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조용해진 방안의 석양 속에 앉아, 헬렌은 어머니가 이겼다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그대로 가만 놔두기만 하면 벤저민 래스크가 자신을 아내로 맞아들이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그렇게 놔두기로 결정했다. 벤저민이 본질적으로 혼자라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벤저민의 어마어마한 고독 속에서 그녀도 자신의 고독을 찾게 될 터였다-고독과 함께, 고압적인 부모가 늘 허락하지 않았던 자유도 찾게 될 것이다. 벤저민의 외로움이 자발적인 것이라면 그는 헬렌을 무시할 테고, 타의에 의한 것이라면 헬렌이 좋은 동반자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 고마움을 느낄 터였다. 어느 쪽이든, 헬렌은 남편에게 영향을 끼침으로써 그토록 갈망하던독립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하리라고 확신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가 승리에 있어서는 적극적 주체이지만 실패에 있어서는 수동적 객체일 뿐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승리하는건 우리지만, 실패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난 힘 때문에 망가지는 것뿐이다. 1929년 10월 마지막 주, 맨해튼 중심가의 영향력 큰 금융업자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아마추어 주부에이르는 대부분의 투기꾼들이 오직 자신의 감각과 가차없는 의지 말고는 감사할 대상이 없는 성공의 주체였다가, 그들의 몰락에 유일한 책임이 있는, 결함이 있는데다 부패하기까지 한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기까지는 단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수 하락, 공포라는전염병, 비관주의에 떠밀리는 매도의 광기, 마진 콜에 대한 광범위한 응답 불능.....… 결국 공황으로 이어진 침체를 일으킨 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버블을 키우는 데 일조했던 사람 중누구도 그 버블이 꺼진 것에 책임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거의 자연재해와 가까운 규모의 재난을 당한, 아무 죄 없는 사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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