은 남자의 살인범과 방법이 서서히 밝혀지지만 종결된 사건의 범인 따위는 이제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닌 척하면서도 서로를 지켜보는 눈치작전이 시작되고 표면상으로는 타인에게 관심없는 듯 사는 3층 여성들의 이면이 조금씩 드러난다. 누가 더 지독한 아귀인 걸까. 비록 지적장애인이지만 3층 주민들 중에서는 가장 부유한 상황인 304호의 돌연사. 목적이 있어 가장 활발하게 교류했던 303호나 303호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304호에게 접근을 시도해 본 302호, 역시 이용해보고자했던 305호까지.....의심스럽지만 죽음의 원인이 '독'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번 사건의 범인 역시 놓쳐 버린다.

특이한 점은 자살 사건으로 종결되어버린 304호의 유해를 여수까지 가져가 양지바른 곳에 뿌려준 이가 305호라는 점이다. 자식을 부끄러워하며 숨겨둔 친모나 친하게 지낸 303호가 아닌 타투와 피어싱 투성이에 머리색깔마저 보라색+노란색으로 염색한 모습이라 무서워했던 305호가 유해를 수습한 사람인 것은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월세가 없어 곧 쫓겨난 노점판매상은 비록 너무 가난해서 얼마간의 돈을 목적으로 304호에게 접근했을 망정 다른 여자들에 비해선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처음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무료상담해주는 것처럼 보이던 301호 무당의 속내도 시커맸고 오빠 가족들에게 돈을 뜯기며 사는 것 같던 302호 역시 끔찍한 유형의 인간이었다. 3층에 살던 여섯 중 하나는 죽고 둘은 떠났다. 남은 셋이 모여 파티를 한 다음 날, 다시 둘이 죽고 하나만 살아남는다. 겉모습만 다를 뿐 속내가 같은 여자들만 모여 살았던 거다. 그 사실을 깨닫고 잠시 책을 덮는다. 소름이 오도독 돋을 정도로 끔찍한 기분이 들고 말아서. 10층 건물에서 3층에만 이런 인간들이 살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모든 층 사람들이 다 이런 부류인데 3층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것일까.



나를 해치려는 전 남자친구를 해결한 것도

날 이용하기만 하는 오빠 가족들을 떼어 놓은 것도

고기와 가스였다. 망설이면 진다.

p264





남은 여자 셋이 파티 한 날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302호 이전 세입자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놀라운 건 그녀가 303호와 친했다는 사실. 이쯤되면 악녀선발대회를 열고 있는 장소인가? 싶다. 어쨌건 3층 돈을 싹쓸이한 302호가 위너인가 싶었으나 그녀 역시 뒤통수를 세게 맞는다. 306호의 가족들에 의해.

그리고 남겨진 권선징악적 결말 하나.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났지만 근처에서 더 형편없고 허름한 월세를 구한 305호의 눈에 306호 가족들의 수상쩍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계속 302호에게 당부의 메모를 썼지만 전해지지 않았다. 302호에게 일이 생긴 것도 모른 채 죽은 304호가 남긴 물고기 인형을 간직해온 305호는 인형의 뱃속에 솜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채게 된다. 잠시 잠깐 나쁜 마음을 먹었지만 그래도 3층에서 유일하게 인간다운 마음을 갖고자 했던 305호에게 하늘이 준 선물일까. 아니면 자신의 마지막을 배웅해준 고마움으로 304호가 남긴 것일까.

전자책으로 직접 출간했다는 [네 번의 노트]는 임팩트가 강한 제목부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후반부까지 속도감 있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 특히 욕망에 쩐 드라마 '펜트하우스'와는 다른 면에서 인간의 추악한 속마음을 절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라 뜨끔한 면도 있고. '밑바닥 인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변명하기엔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애초부터 시커멓고 추악했다.

영화판권까지 따낸 소설의 묵직한 진면목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장 첫 장을 넘겨볼 것을 권한다. 분명 마지막까지 다 읽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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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조은별 그림 / SIS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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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서소'씨는 남자다. 회사에서 억울한 일에 휘말려 4개월간 정직 상태고, 사귄 지 2 주만에 상견례를 거쳐 결혼했던 여자와는 이혼했다. 현재 망원동에서 강아지 꿀단지와 함께 살며 근처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반려견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매가 추억이 가득한 카페를 접던 날까지.


