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김성한 지음 / 새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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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덮어씌운 살인사건의 변호를 내가 맡았다"

 

 

 

일본인 작가가 쓴 <인간의 증명>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욕망이, 그 욕심이 삶을 얼마나 거짓으로 만들어버리는지에 대한 허무함으로 밤을 꼬박 샌 적이 있는데, <달콤한 인생>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이미 많은 것을 가졌으나 멈추지 않았던 한 로펌 변호사의 폭주는 결국 그를 망쳐 버렸으니까.

주인공 박상우는 대형로펌의 잘나가는 변호사다. 근무하는 층의 숫자가 그의 성공을 증명해주는 물욕 가득한 직장에서 단숨에 2층이나 뛰어올라갈 수 있는 건수를 물었다. 그것도 제 손으로 죽인 사람을 담보로 해서. 고액연봉, 핫한 내연녀, 임신한 아내, 보장된 내일, 이웃인 유력대선 후보...많이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공에 눈이 멀어 지냈다. 그랬다가 손 안의 행복마저 놓쳐버렸다. 행복은 이미 그의 곁에 머물러 있었는데....이 바보 같은 남자는 한치 앞도 모른 채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3이라는 숫자는 불길하다. 언제나 누군가는 외로워진다. 상우, 정재, 경준의 경우도 그랬다. 셋이 친구였고 상우와 경준 모두 정재에게 반했으나 정재는 상우와 결혼했다. 그리고 임신한 채 경준과 모텔에 들락거리다가 사진을 찍혔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경준의 직원과 고딩친구는 상우의 발목을 잡을 뻔했고, 그 과정에서 상우는 우발적인 살인 하나, 고의적인 살인 하나를 저질렀다. 그리고 늪에 빠졌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집 앞에서 저지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국회의원 함백만의 모자란 아들 함상진에게 뒤집어 씌운 것. 완벽한 듯 보였던 이 사건에는 얽혀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목격자와 관계자 그리고 증거 사진들. 이 모두를 없앨 수 없다면 상우는 상당히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죄를 뒤집어쓴 함상진은 억울한가. 그는 스물네 살 때 이미 사람을 죽였다. 유학생활을 술과 대마초로 보냈던 그는 잠시 한국에 들어와 진탕 놀다가 손수레를 끌던 백말의 할머니를 차로 치었고 권력자인 그 아버지는 심복을 통해 처리했다. 약간 부족한 그의 아들 병호는 이제 살인 용의자로 구치소에 갇혀 있다.
한민수를 죽였다는 죄목으로. 그 변호를 맡은 이웃 변호사 박상우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그의 아내 정재, 외도대상인 이경준, 경준의 카센터 직원인 임주영의 죽음, 죽음을 조사하고 나선 최우식, 최우식을 죽여달라고 상진을 찾아온 박상우. 연결된 하나의 고리처럼 지독하게 얽힌 그들의 관계 속에서 맡아지는 썩은 냄새는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멈출 줄 몰랐다.

 

서른 여섯의 박상우의 인생은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던 것일까. 무엇이 그의 눈을 가렸던 것일까. 어떻게 해야 옳았던 것일까. 마지막이 신파로 끝나버린 듯해서 약간 씁쓸하긴 했지만 몰입도가 최고였던 <달콤한 인생>이 영화화 된다면 예상 캐스팅으로 적당한 배우는 누가 될까. 각색된다면 <내부자들>, <더킹>,<베테랑>보다 더 신랄하고 어둡게 그려져야 하지 않을까. 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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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이주송 지음 / 하늘붕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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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7조 1항)  "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에서. 단 하루를 위해 365일을 열심히 살았건만 산타클로스는 오지 않았다. 당연히 선물도 없었다. 그래서 일곱 살 소담이는 경찰서로 향했다. 산타할아버지를 잡아달라고. "온다고 해 놓고 안왔어요! 잡아야 해요! 빨리요!"(p89) 급기야 울음이 터지고만 소담 사연이 뉴스에 실리고 인터넷으로 확산되면서 대한민국 sns는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바쁘다고 쌀쌀맞게 쫓아냈던 민원실 여직원은 물론 웃었던 키 큰 경찰, 동심을 외면한 경찰을 향한 민심의 질책은 따끔했다. 일곱 살 소녀의 울음을 외면했던 그들은 전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다가 논란을 검찰로 넘겼고 산타클로스가 피고인이 된 고소장은 법원에 접수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착해 봤자 다 소용없다는 슬픈 가치관을 아이에게 심어준 산타클로스의 정식 죄명은 '계약 위반'. 피고가 출석할 수 없는 법정에서 그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들이 들어섰고 산타클로스의 구속은 점점 더 확실시 되는 듯 했다. 이윽고 판사의 판결이 내려질 그 순간, 갑자기 등장한 한 남자로 인해 법정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책 속 사람들도, 페이지를 움켜쥐고 있던 독자인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버렸다. 어린 소정이의 외침으로인해서. "아빠가 산타할아버지라고. 나 아빠 보고 싶어서 착한 어린이 했어. 그런데....안 왔어. 아빠 도망가. 얼른...."(p259)



