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 -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애덤 그랜트 지음, 윤태준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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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자기관리 분야의 책이 이렇게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니. 꽤 두꺼운 책이었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고, 읽으면서 마음이 참 훈훈해졌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야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통념에 따르면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능력, 성취동기, 기회라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여기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네 번째 요소,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등장시킨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 선택을 하는데, 상대방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으려고 하는 쪽(taker) 혹은 되돌려 받을 것은 생각하지 않고 주는 쪽(giver)는 그 양쪽 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흔한 유형인,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쪽(matcher)가 있다.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원리, 말 그대로 give & take의 공평함을 원칙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나는 셋 중에 과연 어떤 유형일까? 동생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뭔가 돌보고 나누어야 하는 환경에서 큰 덕분인지 꽤 오랫동안 기버였지만, 직장생활에서 여러 번 호구가 된 뼈아픈 경험은 나를 매처로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아니 매처가 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험난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것을 우선적으로 챙기는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착한 사람이 바보같이 손해 보거나 쫄딱 망하는 유형의 이야기도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했을 것이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이라든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으면서 그것을 정말 자신의 삶의 잣대로 삼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는 대개 남에게 퍼주다 자기 밥벌이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 경험을 떠올려 봐도, ‘주는 사람=어수룩하고 남에게 이용당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되기 싫어서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저자 애덤 그랜트도 이 통념의 상당부분을 분명히 인정한다. 세 가지 행동유형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역시 기버가 다른 두 유형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남을 이롭게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공 기회를 희생하느라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기버는, 성공 사다리에서 가장 밑바닥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라고 한다. 뭐 예상한 결과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들은 테이커나 매처가 아닌 기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실제 수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저자 스스로 경험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통찰을 얻은 사례들도 풍부하고 재미있다.

 

승자의 아량이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우리는 흔히 먼저 성공을 거둔 다음 나중에 베푸는 삶을 살 거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숱한 인물들은 그런 일반적인 전략을 뒤집는다. 먼저 베풂으로써 훗날의 성공을 위해 좋은 위치를 차지할 발판을 만들어나갔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반대쪽에 패자가 있기 마련인 테이커의 승리가 기버의 승리가 다른 점이다. 테이커의 승리는 질투와 의심을 사는 반면, 기버의 성공은 응원과 지지 속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며 멀리 퍼진다. 다른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이로운 방법을 찾아내 정상에 오른 기버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책에는 가득 담겨 있다. 개인과 전체의 성공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용적인 지침들도 가득하다. 특히 6이기적인 이타주의자에서는 기버가 어떻게 하면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지 그 비결을 파헤치고, 성공한 기버와 실패한 기버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세밀히 분석한다. 7호구 탈피’(제목이 이렇게 직선적일수가^^;)도 흥미진진했다. 잠재적인 사기꾼인 상냥한 테이커를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관대하게 행동하면서도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테이커를 상대할 때는 매처로 전환하여 팃포탯(tit for tat, 맞대응)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에이브러햄 링컨의 예처럼 너그러운 팃포탯 전략을 써야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독선, 이기주의, 오만과 가장 거리가 멀었다는 링컨의 여러 일화들은 숙연함마저 느끼게 했다. 어쨌든 전쟁터로 묘사되는 정치판마저 비옥한 토지로 삼을 수 있는 것이 기버의 진정한 힘인 것!

 

그럼 뭔가를 얻을 목적으로 베풂을 실천하는 사람, 자신의 성공에 필수적인 인간관계와 명성을 쌓으려는 희망으로 남을 돕는 전략적인 매처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저자는 장기적으로는 그 대답이 일 것이지만, 전략적인 매처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다른 결과를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비록 동기가 혼재되어 있을지라도 남을 돕는 행동은 사회 전체의 베풂의 양을 증가시키므로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략적인 매처일지라도 타인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서 기버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점점 호혜의 스펙트럼 끝에 있는 이타적인 행동 양식으로 옮겨가게 된다는 것. 끄덕끄덕.

