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3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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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장을 넘기면서 이책이 사랑과 가정만을 고찰하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독해한 이책의 핵심은 위선과가식에 찌든 삶에서 벗어나려는 초월의지이다. 여기서 안나(자살)와 레빈(선善에 대한 간구)은 공통점을 지니며 작품은 세태와 인간분석을 넘어서 ‘진정한 삶‘에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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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2-01-2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능과 정열에 이끌려서 본능적인 사랑을 했던 연인의 파국과,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며 이상적인 사랑을 했던 남녀의 행복기가 배치되어 있는 소설로 이 책을 요약 정리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일반적인 해석이기는 하나 이 경우 안나 카레니나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단순화, 축소화하는 독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에서 적극적으로 부각되는 것이 사랑이라면 은근하게 강조되는 것은 죽음이다. 즉, 남녀의 정서적/육체적 결합 이후의 삶이란, 가식과 위선과 허위에 물들지 않는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안나/레빈은 고민하고 두 사람 모두 죽음충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죽음충동은 단순히 생애의 종착점으로 가려는 욕구를 넘어서서 자신의 삶과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적 사유를 추동시킨다. 결국 안나는 죽음충동에 따르면서 위선적 삶을 스스로 끝내고, 레빈은 죽음충동에 이끌리면서도 신을 믿으면서 선善을 행하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인생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이렇게 보자면 ˝안나 카레니나˝는 단순히 파국기와 행복기가 교차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넘어서 안나/레빈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심오한 문제를 독자에게 제기하고 있다. 죽음을 통해서라도 거짓과 기만에 찬 삶을 벗어날 것인지, 아니면 죽음충동에 시달리면서도 참다운 인생의 길을 모색해서 어릿광대 같은 삶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 지방대를 둘러싼 거대한 불공정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50
제정임.곽영신 엮음 / 오월의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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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시험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공정‘이라는 글씨가 수놓인 법복을 입고 심판관 행세를한다. 그리하여 소수의 고득점자들만 모든 권리와 혜택을 제공받고 나머지는 불평등과 차별화를 강요당한다. 교육과정의 불공정 구조와 ‘지잡대생‘으로 낙인찍힌 이들의 실상을 톺는, 발품과 정성이 들어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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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딘 2021-12-0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득점이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안가고 서울이외 지역에 대학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히려 이런식으 도맷금시켜버리는게 더 심각한 사고의 고착화를 유발하는것 같습니다. 시험이라는 잣대 자체도 우습지만 그 우스운 시험이란 잣대에서 통과한 사람들은 서울권대학에 간다는 선입견도 더더욱 용납이 안됩니다.

수다맨 2021-12-07 10:09   좋아요 0 | URL
고득점자라도 서울 외 지역으로 대학을 가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책의 핵심은 중앙이 지방을 일종의 내부 식민지이자, 입시 지상주의라는 피라미드의 하위 영역으로 계속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지방은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 인구까지 적어지면서 소외 및 소멸 위기에 처해지는 반면에 중앙에는 돈과 권력과 사람이 다 몰리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당연히도) 교육 개혁은 물론이고 일자리 격차 해소, 국토균형발전 전략과 관련된 나름의 해법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시다면 이 책을 한 번 일독하시기를 권합니다.
 
안나 카레니나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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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을 겪던 남녀(키티-레빈)가 비로소 한쌍으로 이어져서 사랑을 꽃피우는 상승의 국면과, 격정에 이끌려서 한쌍(안나-브론)이 되었으나 어느샌가 불행과 불안의 늪에 빠지고마는 하강의 드라마가 교차적으로 펼쳐진다. 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를 묘파하는 필력에 경이감을느끼며, 마지막 하권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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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걷는사람 시인선 27
안상학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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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인生人의 체취보다 뭇별로 간 이들의 자취가 생생하다. 시인은 역사의 참상을 톺고, 마음이 견결했던 위인들의 족적을 살피며, 고인(들)의 뼛가루가 뿌려진 자연을 응시한다. 그리하여 이 섬세하고도 뜨거운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할 때 ‘북녘 거처‘와 ‘생명선에 서서‘라는 수작들이 탄생하고,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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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날
김한수 지음 / 창비 / 199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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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방이라는 테마에 천착해서 밀도 깊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있다. 멀리로는 조세희 윤흥길이 떠오르고 가깝게는 김혜진 김애란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지식인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세상의 외곽으로 몰린 이들을 직시하며 야성과 투지를 간직한 작품을 쓰던, 김한수라는 작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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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1-11-1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한국 문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른바 ‘야성의 분출‘이라고 부를 법한 분위기가 이 작품집에는 약여하고도 돌올하다. 지식인 문학가들 작품에 나타나는 좌고우면이나, 밀레니엄 세대 문학가들이 보여 주는 따뜻함이나 담담함 같은 것이 이 책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김한수는 가난의 현장을 핍진하게 표현하고 약자들이 받는 차별과 고통의 시간을 독자의 눈을 시리게 할 정도로 가차없이 형상화한다. 이 뜨거움과 비릿함은 작금의 문학에서는 사실상 증발하거나 아니면 외면당한, 김한수 문학의 가치이자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