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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수의 결사단 - 전2권 세트
훌리아 나바로 지음, 김수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아무도 과거를 지배할 수는 없다. 
이 말은 사실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기도 하고, 이미 결정해 버린 것이기도 하기에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 간혹 영웅영화 속에서 과거가 바뀌기는 하는데, 그렇다면 그 결과 또한 바뀌어 버리므로 현재의 과거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과거는 결코 뒤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옳든 그르든 걸어온 길을 똑바로 가고자 한 사람들이 있다. 템플기사단의 사람들과 아다이오쪽 성의 교단 목자들. 그들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한 쪽은 지키려는 쪽이고 다른 쪽은 빼앗으려는 쪽이었을 뿐. 무엇이 이들의 삶을 그토록 질기게 교차시키고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수의였다. 아주 오래전에 삶을 마감한 한 사람을 감쌌던 수의.  그리스어로 "만딜리온"이라 불리는 예수의 수의는 서기 944년 에데사에서 만딜리온은 사라졌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만딜리온을 찾아 유서 깊은 기독교 교단은 그 명맥을 현재까지 유지해 오고 있었다. 

사실 수의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빚에 쪼들리던 보두앵 황제로 부터 템플 기사단이 구입한 것이었다.  사실 수의는 두 벌이었다. 진짜 수의 한 벌과 그 수의를 잘 보관하기 위해 똑같은 천으로 감쌌던 원단. 다시 펼쳤을 때엔 기적이 깃들여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똑같은 천에 새겨진 똑같은 문양과 혈흔. 기적은 그렇게 두 개의 수의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어느 것이 진본인지 밝혀낼 필요가 없었다. 둘 다 진본이니까. 기적이 만들어 낸. 그리고 템플기사단은 스코틀랜드를 제외하고는 다들 해체된 상태었다. 소수의 인원만이 남아 비밀을 지키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아주 부유하게. 

기자 아나는 역사적 사실을 쫓아 가고 있었다. 1314년 3월 19일 노트르담 광장의 화형대 앞에 있었던 것 같은 악몽을 되새기면서. 그녀는 결국 비밀을 가장 먼저 알아내게 되었고. 모든 비밀을 털어놓는 이브 신부와 함께 묘지 안에서 생매장 되어 버렸다. 

역사학자 소피는 사건을 쫓아 가고 있었다. 혀를 잘리고 열 손가락의 지문을 태워버린 채 나타나는 사람들의 정체를 쫓아 진실을 파헤쳐 내고 있었다. 결국 아나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그녀가 알게 된 진실은 세상에 알려질 수 없었다. 다만 토리노 성당에서 발생했던 숱한 사건들이 현재의 일이 아니며 과거로부터 진행되어 온 일이라는 진실이 밝혀졌을 뿐이었다. 

살아남은 소피가 더 행복할지, 죽었지만 진실을 알게 된 아나가 행복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수의를 둘러싼 피비린내 진동할 수많은 사건들은 신이 원했던 것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의 욕심이 만들어낸 과거 그리고 현재가 담겨 있는 [성수의 결사단]이 두 권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다행이었다. 2권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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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규칙 1
이안 콜드웰.더스틴 토머슨 지음, 정영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말했다.
화가는 모든 그림을 검은 색으로 칠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자연 속의 모든 것이 빛에 노출될 때를 제외하면 검기 때문이라고...

4의 규칙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생각처럼 시작된다. 모든 것이 검은 색인 일색 중에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책을 한참 읽어도 그 규칙이나 비밀에 대해서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작가가 비춰주는 빛의 사각 안에서만 우리는 모든 것들 중 하나를 볼 뿐이다. 하지만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 언급되는 책 한 권. 바로 <히프네로토마키아>가 있었다. 

