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음모 - 가장 성스러운 곳에서 가장 참혹하게!
수사나 포르테스 지음, 변선희 옮김 / 뜨인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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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엔 보이지 않는 에피소드로 가득하며 잘 안다고 확신하는 것 중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작가는 은연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대사화해서 소설에 숨겨둔다. 이것 역시 작가가 가지고 있던 생각 중 하나일 것이다. 확신하는 것 중 우리가 모르는 것들. 역사 속엔 분명 그런 것들이 가득할 것이다. 

1478년 성당에서 일어난 음모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문의 경제력과 탁월한 통찰력. 남자 미실이라고 불려도 좋을만큼 최고의 지도자였던 피렌체의 "위대한 로렌초" 로렌초 데 메디치와 그의 꽃미남 남동생 줄리아노가 4월의 음모의 타킷이 될 줄은 음모자들밖에 모르는 일이었을 것이다. 운명으로부터 사랑받았던 그가 피렌체를 오늘날까지 회자될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놓은 일들을 보았을 때 그는 제거 대상이기보다는 보호대상이 되어야 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신이 인간에게 질투를 허락하였을 때엔, 한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허락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4월의 음모 속에서 로렌초는 아끼던 남동생 줄리아노를 잃는다. 그저 한 차례 칼에 찔려서 죽은 것이 아니라 짐승을 해부하듯 찢어발겨 놓은 동생의 시신. 그리고 극적인 탈출. 이제 메디치 가의 수장은 처철한 복수를 시작했다.

소설은 처음부터 로렌초를 중심선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웬일인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들을 재조명하고 있었다. 

복원은 해석의 작업이다. 라는 말처럼 그 당시 그림 속에서 과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 또한 흥미롭지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역시 과거 속에 있다. 그 해 4월 그들은 어떻게 되었나. 그것이 요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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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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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던 아이에게 어느날부터 아이스크림이 공포의 대상이 되면 세상은 이미 끝나버린 것이 아닐까. 좋아하던 것이 싫어질수는 있지만 그것이 무서워진다면 세상은 더이상 재미있는 놀이터가 아닐 것이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책을 좋아하는 내게 최악의 책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던 대상을 잃어버렸다.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이제 더이상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잠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한은.

 

"사망"

 

어느 여인이 쓰러져 죽은 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잡은 남자는 팔지 않겠다는 상인의 말에 그 책을 훔쳐 버렸다. 그의 도둑질은 운이 좋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남자의 이름은 비블리였다.

 

비블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하였으나 이후부터 그는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겨우 마흔살인 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도 책을 훔치고 나서였으니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애서가 비블리는 어느새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체중도, 신체도 아무 이유없이... 그러던 어느날 그는 책에 흡수되어 버렸다. 그 스스로가 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린 시절 게으름뱅이가 소가 된 동화는 읽어본 적 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이 되어 버리다니...책이 된 비블리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기는 했지만 그것 뿐이라면 이 책은 근사한 모험담으로 남아버렸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주인을 옮겨다니던 비블리는 결국 무덤에서 환생했으나 책에서 나오자마자 어느 여인처럼 죽어버렸고, 그 책은 또 다른 여인에게로 건네졌다. 로마나에게.

로마나 역시 책을 읽고선 머리맡에 둔 채 잠들어 버렸다.

 

우리는 알 수 있다. 로마나 역시 책이 흡수하리라는 것을.

 

공포는 사실 우리 곁에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귀신이 나오거나 누군가가 사라지지 않아도 충분히 공포스러울 수는 있다. 우리가 그것을 느끼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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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김민숙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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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둘 다 일 수도! 있는 일들이 있다.

하지만 이토록 독특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작가의 상상력은 이미 지구를 벗어났다.

 

oh, my god!!!

 

이 괴기스러운 동화같은 내용의 책을 읽고 정상적인 편안함을 느낀다면, 어서 짐을 꾸려 지구를 떠나도 좋을 것이다....

 

도둑 루크레시오는 오늘도 한 집을 찍어놓고 턴다.

하지만 그의 가택침입은 정원에서부터 딱 걸린다. 열살 가량의 대머리 소년이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온에서의 눈두덩이가 시커멓던 꼬맹이처럼.

 

모든 옷이 올 블랙인 소년은 칼비노였다. 아니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다. 열살가량의 이 독특한 아이는 좋은 아버지를 찾고 있다고 했다.

