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 세상을 만든 분자 오파비니아 15
닉 레인 지음, 양은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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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탈 퀘스쳔'에 이어 닉 레인의 저서를 어느새 두 개째 읽었다. 전자가 가장 최근 저서라면(2015년), 이 책은 닉 레인의 데뷔작 쯤 되겠다(2002년).
저자 서문에서 어려운 과학 이론을 일반 대중들이 읽기 쉽게 잘 풀어 놓았다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닉 레인 입장에서 쉬운 수준으로 썼다고 하지만, 나 같은 의료인이나 생명공학 계통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읽기가 만만치 않다.
'바이탈 퀘스쳔'도 빌 게이츠가 여름 휴가 때 읽을 책 다섯권 중 하나로 꼽아서 화제가 되었지만, 혹시 그 말에 혹해서 읽을 것이라면 각오 단단히 하고 임해야 할 것이다(빌 게이츠가 전산의 지존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생화학적 지식까지도 지존무상이었었나..).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인문과 과학이 어우러진 교양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간 꽤 고전할 것이다.
생화학자이자 유전학자, 진화학자라서 그런가, 그냥 생화학 교과서 번역판 수준으로 보면 될 것이다.
내가 읽은 동기는, 내 분야에서 미생물과 항생제, 미생물과 소독제와의 상호 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따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산화 작용과 산소 그 자체에 관심이 높아진 데에 있었다.
역시나 내가 원했던 내용들이 제대로 잘 풀어서 기술되어 있었기에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 시간을 보냈다.
전반부는 산소의 기원과 진화론을 다루고 있고, 중간에 reactive oxygen species, 혹은 free radical 로 워밍업을 한 뒤에 후반부는 각종 산화 작용으로 인한 결과물들, 예를 들어 돌연변이나 살균, 암세포와의 작용, 그리고 노화 등으로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룬다.
매 페이지마다 빽빽한 활자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방대한 양이고, 하루에 한 chapter 나가기가 녹록치 않은 책이니 아예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번역이 굉장히 훌륭하다. 번역하신 분께서는 역자 후기에도 밝혔듯이 정말 고생 많이 하신게 틀림없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이로써 닉 레인의 저서로 찜해 놓은 것들 중에 2개가 남았다.
그에게 영국왕립학회 상을 안겨준 '생명의 도약'과 '미토콘드리아'이다.
미토콘드리아(원제: Power, sex, suicide: Mitochondria and the Meaning of Life)는 얼떨결에 Kindle 로 사 놓아서, 이거부터 읽으려 한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저서는 대중 과학서라는 것은 fake 이고 거의 생화학 교과서 수준이니, 차라리 익숙하게 원서로 보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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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러시아 다가온 유라시아
정성희 지음 / 생각의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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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양서를 만났다.

400여페이지 하나하나가 온통 새로이 배우는 지식으로 가득 찬 책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지금 정부가 자꾸 러시아와의 접촉과 관계를 암중모색하는 현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러시아에 대해 궁금해진 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있다 해도 매우 왜곡되게 알고 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크게 유라시아라는 범주로 설정해서, 이에 대한 모든것, 역사, 정치, 경제, 국제관계, 문화 등을 토막지식 처럼 깨알같이 모아놓고 있다.

그냥 러시아와 유라시아(정확히는 독립국가 연합; CIS)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싶은 것 모두가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


1. 우리는 서양사를 잘못 배웠다.

- 생각해보니 우리가 배운 서양사는 반에 반쪽도 안된다.  그냥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배운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영토의 크기와 지나온 세월들을 보라. 영향이 미미한 듣보잡 나라였을까? 

학교에서 뭘 배웠나? 러시아 혁명 전후 외에는 없잖아.

티무르 제국,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유라시아의 반 이상을 몇백년 동안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오랜 세월동안 이들 나라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학교에서 배웠어?

그만큼 우리는 영국과 프랑스에 치우친 내용으로만 편향되게 배운 것이었다.

이 책에서 이들 제국들에 대한 간략한 역사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나비효과처럼 서양사에 미친 영향이 엄청났음에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미국이라고 답할 것이며 나머지는 연합군(실제로는 영국/프랑스)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유럽인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러시아라고 한다.  실제 2차대전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나라는 러시아였다(2700만여명이 죽었다..). 연합군이 치열하게 싸운 전투는 ? 노르망디 해전? 발지 전투?  러시아의 스탈린그라드는 무려 900일을 싸웠다. 진주대첩이 따로 없다..


2. 핵심은 결국 유라시아 철도다. 그런데 낭만적으로 생각하지는 마시라. 