세 명의 남자가 <히프네로토마키아>의 연구에 몰입했다. 빈센트 태프트와 리처드 커리 그리고 패트릭 설리반이었다.  세 사람 모두 이 책에 매료되어 있었지만 내용을 바라보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패트릭은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찬사로 본 반면 빈센트는 수학적 논문으로 보고 있었다. 리처드는 책의 수수께끼에 집중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패트릭은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리처드는 유명한 화랑 주인이 되었으며 빈센트는 유명한 사학자가 되었다. 

그렇게 종결된 과거는 이 책의 시작점일 뿐이었다.  패트릭이 죽고, 그의 아들 토머스는 프린스턴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처럼 그도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의 마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서양 초기 인쇄물 중 가장 귀한 한 권의 책이면서도 매우 난해한 이 책은 프란체스코 콜론나가 쓴 책이었다. 

분명 토마스의 시점에서 시작되었지만 중요한 사람들은 역시 과거의 세 남자였다. 아버지를 비롯한 빈센트와 리처드. 누구의 해석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그 책의 해석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지...그들이 누구인가 하는 것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것보다 읽는 내내 재미는 그 책 한 권 속에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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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수집가 - 어느 살인자의 아리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정창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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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그너의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 저주받은 사랑의 진실이 노트 세 권으로 밝혀진다.

전임 성직자슈테판 신부의 후임으로 보이론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린데 신부를 반겨 준 것은 세 권의 노트였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도서대여점 직원이 골라준 [어느 독일 여가수의 회고]가 이 노트 세 권과 이어져 있는 것임을.

 

독일 에로티시즘 소설로 길이 남을 이 책 속에는 남녀의 섹스와 누드,육체의 희열 뿐만 아니라 여가수 자신의 경험담들이 진하게 녹아 있었는데, 사실 그 진실들은 아주 불행한 사랑의 증거일 뿐이었다.

 

세 권의 노트에 대한 신부의 변이 마쳐지고 나면 노트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번째는 소년 루드비히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였다. 유명한 화가인 아버지의 품 아래에서 넉넉하게 자랐지만 소리에 대해 민감하고 예민한 청각을 지닌 루드비히. 게다가 소년은 아주 아름다운 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치 천상의 소리와 비슷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위험한 것이었는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루드비히는 아버지와 헤어져 게장스 음악학원에 입학했다. 그곳은 소년들을 거세해서 카스트라토 합창단을 구성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뮌헨으로 돌아와야 했다.

 

두번째 노트는 사촌이모 콘스탄체의 집에서 시작된다. 이기적인 부모로 인해 노처녀로 살고 있던 콘스탄체의 집에 기거하면서 마르티나,루도비카를 비롯한 숫한 여자들을 죽여버렸지만 그건 그가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향수]의 그루누이가 아무 감정없이 계획적으로 여인들을 살해한데 비해, 루드비히는 어쩔 수 없이 죽여야만 했다. 그와 성관계를 갖는 여자는 반드시 죽어버렸고, 그는 성적충동을 이기기엔 너무나 열정적인 나이때를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튀르스톡 노인에게서야 자신의 저주가 트리스탄에게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 루드비히는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한꺼번에 소유하고 있는 트리스탄의 힘의 본질을 알게 되었으며 자신이 그 후예임을 깨달은 동시에 출생의 비밀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노트는 고백한다. 트리스탄의 후예가 존재하는 것처럼 이졸데의 후예도 존재하고 있음을. 이졸데의 후예인 마리안네와의 사랑은 그래서 금기시 된 것이다. 서로의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운명. 루드비히의 사랑은 스스로를 거세하여 죽음을 맞는 것으로 종결되고 있었다.

 

운명앞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고스란히 숙제처럼 남아 있다. 루드비히의 사랑뿐만 아니라 그에게 희생된 많은 여성들의 운명 또한 그 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결국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이 노트 세권과 또 하나의 고백서 뿐인지....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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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성당 1
일데폰소 팔꼬네스 지음, 정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여자의 일생이 있다면 남자의 일생도 있다. 남자의 일생이라고해서 부귀영화나 누리는 그런 영웅전이 아니라 전제군주의 말발굽 아래 짓밟히고 치욕당하는 능욕의 역사를 살아가는 남자의 일생도 있다. 아르나우의 일생이 그러했다. 

