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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의 흰머리뫼 문학과지성 시인선 306
박남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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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은 왕년에 사자 같은 시인이었다. 황지우나 이성복보다 더 철저하게 자신의 시를 해체했으며 독자를 모독하거나 무시하는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 오만과 패기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았기에 나는 이 시집을 반갑게 읽었다. 좋은 시인은 세상을 저격하면서 자기 자신을 철저히 분해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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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2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2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3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4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환상통 시작시인선 49
김신용 지음 / 천년의시작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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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불빛

              

                           김신용

 

그 불빛

회현동 굴다리 밑에서 새어나오던 그 불빛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엮운 진열대 위에 책 몇 권 올려 놓고

내 늦은 밤의 귀가 길을 멈추게 하던, 

흐린 진열창에 비쳐진 그 책들을 보며, 들어갈까? 말까?

호주머니 속의 그날 벌이를 가늠하며, 내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던 그 불빛

그렇게 망설이다가 지고 있던 지게를 벗어 굴다리 벽에 세워두고

유리문을 들어서면, 졸리운 듯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던 여자

언제나 내가 보고 싶던 그 달의 문예지 같은 얼굴로, 나를 맞아 주곤 했었다


그 문예지를 손에 들고,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망설이다가

기어코 책을 사, 그날 지불해야 할 양동의 방세와 밥값 걱정 때문에 더 무거워진 

등에, 다시 지게를 얹고 저만큼 걸어가면 

그런 내 뒷모습을 무슨 희귀동물처럼 바라보던 그 불빛

언젠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혹시 글을 쓰세요? 작가 지망생이에요? 하고 물어와

나를 당황하게 했던-, 그리고 그 날은 눈이 내렸던가?

거리마다 송년의 불빛들로 반짝이던 그 날

청계천 노점에서 막걸리 몇 잔에 얼큰해져 돌아오는 길


꼭 거쳐야 할 경유지인 것처럼 그불빛을 찾아 들어 글만 쓰면 배고파진다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주제에 글을 써야 하느냐고-, 술주정 같은 푸념을 했을 때

그 서점의 여자는 묵은 책의 먼지들 털듯 말했었다

쓰고 싶은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하세요-, 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속은 하얗게 비어 왔었고 눈앞이 아득히 흐려졌었다 

그 불빛


아무리 배가 고파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하라는-, 그 전언

마치 죽비처럼 내 등짝을 후려쳐, 부끄럼으로 눈 내린 밤길을 더 비틀거리게 했던

지금도 글을 쓰다가 문득 눈앞이 아득히  흐려질 때, 꺼내보곤 하는 

회현동 굴다리 밑의 

그 불빛

 

갑자기 이 시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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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련하죠... 전 자꾸 그 불빛이 그 눈빛으로 읽히고는 했습니다.
이런 시 만나기 쉽지 않아 자꾸 야금야금 도둑놈 발뒤꿈치'처럼 읽게 만드는 시....
좋은 시집입니다.

수다맨 2013-11-21 12:21   좋아요 0 | URL
넵, 저도 어젯밤에 다시 읽어보고 오늘 또 읽게 되네요 ㅎㅎ
 
장난감 도시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5
이동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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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축적된 고통과 응결된 눈물`이라는 출판사의 리뷰는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이 책은 이동하가 쓴 소설 중에서 단연 최고이며, 작가가 유년의 몸으로 겪어낸 가난과 기아의 실상을 절실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굶주린 혼들의 고독과 비탄을 듣고 싶은 분들께 감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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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다른 사람이 이렇게 썼으면 그냥 좋은가 보다.. 하는데
수다맨 님이 그리 칭찬하니 이거 읽어야 겠다는 의지가 불끈하네요.

수다맨 2013-11-21 11:04   좋아요 0 | URL
이 소설 굉장히 좋습니다 ㅎㅎ 사실 이동하 소설가가 이 책보다 나은 소설을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소설은 이동하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반영된 성장 소설입니다. 실제 이동하 작가는 어렸을 적에 경산에서 살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대구 태평로 난민촌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곳에서 저자는 (책에서 나오는 내용처럼)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면서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아버지가 감옥으로 보내는 아픔을 겪었죠.

이러한 처절한 서사를 엮어가는 작가의 문장이 헌데 예사롭지 않습니다. 꼭 한 번 일독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16:52   좋아요 0 | URL
허허.. 알겠습니다. 보관함에 넣어두었으니 다음달에 사서 읽겠습니다.
기대만빵이군요...

