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10월 토론 도서이다. 흠... 알랭 드 보통의 인기와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꽤 있는 편인데 난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게 없다. 그래서 이 한 권으로 평가하기는 조심스러운데 이 책은 진짜 날림으로 쓴 것 같다. 번역이 문제일까? 아님 한국과 프랑스의 대표 남녀 작가(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가 사랑에 관한 주제로 각기 소설을 써 보자는 기획의 문제일까? 정이현 작가의 ‘연인들’이라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 기획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이현 작가도 내 취향이 아니라 그리 궁금하지도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벤은 40대에 갓 들어선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참으로 찌질 해 보이는 캐릭터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하다. 때때로 애정 결핍의 모습도 보인다. 아이들 양육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도 크다. 낭만적인 사랑관을 갖고 있다. 아내와의 섹스 횟수 감소에 대한 불만이 크다. 그래서인지 바람을 피기도 한다.(이 부분이 제일 찌질 해 보였다) 정말 평범해 보이는 인물이라 그런지 매력을 못 느낀 것 같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보니 소설도 매력이 없다. 참신하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고 그냥 시간에 쫓겨 대충 쓴 거 같다. 다른 회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책 선정이 독서 모임 성공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보통씨 이런 책은 그만!!!”
p.14 사랑은 간절한 바람,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 어떤 열병과도 같은 것, 끊임없는 성적 판타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유일무이하게 타당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에 비롯된 느낌을 뜻했다. p.32 수 세기 동안, 노동이 고통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품삯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은 모두 노예의 노동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기독교는 이 암울한 정의에다, 노동의 괴로움은 아담의 원죄에서 비롯한 피할 수 없는 속죄 행위라는 개념까지 덧붙였다. p.43 누군가와 작정하고 싸우려면 먼저 그에게 아주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상대에게 욕을 하고 그 사람의 물건을 창밖으로 던져버릴 마음을 먹으려면 먼저 깊고 유별한, 진정한 애정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p.76 남 달리 높은 지능은 필요치 않다.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을 연결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끌어들여 자신의 비전을 믿게 만드는 능력, 커다란 야망을 품을 수 있는 정신력, 거절이나 실패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심리적 유연성 등이다. p.157 어른의 사랑은 아이일 때 어떻게 사랑받았는지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상상해보는 것이어야 한다. p.165 진정한 용기는 불안에 시달린다고 쉽사리 파괴되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약한 모습에 좌절하여 상처 주지 않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자신과 똑같이 상처 받은 사람들로 보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죄에 오염되었다고 아이를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미치거나 자살하지 않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는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를 그럭저럭 계속해나가는 단순한 일, 이것이 진짜 용기이며 영웅주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