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과 기억을 이 책에 모으게 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지금까지 약 십 년 동안 나는 우리 나라의 산업뿐 아니라 이 나라사람들의 정신에도 애석한 퇴조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한때끈질김과 독창성이 있던 곳에 지금은 무관심과 절망이 떠돈다. 과거에는 자립이 군림했으나, 지금은 걸인의 굴종이 쭈그리고 앉아있다. 노동자가 거지로 전락했다. 잔인한 악순환에 사지 멀쩡한 사람들이 붙들려 있다. 이들은 정부가 만든 비참함에 빠져 있으면서도, 바로 그 정부가 자신들을 구제해주리라 믿으며 점점 더 심하게정부에 의존한다. 이런 의존성이 그들의 유감스러운 상황을 영속화할 뿐이라는 것은 깨닫지 못한 채로 말이다.

앞으로 내게 남은 나날이 이미 지나온 날에 비해 적다는 걸 알고있다. 회계 장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 같은 사실을 피해갈 방법은없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 정해진 시간이 할당된다. 그 시간이 얼만큼인지는 신만이 아신다. 우리는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 어떤 형태의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간이 전부 소진될 때까지 일 초씩, 십년씩 지출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땅에서 보낼 우리의 날에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늘 노력과 성실함을 통해 미래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후세의 삶이 향상되기를 바라고 후대에 시선을 둔 채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에 대한 흥분되는 마음을 품고 남아 있는 나의 세월을맞이한다.

증조부가 평생 해온 거래를 보면 이런 생각이 유려하게 입증된다. 나는 이 두 가지 원칙(기회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은 공공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을 따르려고 늘 노력해왔다.

이번 장에서는 교육만큼 높은 배당금을 낳는 투자는 없음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 기준에 따라 살고 있으며, 나 자신을영원한 학생이라고 여긴다. 또한 밀드레드와 나는 다른 이들도 내가 누렸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여러 해에 걸쳐 지치지 않고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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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용해진 방안의 석양 속에 앉아, 헬렌은 어머니가 이겼다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그대로 가만 놔두기만 하면 벤저민 래스크가 자신을 아내로 맞아들이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그렇게 놔두기로 결정했다. 벤저민이 본질적으로 혼자라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벤저민의 어마어마한 고독 속에서 그녀도 자신의 고독을 찾게 될 터였다-고독과 함께, 고압적인 부모가 늘 허락하지 않았던 자유도 찾게 될 것이다. 벤저민의 외로움이 자발적인 것이라면 그는 헬렌을 무시할 테고, 타의에 의한 것이라면 헬렌이 좋은 동반자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 고마움을 느낄 터였다.
어느 쪽이든, 헬렌은 남편에게 영향을 끼침으로써 그토록 갈망하던독립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하리라고 확신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가 승리에 있어서는 적극적 주체이지만 실패에 있어서는 수동적 객체일 뿐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승리하는건 우리지만, 실패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난 힘 때문에 망가지는 것뿐이다.
1929년 10월 마지막 주, 맨해튼 중심가의 영향력 큰 금융업자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아마추어 주부에이르는 대부분의 투기꾼들이 오직 자신의 감각과 가차없는 의지 말고는 감사할 대상이 없는 성공의 주체였다가, 그들의 몰락에 유일한 책임이 있는, 결함이 있는데다 부패하기까지 한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기까지는 단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수 하락, 공포라는전염병, 비관주의에 떠밀리는 매도의 광기, 마진 콜에 대한 광범위한 응답 불능.....… 결국 공황으로 이어진 침체를 일으킨 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버블을 키우는 데 일조했던 사람 중누구도 그 버블이 꺼진 것에 책임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거의 자연재해와 가까운 규모의 재난을 당한, 아무 죄 없는 사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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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와 나는 매일 저녁 요리하고 영화를 보고 때로 이야기를나누는 것으로 시간을 채웠다. 나는 모든 활동에 알코올음료를 꼭하나씩 끼워 넣었고, 거기에 하나를 더, 또 하나를 더 끼워 넣었다.
아무 근거 없이 흡족함을 느끼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는 나의 웃음을, 내 미소를 만들어주는 샘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잠에서 깨면 역시나 세상은 더욱더 황량하게 느껴졌고,
물론 내 얼굴은 더욱더 부어서 정떨어져 보였지만, 나는 그냥 저녁이 되기를, 그 모든 걸 다시 탄산 거품이 터지듯 보글보글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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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했던 버클리 대학교의 실험실과는 거리가 멀었고, 절대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었다.
빌은 코트를 벗어서 구석으로 던졌다. 그러고는 숨을 크게한 번 들이쉬더니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끝까지 한 번 쓸어내린다음 천천히 몸을 돌리면서 전기 콘센트 자리 개수를 셌다. 방 한구석에는 밝은 빨간색 긴급 전원 차단 스위치까지 달린 변압기와 동력 조절기가 되는 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빌은 그걸 가리키며 말했다. "와, 좋아. 저거면 220볼트 전력을 안정되게 공급받을 수 있어. 질량분석계에 딱이잖아. 정말 완벽하군." 그는 강조하듯 그렇게 덧붙였다.
그곳은 다른 게 아니었다. 바로 우리만이 열쇠를 갖고 있는우리의 첫 실험실이었다. 작고 누추하기 짝이 없는 곳일지는 모르지만 우리 것이었다. 나는 그 텅 빈 방을 우리가 언제나 계획하고 꿈꿔왔던 실험실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본 빌의 눈에 감탄했다. 과거의 꿈과 현재의 현실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있었지만 그는 우리의 새 삶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도 그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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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책을 읽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며, 각 문단마다 분투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나는 그런 식으로 어려운 책을 흡수하는법을 배웠다. 그러나 유치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나는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반 아이들보다 수준이 높은 책을 읽고, ‘상냥하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 왜 늘 여자 선생님들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좋아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생님들의 주의를 끊임없이 끌고 싶어했다. 몸집은 작지만 결의에 찬 소녀였던 나는 나의 일부만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법을 배우면서도 나의 본질을 배반하지 않기 위한혼란스럽고 불안정한 길을 걸었다.

의 시간은 나,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내 나무도 그중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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