그제서야 산타가 이 가족에게 두고 간 선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혼한 엄마 아빠의 딸이었던 소담이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이 무엇인지...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그 선물을 받는 과정이었음을.....! 그걸 깨닫는 순간 울음이 왈칵 터져버렸다.

 

 

그런데 마지막 한 페이지 분량이 더 남아 있었다.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엔. 그리고 울다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번엔-. 출석 요구서를 가지고 찾아온 빨간 모자를 쓰고, 빨간 옷을 입고, 얼굴에 흰 수염이 가득한...우리가 알고 있는 그 할아버지!! 그가 진짜로 찾아왔던 것. 자동차 사이에 화려한 눈썰매를 주차(?)해 놓고 법원에 출두한 그 할아버지에게 법원은 과연 그 죄를 물을 수 있을까.



2010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인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는 감동스토리였다. 처음 몇장을 들춰보며 산타와 루돌프 캐릭터가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어 킥킥댔고,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되는 대목에서는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그러다가 말미에 이르러서는 훈훈한 동화 한 편을 읽었다는 감동을 남겨준 특별한 이야기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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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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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의 유쾌함을 갈아치울 소설이 나타났다.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읽으며 궁금함 보다는 '넌 해낼 수 있어!!'응원하게 만드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는데 대입실패 후 가족에 의해(?) 외딴 시골 할머니 집에 버려진 무순은 할매랑 함께 기어코 일을 내고야 말았다.

 

드라마 <청춘시대>의 작가에게 이토록 유쾌한 웃음코드가 있었다니. 대체 옆구리에 나왔단 말인가!!! 이런 엉뚱발랄함은....! 자칫 납량특집으로 변질 될 수 있었던 이야기는 게으른 손녀와 집요한 할매 캐릭터로 인해 재미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는 산모퉁이가 아홉 개라서 이름 붙여진 '아홉모랑이'에 살고 있는 홍간난 할머니에게 어느 날 손녀가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강무순이라는 다소 순박해뵈는 이름을 달고 21년을 살아온 그녀가 15년 전 어느날 마을에서 한 날 한시에 사라진 네 명의 소녀 사건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야기는 탄력을 받기 시작하는데, 동갑내기도 아니고 공통점도 전혀 없었던 그녀들은 왜 같은 날 사라져야 했던 것일까! 무순의 궁금증은 독자의 궁금증과 일치했다.

 

하필 마을 최장수 노인의 백수 잔칫날, 어른들이 몽땅 온천 여행가서 마을이 텅빈 날 단체로 사라진 네 명의 소녀. 경찰조차 찾지 못하고 포기한 그들을 무순이 찾아냈다. 살아있는 쪽도, 죽어버린 쪽도.

 

그리고 짙은 컬러로 이야기 중간중간에 짧게 삽인된 또 다른 이야기인 '그 남자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스물세 살 때부터 로리타 컴플렉스에 휩싸여 있지만 겉으로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 듯 정상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남자의 고백은 '나는 죽는다'로 이어졌다.

 

