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복수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 1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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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번역본 출간이 늦어지면서 이 지루한 시기를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범죄<가을의 소설로 채워나가고 있다. 딱 세 권 읽고 홀딱 반해버린 작가인 안드레아스 그루버는 1968년 오스트리아 빈 출생으로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제약회사의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투잡형식으로 글을 연재하다가 2014년, 전업작가가 된 소설가다. <새카만 머리의 금발소년>,<지옥이 새겨진 소녀>에 이어 세 번째 소설로 읽게 된 <여름의 복수>는 각각의 사건을 쫓는 두 명의 추격자가 연결되는 순간 그 시너지가 폭발하는 재미가 보장된 범죄소설이다.


 

잔혹함엔 시효가 없고 사회 엘리트층의 아동성범죄는 추악하기만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리는 것과 반비례하는 몰상식한 그들의 선택은 언제나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캐면캘수록 역한 냄새 때문에 구역질이 올라오는 사건의 시작은 변호사 에블린 마이어스가 주목한 두 사건이 시발점이 된다. 에어백이 터지면서 죽음을 맞이한 뮌헨의 시참사회 위원(하인츠 프랑게)과 하수구에 처박혀 죽은 소아과 의사(키슬링거)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닌 타살임을 밝혀내면서 그녀는 아버지처럼 따르던 홀로베크의 죽음도 그들과 연관이 있음을 알아채곤 깊은 충격에 빠진다. 과거, 프리트베르크호를 탔던 사회 고위층 인사들을 살해하고 있는 호리호리한 십대 소녀를 찾아야했다....


또 다른 장전된 총알격인 전설의 형사 발터 풀라스키는 10년 전 같은 일을 겪고 정신병리 시절에서 치료 중이던 두 소녀의 죽음에 주목했다. 석연찮았다. 고아, 성폭행, 폭력, 해리성 장애(다중인격)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10대의 소녀들이 3일 상간 '심장마비', '자살'로 위장된 죽음을 맞이했다. 소녀들을 살해하고 있는 중년의 남성을 잡아야 했다...

 

'특별한 물건'(?)이 준비된 프리트베르크호의 추악한 진실을 묻으려는 자와 복수하려는 자 사이에 사건을 쫓는 두 명의 추격자인 풀라스키와 에블린이 있다. 교차되며 풀려나가던 의문은 그들이 만나 함께 수사하는 순간부터 그 재미가 증폭되고 독자를 귀머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실제로 좋아하는 재즈음악을 걸어놓고 읽고 있었는데도 그 가사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는 대단했다. 이 소설-. 어느 순간부터는 호흡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빠져들고 말았다.

 

 

'살인의 추억','그 놈 목소리','시그널','터널'의 공통점은 미치도록 잡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는 점인데, <여름의 복수>를 읽는 동안 같은 마음이었다. 단 한 놈도 남김없이 죽여 버리든가, 끝까지 추적해서 잡아 가중처벌을 때릴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소망하나로 마지막장까지 단숨에 읽어나갔다. 방대한 양이나 내용면에서는 마라톤 같은 작품이었지만 독자는 단거리 선수마냥 앞만보면서 질주하게 만드는 소설. 참 오랜만에 읽는다. 촘촘하게 잘 짜여진 그물처럼 독자를 옭아매는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노련함에 혀를 두르면서 그의 다음 번역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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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컬렉터 링컨 라임 시리즈 1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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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작가인 '제프리 디버'의 신작 소식에 마냥 신나서 구매한 책 <스킨 컬렉터>.

<본 컬렉터>를 읽으면서 믿고 보는 작가 중 한 명이 된 '제프리 디버'의 범죄 소설은 구멍하나 없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는 것은 물론 언제나 전문적이라 혀를 내두르며 읽게 만든다. 살인 동기, 범행 루트가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그 범죄 자체도 감탄을 자아낼만큼 잘 짜여졌지만 그를 풀어가는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콤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그의 소설은. 그런데 이번에는 모방범의 범행도 아닌데 본 컬렉터가 다시 사건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 연쇄 살인마는 천재적인 솜씨를 가진 '스킨 컬렉터'로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재빠르게 독극물로 문신을 새기며 만족하는 살인마로 의문의 문자를 남겨 라임을 자극한다. "두 번째, 사십, 열일곱 번째, 육백 번째...."대체 밑도끝도 없는 이 단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건의 단서이기는 한 것일까. 그저 살인범의 만족을 위한 컬렉팅 문자일 뿐인 것일까.