회사를 다니는 것 말고는 별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첫 장부터 고백한 서른 여덟 서소씨의 출근 시계는 멈춰 있다. 이 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건 책을 읽어나가는데 중요한 쟁점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보다는 갑자기 맞이하게 된 휴식같은 시간을 그가 어떻게 보내게 될 지, 근사한 일이 생기거나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건 아닌지 슬쩍 기대하게 됐다. 하지만 '산문집'이라고 적힌 표지의 장르와 다르게 '소설'인듯 '에세이'인듯 어느 시점부터는 헷갈리기 시작했으며 '디디'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부터는 로코 or 스릴러로 장르로 변환되나? 복합장르인가 싶기도 했다.


누군가의 4개월이 그것도 사회적으로는 회사에서 질책을 당했고, 개인적으로는 '이혼'이라는 큰 일을 겪은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재미있게 펼쳐질줄 몰랐다. 카페 B-망원동&카페에서 맺어진 인연들-카페 사장 자매, 이렇게 동일하게 일상은 바퀴돌듯 돌고 있는 것 같지만 이야기는 지루할 틈도 주지 않으면서 늘어지지도 않는다.



중간중간에 가족들 이야기도 등장하고, 회사 다니던 시절의 에피소드들도 현재와 교차된다. 절대 유출하면 안되는 서류를 거래처에 팩스로 보내놓고 발을 동동 굴렀을 서소씨와 동기 신입사원들의 얼굴이 글로만 읽어도 사진이 실린 것 마냥 떠올려진 건 나 역시 서툰 신입 사원 시절을 거쳐봤기 때문일테고, 앞으로 몇 십년을 '오늘 같은 내일'로 출근할 생각에 몸서리를 치는 대목에선 3/6/9년 차 마다 마주하던 퇴사병이 떠올려져 묘하게 공감이 되어 마치 교집합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비록 <회사원서소씨의일일>은 출근하지 않는 동안의 에피소드를 나열한 에세이지만 반대로 힐링이 필요한 '직장인'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간 지인들이 에세이추천, 소설추천을 해 달라고하면 그들에게 도움될만한 책들을 골라주곤했는데, 생각해보면 꼭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한 순간 몰입해서 읽으면서 지금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글도 책추천할만한 좋은 내용이 아니었을까. 인위적인 감동이 더해지지 않아도 책의 내용이 따뜻하게 느껴진 건 반려동물인 강아지가 등장하고, 새롭게 알게 된 이웃들과도 소통하면서 서서히 치유되는 것 같아 보여서일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감동 신간에세이로 기억에 남겨졌겠지만 갑자기 '김디디'라는 여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재미는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그가 쓴 블로그 글이 재미있다며 메일을 보내온 발신인 '김DD'. 가명같은 본명의 그녀가 페이스타임으로 영상통화를 걸어왔고 자주 통화하면서 그들은 연인 비스무리한 상태가 되어간다. 조직폭력배의 딸과 결혼해서 한량으로 살아가는 남자에게 지원과 감시를 동시에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연의 그녀는 10억을 갚으면 남자와 이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남자와 디디의 관계는 소비할 순 없지만 소유하고 있는 상태이며 서소씨와 디디의 관계는 계속 통화하며 마음을 주고 받는 사이지만 만날 순 없는 사이다. 아, 뭐지? 이 여자의 정체!!!


읽는 나도 궁금할 지경인 디디의 정체를 주인공 서소씨가 시원하게 확 밝혀주면 좋았을텐데....아쉽게도 그는 실패했다. 서소씨의 감정이 이입되어 함께 디디라는 여자가 한 말들이 다 사실인지, 평생 만날 수 없는 건 아닌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그 사이 앞서 읽었던 카페 자매 이야기나 비뇨기과에서 겪었던 일, 실패했던 연애, 퇴사한 멘토와의 만남 등등은 까맣게 지워졌다. 그만큼 알고 싶었는데 결국 기회는 오지 않았다. 책 소개의 어디 즈음엔 분명 '평범한 서른여덟의 회사원 서소씨의 이야기'라고 적혀 있지만 다 읽고나니 서소씨의 일상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고 독특했다.



