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히스토리를 넘어서
코모리 요우이치 외 지음, 이규수 옮김 / 삼인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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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즘은 진부하지만 영원한 話頭다 역사교과서 개정운동으로 나타난 일본의 自由主義史觀硏究會의 동조자들의 발언은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민감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우리의 눈에는 국수주의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전전의 제국주의 일본을 부활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우선 묻고 싶으며, 그것을 일본의 대중들이 어떤 의식 속에서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자유주의사관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자행한 일본군의 잔학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 식민지 조선에 대하여 좋은 일도 했다는 소위 망언들, 국수주의적인 냄새가 짙게 풍기는 일본문화 우위론적 언급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을 더욱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단지 역사학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임을 생각한다면, 일본 내에서도 폭 넓은 분야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을 반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인상을 주고 있다.

논쟁의 타당성을 떠나서 자유주의사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나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나 공통적인 것은 과거의 역사에 대한 관점을 서구 중심적인 역사주의에서 벗어나 자아의 행위에 대한 인식론적 관점으로 옮겼다는 점일 것이다. 즉 이것은 對自的 자아로서의 역사에서 卽自的 자아로의 역사적 관점의 이동이라 할 수 있다. 근대화의 의미를 서구화와 동일시하여 온 지금까지의 고정된 인식의 틀을 벗어나고 지식과 권력이 상호 담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왜곡된 편견을 아무런 의심 없이 수용한 것을 반성하면서, 역사를 주체적인 입장에서 보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의 반영이 동아시아적 담론이나 유교적 가치 논쟁으로 나타났으며, 일본의 경제가 활황을 보일 때 서구에서 유행하였다가 경제의 쇠퇴로 자취를 감춘 日本人論 또는 日本文化論 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을 먼저 인지하여야 한다. 지난 3세기 동안의 세계사를 특징지어 온 서구와 비서구간의 불평등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관계가 역전되지 않는 한 이러한 담론들은 단지 무력한 것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또한 이러한 것들은 보수세력이나 권위주의세력에 악용되기도 하는데, 자유주의사관의 동조자들이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의 성격이 그러하다고 보여진다.

자유주의사관론자들이나 그것을 반박하는 사람들 양 진영에 아쉬운 것은 현재와 같이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논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일본과 동아시아를 포함한 근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들의 논쟁에만 그쳐 자기목적적인 논리가 되는 것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구의 역사인식에 대한 편견을 탈피하고자 제기되었던 오리엔탈리즘이 현실적인 상황과 대안의 부재로 인하여 소멸되어 버린 것에서도 우리는 대안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어떤 입장을 수용하는가는 우리가 취사선택할 문제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이해관계가 있는 입장에서는 대중매체의 감정적인 입장을 벗어나 객관적 위치에서 자유주의사관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자유주의사관이 일본의 입장에서는 국민국가의 아이덴티티를 위한 하나의 가교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의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비판만을 할 수는 없으며 이 기회에 자유주의사관이 주장하는 논점들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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