 

베풂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저자의 따뜻한 메시지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베풂은 100미터 달리기에는 쓸모가 없지만 마라톤 경주에서는 진가를 발휘한다.”(38)라는 말에 밑줄을 그어본다. 인생은 나 혼자만 모두를 젖히고 뛰어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성공이란 냉혹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전체가 부분의 합계보다 크다고 믿는 기버들. “이 세상을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고 싶습니다.”(285)고 주저 없이 이야기하는 그들 중의 하나가 되고 싶다. 마치 체력 단련처럼, 호의라는 근육도 단련하면 단련할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고 한다. 내 베풂의 근육이, 다행히도 완전히 퇴화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나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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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이야기 - 순수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꾼 과학자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5
해리 러바인 3세 지음, 채윤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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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인만. 그는 사람들이 보통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속 시원하게 무너뜨린다. 자기 분야 외에는 관심 두지 않고 앉아서 연구만 할 것 같고, 고리타분하거나 어딘가 괴팍한 사람이 천재일 거라는 고정관념을 훌훌 벗어던지고 전혀 다른 천재를 만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상은 놀랍고 재밌는 것들로 가득하다고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고 삶을 사랑했던 그런 천재를.

 

파인만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파인만의 아버지 멜빌의 진지한 교육 방식이었다. 멜빌은 파인만이 사실만 살피는 물리학자가 아니라 세상의 원리를, 인간의 삶을, 심지어 예술까지 끌어안는 창의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36) 한 뿌리를 심어준 사람이었다. 매일 저녁이면 파인만을 무릎에 앉히고 브리태니커를 실감나게 묘사하며 읽어주고, 주말이면 숲속을 함께 걸으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함께 관찰하고 자연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고... 여러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많은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파인만은 왕성한 호기심을 자유롭게 키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 제복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었던 멜빌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교양이 없는 사람들을 수없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체통과 권위에 대한 건전한 비판 의식을 가르치고자 노력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떤 옷을 입었는가에 따라 다른 대접을 하곤 해. 어떤 옷을 입든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가치를 지닌 존재인데 말이야.’(44)

또한 그는 지식을 익히는 것에도 똑같은 태도를 취할 것을 파인만에게 가르쳤다.

논리 그 자체만 생각하면 돼. 그게 누구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단다.’(45)

이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파인만은 후에 학계의 권위자가 되었음에도 권위와 형식을 거부하고 독자적 사고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었다. 애초부터 관심도 없었던 노벨상을 받게 되자 자신이 하기 싫은 일과 각종 행사에 끌려다닐 것 같은 불길한 예감때문에 투덜거리고 대놓고 불쾌해하기도 한다. 스웨덴 영사관에서 파인만에게 전화를 해서, 수상 기념 리셉션을 개최할 것이라며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의 명단을 준비하라고 했을 때 그가 초대한 사람은 길 건너 사는 이웃과 화가 친구를 포함 모두 8명이었다(스웨덴 영사가 며칠 후 건네준 초대장에는 300명의 인사들이 있었다. 뭐 결국 파인만이 자신도 그 리셉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해서 취소되긴 했지만^^;).

 

항상 얽매임 없이 자유로이 생각하고 행동한 파인만. 그는 자기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천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기에 어마어마한 급여를 제시한 대학의 스카우트 제의도 거절하고 자신이 있고 싶은 곳, 자신이 필요하고 행복한 곳을 망설임 없이 택할 수 있었다.

더 나은 조건, 많은 돈, 어쩌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나를 얽맬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결국 자유와 행복에서 멀어지게 될 수도 있지요.”(254)

모두가 더 가지기 위해서, 더 남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 것 같은 현실에서 파인만의 이 순수한 믿음은 울림이 깊게 들린다.