 

루크레시오의 세번의 범죄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가석방중인 상태를 알고 소년은 그를 협박하기에 이른다. 루크레시오는 결국 자의적인 구속을 당한다. 소년의 아버지로 행세하면서 그 집에 머무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돌아가셨다는 칼비노의 엄마가 발견된 곳은 그 집 냉동고 안이며, 칼비노가 소년인지 소녀인지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헷갈리기 시작하는 상황은 더 악화된다. 분명 냉동고에 시체 상태로 보관되어 있는 엄마가 경찰관이 출동했을때 멀쩡하게 살아나왔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도 아니고. 도둑질할 집을 잘못 골랐다가 루크레시오는 온갖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게다가 칼비노의 말솜씨는 혀를 내두른다.

 

"엄마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아저씨가 물어보지 않았잖아요."

 

"치마를 입으면 여자야? 그럼 바지를 입으면 남자겠네요."

 

라며 상식을 뒤엎는 수준은 거의 철학자 수준인 소년. 아니 소녀일지도 모르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끝에 덧붙여진 루크레시오 출생의 비밀과 이 집안과의 인연이 밝혀지는 순간엔 정말 두통약을 찾고 싶어진다. 어쩌면 말도 안되는...하지만 반대로 세상에 이런일이!!있을지도 모르는 이상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책을 처방해드립니다]였다.

 

제목과는 전혀 따로노는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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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연인 1 - 엘리자베스 1세
필리파 그레고리 지음, 윤은진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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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8년, 잉글랜드의 가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 많았던 한 여자는 죽고, 한 많았던 다른 여자는 여왕이 되었다. 
봄 꽃에 벌들이 날아들듯 그녀의 주변에 모여들었던 남자들. 권력과 외모 그리고 힘을 가진 그들을 물리치며 꿋꿋히 싱글 퀸이 되기로 결심을 굳혔던 엘리자베스.

영화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그 칙칙한 화면과 음산스러웠던 날씨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여왕이 되면서 얼굴에 하얗게 납칠을 하고 나타났던 그녀의 슬픈 얼굴도. 

영국왕실의 고대사를 소재로 삼아왔던 필리파 그레고리에게 엘리자베스 여왕은 좋은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조선의 장희빈처럼 언니의 남자나 다른 여자의 남자도 마다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이용해 왔던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 누구하고도 결혼하지 않았다. 달콤하게 소설을 써 오던 필리파가 이번 엘리자베스에 이르러서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배신자 로버트 더들리. 모든 여성들을 꼬실 수 있었던 바람둥이 그는 여왕의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도 여왕 주변의 여성과 밀회를 즐기는 등의 대담성을 보여왔다. 아내가 있으면서도 최고 권력자의 부군이 되기를 탐한 그의 권력욕. 자신의 집안이 몰락한 이유가 그 탐욕에 있었는데도 그는 역시 더들리 가문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얻지 못하는 자로 전락했다. 

여왕과 신하가 사랑에 빠졌지만 운명은 그의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 1세는 영리한 여자였다. 결코 착한 여자가 아니면서 그녀는 나쁜 여자인 평판을 즐겼다. 나라를 위해서 스스로를 위해서, 과거 그 끔찍한 곳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그녀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동정심이 일지 않는다. 그녀를 미워하게 되지도 않는다. 처세에 강하고 현명했다는 판단밖에 들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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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성경 1
리하르트 뒤벨 지음, 강명순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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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덱스 기가스는 "거대하다"는 뜻의 그리스어지만 <악마의 성경>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중세의 필사본인 이 책은 남자 혼자 들 수 없는 무거운 무게로 600쪽 이상의 당나귀 피지에 새겨진 내용이라고 했다. 160마리의 당나귀의 희생으로 완성된 이 책은 얼마나 더 큰 희생을 원했던 것일까. 소설은 악마의 성경으로 인한 살육의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1572년 보헤미아의 허름한 수도원에 감추어진 <악마의 성경>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고 도둑의 어린 아들이었던 안드레만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비의 헛된 욕망으로 인해 이미 가정을 잃은 아이는 비참하게 성장했고,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왠만한 백과사전 만큼이나 두꺼운 <악마의 성경>은 가공인물과 실제인물을 나눔으로써 혼선을 비켜가려고 하고 있었다. 아그네스,욜란타,자밀라,키프리안, 안드레이 등등은 작가의 상상력 안에서 탄생된 인물들이었고, 멜키오르,루돌프 2세, 마르틴 코리트코,헤르난도 니노 데 구에바라, 루투비히 폰 마드루초, 우르바노 7 세, 인노첸시오 9세 클레멘스 8세 등등은 실존 인물들이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악마의 성경>또한 현존한다는 사실이다. 악마가 하룻밤 사이에 썼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 중세의 필사본으로 인해 이 소설은 탄생된 것이다. 

1편에서는 사건의 얽힘과 등장인물들이 엮이는 정도로 끝나고 있다.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한 줄로 줄거리를 압축하자면 그렇다. 2권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사건의 전말과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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