수다맨 2013-11-22 02:5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렇게 말해 놓고 나니 제가 과장을 좀 한 것 같아서 머쓱해지네요 ㅎㅎ
곰곰발님 눈이 워낙 높으셔서 말이죠 ㅎㅎ
그래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웨하스
하성란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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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단편을 읽으면 그 섬세한 관찰력과 탁발한 묘사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예민해 보이는 작가는 먼지 하나, 보풀 하나까지 온 신경을 기울여 명징하게 그려낸다. 헌데 오로지 묘사만으로도 소설을 만들 수 있다고 여기는지 서사가 성글고 서술의 힘이 부실한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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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성란을 단편을 무척 잘씁니다. 하지만 수다님도 마찬가지고 저도 마찬가지고, 어떤 간절함이 없으면 수상하게 여기잖아요. 전 하성란이 글 쓰는 기교만 가지고 보았을 때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의심이 들고는 했습니다.

하성란은 단편은 잘 쓰는데 장편을 쓰게 되면 죽이 되는 스타일입니다
둘의 간극이 너무 커서 놀라고는 했죠....

수다맨 2013-11-20 15:05   좋아요 0 | URL
넵,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성란 소설을 읽고 있으면 문장을 조율하고 대상을 그려내는 솜씨에 감탄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심드렁해지더라구요. 아무래도 이 작가는 부분적 관찰력은 뛰어나도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은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장편으로 나아가지는 못할 거라는 우려가 생기더라구요.

기교로 보면 하성란의 솜씨는 곰곰발님 말씀처럼 뛰어나죠. 하지만 이 작가가 어떤 절실한 울림을 작품에서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오늘날 작가들이 기교에 탐닉해 소설을 쓴다는 혐의를 갖고 있어서요. 요즘은 손창섭이나 권정생 같은 분들이 몹시 그리워지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07:38   좋아요 0 | URL
손창섭이나 권정생 같은 분, 뭐...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마루야마 겐지가 이번에 마루야마 겐지 문학상'을 만들었더라고요. 상금은 쥐뿔만하고... 심사위원은 혼자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연기가 된다고 하네요... 아마 화가 나서 그럴 겁니다. 사실 일본문단은 하루키가 망쳤잖아요. 하루키가 점령하면서 남성작가 문장이 점점 징징거렸습니다. 화가 잔뜩 나신 듯...ㅋㅋㅋㅋㅋㅋ

전 김연수처럼 징징거리는 문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카스테라 맛이지만... 문장이라는 게 꼭 유려핟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잔습니까.

조용한 목소리와 부드러움만으로도 힘을 발휘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권정생처럼 말이죠. 몽실언니 읽다가 정말 감동해서 꽤 오래 멍하니 있던 기억이 납니다. 하여튼... ㅎㅎ

사실 전 추리소설 위주로 읽어서 순문학을 잘 모릅니다. 문단이 스스로를 순문학이라고 정한 그 꼴도 보기 싫고...ㅎㅎㅎㅎㅎ. 지들이 하면 순문학이고 남이 하면 경계문학이라니.. 이런 게 어디있습니까..

수다맨 2013-11-21 11:1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김연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오늘날 한국 문단은 하루키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루키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은 작가들(김연수, 이장욱, 김영하, 윤대녕, 남진우 등)이 문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 문장의 여성화化(곰곰발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징징거리는 문장)는 피할 수 없는 방향처럼 보입니다 ㅎㅎㅎ

노자의 도덕경을 보면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큰 기교는 오히려 졸렬하게 보인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권정생 선생님 글이 이러한 대교약졸이라는 뜻과 가장 잘 부합하지 않을까 싶어요.
'몽실언니'나 '우리들의 하느님' 같은 글들을 보면 뭐랄까, 일단은 참 심심하게 느껴져요. 수사나 표현에 신경을 쓴 흔적도 잘 안 보이고, 오히려 붓 가는 대로 부드럽게 썼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나중에 다 읽으면 감동이 밀려들면서 아, 이게 진짜 고수의 글이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치더라구요.

사실 (저 역시 어쩌다 순문학을 많이 읽고는 하지만) 문학에 어떠한 경계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제일 한심하고 머저리 같은 짓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가슴을 쥐고 흔들면서 먹먹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 글이 좋은 글이지요 ㅎㅎㅎ 그 이상의 설명이나 해석도 불필요하구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12:07   좋아요 0 | URL
권정생 글은 무교가 기교'라는 말을 실감하게 합니다.
힙합정신으로 말하자면 라임에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각운을 맞추면
플로우가 죽게 되어 있어요.