 

악성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물리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등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파인만. 그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았던 자유로운 영혼이었지만, 동시에 과학자로서 지녀야 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늘 고민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2차 대전 중에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원자폭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후 인류와 미래에 더 큰 불안의 씨앗을 남겼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과학자로서의 사명과 책임의식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고뇌가 있었기에, 후에 발렌스트롬 마크로글로블린혈증이라는 희귀암에 걸려 투병하면서도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해내는 등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또 다른 악성종양이 발견되었고,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물리학 강의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결국 강의 중에 쓰러졌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한번 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 때마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고민할 때마다 그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떠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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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부딪쳐라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 - 마이클 무어의 파란만장 인생 도전기
마이클 무어 지음, 오애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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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Comes Trouble, 이 책의 원제를 보고 잠시 웃었다. 마이클 무어표 자전적 에세이 제목으로 정말 딱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Trouble maker'로서의 그의 삶을, 원제는 또렷하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 뭔가 멋있어 보이는 한국어판 제목도 괜찮긴 하지만(아마 문젯거리라고 번역하면 그 느낌이 안 살아서 제목을 바꾼 것 같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털어놓는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가는 책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배짱 두둑하고 특이한 사람이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 걸까? 그리고 역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마치 그의 다큐멘터리처럼, 진지하면서도 뒤집어지게 웃기고 속 시원하면서도 한편 가슴 찡하기도 하고...

 

프롤로그는, 2003년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무대 장면에서 시작한다. 마이클 무어가 미국의 총기 문화를 비판한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부시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그 유명한 수상 소감을 날린 후 그가 겪었던 상황들이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반란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증오받는 남자의 지위를 갖게 된그에 대한 위협과 위해 시도가 증가하면서, 24시간 아홉 명의 전직 해군 특수부 요원들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벌벌 떨며 몸을 낮춰 살았겠지만(하긴 보통 사람이라면 애당초 그런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겠지만), 다음 영화에 제작비를 대기로 했던 영화사에서 계약 취소 통보까지 받은 상황에서 그는 미국 대통령을 전범으로 주장하는 영화 <화씨 9/11>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제작 팀원들에게 영화계의 마지막 일자리가 될 것을 각오하고 일할 것을 주문하면서.

 

’Here Comes Trouble‘, 정말이지 마이클 무어는 가는 곳마다 말썽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말썽은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세상을 향해 막무가내로 주먹을 휘두르는 식의 말썽이 아니다. 호기심을 어떻게든 파고들고 불의를 감지했다하면 끝까지 추적해가는 씩씩한 말썽꾸러기!

자라면서 의문이 드는 일, 불공평하고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일을 만날 때마다 그는 세상이 그렇지하고 못 본 체 하거나 눈을 감지 않았다. 두려움 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권위에 반항하고,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할 말을 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덕분에 전 과목 A를 받고서도 신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학교 이사회의 최연소 이사로 선출되었지만 이사회에서 그를 해임시키려 하기도 하고, 창간한 신문사는 비리를 취재하다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하고... 정말이지 파란만장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 그의 인생. 주인공은 영화 주인공처럼 온갖 고생을 하는데, 근데 어쩐지 보는 내내 유쾌하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그의 배짱과 용기를 백분의 일이라도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보이스 스테이트(리더십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 마이클 무어, 우연히 감자칩 자동판매기에 붙어있는 엘크스 클럽 주최 에이브러햄 링컨의 삶연설 콘테스트 광고쪽지를 보고 활활 불타오른다. 한 달 전, 지역 골프 클럽인 엘크스 클럽에 마이클 무어의 아버지가 가입하려고 하다가 신청서 맨 위의 백인 전용구절을 보고 거부했던 것이다. ‘어떻게 일너 콘테스트를 후원함으로써 링컨의 고귀한 이름을 더럽힐 수 있는가로 시작하는 연설로 콘테스트에서 우승자가 된 마이클 무어는 언론을 통해 그날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열일곱 살 소년의 분노와 용기는 그 후 워싱턴 연방법원을 움직였고, 미국의 공공 클럽과 프라이빗 클럽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던 인종차별이 금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소중한 교훈을 배웠다는 점이다.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아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그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생각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또 변화를 창조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다 바쳐 대규모 집회와 조직 활동을 하고, 시위를 벌이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앵커와 텔레비전 인터뷰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감자칩 한 봉지 때문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143)

