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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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이루는 세포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아로새겨 놓고 싶은 책!!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당연하다고 여기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사라졌을 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들을 감사히 간직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었던 힘, `어떻게 이럴 수가`에서 `그랬기 때문에`로 돌아서게 해주었던 힘, 다시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오로지 사랑의 힘이었다. 이 책은 그 오랜 시간동안 생각해왔던 것들, 말로 채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 아직 꽃으로 피어나지 못한 상처들까지 두 팔 벌려 가득 끌어안게 해줬다.


그들의 허영심, 탐욕이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이제 그는 웃음거리가 아니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 사랑스러운 일, 심지어는 존경할 만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 외동아들에 대해 우쭐해하는 아버지의 어리석고 맹목적인 자부심, 몸에 달고 다닐 장신구를 얻기 위하여, 그리고 사내들이 자기들을 경탄의 눈길로 바라보도록 하기 위하여 애쓰는 허영심 많은 젊은 여인들의 맹목적이고도 거친 열망, 이 모든 충동들, 이 모든 어린애 같은 유치한 짓들, 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렇치만 어마어마하게 강한, 억센 생명력을 지닌, 끝까지 강력하게 밀어붙여 확고한 자리를 굳히는 충동들과 탐욕들이 싯타르타에게는 이제 더 이상 결코 어린애 같은 짓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무한한 업적을 이루고, 여행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무한한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들을 사랑할 수 있었으며, 그는 그들의 모든 욕정들과 행위들 하나하나에서 바로 생명, 그 생동하는 것, 그 불멸의 것, 범을 보았다. 그런 인간들은 바로 그들의 맹목적인 성실성, 맹목적인 강력함과 끈질김으로 인하여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고 경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움에 애타는 탄식 소리, 깨닫는 자의 웃음 소리, 분노의 외침 소리와 죽어가는 사람의 신음 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이 수천 갈래로 얽혀서 서로 밀착하여 결합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합해져서, 그러니까 일체의 소리들, 일체의 목적들, 일체의 그리움, 일체의 번뇌, 일체의 쾌락, 일체의 선과 악,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합해져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합해져서 사건의 강을 이루고 있었으며, 생명의 음악을 이루고 있었다.

내가 깨달은 최고의 생각이란 이런 거야.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렇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 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그러나 이 세계 자체, 우리 주위에 있으며 우리 내면에도 현존하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일면적인 것이 아니네.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 열반인 경우란 결코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네.

사랑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이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 이 세상을 설명하는 일, 이 세상을 경멸하는 일은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이겠지.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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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19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헤르만 헤세에게 가는 중이시군요 ㅎㅎ 저도 요 싯다르타를 읽어보고 싶은데 조금만 더 더 하고 미루고만 있어요. 저도 빨리 읽으며 달팽이개미님이 느낀 벅찬 감정들, 순간들을 느끼고 싶어집니다. 글 잘 읽었어요^~^

달팽이개미 2016-01-19 20:39   좋아요 0 | URL
헤르만 헤세로의 여정이 설레어요 ㅎㅎ 읽는 내내 저릿하고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비록 제대로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이해한 만큼은 피와 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시간을 두고 꼭 다시 재독하고 싶은 책이에요. 기회가 되면 필사도 해보고 싶어요^~^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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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어린 아이가 내가 세상에 내어놓은 귀중한 생명과 함께 자라나는 과정임을..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일인건데~어렵고 힘든 게 당연한거겠지..싶다. 서천석 선생님이 트윗에 올렸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마음의 기지개가 필요할때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부모도 아이도 약한 존재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실천은 약하고,
바람 불면 금새 덜컹대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비참하지만, 그래서 또 함께할 수 있습니다.
서로 인정하며 격려하며 가세요.
그러면서 주고받는 눈빛에
잠시나마 행복한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부모의 사연,
잘 들어 보면 아이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스스로 자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불안하고, 화가 나고, 참을 수 없고.....
자기 내면의 흔들림을 다스릴 수 없어 힘이 듭니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힘을 뺍니다.
정작 아이를 도와주느라,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느라
힘이 드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 문제가 부모 탓이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가 힘든 것도 다 아이 탓은 아닌 겁니다.
아이가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부모의 일은 그 시간을 함께
버텨 주는 것입니다.
내 마음의 불안을 아이에게 넘기지 않고
버텨 주는 것입니다.

