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일이었지요.
바깥은 찬 바람이 불고 낙엽 딩구는 소리도 들렸어요. 그런데 '딩동' 하고 찾아오는 이가 있었어요.
"누구세요?"
"선생님 저예요."
"누구?"
"아니 네가 어쩐 일이니?"
"저.. 선생님,"
"응 그래 우선 들어와 추우니까. 이런 손이 차네? 내가 따뜻한 코코아 한잔 타 줄게."
그리고 선생님과 ㅇㅇ는 코코아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ㅇㅇ는 호주머니에서 뭔가 부시럭 거리며 꺼내는데 예쁜 편지봉투였어요.
"아니 이렇게 예쁜 편지봉투에 편지를 썼어? 선생님 주려고?"
"저 그게 아니고...."
"응? 내게 주려는 것이 아니었어?"
선생님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어떤 편지인지 궁금해서 ㅇㅇ에게 물었어요.
"무슨 편지니?"
"저.. 선생님, 제가요 ㅅㅅ를 좋아..해요. 그런데 ㅅㅅ는 제 마음을 몰라줘요. 그래서 편지를 썼어요."
"그래? 그러면 ㅅㅅ에게 전해주면 되잖아."
"그런데 그게....."
" 응.. 말해봐.. 아 알았다. 혹시 누군가 볼까봐 전해줄 수 없는 게로구나!"
"네! 선생님."
ㅇㅇ는 자기 속 마음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 것이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선생님은 그 편지를 지금 가지고 있어요. ㅅㅅ에게 전해주려고요.
..
아이들은 이렇게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듣고 있었다.
얼마 전 도덕시간에 '감사의 편지'에 관한 제재가 나왔을 때였다. 그 때 아이들은 수학시간보다 과학시간보다 아니 그 어떤 과목의 '약속하기' '그 까닭'을 설명하는 것보다 더 집중하여 들었다.
그리고 그시간은 90% 이상의 수업참여도(?)가 있었다.
이것은 ㅇㅇ와 선생님과의 비밀이기때문에 절대. 절대 말할 수 없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비밀창고이기 때문에 그 열쇠는 아무에게도 주지 않는답니다.
" 에,, 선생님 말해주세요. 말해주세요.!"
"아니? 저한테 거짓말쟁이가 되라는 건가요?"
"이번 한번만요 따악 한번만요!"
"안되지요.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러면 힌트만 주세요!"
이러면서 저희들끼리 여기 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야, 누가 선생님댁 알고 있지?"
'나도 선생님 주소 알고 있어. '
'누굴까?'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은근히 알려줄듯하면서 한사람씩 이름을 들먹인다.
" ㅊ ㅗ ㅣ ㅁ ㅜ 아무개 라는..."
"와아.....!"
"이름을 가진 사람의 뒤에서 두 번째로 앉은 ...."
그러면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ㅊ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가고는 ... 나는 이럴 때 되도록이면 평소에 소원한 아이들의 이름을 거론한다.
이런 분위기가 되면 아이들은 그 전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대한다.
아뭏든 자기 이름이 언급되어지면 빙긋이 웃는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렇게 그 날은 수업이 시끄러웠다.
그리고 한주일이 지났는데 여학생 세명이
"선생님.. 상담할 게 있어요."
"그래? 뭘까?"
"선생님, 이건 우리만 아는 비밀인데요. 아무한테도 알려지면 안되요."
내 속으로는 너희 세 사람이 알고 있으니 적어도 그 비밀이라는 게 얼마 못가겠다. 그렇지만 그런 속내를 드러내서는 절대 안된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은 한 남학생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들 말고 두 사람이 더 그 남학생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한다.
하하하.. 요즘 3학년 아이들이란게..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더 빨리 사춘기가 오는 게 사실인가 보다.
선생님, 선생님과 상담하고 나니까 정말 마음이 후련해져요.
엄마랑도 이런 이야기하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빼빼로 데이날 한 여학생은 편지를 나에게 준다.
선생님 이 편지 ㅊㅊ에게 전해주세요.
이건 비밀이예요.
그냥 지어서 예화처럼 들려준 이야기 덕분에 나는 사랑의 우편 배달부가 되었다.그 편지는 봉투에 넣지 않고 그냥 접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읽어도 된다는 의미였다.
그냥 펴서 읽어보았다.
내용은 비밀이다.
나는 비밀창고이기 때문에 절대 열쇠를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