 

자신을 세상에 맞추어가는 대신 세상을 자신에 맞추려 하는 사람을 어리석다고 하던가? 하지만 세상이 조금씩 변화되는 것은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마이클 무어, 끊임없이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어가는멋진 트러블 메이커! 그의 유쾌한 열정과 에너지에 전염된 듯 가슴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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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인간 - Homo Philosophicus
김광수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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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리에 대한 열정으로 삶을 앓는 구도자적 정신의 소유자를 위한 것’(5)이라고 서문에서 저자는 밝히고 있다. 구도자적 정신이 내 안에 어느 정도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삶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가기 시작한다.

 

현대인에 삶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날카롭다. ‘오늘날 사람들은 기껏해야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무대에서 삶의 의미로 받들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실용성, 효용성, 성공, 행복을 좇아 동분서주한다(6)’, 고개를 끄덕거린다. 너나없이 그 성공과 행복만을 삶의 목적과 의미로 삼고, 등불을 향해 날아드는 부나비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고대부터 많은 철학자들이 해 온 일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으나, 저자는 철학이 제 구실을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철학자들의 여러 견해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었다고,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은 한가하지 않다고 단언한다(자신도 철학자면서... 꽤 냉정한 평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 같은 어떤 형이상학적 기반을 전제하지 않고도 인간의 삶의 의미를 정립시키는 것.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답으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마치 신이 존재하는 것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8)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신이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방황하거나 타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적 선택을 하고 고귀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다는 것이다(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서 신이 사라지면 틈새가 생길 것이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메울 것이다에 밑줄 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당연히 그런 경지는 공짜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철학하는 인간(호모 필로소피쿠스)’로서의 내공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생명의 값. 운명론. 자아실현. 문제의식. 존재 각성의 삶. 자아의 나무. 정신의 진화. 진리. 이성과 낭만. 부조리 상황. 태생적 소외. 고통의 역설. 가능한 최선의 사회. 역사 발전의 동력...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생각하는 근육을 키워주는 여러 생각의 꼭지들. 제목만으로도 뭔가 묵직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청소년들이 읽어도 될 만큼 찬찬하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밀고 간다. 추상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리스인 조르바>, <인간의 대지>,<불멸> 같은 소설 속의 장면과 문장들, 천상병, 파블로 네루다와 이성선, 타고르와 정호승 시인들의 시 등 다채로운 비유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어서 마음에 잘 와 닿았다. 이를테면 정호승 시인의 시 <밥그릇>을 인용하며 삶의 철학적 음미, ‘삶의 맛을 제대로 보는 삶’(326)쪽을 이야기하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비유라서 오래 기억하고 싶다.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327)

 

내 삶의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밑바닥은 과연 어디쯤일까. 가장 맛있다는 그 깊은 밑바닥을 찾아가는 길, 나는 얼마나 열심히 그 길을 가고 있는지... 가끔은 산다는 것이 힘겹고 부조리하게 느껴지더라도, 내 존재와 삶의 밑바닥을 정성껏 핥으면서 살고 싶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선택한 만큼 의미있고 충만하고 경이로워지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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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고 태국 (2013~2014) - 자유여행자를 위한 map&photo 가이드북 저스트 고 Just go 해외편 5
시공사 편집부 엮음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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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go 시리즈는 여행갈 때마다 참 유용하게 썼던 가이드북이다. 패키지여행보다는 혼자 여기저기 기웃대는 여행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가지고 다니기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두께에 자유여행자들에게 필요한 핵심 정보들과 알짜배기 팁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곤 했다.