-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게 찝적 대는 목표는 대략 두가지로 요약된다고 생각한다:

: 가스관으로 대표되는 에너지원 (그래서 탈원전하는구나.. ). 이게 과연 옳은 판단인지 아니면 아주 나라를 러시아에 종속시키려고 갖다 바치시는 건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말이다.

: 그리고 유라시아 철도에 편입되는 것이다.  - 이는 20여년전 DJ 의 구상을 현대에 와서 실현하려는 것 같다.  참으로 거대한 스케일이로다...이거지?

유라시아 철도가 한반도 남단까지 연결된다면 크게 봐서 거대한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가 조성될 것이고, 그런 셋팅에서 전쟁의 위협은 사라질 것이고, 미래의 먹거리가 확보될 것이고, 통일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고.. 등등 낭만적인 전망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일단 북한이 걸리적 거리는 건 기본이고,

이번 독서에서 알게 된 것인데, 철로의 규격(철로의 폭; gauge) 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표준에 맞는 표준궤를 사용하지만, 러시아는 광궤 (Wide gauge)를 사용한다.

즉, 우리나라 철로를 북한쪽 철로에 맞닿는 걸로 해결될 정도로 간단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체제에 들어가려면 전국에 넓디 넓은 광궤를 기존 표준궤에 추가해서 깔아야 한다.

현재 속초에서 러시아 항구까지; 부산에서 나진까지; 신의주에서 중국쪽으로 가는 세 단계로 계획 중이라 한다.

잘 되면 좋긴 할텐데, 완성되기까지 들 비용과 노동력하며... 출혈이 이만저만이 아닐듯.

여기서 나가는 돈만 해도 나라 곳간이 탈탈 털릴게 뻔한데.. 비급여의 급여화를 비롯한 각종 복지 정책은 어떻게 하시려나.. 걱정된다.

게다가 러시아는 타국 열차가 자국에 입국하는 걸 불허하는 반면(갈아타야 한다), 자기들꺼는 마음대로 타국에 간다. 치사빤쓰다.. 

나쁘게 보면, 가스관에 더해서 교통망까지 러시아의 손아귀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유라시아 철도를 타고 유럽을 횡단하는 여행을 즐기는 식의 낭만? 웃기지 마라. 현실은 시궁창이다.

...이런 현실감을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해준다.

정말 러시아와의 관계는 빈틈없이 잘 수립해야지, 잘못하면 바가지 쓰기 딱 좋다. 무서운 나라다.


3. 딱 한 가지 불만 사항.

- 진짜 읽는 동안 꾸준히 거슬린게.. 제대로 된 전체 지도가 제공되지 않는다. 

(국소 지도들이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여러 낯선 지명들을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위치와 orientation 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런 류의 서적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전체 지도가 안 실려 있더라고! (책 표지에서 보이는 약식 지도가 다이다. 정식 지도도 필요하거든..)

그래서 구글 지도 펼쳐놓고서 독서를 병행할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스탈린그라드, 레닌그라드가 모스크바 시내 중심에 있는 광장인줄 알았다. 천안문 광장처럼..쩝..)

나중에 개정판 내시면 꼭 지도를 탑재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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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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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대중적으로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분야는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이과 분야에 종사는 하지만 생물학 계통이지, 화학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라고 여겼었는데, 요즘 들어서 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내 분야에 어느덧 연륜이 쌓이다보니, 공부하다 보면 점차적으로, 그리고 전보다 자주 드는 생각이 'Why?' 이다.

얼마 전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지식들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글 한 줄을 읽다가도 머릿속은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빠져서, 구글링을 하고 pubmed 를 찾고 하며 나도 모르게 hypertext, hyperlink 짓을 하고 있다.

결국 내 분야는 back to the basics 경향을 가질 수 밖에 없고, 화학, 물리, 수학 쪽으로 약간씩 기웃거리게 된다. 물론 다 까먹어서 기웃거린다는 표현 조차 부끄러울 수준이지만.

특히 내과는 이들 중에서 화학(정확히 말해서는 생화학과 유기화학)쪽으로 기웃거릴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어느틈에 과거에 외웠던 주기율표를 다시 암송해 보게 되고, 생화학과 화학 교과서를 뒤적거리게 되며, 각종 mechanism 에 이들 원리들을 적용시켜서 다시금 이해해 보려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공 이외의 독서 대상도 그런 쪽으로 쏠리게 되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 사진을 보니.. 약간의 개인적 편견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nerd 의 외모이다.  미드 '빅뱅 이론'에서 배역 하나 쯤은 맡을 것 같은 그런 외모.

과학 계통에 종사하고 이렇게 덕후스러운 글을 쓸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nerd 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추정한다.


제목은 '사라진 스푼'인데 엄밀히 말해서는 정확한 번역은 아닌 것 같다.

본문에 나오지만, 사라진 스푼은 갈리움(Ga)으로 만든 수저다. 