˝어려움 속을 헤맬 때 엄마는 제게 다가와
지혜로운 말을 건네요. 그냥 그대로 두렴.
어둠의 시간을 지날 때 엄마는 제 앞에
꼿꼿이 서서 말해요. 그냥 놔둬 보렴.˝

비틀즈의 너무나 유명한 <Let it be>. 폴 매카트니가 꿈속에서 엄마를 만난 후 쓴 가사입니다. 아이도 커서 어른이 됩니다. 힘든 순간도 겪어야겠죠. 그 때 당신이 떠오른다면, 기억 속 당신이 따뜻하게 위로한다면, 누구도 못하는 격려를 한다면....아마도 당신의 인생은 성공한 것일 겁니다. 폴의 엄마 메리처럼 아름다운 곡에 남지 않더라도 당신도 분명 아름다운 부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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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18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죠 ㅎ 부모님들이 가정에서 무심코하시는 말투 행동을 또래친구들과 놀이 중에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죠 ㅋ 딸 아이들은 아빠를 자기야~~라고 불러서 아빠들이 함박웃음 짓기도 하더라고요 ㅎㅎ

달팽이개미 2016-01-18 21:01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어렸을 때 엄마에게 공쥬야~라고 했다고 하더라구요~그 이후로 엄마는 아빠로부터 그 호칭을 영영 들을 수 없더랬죠 ㅎㅎ 해피북님~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

cyrus 2016-01-19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뭐든지 해줄 수 있는 완벽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진심 어린 마음과 노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위대한 존재입니다. 단지 아이를 위해서 뭐든지 들어준다고 해서 완벽하고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모에 ‘슈퍼’가 붙으면서 찬양받는 사회 분위기 탓에 부모의 여린 마음과 고통이 잘 알려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자녀 키우는 일에 힘들다고 말하면 능력 없는 부모로 오해받습니다.

달팽이개미 2016-01-19 11:29   좋아요 0 | URL
그래서 부모의 사랑이 숭고하다고 하는거겠죠...? 더 많은 비움과 내려놓음의 시간이 오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또 다른 생각들을 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커피 한 잔 할까요? 3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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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적으로 완벽한 서예를 추구해왔어.
그게 최고가 되는 길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어.

왜요? 최고라면 당연히 완벽해야죠.

완벽은 여유가 없어. 그걸 보고 느끼고 생각할 틈을
안 주는 것이 완벽이니까.

완벽은 가족은 물론이고 내 서예를 아끼던 사람들까지도 내 주위에서 멀어지게 만들었어. 나와 내 작품의 완벽이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준 거야. 자네 커피가 그랬네. 최고가 되기 위해서 자신을 쥐어짜는 느낌이랄까?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지우고 싶던 내 젊은 시절과 겹치면서 더는 마시기 싫었던 거지. 아무튼 그런 커피는 오래 못 가!
최고의 커피는 손님의 생각과 느낌이 들어갈 틈이 있는 커피, 그래야 의미가 생기고 존재감이 생기는 커피야. 그게 박석의 커피였어. 이런 식으로 굳어버리면 자네는 물론이고 자네 커피도 외로워져. 난 이걸 깨닫는 데 30년이나 걸렸다네.

커피만이 아니라 육아에 있어서도 완벽함을 꿈꾸는 것은 우리 세식구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게 아닐까싶다. 조금은 두루뭉술하게 더러는 허술한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그 틈으로 아이와 더 많이 교감하고 달콤따뜻한 사랑을 주거니받거니..!! 그런 여유를 가지고 꼬맹이의 깊어지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더욱 음미하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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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1-13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하지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로 인한 대가를 치루는 과정이 인생살이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달팽이개미 2016-01-13 21:57   좋아요 1 | URL
네..앉은 자리를 꽃자리로, 선택한 길을 꽃길로 만들어가는 건 오롯한 저의 몫이란 생각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해요. 고맙습니다.