좋은 랩은 라임과 플로우가 황금비율을 타야 하거든요...
기교에 신경 쓰면 망치가 된다는 겁니다.

전 남진우 시를 읽다 보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건 뭐 도대체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하고....
보면 뭐 계롱산에서 70년 도 닦은 양반 같아요.

관념적 공허만 잔뜩 껴서 이게 시인지 뭔지 모를 지경이 이르렸습니다.
이 사람을 지원하는 평론가 사단을 보면 이해가 안 갑니다.


교수하면 그냥 교수만 해야 합니다. 뭔 놈의 시인도 되었다고 신춘문예 심사도 했다가.....

수다맨 2013-11-21 12:34   좋아요 0 | URL
남진우 시인이야 뭐... 저는 옛날부터 안 좋아했고 지금은 더 안 좋아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뭐랄까, 외부적으로 비치는 이 사람의 면모는 굉장히 권력지향적인데, 시에서는 스스로 도인처럼 행세하니 참 우스워요. 하지만 이 양반이 교수이자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있는 한, 평론가 집단이 이 사람을 치기란 아마도 어려울 듯싶습니다. 이 사람을 치는 그 순간, 문학동네와는 절연해야 한다는 위기를 각오해야 할 테니까요(실제 남진우 시인의 평론을 공격했다가 아웃사이더가 된 분도 몇 명 있습니다).

아마도 세월이 조금 더 지나야겠지요... 그도 아니면 정말로 용맹한 아웃사이더들이 나오기를 기대해야겠지요 ㅎㅎㅎ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 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필요가 있구요 ㅎㅎ
 
그을린 예술 -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심보선 지음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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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려한 문장으로 뻔한 얘기를 쓰면, 뻔한 얘기가 특별한 내용으로 바뀌나? 저자의 문장이 정치하면서도 유려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동안의 문학에서 익히 담보했던 것 아닌가. 문학이 거리의 약자와 외면받는 이들 속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것, 이 뻔한 내용을 쓰려고 이 많은 지면을 소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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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19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수다맨 님의 100자평'은 날카롭습니다. 100자평을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하셨습니다.
심보선, 좀 과대평가 받는 시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다맨 2013-11-19 14:2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심보선이 과대평가받는 시인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나쁜 글은 아니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저자의 문장력이나 감수성이 참 섬세한 구석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문장이 섬세하다는 것만으로-소소한 에세이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한 권의 책이 뛰어난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심보선 시인은 자신이 마치 새로운 예술론을 쓰는 것처럼, 가진 것처럼 말하면서 과거의 미학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심보선 시인은 과거의 문학적 전통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예술론(망가지고 박탈된 현대인들을 다루는 예술이 있어야 한다) 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런 빈곤한 인식을 가리기 위해 미려한 문장들이 동원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구요.
차라리 이런 장문의 글을 읽을 바에야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라는 짤막한 산문을 읽는 것이 월씬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0 12:58   좋아요 0 | URL
저는 글을 읽지만 글을 믿지는 않습니다.
글 만큼 사람을 속이기 쉬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라, 이런 글 다 쓰죠. 종종

시인이면서 문창가 교수이면서 신춘문예 심사위원도 겸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남진우, 권혁웅, 정끝별... 전 이런 시인의 시가 솔직히 시 같지가 않아요.
그저 교수 레벨 따기 위해서 시인일ㄴ 자격증을 취득했다고나 할까요 ?
시가 신념이 되지 못하고 살롱에서 말장난하기 좋은 바이브레이터가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다맨 2013-11-20 15:19   좋아요 0 | URL
아,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그들의 시에 불필요한 기름기가 낀지 오래라고 생각하거든요.

문제는 이러한 시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무게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오늘날 문창과 학생들이 이들의 시를 중요한 교제처럼 읽고 있다는 것입니다(고백하자면 저 역시 한때는 문창과 학생이었습니다). 이 같은 살롱의 시들이 뛰어난 고전처럼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이것이 오늘날 독서 시장에도 굉장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이러한 구조가 반복/재생산되면서 관념의 곡예를 보여주는 시들이 많아지고, 이것이 생(生)체험을 간직한 시들보다 더 혁명적이고 우월하다는 관념도 은연중에 유포되는 것이 현실인 듯합니다.

