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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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급‘과 ‘감정‘이다. 계급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기에 관계의 벽을 만들고 감정은 변화무쌍하기에 때로는 계급이 만든 벽까지 허문다. 이 소설은 계급과 감정 때문에 벽이 생기고, 허물리고, 재형성되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이 시대의 ‘벽화‘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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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9-2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의 문제와 당대인의 고민을 이해하고 서사화하려는 작가들이 있다. 이런 작가들은 특정 시기의 문학적인 유행(세월호, 페미니즘, 젠더 등)에 편승해서 손쉽게 문학성을 획득하지 않고 자신이 거쳐온 삶의 문법으로 형성된 감식안과 이해도를 통해서 그만의 고유한 글길을 만들어 나간다. 최근 읽었던 작가로는 김의경과 이혁진이 이러한 작가군에 속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무쪼록 책 많이 팔리시길 바란다.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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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인훈의 초기작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패기와 포부는 크지만 필력이 그에 따라주지 않아서 어느문청의 현학적인 일기장을 읽는기분이 들어서이다. 내가 초기 최인훈에게 관심이가는 부분은 (상징이나 기법이 아니라) 바름과 맑음을 지향하며 고민을 거듭하는 어느 순일한 청년의 ‘핏빛‘ 방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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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9-2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집 뒷부분에 실린 김현-김병익의 해설은 평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들어서 썼다는 것은 알겠으나 어딘가 호사스럽다는 인상이 든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광장˝의 문학적인 위상은 인정하는 편이나 그 완성도나 흥미도가 대단하다고 여긴 적은 없다. 다만 이명준(˝광장˝)과 독고민(˝구운몽˝)이 겪어야 했던 고민과 고통이 청년 작가의 뜨거운 문학정신에서 배태되었으며 이러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도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만은 고평하고 싶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최인훈의 대표작이자 최대의 걸작은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인 (상하 권을 합쳐서 두께가 천 쪽이 넘어가는) ˝화두˝이다.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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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고 전후에는 차별과 빈곤을 겪었던 2인조의 국가를 향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이 책은 전쟁의 참혹과 자본(가)의 탐욕을 비판하면서도 나아가 국가가 희생자들을 농락할 수 있다면, 희생자들 또한 국가의 얼굴에 얼마든지 가래를 뱉을 수 있다는 것을 '전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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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9-1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내 마음을 자극했던 인물은 (작품의 주역들인 사기극을 벌이는 상이군인 2인조나 싸이코패스로 보이는 도나프라델이 아니라) 하위직 공무원으로서 평생을 살아 온 조제프 메를랭이었다.
메를랭은 사교성과 주변성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불쾌감과 경멸감을 불러일으키며 매사에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하는 퇴직 예정자이다. 그야말로 ‘비호감의 극치‘라고 할만한 인물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직무에 한해서는 성실하고도 정직한 태도를 보이면서 도니프라델의 비리와 탐욕을 끝까지 파헤치는 데 성공한다. 그는 금전적인 유혹에 끝내 굴복하지 않았고, 조직으로부터 내부 고발자라는 낙인이 찍혀져서 소외와 모멸을 당하는 것도 감수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살아간다.
근년에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 이 작품에 필적할 만한 책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제 저녁에 청문회를 보았고 오늘 아침에는 정경심 교수가 검찰에 기소되었다는 소식을 신문으로 접했다. 

나는 예전에도 조국을 좋아하지 않았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지금도 좋아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다수 갑남을녀들의 실존적인 위치와 그의 실존적인 위치 사이에는 아득한 거리가 있으며 그가 매우매우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차이를 실체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그가 장관에 임명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동정심이나 아쉬움이 생기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쾌감이나 승리감이 들지도 않을 것이다. 조국 한 명을 낙마시킨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기득권(들)의 부/명예 세습 행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서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졌다. 조국의 장관 임명 여부를 떠나서, 검찰이라는 이 적폐 조직은 반드시 개혁해야 하며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기소권, 수사권, 수사종결권, 경찰 지휘권 등)을 다른 기관에 이전해야 한다. 일단은 기득권의 타락보다는 구체제의 적폐(와 이를 조금도 고치지 않으려는 무리)에 대해서 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 말하자면 조국을 통해서 사회 기득권에 대한 적극적/생산적/건설적인 비판을 개진하는 일은 아쉽게도 이 때문에 미루어진다.

앞서서 말했듯이 나는 조국이 낙마한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감정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청와대가 조국 임명을 철회한다면 그보다 더 나은 개혁적인 인물을 반드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저 무소불위의 조직이 청와대의 개혁 동력-아직도 이것이 있는지는 회의적이지만-을 훼손시킬 것이고 나아가 촛불 혁명에 담겼던 사람들의 열망도 수포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현 정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조건부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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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가토 - 2012년 제45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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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대학내 운동권의 생활사이자, 수직적인 남녀 관계가 온존했던 풍속사로서는 읽을 가치가 충분하나 소설적 성취도가 대단한지 의문이 든다. 단순히 ‘하연이의 가족찾기‘가 아니라 학생운동 세대의 변모로 인한 운동성/실천성의 종언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었다면 더좋은 소설이 되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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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8-2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로서는 이상하게도 소설 속 중심 인물들(하연, 인하, 정연 등)보다는 조연급 비중이라고 할 수 있는 유보살이나 권보살 같은 이들에게 호감이 갔다. 부언을 하자면 이들은 명리(인하)나 정의(정연)에 조금도 집착하지 않으며 결손 가족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해 생겨나는 분노와 슬픔을 쉽사리 표출(하연)하지도 않는다. 어제가 있었으니 오늘도 있고, 오늘이 있으니 내일도 있을 것이라는 체념적/달관적인 마음으로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꿋꿋하게 살아 나간다. 내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나 권여선은 먹물들보다는 이런 인물들을 그려낼 때 필력이 더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