 

올해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한바퀴~할 야심찬 준비를 하고 있어서 이번 태국편 최신개정판이 더욱 반가웠다. 보통 태국을 끝없는 선물이 나오는 보물 상자와 같은 나라라고들 하던데 이 책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그 표현에 동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가이드북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여행을 준비할 때의 설렘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도움이 될 정보, 꼭 가고 싶은 곳과 알아둬야 할 내용을 만날 때마다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여가며 읽다보니 어느새 색깔별 플래그들이 페이지마다 빽빽하게 팔랑거린다. 이국적인 유적부터 화려한 해변 리조트까지 수많은 매력이 있는 태국... 각 명소의 매력과 교통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놓은 것이 역시 just go 시리즈다웠다. 여행을 위해 필요한 준비와 각종 생활 정보, 태국의 역사와 축제 및 행사 등을 간략하게 소개한 책 후반부 '똑똑한 여행 준비편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무엇보다 가이드북에서 중요한 부분은 뭘까? 사람마다 취향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자유여행자의 발이 되어줄 대중교통 정보가 꼼꼼한지 눈여겨보는 편이다. 고가전철, 지하철, 택시, 뚝뚝(삼륜 택시), 오토바이택시, 버스에서 수상 교통까지... 각 교통수단별 특징 및 장단점, 타는 법과 요금 지불 방법부터 주의할 점까지 친절하고 상세하게 소개해준다. 그리고 인기 관광 지역의 추천이동루트와 구역별 특징까지 꼼꼼하게 짚어주어 여행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다란 즐거움 중의 하나가 그 지역만의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음식문화를 경험하는 것. ‘스파이스 왕국 태국의 요리는 서구인, 한국인을 막론하고 푹 빠지게 만드는 매혹의 맛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18)’라는 말로 시작하는, ‘태국 요리 완전 가이드편 덕분에 미리 태국요리 예습(?)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태국 요리하면 맵고 새콤한 새우 수프 똠얌 꿍밖에 몰랐던 내게는 완전히 신세계였다. 팟 팍 루암밋, 솜땀 타이, 까이호 바이뜨이, 팟 까이 멧마무앙, 카이찌아오 호이 낭롬, 쁠라 짜라멧 능 마나오... 도저히 지구어로는 들리지 않는 발음의 요리들(과연 태국에서 내가 이 더듬거리는 발음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가능할까?)을 사진과 함께 장르별로 분류해 간략한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그 밖에 이 태국요리 완전 가이드에는 여러 팁들이 많다. 태국의 요리 이름의 기본구조는 재료+조리법이라는 것, 면 요리를 주문하는 순서라든가 태국 요리에 어울리는 태국 맥주 종류, 제철인 태국 과일에서부터 태국의 식사예절까지 꼼꼼하게 짚어주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같은 곳을 가더라도 여행의 목적에 따라 경험의 폭과 색깔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특히 보물 상자를 여는 듯한 매력이 있는 태국은 더욱 다채로운 선택의 폭이 가능한 나라인 것 같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호화찬란한 방콕의 사원들을 둘러보는 불교문화유적 탐방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경관이 아름다운 해양 리조트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고, 무에타이나 태국의 전통 춤에 취해 보거나 태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타이 마사지와 스파 숍을 누비며 피로를 풀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 유적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나는, 방콕과 고대 도시 아유타야를 둘러본 후 유적 도시 수코타이와 피마이에 체류하면서 느긋하게 역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는 계획을 짰다. Just go for it! 여행은, 끊임없이 나 자신을 비워가면서 새로운 세계를 담게 한다. 이 책을 품에 안고 천사의 도시방콕의 거리를 걸으며 낯선 공기를 만끽하고 있을 나를 상상해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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