P364 선택이 쌓여 인생이 되었다

라고 했던가. 서소씨가 고른 선택지들은 무난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센세이션하다거나 일탈적인 것들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중간한가? 그렇지도 않았다. 다만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뒷 장을, 이야기를, 마지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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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21-10-2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같은 에세이인가 봅니다.
재미있겠네요^^

마법사의도시 2021-11-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하면서도 읽으면읽을수록 계속 궁금해져서 빠른 속도로 읽게된 책이에요.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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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에서 언급된 '희령'은 사람 이름이 아닌 도시 이름이다. 열 살 때 처음 간 희령의 기억이 사찰에서 나던 향냄새라고 했으니, 이유는 미루어 짐작이 갔고 두번 째 방문이 서른두 살이라는 대목에서 그리 빈번한 왕래는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혼 한 지, 한 달. 육 년을 산 집을 정리하고 희령 천문대 연구원으로 내려와 있는 딸을 보러 온 엄마가 지연에게 한 말들은 상처를 보듬어주는 말이 아니라 상처에 소금을 붓고 짓이기는 말들이었다. 현실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천륜을 끊고서라도 그냥 엄마없이 사는 편이 낫겠다 싶을 정도지만 실제로 모녀 사이에선 조심없는 말들이 건네지기도 한다. 뻔히 상처가 될 말인 걸 알면서. 너를 위한다는 명목아래.



"남자는 여자 때리지 않고 도박 안하고 바람만 안 피워도 상급에 든다. 그 이상을 기대해서는 안된다"(P17)라니. 조선시대 여인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런 기본적인 일들에 감사해야하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급기야 사위가 바람을 핀 걸 알게 된 후에도 엄마는 사위편을 든다. 딸의 이혼으로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전 남편이 자살이라도 하면 책임질 것인지, 심지어 바람핀 사위에게 행복을 빌어주기까지 하는 엄마라니.....시어머니도 아니고 친정엄마의 이런 행동들을 다 감내해야만했다니.....채 10페이지도 읽지 않았는데 그만 울화통이 치밀고 말았다. 뭐 아빠라고 다르지 않았다. "남자가 바람 한 번 피웠다고 이혼이라니 말도 안된다. 김서방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라"라니. 바람핀 사위로 인해 상처를 입은 쪽은 자신이 낳은 딸인데.

계속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면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랑 사이가 좋지 않아 그동안 왕래가 없었던 할머니를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의 재미는 급물살을 탔다. 손녀인 지연이 자신의 엄마와 닮았다며 백정의 딸이었던 증조모가 위안부로 끌려갈뻔 했으나 천주교인인 아버지를 만나 야반도주했고 혼인하여 개성에서 살았던 시절 스토리로 이어지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들의 결혼을 도왔던 새비부부. 돈 벌러 일본에 갔다가 히로시마 원폭에 피폭되어 돌아온 새비 아저씨. 그가 죽은 후 새비네와 증조모인 삼천이네는 만났다 헤어졌다 하며 인연을 이어나갔고 그 사이 전쟁을 겪기도 했고 할머니는 장성해 결혼을 했으나 중혼으로 자신이 낳은 딸을 호적에 올리지도 못한 일을 겪기도 했다. 자신의 친 아버지가 가족을 속이고 버젓이 아내와 아들이 있는 남자와 결혼을 시키는 바람에.반면 새비부부의 딸, 희자는 먼나라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파혼까지하며.



삼천이, 새비, 영옥이, 미선이, 희자, 명숙 할머니, 지연이까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다. 시대의 흐름으로 나뉘지 않았다. 자식을 함부로 대하는 남편에게 당당하게 따져 묻는 증조모가 있는 반면 지연의 엄마는 자신을 함부로 대해온 시동생에게 따박따박 따지는 딸을 오히려 나무랐다. 할머니와는 차분차분하게 소통하던 손녀 지연은 자신의 엄마인 미선과는 각을 세웠고 손녀와는 편하게 얘기하던 할머니도 딸인 미선과는 오랫동안 보고 살지 않았을만큼 틀어진 사이다. 읽다보면 소중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아니다. 성향의 문제고 표현의 문제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참 깊고도 오래간다. 소설의 끝맺음에서도 말끔하게 걷히진 못했다. 하지만 할머니와 손녀의 만남이 중간에 낀 엄마라는 존재에도 영향을 끼쳐 조금씩 그 관계에 기름칠이 더해지는 것으로 '화해'보다 더 값진 '지속'의 길을 열어두는 듯 했다. 무엇보다 세대를 걸쳐 이어진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었고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 초반에 솟았던 울화통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조용히 잠재워졌다.