13족 원소들인 비알가인틀(B, Al, Ga, In, Tl), 즉 알루미늄과 사촌지간이기 때문에 갈리움 또한 알루미늄의 외양을 가지고 있다.

다만, 섭씨 29.8도에 녹기 때문에, 찻물에 갈리움 수저를 담그면 스스륵 녹아버리는 데서 나온 제목이다.

원제는 Disappearing spoon 인데, 좀더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일단 정해졌으므로 예외 없이) 녹기로 예정되어 있는 수저'가 더 맞을 것 같긴 하다. 


주기율표를 큰 틀로 해서,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는 원소들에 얽힌 각종 일화와 역사들을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다.

전쟁사도 나오고 개인사도 나오고 하지만, 큰 흐름은 결국 화학에 얽힌 과학사이며, 나름 남들에게 가끔씩 들려주면서 으스댈 수 있는 과학사의 뒷이야기들을 채집해 놓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같다. 


다만, 초반에 진입 장벽이 좀 있다.  화학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게 좋다.

- 주기율표를 어느 정도는 암기하고 있어야 하고 

(사실 금방 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mogulkor/221051214449  참조), 

전자 껍질과 orbital theory 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이해 (s, p, d, f 스핀 같은것..), 산화와 환원에 대한 기초 등이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안 그러면 초반 50여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던지기 쉽다. 이 고비만 넘으면 재미있는 옛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충분히 보상 받으니까, 조금만 초장에 고생 좀 하시고 이 책을 시작하심이 어떨까 한다.   

여하간.. 세상에 만만한 것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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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털 퀘스천 -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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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가 아니라면 이 책을 읽는 데에 상당한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이 팔린다면 아마도 2016년엔가 빌게이츠가 여름철에 읽어야 할 책 5권 중 하나로 추천받았다는 후광 때문일 것이다. 
과학 교양서? 천만의 말씀. 굉장히 하드하다. 
이 책을 이해하고 완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내 생각으로는 적어도 이 정도:
- 진화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 산화와 환원에 대한 화학 지식.
- 가장 핵심이 될 지식... 장담컨대, 이거 모르면 이 책 못 읽는다
1) electron transport system 
2) oxidative phosphorylation
3) ATP
4) 세포막의 구성.
5) 펌프.
왜냐하면.. 생명 탄생과 복잡성으로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이 proton grandient (양성자 경사) 내지는 에너지 흐름에 의해서라는 게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저자의 전작들과 함께 보자면, 결국은 모든게 미토콘드리아의 입양에서 기원한다.
저자의 전작 'Power, sex, suicide (미토콘드리아)'와 '산소'에서부터 이 책까지 주구장창 일관되게 보여주는 흐름이다.
이 책은 아직 입증되지는 않은 저자의 주관적 가설들이 대부분이지만, 경청할 가치는 있다.
이 저서를 읽으면서 모처럼 옛날 생화학 교과서를 펼쳐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단, 생명공학도나 내분비내과 전공자들, 혹은 생리 생화학 선생님들 아니라면 굳이 도전하실 필요가 있을지는 좀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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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곤 2018-10-19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양서란 쉽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미래에는 이런 내용들이 교양이 된다 그런 의미겠죠. 왜냐하면 생명의 기원, 거기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도 발견할 수 있으니가요. 인간이라면 알아야 하는 것, 지성인이라면 당연히 잘 파악하고 있어야하는 내용이죠. 근거를 중시하는 과학에 의해 밝혀지는 내용들은 다른 인문학과 인간사회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이것을 받아들이느냐는 지성수준이 정하는 것이고 받아들인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진보된 발전들을 이루는 토대가 될 거로 봅니다. 그러니가 이게 교양이 되는 것.
˝양성자 경사˝가 이 분의 최초 주장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받아들여지고 있고 저도 맞다고 생각되네요. ATP이전에 양성자 경사라는 참 단순하고도 심호한 결론이 멋집니다.
 
메타생각 Meta-Thinking - 생각 위의 생각
임영익 지음 / 리콘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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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생각하기의 일종인 셈인데, 

저자분의 수학적 머리가 비상하다는 추정도 든다.

허나.. 재미 있게 읽히기는 하는데, 소장할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 책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나와 안 맞을 뿐.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구구절절 와 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류의 자기 사고력 계발을 고려해 보면 적어도 내 경우에는 나가노 히로유키의 '통계가 빨라지는 수학력'이나 래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적분' 책이 더 코드가 맞았다.

기발한 접근도 좋지만, 역시 힘들더라도 정공법 접근이 정답이라는게 나의 고루하기 짝이 없는 결론이다.

사족: 이 책을 읽는 내내 한때 인기였던 정찬용씨의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마라'가 연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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