살리미 2016-01-13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완벽보다는 틈이 좋아요!! 완벽은 부럽긴 하지만 너무 숨막히고 좌절하게 해요 ㅎㅎ
생각과 느낌이 들어갈 틈.... 기억해야겠어요^^

달팽이개미 2016-01-13 21:59   좋아요 0 | URL
그 틈이 크면 클수록 오고가는게 많아져 풍성해짐을....오늘의 교훈으로 삼으려고해요 ^^

해피북 2016-01-13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한 잔에서 배울 수 있는 가치가 어마무시하네요 ㅎ 달팽이개미님은 분명 원하는 삶으로 즐기며 사실 것같아요^~^

달팽이개미 2016-01-13 22:02   좋아요 0 | URL
오늘 유독 힘에 겨운 날이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한 글자 한 글자가 더욱 소중했어요..맘을 열고 읽은 만큼 위로를 받은 느낌이에요 ^^

2016-01-13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남매맘 2016-01-13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 리뷰 보니 이 책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달팽이개미 2016-01-13 23:00   좋아요 0 | URL
커피이야기 뿐만 아니라 사람사는 이야기가 묵직하고 뭉근하고 따뜻하게 실려 있어서 읽을때마다 참 좋아요 ^^

2016-01-13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1-1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틈이 많은 저는....;_;)a

달팽이개미 2016-01-13 23:24   좋아요 0 | URL
...ㅎㅎ 서예가 할아버지 말씀대로 의미와 존재감이 풍성하신 Agalma님 이시네요...^^b

AgalmA 2016-01-13 23:30   좋아요 0 | URL
;;;;.....내실있는 자가 되도록 노력 중입니다. 생각할만한 부분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_ _)

달팽이개미 2016-01-13 23:32   좋아요 0 | URL
함께 공감해주셔서 저역시 감사드려요...꾸뻑요^^

서니데이 2016-01-14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팽이개미님,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달팽이개미 2016-01-14 20: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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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어 귀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버리는 시대에 버림받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래되어 변화가 불가피한 삶의 현장뿐만 아니라 그 현장에서 살아 숨쉬던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 가졌었던 고운 마음들도 모두. 잠시 멈춰서서 문득 앞,뒤,옆을 바라보게 된다.

은교 씨는 슬럼이 무슨 뜻인지 아나요?
....가난하다는 뜻인가요?
나는 사전을 찾아봤어요.
뭐라고 되어 있던가요.
도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구역, 하며 무재 씨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 부근이 슬럼이래요.
누가요?
신문이며, 사람들이.
슬럼?
좀 이상하죠.
이상해요.
슬럼.
슬럼.
하며 앉아 있다가 내가 말했다.
나는 슬럼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있어도, 여기가 슬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
언제고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나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걸까요.
슬럼,하고.
슬럼.
슬럼.
이상하죠.
이상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고,라고 말해 두고서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



오무사라고, 할아버지가 전구를 파는 가게인데요. 전구라고해서 흔히 사용되는 알전구 같은 것이 아니고, 한 개에 이십 원, 오십 원, 백 원가량 하는,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조그만 전구들이거든요. 오무사에서 이런 전구를 사고 보면 반드시 한 개가 더 들어 있어요.
이십 개를 사면 이십일 개, 사십 개를 사면 사십일 개, 오십 개을 사면 오십일 개, 백 개를 사면 백한 개, 하며 매번 살 때마다 한 개가 더 들어 있는 거예요.
잘못 세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하나, 뿐이지만 반드시 하나 더,가 반복되다 보니 우연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느 날 물어보았어요. 할아버지가 전구를 세다 말고 나를 빤히 보시더라고요. 뭔가 잘못 물었나 보다, 하면서 긴장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입을 조금씩 움직이고 계세요. 말하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그러다 한참 만에 말씀하시길, 가지고 가는 길에 깨질 수도 있고, 불량품도 있을 수 있는데, 오무사 위치가 멀어서 손님더러 왔다 갔다 하지 말라고 한 개를 더 넣어 준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것을 듣고 뭐랄까, 순정하게 마음이 흔들렸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무재 씨, 원 플러스 원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대형 마트 같은 곳에서, 무재 씨도 그런 것을 사 본 적 있나요.
가끔은.
하나를 사면 똑같은 것을 하나 더 준다는 그것을 사고 보면 이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배려라거나 고려라는 생각은 어째선지 들지 않고요.
그러고 보니. 오무사의 경우엔 조그맣고 값싼 하나일 뿐이지만, 귀한 덤을 받는 듯해서, 나는 좋았어요.