P14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P134 이상한 일이야,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를 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P195 앞에서는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뒤에선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 악의 없는 웃음을 보이면서 다른 마음을 품는 사람들이 흔하고 흔했다

P298 내가 나를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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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의 살인법 1
서아람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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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프로그램인 'tvN 유퀴즈'에 출연한 유퀴즈검사 서아람작가가 쓴 웹소설 <왕세자의 살인법>은 1권만 읽었을 뿐인데 너무 재미있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물론 1권은 사이다보다는 고구마가 가득찬 내용이지만 추리소설+사이코메트리+사극소설이 뭉쳐진 재미난 조합으로 언제 첫 책장을 시작했는지 잊어버릴만큼 가독성 높은 스토리로 채워져 있다.



윤서린, 기억을 읽다

예조판서 윤대감의 큰 딸 서린은 죽은 이의 기억을 읽어내는 능력을 타고 났다. 어린 시절, 열녀문을 세우기 위해 며느리를 굶겨죽인 김진사의 사연을 읽어낸 후 아버지에 의해 능력을 봉인한 채 살아온 서린은 함께 입궁 후 죽임을 당한 동생 아린의 억울함을 풀고자 손의 봉인을 해제시켰버린다. 그 와중에 연이 닿은 세자 이 범의 도움을 받아 몰래 궁 안에서 홀로 수사를 이어가던 중 오랜 기간 투병 중이었던 전 세자 이 헌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만다.



이 범, 세자가 되다

중전이 낳은 적장자보다 나이는 위였으나 출신이 천하고 무식한데가 질투심마저 강한 어미 희빈이 거열형을 당하자 그 아들인 범은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된다. 아비의 애정이 하루 아침에 싸늘하게 식는 걸 곁에서 봐온 범은 어미의 처절한 죽음까지 눈 앞에서 봐야했다. 감정적으로 무너질만한 상황이지만 그는 결국 스스로 세자가 되는 길을 찾아냈다. 세자 헌을 제거하기 위해 판 함정이 성공하는 순간 각성해버린 쾌감은 아기 나인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사건으로 이어졌고 곧 의금부부사까지 사고사로 몰아가며 사극 속 연쇄살인마로 거듭났다. 아직까지는 완전범죄인 가운데....



궁 안에 살인범이 산다

그 누구도 감히 의심할 수 없고 스스로도 완벽한 살인을 행하며 안전한 궁의 담장 안에서 살아가는 왕세자와 그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자 서린의 대결은 보기좋게 서린의 패로 낙점된듯하다. 모두를 의심했지만 단 한 사람 조력자라고 생각했던 이가 범인이었음을 모르고 믿었던 대가였다. 굳이 남몰래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명문만 있다면 사람 목숨따위야 파리목숨보다 쉽게 거둘 수 있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범은 남몰래 저지르는 완벽한 범죄가 주는 스릴감에 빠져있다. 서린이 사라진 궁 안에서 그는 또 다른 희생양을 찾게 될까?



1권에서 서린은 능력은 남달았으나 범인을 잘못 지적하는 오류를 범했고 보기좋게 범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 궁녀로 신분을 강등당했으나 여전히 충성스러운 무휘와 원수에서 벗으로 거듭난 궁녀 채옥, 손재주가 좋은 도야, 같은 능력을 지녔으나 양 손을 다 잃고만 노승 지알의 도움을 받아 순간순간의 위험은 벗어날 수 있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궁에서 내쳐져 빙고로 흘러들어간 서린은 언제쯤 지금의 세자가 연쇄살인마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궁에 사는 사람들의 암투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랑, 미움, 증오, 배신이 얽히고 설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속도감 있게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어느 왕조의 이야기가 얹어진다한들 재미는 늘 보장된 것일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왕세자가 완벽한 살인범이고 그를 쫓는 이가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인 궁녀라면.....소설추천, 책추천 받지 않은 이야기라해도 두 팔 걷어부치고 읽을 수 밖에 없다. 주변 캐릭터들이 좀 더 풍성하게 보태져 16부작이나 20부작 드라마로 각색되어도 너무나 재미있을듯하여 1권을 읽고 2권을 미리 구해놓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다. 배송이 종료된 긴긴 연휴동안 계속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2권을 어서 빨리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레뷰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어보고 올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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