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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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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에 이은 정한아의 3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참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읽고나니 너무 우울해 집니다. 소설속 이유미, 선우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만나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가면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진짜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변장과 거짓말을 실제라고 믿는 상황까지 가기도 합니다. 실제와 거짓의 구분을 스스로 구분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되고 그 혼란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적어도 스스로 혼란스러운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랜 시간 내가 간절히 바란 것은 오직 하나,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변장과 거짓말을 실제라고 믿는 정신착란에 빠지는 것. 그랬다면 이토록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허상이라도 딛고 설 땅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속일 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무대이며, 도처의 아름다운 사물들도 결국 소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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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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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둘 이었던 용의자가 독자에게는 끝까지 둘로 끝나는 소설입니다. 영화 곡성을 보면서 저 사람이 귀신이네, 저 사람이 악마네 했던 것 처럼 작가가 생각하는 정답도 있을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사람이다 하고 믿는 범인은 있겠으나 마지막에 결론을 열어 놓고 독자에게 판단을 맡깁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서 흔치 않은 방식 입니다만 나름 신선한 맛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서술 방법과는 별개로 동생을 잃은 야스마사의 마음이 매 장 마다 전해져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 그리 돋보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작가의 도전은 좋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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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시카고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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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의 글은 따뜻합니다. 사람 냄새가 폴폴 나고, 분명히 신파 같은데 촌스럽지 않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는 내가 겪었던 일의 일부가 묘사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따뜻한 우주비행사(?) 얘기인 '달의 바다'에 이은 '리틀 시카고' 역시 기지촌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지만 작은 꿈도 꾸고 좌절도 하는 인물들을 그린 드라마 입니다. 줄리 아줌마는 다시 오게될 지, 미카는 선희와 다시 만나게 될 지 내 일처럼 궁금합니다. 앞으로 색색의 장미꽃이 활짝 핀 꽃천지를 보면 '리틀 시카고'와 정한아 작가가 생각 날 것 같습니다. 

세상은 아름답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세상은 정당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해도, 촌스럽게 울부짖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것만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니까. P122

"체 게바라는 꿈꾸는 사람이거든" P152

맑고 화창한 하늘에 새하얀 구름을 스푼으로 떠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날이었다. P219

그런 약속이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마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P222

세상에는 찰나로도 충분한 시간이 있는 법이다. P227

좋은 소설은 빛과 같은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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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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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들이 설교 중 가끔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이 설교를 들으시면서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으시죠? 아~ 이 설교는 김장로가 들어야 하는데, 최권사가 들어야 하는데, 박집사가 들어야 하는 설교인데 라구요 하지만 이 설교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 여러분께 하시는 하나님 말씀입니다." 어딘지 가슴 찔리는 얘기를 들으면 얘써 내가 아니라 다른사람이 들어야 하는 말인데, 잘 하고 있는 내가 대신 듣고 있구나라고 생각할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내가 들어야 할 말이 맞고, 내가 고쳐야 할 일일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책을 읽으며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반대로 부끄러울 일이 아닌데 부끄러워하며, 나는 상관없다는 듯 정신승리를 하며 살아가는 저 자신을 보게됩니다. 제 생각에 우리는 대부분 책에서 언급된 상황이나 사례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지 않지만 나 만은, 이번 만은, 이상황에서 만은 이렇게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나는 그래도 남들보다는 정의롭고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고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의 신문배달 시절 스무살 동료가 한 말 처럼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살 만한 세상을 위해 나부터 부끄러워야 할 일에 부끄러워하고, 당당해야 할 일에서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부끄러움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성정한다. 무결점의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과오를 줄여 나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P13

이런 조각들이 모이면 누군가는 혐오의 대상으로 적격하다는 판정을 받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무엇이든 내 대답은 간단하다. 그러면 그래도 되나? P29

사회학은 같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성공한 "예외"에 주목하여 인생은 개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결론 내지 않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간절해도 꿈을 이루지 못한 ‘평균치‘가 함의하는 객관적인 불평등을 드러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죠. P40

한국에는 늙은 꼰대뿐 아니라, 자신을 우주의 중심인 줄 착각하는 젊은 꼰대도 많다. P54

"스스로 하는 일이 선하다고 생각할 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P67

한국인들은 사람이라면 정말로 필요한 부끄러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누군가를 상시적으로 아프게 한다. P113

"종종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 법이 정의의 일부가 될 때가 있습니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땐 정말로 짜릿하지요."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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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하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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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나 지병으로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게 됐을때,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거나, 내가 원인제공을 하지않은 상관없는 이유로 죽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그 가족은, 내가 사랑하는 친구나 이웃은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유독 그런 죽음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익으로 몰려서, 간첩으로 몰려서, 폭도로 몰려서 그리고 또 다른 억울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가해자는 권력과 돈과 사회적 지위를 통해 아무일 없었던 듯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래도 세상은 이런 옳지 않은 일들을 바로잡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디지만 조금씩 바뀌어 가고 나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일시에 과거로 돌아가는 일들도 있었지만 역사의 흐름은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정의 같은 건 없어'라는 말은 이 소설에서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킬러의 입에서 나온 말 입니다. 소설 속에서 킬러의 말은 사실입니다. 사건은 이리저리 해결이 되지만, 킬러 역시도 소모품이고, 그 소모품을 사용하는 이들을 통해 저질러진 일의 본질은 왜곡되고 살인 사건은 킬러의 잘못으로 돌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킬러의 말대로 정의가 실현되지는 않습니다. 두꺼운 두 권의 책이 흥미있고,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고 재미도 있습니다만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 뒷 맛이 그리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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