하늘이 굉장하네요

나는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인간은 역시 유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별이요?
시끄럽고 분주하고 의미도 없이 빠른 데다 여러모로 사납고
....무재 씨, 그건 인간이라기보다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 같아요
도시일까요?
하며 무재 씨가 웃었다
아무튼 이런 광경은 인간하고는 너무도 먼 듯해서,
위로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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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3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봐도 너무 좋아요....^^

달팽이개미 2016-01-13 00:41   좋아요 1 | URL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이 느낌을 공유하니 또, 더 좋아요.....^^

해피북 2016-01-17 0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아주 오래 전에 사용하던 노트북을 꺼내 손봤어요. 요거 손보느라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야했죠. 요즘 사용하기에는 부팅에서부터 인터넷 속도도 너무 느리고 또 전원선을 꼽고 있어도 배터리가 방전되었다는 경고 표시가 계속 뜰 만큼 저와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노트북 이예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잡아 먹어가며 이것저것 손보는데도 싫지가 않았어요. 속도도 느려터지고 검색 한번 하자면 세월아내월아 하고 있었지만 고치는 동안에도 자꾸 손때가 타서인지 더 만져보게되고 정이가더라고요. 왠지 달팽이개미님 글 읽으니 오늘일이 떠올라서 괜스럽게 이야기해봅니다 ㅎㅎ

달팽이개미 2016-01-17 09:58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면서 추억의 워크맨과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하고는 무척이나 반가웠었던 것이 생각나요. 이소라 테이프였는데 종일 틀어놓고 워크맨을 만지작만지작 하는데 기분이 참 묘했어요. 시간은 앞으로 흘러만 가도 추억은 남는다는 얘기가 이런 느낌인가봐요. ㅎㅎ 오늘도 미래 어느 날의 추억이 되겠죠..? 후후 ^ ^
 
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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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말을 좋아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역시 마르타와 같이 아들이 부둣가에 나타났을때는 덩달아 쿵..!!!했더랬다. 읽는 내내 마치 한 곡의 연주를 듣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테트리스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것처럼 장면들이 다각도에서 조명되고 입체적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아귀가 맞아들어가는데..거의 넋을 잃고 이야기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평소에 즐겨 읽지 않는 장르이기도 하고 살인.마약.복수를 키워드로 전개되는 이야기라서 섬뜩하거나 잔인한 장면이 주를 이르면 어쩌나 싶어 조금 주저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무려 785페이지를 질주하듯이 활자 위를 내달리는 눈의 속도를 머리가 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ㅋ우와! 요 네스뵈라는 작가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엄지 척!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소설에서나마 비극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라는 작가의 말을 한번 더 곱씹어본다. 잠깐의 일탈(?)로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지극히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흐흐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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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6-01-10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말씀 정말 좋네요~ ㅎㅎ

달팽이개미 2016-01-10 22:01   좋아요 2 | URL
강렬한 문장으로 소설이 시작되는데 겁을 먹고는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몰라요 ㅎㅎ

hotn1315jjeong 2016-01-11 0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또한 엄지 척!!! 입니당

달팽이개미 2016-01-11 06:2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혹여나 저처럼 추리소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읽을까말까 고민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해피북 2016-01-11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처음에 책 표지보고 달팽이개미님 닉네임보고 어엉? 하고 놀랐어요ㅎ 평소 잘 접하지 않는 장르셨기에 어떻게 읽으셨지 했는데 엄.지.척! 내일 도서관 가는데 찾아와야겠어요. 그리고 마지막 인용구 너무 좋아요 ㅎㅎ

달팽이개미 2016-01-11 21:52   좋아요 0 | URL
몇몇 장면은 섬뜩해서 엄벙덤벙 읽어낸 페이지도 꽤 있었어요;; 그런데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수록 단편적인 그러한 장면들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나 행동에 자연스레 초점이 맞춰지더라구요 ㅎㅎ

해피북 2016-01-17 0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도서관 신간코너에 있길래 냉큼 집어왔는데 정말 두께가 상당하더라고요 ㅎ 그래도 달팽이개미님의 엄지척!에 후딱 읽어보려고요 ㅋㅂㅋ

달팽이개미 2016-01-17 10:00   좋아요 0 | URL
밤에 읽으면서 괜스레 혼자 후덜덜했었던 기억이 새록해요 ㅎㅎ 해피북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