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년에 나온 sf 단편소설집이다. 내가 처음 우리나라 sf 소설을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접한 걸로 기억하는데 그 책이 2019년에 나왔다. 그전에 2016년에 나온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 책은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과학적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 두 책에 이전에 바로 이 책이 있었단다. 이렇게 쉽고 독창적이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라니 내가 모르는 sf 소설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 것일까?
첫 번째 에피소드인 ‘디저트’는 특이하다. 그래서인지 이해가 잘 안된다. 내가 짝사랑하는 듯한 K는 사귀는 남자들을 디저트로 부른다. 아이스크림, 파르페, 푸딩, 치즈케이크등. 내용은 이게 다다 근데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잘 모르겠다.
두 번째 ‘우주류’는 어릴때부터 우주인이 되기위해 열심이었던 한 소녀가 꿈을 이루기 직전 불의의 교통사고롤 하반신 마비가 되면서 꿈이 좌절되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룬다는 신파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내용은 신파인데 신파처럼 느껴지지 않고 담담하고 때론 웅장하다. 아주 짧은 초단편이지만 주인공 엄마, 주인공, 그리고 장애인을 우주인으로 뽑을 수밖에 없어진 외적 조건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이 소설을 평범한 신파로 머물러 있지 않게 했다. p. 23의 ‘나의 일상이 배경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무슨 뜻일까 나의 생각을 붙잡는다.
그 외에도 특이한 소재들의 초단편들이 있다. 외계인을 입양하게 된 지구인 부부의 이야기 ‘입적’, 시간여행자 이야기 ‘ 엘리스와의 티타임’, 지구의 대폭발로 여섯 살에 화성으로 피난가 화성인의 가정에 입양된 아이가 세월이 지난후 지구의 언니와 만나게 되는 ‘귀가’, 옆집에 살고있는 거대한 몸집의 외계인 영희씨와의 만남을 다룬 ‘옆집의 영희씨’,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장기가 손상되는 병에 걸린 친구의 죽음을 보게되는 ‘처음이 아니기를’, 잘 맞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어 존재감이 없게 된 지영이가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가는 이야기 ‘비거스렁이’, 성분인증제로 사람들을 구분하고 무선인터넷망을 검열하는 시대에 균열을 내기 위하여 투쟁하는 이야기 ‘개화’는 군부독재 시대에 민주화투쟁을 하던 대학생들을 생각나게 한다. ‘도약’은 어느 날 이상한 소리를 들은 후 사람들이 점점 외계인의 형태로 변화하고 사고까지도 인간의 그것이 아니게 되는 과정과 그 변화에 대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이사’, ‘재회’ ‘가을바람’ ‘한번의 비행’등 이색적인 소재와 주제의식을 담긴 독특한 단편들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테드 창같은 하드한 sf소설이 아니라 실생활밀착형 이야기들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