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순례자 - 헤매는 이들이 모두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클레어 스코비 지음, 윤준.이현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평소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터에 마침 중앙일보의 <분수대>라는 칼럼에서 필자가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 책, '티베트 순례자'를 언급한 것을 보게 된 것도 내게는 행운이라면 행운일 것이다.

안락한 자신의 일상에서도 공허감을 느끼던 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희귀종 붉은 나리를 찾아 나선 길에서 만난 티베트 여승 아니와의 우정,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한 순례 여정에서 경험한 티베트의 고통스러운 현실과 어렵게 얻은 마음의 평화....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의 샹그리라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이 속해 있는 물질지상주의 사회 속에서 늘 하나의 관념적 도피처 또는 대안으로 티베트를 낭만화해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감시와 처벌'이라는 푸코의 개념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폭압적인 상황은 저널리스트의 시각에서 면밀하게 관찰되고, 이처럼 힘겨운 상황에서도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인간들만이 아닌, 자기 가족들만이 아닌!)의 행복을 기원하며 오체투지로 순례의 여정에 오르는 저 신심 지극한 티베트인들의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다.

한 인간이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타인과의 인간적-영적 교류를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과정도 손에 잡힐 듯 그려지고, 티베트 청년과의 사랑에서 느끼고 경험한 바에 대한 솔직한 토로, 라싸의 섹스 산업에 대한 꼼꼼한 취재 기록도 흥미롭다.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선하고 친절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만드는 귀중한 독서 체험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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