아르나우는 출생부터 남달랐다. 그 당시로보면 정상적일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삶과 대조해보면 그는 불운을 타고났다. 스페인 까딸루냐의 농도 베르나뜨와 프란세스까의 결혼은 신성한 것이었으나 그의 영주가 초야권을 실행하면서 가족의 불운은 시작되었다. 영주의 야만성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프란세스까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일까봐 불안해하면서 죽이려고 했고, 베르나뜨의 아이임이 밝혀졌는데도 프란세스까를 성으로 데려와 능욕의 삶을 살게 만들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신들이나 하인들까지 프란세스까를 성의 노예로 일삼았다. 영주는 그것을 묵인하였다. 

결국 베르나뜨는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고 도망자의 삶을 택하게 되었다.  갓난 아들을 데리고 도망나와서 정착한 곳은 여동생이 풍요롭게 살고 있는 바로셀로나였다.  처남의 비겁한 성격탓으로 베르나뜨는 일꾼으로 살아야했지만 아들과 함께 시민권을 얻을 그날만을 기다리며 참고 살게 되었다. 그러나 여동생이 죽고,  악녀 마르가리다의 음모로 또다시 위험에 처하게 된 부자는 결국 아버지 베르나뜨의 죽음으로 전멸을 비켜가야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르나우가 성인이 되었다. 그는 이제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멋진 청년이 되었고 그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 다시 과거의 그림자가 비추기 시작했다. 

바다의 성당은 민중의 핏빛역사를 비춘다는 거대한 부제와는 다르게 아르나우와 그 집안의 삶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 여자의 삶만큼이나 불행하고 비굴해야했던 남자의 삶. 중세의 로맨틱을 벗게 만드는 현실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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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여왕 - 레이디 제인 그레이 클럽 오딧세이 (Club Odyssey) 2
앨리슨 위어 지음, 권영주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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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제인 그레이는 불운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영광은 단 9일 뿐이었으며, 그나마 그것 또한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가계도에는 불운의 그림자가 가득했는데, 유일하게 그녀만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된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사촌들과는 다르게...

1553년 11월 14일 . 런던탑.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혹은 당연한 결과로 갇혔다가 이슬로 사라졌던 곳.  이 곳은 하데스의 또 다른 방처럼 사람들이 머물다가 불러가곤 했던 음습한 곳이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배경이 된 곳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탑에서 방금 재판이 끝나고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여인의 독백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시점에서 "1인칭"화법으로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독백이 가장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그녀가 주인공이므로.

이제 고작 열 여섯인 그녀의 죄는 탐욕이 아니었다. 그저 왕가의 여인으로 태어난 죄. 욕심 가득했던 부모의 딸로 태어난 죄. 그것이 그녀의 진정한 죄몫이었다.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지만 그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레이디 제인 그레이. 헨리7세의 후손으로 프랜시스 브랜든과 서퍽공작인 헨리 그레이의 장녀로 태어났으며 "피의 메리"로 불리는 메리1세, 엘리자베스1세, 에드워드 6세가 그녀의 사촌이었다. 또한 그녀는 평생 에드워드 6세의 왕비로 거론되었다가 더들리가로 시집가게 된다. 어느것조차 그녀의 마음대로 펼쳐진 것은 없었다. 그녀 자신의 인생인데도 불구하고. 

실화가 바탕이었기에 더 사실감 있게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일의 앤이나 드라마 튜더스를 통해 알고 있던 그 시대적 배경이 이 소설을 읽는내내 탄탄한 배경지식이 되어 주었다. 열 여섯의 이 비극적인 여성은 인생에 있어서의 타협을 배우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인생을 살다가 끝나버렸다. 그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단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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