그런데 반전은 '연쇄살인'이 목적이 아니었다는데 있었다. <스킨 컬렉터>라는 제목으로 인해 <본 컬렉터>를 떠올렸던 독자의 뒤통수를 제대로 친 작가는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로 내용을 이어나갔으며 그 과정에서 근친성폭행 관계까지 엮어 주종관계, 가정 내 폭력등을 밑 바탕에 깔고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해 왔는지 그 뿌리를 엿보게 만들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자행된 일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이 도리어 공포스럽게 느껴진 것은 '테러'와 연관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테러가 무서운 건 그 폭발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있다는 거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모르는 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는 그릇된 생각으로 타인의 삶을 침해하는 것. 그래서 원한에 의한 단 한명만을 향한 범죄보다 테러는 무섭다. 그리고 그 파장은 클 수 밖에 없다.

 

 

빌리 헤이븐의 문신 솜씨는 귀신 같았다. 빠른 손놀림도 놀라웠지만 그가 새기는 문신들은 가히 예술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모에게 어린 시절부터 성적으로 학대 및 사육 당해왔던 그는 자라서 그녀의 도구처럼 쓰여졌고 이모 해리엇 가족이 뉴욕으로 왔을 때 접선했다. 수정 헌번 제 2조(잘 규제한 민병대는 자유 국가의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며, 무기를 소유하고 소지할 권리는 절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를 신봉하는 민병대 사조직을 이끌고 있는 해리엇의 가족들이 뉴욕시로 온 것은 단순한 관광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상수도관에 독을 풀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라임이 밝혀냈고 그들은 체포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하 수도관에 직접 잠입했던 빌리 헤이븐은 죽은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 대목에서 작가는 또 하나의 반전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놀랍게도. 앞 서 그는 옷가게 여직원의 배에 독극물 문신을 새겨 살해했고, 간 크게도 라임의 집에 잠입해서 술에 독을 타기도 했다. 색스의 아킬레스 건인 팸을 공격하려다가 마침 그녀의 집에 머물고 있던 남자친구 세스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종료된 것으로 여겨서 독자가 편안히 숨을 내려 놓을 때 세스로 되살아나 팸을 위험에 빠뜨린다.

 

 

"지금부터 네 역할은 내 여자가 되는 거야.
우리 사람들이 네가 내 옆에 서 있는 걸 봐야 해.
충성스러운 아내로...(p448)"

 

 

문신사 빌리가 새긴 묵시록은 사실 시계공의 아이디어였다. 그가 살아 있었다. 링컨 라임과 치열하게 두뇌싸움을 했던 그가. 첫문 장을 쓰기 전에 8~9개월 동안이나 구상과 자료 조사를 꼼꼼하게 한다는 작가 '제프리 디버'가 시계공을 되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국내에는 번역본이 들어오지 않은 <The Steel Kiss>나 <The Burial Hour>에서 그 이유를 알 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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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던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9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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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이후, 프랑스 작가 '프레드 바르가스'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절판된 후 새로 나온 책들과 제목이 달라 같은 책을 두 권씩 읽게 된 웃지 못할 일을 12월 내에 겪었다. 그 중 한 권이 바로 '트라이던트'. 이 책은 '해신의 바람 아래서'라는 책과 같은 내용이다.

 