손녀가 할매의 집을 방문한 여름동안 짧게 펼쳐진 이야기는 영화 <집으로>처럼 향수에 젖을만큼 서로의 추억을 쌓는 이야기로 진행되지 않았다. 수상해 보이는 부부를 미행하다 고령의 할매는 멀미에 시달리기도 했고 당연히 죽었을거라 여겼던 소녀가 버젓이 살아 아이까지 낳고 잘 살고 있는가 하면 살아주었으면 한 꼬맹이는 무너진 동굴 속에서 백골로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누구나 칭찬하던 종갓집 바른 소녀의 숨겨진 사연까지....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사정을 담고 있지만 그 시선이 할매와 손녀여서 바닥까지 무거워지진 않았다. 한없이 따뜻했던 그들의 시선이 있어 하드보일드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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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왕 아모세 - 제2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285
유현산 지음, 조승연 그림 / 창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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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바에 모험을 즐기는 "알라딘"이 있다면 이집트에는 명랑한 소년 도둑 '아모세'가 있다???
<제 2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이었던 <<도둑왕 아모세>>는 꼭 읽고 싶은 동화였다. 어린이 시절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보다는 이집트/북유럽 신화에 열광해왔기에 아모세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성인인 내게도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에게는 오죽할까. 특히 눈두덩이 시커멓게 칠하는 화장법이나 피라미드, 투탕카멘의 죽음, 재사장, 신성한 후....등등은 아이들에게는 신세계나 다름없는 이야기일테므로.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이집트 신화 이야기를 곁들여준다면 호기심이 자극되는 동시에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야기의 길이에 비해 내용은 단순했다.

 

이집트 최고의 소년 도둑인 '아모세'가 누명을 썼다. 투탕카멘의 묘에 넣어진 '호루스의 눈'을 훔쳐갔다는 것. 관군에게 쫓기는 아모세 앞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고양이는 스스로를 '스핑크스'라고 칭하며 돕겠다고 말한다. 쌍둥이 어린이 이포와 이피 그리고 원숭이 한 마리와 함께 도망다니면서 진짜 '호루스의 눈'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아모세는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3400년 전 이집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읽기에 전혀 지루하지도 시시하지도 않았다.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지만 삽화가 너무나 화려하고 예쁘게 그려져 있어 보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시리즈 애니메이션이나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져도 재미나겠다 싶어지는 <<도둑왕 아모세>>는 캐틱터/스토리/삽화/역사/교육 ..다양한 면으로 살펴보아도 좋은 점수를 받을만한 좋은 이야기였다. 오늘밤 꿈엔 아모세와 스핑크스를 만나 모험을 한 번 떠나볼까? 머리 맡에 두고 잠들어야겠다. 꿈 속에서 이 아이들을 만나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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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의 연가 2 열두 달의 연가 2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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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으로 인해 가족이 죽었다는 오명을 쓰고 살아온 열 아홉의 처녀 '혜완'과 어린 시절 그녀에게 악귀를 물리치는 주문을 읊어주었던 선비 '시율'의 러브스토리가 중심 스토리라면 너무 착해빠져서 남편에게 소박맞고 정보까지 털리는 이혼녀 '귀영'과 귀하게 자라 다소 철없는 도령으로 보이는 '재경'의 러브스토리와 의뭉스러운 '지량'과 꾀많은 여우같은 기녀 '영롱'의 러브스토리는 서브 스토리다. 주인공의 사랑이야 로맨스 소설에서 해피엔딩의 결말을 맞는 것이 당연지사겠지만 나머지 두쌍의 연인에게 신분은 고난의 상징이 아닐까 싶어져 이 점에 주목하며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작가가 사극이라고해서 꼬맹이 시절 스친 여인을 앞에 두고 '저 여인이구나!!'라며 심봉사같은 멘트를 내뱉지 않아서 리얼감을 더했고, 이야기의 달달함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의 그 느낌과 맞닿아 있어 즐겁게 읽었다. 다만 우여곡절의 갈등폭이 다소 얕아 '어쩌지?'라며 감정이입되는 부분들이 없어 그냥 평탄하게 읽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실 사랑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심을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한 소재다. 그 갈등 폭이 크면 클수록 가슴 졸이며 보게 되고 해피엔딩을 바라며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바로 로맨스 장르라는 거다. <열두 달의 연가>는 사극의 겉옷을 입고 있지만 현대극으로 각색해서 가져와도 그 재미는 전혀 반감되지 않을 이야기라서 <보보경심>처럼 1,2 시즌으로 만들어 보아도 재미있겠다 싶어지기도 했다. 만약 드라마화 된다면.

 

성인이 되어 흐르는 7년과 10대와 20대를 걸치는 7년의 차이는 크다. 한참 성장하는 그 얼굴에서도 그러하거니와 사회와 가정 속에서 인격이 형성되어지는 중요한 과정이라 이 시기에 어떤 사람, 어떤 일을 겪느냐에 따라 결국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인물로 살아가게 될지 성격을 정하는 중요한 시점인 거다. 다행스럽게도 주인공 "혜완"은 참 바르게 성장했다. 열두 살때 본 꼬맹이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건 당연하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트와일라잇'의 댄스씬처럼 달콤해지는 것. 배경음악만 깔아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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