ㅎㅎㅎ 2013-11-30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텍스트를 읽는 것도 능력이지요. 일베와 같은 흔한 자칭우파들은 모든 좌파지식인들의 책에서 '가난한 자들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하는 감성팔이'만을 읽어내지요. 근데 아실겁니다. 책에 대한 판단은 그렇게 간단하게 닫힐 수 없다는 것을요. 세인들 사이에서 후진 책이라고 정평난 것에서 후진 것만을 읽어내는 것도 무능력이지만, 더 심한 무능력은 고귀한 가치평가를 받는 책에서 그 세인들조차도 인정하는 고귀함조차도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겠죠.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자는 심보선 시인의 말은 그 말만 보면 너무나 나이브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베버와의 대결, 랑시에르의 인용, 하이데거와의 대결, 심지어 현대문학비평계를 거의 휘어잡고 있는 신형철에 대한 그의 비판은 그가 지향하고자 하는 예술과 삶의 일치가 어떤 독특한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알게합니다. 신형철 또한 삶과 예술의 일치를 지향하는 자입니다. 어떤 것과 대결하냐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것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그 대결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 혹은 방법이 무엇이냐이겠죠. 신형철이 추천하는 것과 같이 천재형 문인들만이 여전히 한국문학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 그 천재가 되기 위해 초월적 평면만을 갈구하고 있는 많은 대중들이 존재하고 잇는 현재에, 그리고 그렇게 소수의 천재 뒤에 가려진 수많은 문인과 더불어 그것보다 더 취급도 못받는 대중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재에, 심보선은 단순한 예술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예술론을 통해서 각각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발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마지막 문장만을 보면 다시 나이브한 결론이죠. 하지만 책에 나온 것처럼 김현은 천재들의 문학작품을 독자들로 하여금 읽게함으로써 삶을 바꾸게 하려고 했지만, 심보선은 항상 이미 대중들이 써내고 있는 작품들을 발굴하고 드러냄으로써 각각의 대중들의 삶을 바꾸게 하려고 하죠. 스승-도제와 같은 도식이 아니라 이미 대중들은 예술가로서의 삶을 창안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논의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습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보이는 대가들에 대한 짧지만 굵은 비판은 일종의 백미이기도 하구요. 새벽에 갑자기 너무 길게 쓰게됐네요ㅎ 맥락을 알고 보시면 더욱 재밌을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산문집을 통해서 심보선 시인을 더욱 좋아하게 됐고 동시에 더욱 인정하게 됐습니다.

수다맨 2013-11-30 11:32   좋아요 0 | URL
저기요, 요지는 이 책이 나한테 별다른 심미적 전율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천재형 예술가를 옹호하는 경향을 비판한다던가, 신형철과 같은 문단권력의 비합리성을 논파한다던가 하는 역할의, 이미 다른 비평가들(조영일, 이명원, 최강민 등)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심보선보다 더 일찍, 더 강하게 수행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설사 님의 말이 옳다하더라도 저한테 일베니 어쩌니 하는 말들은 들먹이지 마세요. 내가 바본줄 압니까? 나는 심보선 시인이 말하는 것도 뻔할 뿐더러, 그와 비슷한 작업을 수행한 다른 비평가의 글보다 심보선의 작업이 새롭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그저 조야하게 말했을 뿐입니다.

제가 지금 밖에 있어서 긴 말은 못하지만 요점은 이겁니다. 이 글을 읽고 심보선을 좋아하게 됐으면 님이야말로 문학이라는 것을, 그것의 의미 작용이라는 것을 너무 순진하게 보셨던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정도 원론에 열광하시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19: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자기가 좋은데 남이 싫어한다고 하니 중뿔났구랴 ?
꼭 박근혜 같으이, 내 말 안들으면 다 종북이라 그래.. 뭐, 그런 건가...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이 심보선을 좋아하건 아니건 그건 당신의 문제이고.. 수다맨 님이 자기 공간에서 자신의 취향과 성향을 단순하게 고백한 걸 가지고 웬 지랄을 하십니까.
대형 출판사 끼고 떡고물 받는 비평가에 대한 비판은 이미 그 전 세대들이 주구장창 주장했던 것이고, 심보선 시인 또한 그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면 좋은 의견 제시입니다. 전 심보선이 좋지고 않고 나쁘지도 않지만 그래도 굳이 선택한다면 좋은 쪽에 손을 들지만 당신처럼 일베 지랄하며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습니다. 천박하게스리.. 꼭 시발.. 이런 댓글 다는 새끼들은 꼭 비로그인이에요.. 병신처럼...

그냥 니 아이디 까고 당당하게 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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