강력계에서 잔뼈가 굵은 형사 '아담스베르그 시리즈' 중 하나로 과거의 그와 현재의 그가 동일 살인범을 쫓는 이야기가 <트라이던트>다. 왜 제목이 트라이던트일까? 표지의 삼지창은 어떤 의미일까? 읽기 전에 그런 의문을 가졌는데, 이는 1949년, 신참 형사였던 아담스베르그가 스친 어느 연쇄살인범의 범행도구와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30년이 흘러 복부를 찔린 어린 소녀의 사건을 보고 아담스베르그는 그때 그 범인을 떠올리게 되었으므로 '트라이던트'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13번의 살인을 저질렀던 혹은 13번의 살인을 들킨 살인범은 과연 동일범일까? 모방범일까? 그의 머릿 속에 떠오른 의문은 고스란히 책을 읽는 독자의 머릿 속으로 옮겨왔다. 이제 그는 그때의 그 신참 형사가 아니다. 많은 사건들을 해결했고 그 속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노련해졌다. 이는 미치도록 잡고 싶은 독자의 마음에 희망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작가는 영리했다. 용의자는 아흔이 넘는 노인으로 이미 사망했고 아담스베르그는 기억이 단절된 채 피범벅 상태로 발견된다. '트라이던트'는 어느 순간부터는 급물살을 타며 독자를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흥미진진한 범죄소설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단 한 번도 손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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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심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38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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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제목처럼 죽은 자가 잘못한 산 자를 심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원혼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해 본다. 프레드 바르가스의 범죄소설 <죽은 자의 심판>은 많은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한 소설이다. 형사 아담스베르그 시리즈 중 한 권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시작은 이랬다. 서장이 된 아담스베르그를 찾아온 한 여인. 머뭇머뭇 말할듯 말듯 답답하게 만드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의 '딸이 성난 군대를 봐 버렸다'는 것이었다. 법으로 처단되지 않은 자들을 심판한다는 '성난 군대'가 마을에서 나쁜 짓을 일삼던 사람들을 데려갔고 곧 그들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마을 사람들이 공포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는 <죽은 자의 심판>은 인간의 마음 속 두려움이 어떤 일들을 벌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적고, 그 다음 대상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타인에 대한 의심, 누구 하나를 공공의 적으로 돌려야 안심이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군중심리는 참 예견 가능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성난 군대'는 분명 드러나지 않는 유령 조직인데도 불구하고 오르드벡 주민들은 그들에 대한 공포심을 키우고 있었던 것. 그 가운데 외지인인 아담스베르그팀이 서 있다. 물론 그들이 도착했으니 이 사건도 마무리 되어지겠지만 읽는 내내 마을사람 중 한 명이 된듯 벌렁벌렁대는 심장을 안심시켜야만 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죄를 벌하는 '성난 군대'와 그들의 실체를 쫓는 형사.
사건은 급박하게 진행될 것 같지만 그 사이사이에서 엿볼 수 있는 아담스베르그의 사람들은 서글이 퍼런 형사의 눈빛이 아니라 순박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쳐나는 사람들이어서 한겨울에 포근한 담요를 두르듯 따뜻한 시선으로 읽게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비둘기의 다리를 묶어 굶어죽게 만드는 범죄자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인 동시에 다 죽게 된 비둘기도 살려내는 따뜻한 손을 가진 형사들이었으므로.....!

 

 결말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범인뿐인 줄 알았다가 의외의 복병(?)이 준비되어져 있어 놀라웠으며 순서 상관없이 한 권으로 재미를 톡톡히 전하면서도 시리즈의 묘미인 연결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즌 드라마화 되면 참 매력적이겠다 싶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스베르그 시리즈' 보다는 역시 '복음서 시리즈'의 집필을 기대하고 있다. 왠지 조금 더 가볍고 유쾌함이 훨씬 더 가미된 작품이 바로 그녀의 복음 삼총사가 등장하는 시리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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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뿔(웅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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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잊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파리 5구의 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아담스베르그'에게 파리란 그가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라고 했다. 그런 그의 도시를 피로 물들이는 '살인범'을 그가 용서할 리가 없었다. 파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동물부터 사람까지 처참하게 살해하는 사나이를 뒤쫓는 엘리스 수사관 아담스베르그는 추위를 잊게 만들고 지금의 이 계절이 겨울임을 잊게 만들고 말았다.

 

째깍째깍....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를 자각하게 된 건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언제 해가 저 버렸는지...그런 시간의 흐름 따위는 싹 잊은 채 몰두하게 만드는 소설 속에서 4건의 살인 사건을 해결한 아담스베르가 쫓는 건 살인범과 그의 첫사랑 카미유였다.

 

8년 전 홀연히 사라진 아름다운 여인과 동그라미 사나이 중 그가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

 

<맨발의 백작부인>이라는 영화 속 '마리아 바르가스'에서 따 온 필명인 '프레드 바르가스'로 활동하고 있는 프레데릭 오두엥루조는 '롱폴'이라 불리는 그녀만의 추리 소설 안에서 <아담스베르 시리즈>와 <복음 3총사 시리즈>를 둘 다 성공의 반열에 올려 놓았지만 사실 개인적인 취향에 더 가까운 건 복음 3총사 시리즈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그 끝까지.

 

범죄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에서 결국 살인극은 막을 내렸지만 주인공인 아담스베르는 고백하고 있다.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라고.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이 남자의 심리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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